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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음  악 』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 OZ (Acoustic Ver.) (Bonus Track)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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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와 '좋아한다'의 차이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던 때, 그 아끼던 말을 눈 깜빡거리듯 내뱉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그 사람이 남이 되었을 때... 뒤늦은 후회와 함께 자주 다니던 길 위에서 질질 짜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미친 듯 밟으며 들었던 《에이트》의 '잘가요 내사랑'과 《정재욱》의 '잘가요'. 어느 정도 이성이 찾아질 무렵,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혼자 하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이어폰을 귀에서 떼지 못했고 대한민국의 모든 노래는 사랑 타령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펌프》의 '수호천사' 같은 노래는 돌연 변이 중에서도 최고 돌연 변이였다. 알려진 모든 노래가 사랑 타령이었다.


사랑의 기쁨,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노래를 들으면 불과 얼마 전의 행복했던 시간이 떠올라 괴로웠고, 떠난 사랑이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를 들으면 너 들으라고 만든 거라 조롱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렇게 뭘 해도 괴로웠던 시기에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의 찌질한 노래들이 다가왔다.



《토이》의 인기를 유희열의 은근한(?) 색기에서 찾는 사람이 많지만 내가 볼 때에는 결국 찌질함이다. 인기를 얻은 대부분의 노래가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면서도 너의 행복을 빌겠다는, 정말 찌질하기 짝이 없는 궁상 of 궁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걸 남자 입장에서 보면 에라이~ ㅄ ㅅㄲ 하고 뒤통수 후려갈길 일이지만 정작 여자들은 나 때문에 쟤가? 라며 은근히 즐기는 입장이 된다는 거다. 즐긴다는 표현이 좀 과한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


나와 만났던 애가 나와 헤어진 이후 잘 지내길 바라는 부처 멘탈의 소유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열에 아홉은 날 그리워하며 후회하길 바라지 않을까? 그러다 돌아오길 바랄 것이고(돌아오면 마지 못해 받아주면서 사실은 나도... 라며 펑펑 울거나 싫은데? 하며 냉정하게 휙! 돌아서는 거야 사람마다 다르겠지. -ㅅ-).


아무튼... 《토이》는 그러한 여자들의 심정을 충분히 대변하는 노래를 만들고 불러왔다. 그런데... 찌질함이라는 대분류에서 《토이》와 같이 쪼개지는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은, 그리움이나 아련함 등으로 대변되는 중분류에서 장난감과 철저하게 갈라선다. 《토이》가 '헤어졌지만 너와 나눠 낀 반지를 보며 사랑했던 지난 날을 그리워한다' 라고 읊조릴 때,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은 '내 반지 팔아 고기 먹었는데 이틀 내내 라면만 먹었더니 헤어질 때 너한테 줬던 반지 달라고 했더라면 지금 고기 먹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 간절하다' 라고 대놓고 찌질거리는 거다.


이게 꼭 남자, 여자, 성별을 가릴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의 찌질함은 남자들의 몫인지라... 알게 모르게 많은 공감을 얻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대부분의 수컷들은 자신의 찌질함을 철저히 감추며 애써 뒤집어쓴 포장에 COOL 딱지를 붙이려 들다보니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의 노래는 공감을 사는 가운데 대박은 못 치는 불운한 운명이었던 거다.




한동안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의 노래를 잊고 지내다가 그의 에세이를 읽고 다시 생각이 나 앨범 전체를 다시 듣던 중에 OZ에 꽂혔다. 뮤직 비디오는 기대도 안 했고, 혹시나 공연 영상 같은 건 없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유튜브에는 없다. 그럼, 뭐... 없는 거지. -ㅅ-


다른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의 노래처럼 가사가 너무 와닿아서... 주구장창 듣고 있다가... 이 사람의 목소리로 새 노래를 들을 수 없음을 생각하면 짠해진다. 노래하지 않을 때에는 영락없는 꼰대 오타쿠의 전형적인 목소리인데... 정작 노래할 때의 목소리는 참...




누구에게나 삶이란 건

오즈를 찾아가는 길거나 짧은 여행

                이라 노래했던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연봉 1,200 만원에 소소한 보탬이 되었던, 그러면서도 아쉬울 때에만 찾았던 이기적인 팬들을 뒤로 한 채 떠난 그는... 지금 하늘에서 하고 싶은 음악하며 평온하게 지내고 있을까?


나이 먹으면 좀 더 쿨해지고 보다 많은 걸 내려놓을 줄 알아야 그나마 덜 까이는 꼰대가 된다는데... 몸은 세월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곧이 곧대로 늙지만 정신만큼은 역주행 하는터라 여전히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나는....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콘서트에 가서 가사 틀려가며 마구 따라 부르다 질질 짜는 ㅄ 짓을 못해 본 게 너무나도 아쉽고 억울하다.





PS. 노래 소개하는 글 쓰며 음원이나 동영상 첨부 못함이 안타깝긴 합니다만... 함부로 링크하는 것도 빈곤하게 살기를 바랐던 언론에서 만든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의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될 것(-ㅅ-) 같고... 무엇보다도 동영상은 아예 없어서... 조금은 수고롭겠지만 검색 통해서 들어보심을 권합니다. 히든 트랙이라 노래 끝나고도 한참을 조용히 지나가는데... 정작 노래 부분만 따지면 2분 조금 넘습니다. 오버 스펙에도 불구하고 취업 걱정하는 요즘 이들에게 응원가가 될 수도 있는 좋은 노래라 생각합니다.


이진원과 이즈미 사카이가 그리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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