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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비포장굴 』

2014년 11월 20일 화요일 맑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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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는 게임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렇게 답글을 달고... 잠시 후 들어가보니...



다른 댓글들이 이렇게 달려 있더라. 다들 굉장히 좋은 회사 다니거나 보살급 인성을 가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해봐야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승진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한다고?



몇 년 전인데... 두 개의 문서를 비교해서 어느 부분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해야 했다. 꼼꼼히 일 잘한다 소문난 한~ 참 선배가 두 문서를 모두 인쇄하더니 나란히 놓고 자로 한 줄, 한 줄 내려가며 확인하더라. 40 페이지 가까이 됐던 것 같은데 두 개니까 80여 장. 그걸 일일이 눈으로 보고 있는 거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서 원본이 엑셀이면 금방 한댔더니 마침 엑셀이라네. 그래서 한 쪽 문서의 내용을 복사해서 다른 쪽에 붙여넣고 간단한 함수 써서 차이 있는 부분을 찾아냈다. 10분도 안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부터였다.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로 하는 작업은 죄다 나한테 끌고 왔다. 어렵잖은 거니까 몇 번 도와줬더니 얼마 후부터는 당연하다는 듯 나한테 들고 왔다. 처음에는 미안하다며 음료수도 주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당연시하더라. 급기야 지 일은 나한테 떠넘기고 쳐놀고 있는 꼴까지 봐야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일 맡기는 꼴이 하도 보기 싫어서 내 일 하느라 바빴다고 못 했다며 뮝기적거렸더니 그 날 저녁 술 쳐마시러 가서 날 안주 삼아 씹었다더라.


그 때 느꼈다. 괜히 열심히 해서 내 일 다 해놓고 남 일 떠맡을 필요도 없다는 걸. 그래서 내가 할 일 후다닥 끝내놓고 책을 보거나 딴 짓 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남들도 끝낼 수 있을만한 시간보다 한 30분 쯤 전에 결과물을 내놨다. 그래도 일 잘 한다고 칭찬하더라. 하긴, 남들보다 30분이나 빨리 끝낸 거니까.



그런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아랫 사람 배려하고 돕는 분위기 따위는 절대 없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일 못하는 사람이 나이와 입사 빨리 했음을 무기 삼아 큰 소리치는 곳이다.


나 말고 댓글 단 사람들, 정말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고나. 부럽네.




PS. 입사한 지 오래 됐고 나이도 있는 냥반들이 하위직이나 어린 사람들 대하면서 고참 대접 똑바로 하라고 큰 소리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지들 월급으로 이미 보상받고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지? 대접 받을만한 자격을 증명하지도 못하면서 대접 받기만 바라는 것들이 많은 조직은 썩을 수밖에 없다. 우리 조직이 대표적인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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