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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김 여사에게 요격 당한 이야기 & 아반떼 디젤 시승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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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면허 번호의 앞 대가리가 97로 시작하니까... 운전한 지 얼추 20년 다 되어 간다. 바이크 타다가 사고난 적은 여러 번 있고 렌트 카 이용하다 사고난 적도 두 어 번 있는데 피 같은 내 슈퍼 카 사고난 건 처음이다.


지난 주 토요일이었다.


편도 5차선의 넓은 도로. 1, 2차선은 좌회전 전용 차선이고 3차선은 직진과 좌회전이 허용되는 차선이다. 4,5차선은 직진 전용 차선이고. 김 여사는 2차선에 있었고 나는 3차선. 1, 2차선은 서있던 차들이 신호 받고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고... 3차선은 막힘없이 쭉쭉 빠지는 상황이어서 일찌감치 3차선 타고 들어갔다.


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좌회전을 한다



그런데... 내 피 같은 슈퍼 카에 손상을 입힌 김 여사는 2차선에서 직진해버렸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자기 과거가 영화 주요 장면 나열한 것처럼 촤르르륵~ 지나간다잖아? 사고 나는 순간은 슬로우 비디오 같았다. 좌회전하는데 김 여사가 다가오기에 어? 왜 와? 어어? 어어어? 하더니 쿵!


어이 없고 화가 나더라. 대체 저 도로의 어느 부분이 사고날만한 부분인가?


벨트 풀고 내렸더니 김 여사도 차에서 내린다. 사람이라면 다치지 않았는지부터 묻는 게 당연하겠지만 너무 화가 나다보니 그런 거 묻고 자시고 할 정신이 없었다. "아니, 아줌마 뭐예요? 왜 잘 가는 차를 들이받아요?" 했는데... 김 여사가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이 '보험 불러라' 하는 거다.


허... 허허... 허허허... 나 이런 ㄴㅁ ㅆㅂ ㄱ ㅆㄴ... -_ㅡ;;;   길 막고 다른 차들에 방해되면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예전에 듣기로 사고나면 대부분 자기 차 다친 부분만 찍어댄다는데 그러면 안 되고 전체적인 도로가 다 나오게끔 찍어야 한단다. 그래서 좀 멀찌감치 걸어가서 사진 찍었다.






그리고 나서 차에 가까이 가 다친 부분을 보니... 운전석 뒷좌석 문, 펜더, 범퍼, 휠,... 다양하게도 긁어놨다. 짜증이 확~ 샘솟는다. 사진 다 찍고 일단 차를 고가도로 아래로 뺏다. 그리고나서 보험 회사에 전화.





보험 회사 직원은 1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인사하고... 이러저러하게 사고가 났다고 설명을 했다. 그 와중에 김 여사는 지가 든 보험 회사와 전화가 안 된다고, 지 전화 안 터져서 그런데 전화기 좀 빌려달라고 내 쪽 보험 회사 직원한테 징징거린다. 다시 한 번 접촉 시도. 아줌마가 좌회전 안 하고 직진해서 받은 거 아니냐고 하니까 보험 회사랑 얘기하란다. 야 이 ㄱ ㅆㅂ ㅎㄹ... -ㅁ-   보험 회사 직원이 무슨 전가의 보도냐!!! 미안하다는 사과도 보험 회사 직원한테 들어야 하냐!!!


잠시 후 상대 보험 회사 직원도 도착. 사고 내용 설명하고. 마침 토요일이라 손해 판정하는 사람이 없으니 월요일에 확인해서 연락이 갈 거라 한다. 그 와중에도 김 여사는 억울한 피해자 코스프레. 아무래도 사진만으로는 우리 쪽 보험 회사 직원이 내가 당했다는 걸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아 숨겨놓은 마지막 무기를 꺼냈다. 블. 랙. 박. 스.


내 쪽 보험 회사 직원이 차를 둘러보며 블랙 박스 있나 확인을 했는데 밖에서 잘 안 보였나보다. 내가 블랙 박스 있다니까 크게 반긴다. 메모리 빼서 줬더니 스마트 폰에 연결해서 한참을 찾아 보고는 사고 때 찍힌 영상 복사해서 가지고 간다.


지방 내려가던 길이었는데 그대로 타고 내려가자니 은근히 불안한 거다. 그래서 고속 주행해야 하는데 괜찮겠냐니까 그럼 렌트를 해주겠단다. 그리고 제법 오래 기다려 받은 차가 aj 렌트카에서 준 아반떼 디젤.




이제 겨우 10,000㎞ 넘긴, 나름 따끈따끈한 신차



내 차는 4단 자동 변속인데 이 녀석은 6단 자동 변속



그 덕분인지 연비가 훌륭하다. 고속 도로에서는 19㎞ 이상을 우습게 넘겼다. ㄷㄷㄷ



특이한 건 저 녀석. 신호에 걸려 차가 완전히 서면 RPM이 0으로 떨어지면서 시동이 멈춘다


덜덜덜 떨던 차가 갑자기 얌전해지고 소음도 없어진다. 말 그대로 시동이 꺼진 상태가 되는 거다. 그러다가 출발할 때가 되어 브레이크에서 발을 살짝 떼면 바로 부르릉~ 하고 시동이 걸린다. 연비에 도움이 되니 그리 만들어놨을텐데 점화 플러그나 기타 부품에 무리가 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더라.


시동 꺼지는 것도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닌 모양인지, 대기 시간이 길어져 브레이크 밟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동으로 다시 부르릉~ 하고 시동 걸리더라.


신호가 바뀌어서 출발하려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부르릉~ 하고 시동이 걸리니까 아무래도 급하게 엑셀러레이터를 밟게 되어 급출발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ㅅ-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이 많이 생기다보니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도 잔뜩 늘어났다



운전석의 윈도 콘트롤 버튼은 경사진 면에 있었는데 내 차의 밋밋한 배치에 익숙해서 그런가 불편하더라



비상등 위치도 내 차와 달라 어색했다. 놀란 건 운전석과 조수석의 온도 설정이 따로 가능한 에어컨!!!



렌트 카니까 최저 옵션으로 뽑았을텐데 기본 구성이 잘 되어 있다. 센터페시아도 심플하고 괜찮더라.



기어 노브도 조작하기에 적당하게 잘 빠졌다. 실제로 조작하기에도 편했고.



USB 꽂는 건 센터페시아 아래 쪽에 저렇게 나와 있었다. 내 차는 팔걸이 부분 보관함 안에 숨겨져 있는데.



간만에 세단 몰아서 어색했다. 특히나 룸 미러로 뒤를 보면 흐릿하게 잘 안 보여서 엄청 부담스럽더라.




내 차는 최상급 풀 옵션이고... 렌트 카는 (아마도) 가장 낮은 옵션인데... 차량 성능이나 그런 걸 떠나서 인테리어에서부터 발리고 들어간다. ㅠ_ㅠ   운전석과 조수석이 따로 조절 가능한 에어컨이라니... ㄷㄷㄷ   역시 6년이라는 시간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일단 연비가 잘 나오니 괜찮다 싶더라. 골프 GTE 출시 소식 듣고 부지런히 벌어서 내 차로 만들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요즘인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20㎞ 육박하는 연비라니... 시내 주행에서도 14㎞ 이상은 무조건 나왔다. 디젤이라 힘 좋은 것도 나름 장점. 오르막에서 조금도 힘겨워하지 않고 탁~ 치며 올라가더라. 서스펜션도 좋아서 내 차 같았음 크게 덜컹했을 도로에서도 꿀렁~ 하며 넘어가고.


뭐, 아무튼... 간만에 내 차 아닌 다른 차 잘 탔다. 그렇게 수요일까지 빌린 차 타다가 내 차 다 고쳤다기에 돌려받았다. 과실 비율 어찌 나왔냐고? 잘 가는 앞 차를 뒷 차가 들이받아도 일방 과실은 안 나오는 게 교통 사고라지 않은가. 1:9 나왔다. 차 수리비가 90만원 가까이 나왔는데 10%만 내면 된다 해서 일단 그만큼 내고 차 받았다. 수리 받은 부분은 깨~ 끗하다. 당장은 그런데... 앞으로 어찌될지가 문제. 예전에 운전 미숙으로 담벼락 긁고 나서 서현에 있는 세덴인가 뭔가에서 비싸게 주고 덴트 했었는데... 그 부분 지금 도장 다 까지고 울퉁불퉁 올라오고... -_ㅡ;;;


사고 얘기했더니 사람들이 왜 안 눕냐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겪은 사고 경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상대가 누우면 별로 안 다쳤는데 눕더라며 쌍 욕 하면서 내가 아는 사람이 사고 났다 하면 누우라 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단 한 명도 예외없이 모두. -_ㅡ;;;


일단 아픈 곳이 없어 병원은 안 갔는데... 화요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왼쪽 목부터 어깨 부분까지 뻐근함이 느껴진다.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은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통증이다. 병원 갈까 하다가 말았다. 여전히 김 여사의 사과 한 마디 없는 무개념 때문에 화가 나고, 엿 먹으라고 병원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한데... 나중에 다 돌려받게 된다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려 한다.



블로그에 썼었는데... 신호 걸려서 서 있었는데 뒤 차가 와서 받은 적이 있다. 나가서 보니 범퍼가 살짝 까진 정도고... 그런 걸로 사고 처리하고 어쩌고 하기 귀찮아서 그냥 가시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 후진하다가 뒤에 서 있던 차를 살짝 받았다. 내려서 죄송하다 사과하고 보험 처리하겠다 하니 그냥 가라 하시더라. 그 때 생각했다. 하는대로 돌아오는구나.


말도 안 되는 운전한 김 여사 때문에 안 써도 될 돈 나가고 신경 쓰면서 스트레스 받았다.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못 듣고 말이다. 내 슈퍼 카 들이받은 김 여사, 나중에 고스란히 돌려받게 될 거다. 블랙 박스도 없던데 억울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사과 한 마디 못 들어봐야 내 심정 알게 되겠지.


교통 사고는 후유증이 가장 심각하니 꼭 병원 가보라 한다. 나도 남들이 교통 사고 났다 하면 지금 안 아파도 나중에 아플 수 있으니 병원은 가보라 한다. 그러면서 정작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안 가고 있다. 오늘이라도 병원 들러볼까 생각 중이다.


나중에 날 잡고 한 번 쓰겠지만...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용도로 쓰인다는 '김 여사'라는 호칭.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여성 운전자가 운전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나보다 운전 더 잘하는 여성들 많이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운전이나 나만 생각하는 운전하는 사람은 열에 아홉이 여성이었다. 조만간 날 잡아서 김 여사 얘기나 한 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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