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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5 또 제주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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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274장 포함된 긴~~~ 글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봐주세요. 길어서 못 읽겠다 싶으시면 Ctrl + F 누르신 후 검색으로 필요한 부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그것도 귀찮으시면... 화살표 키 위에 있는 End 눌러서 맨 아래로 간 뒤 하트 버튼 한 번만 눌러주고 가세요. 고맙습니다~ ^ㅁ^




출발 전

실체를 알 수 없는 창조 경제 타령의 일환으로 내수 경기 활성화를 부르짖는 댓통령 말씀에, 해외 여행 막아버리는 충절로 화답하는 훌륭한 냥반 밑에서 일하는 나. 30만원 날려가며 오사카 여행을 취소하고 제주 여행을 준비한다. 봤냐, ㅆㅂ. 주옥 같은 애국자다, 나는.

제주 여행 하루 전. 가난한 노동자가 놀러다니려면 다음 날 꼭두 새벽에 비행기를 타더라도 전 날까지는 부지런히 벌어야 한다. 자정이 지나서 퇴근. 故 아일톤 세나나 미하엘 슈마허한테도 '내 앞에 차는 없다!' 외칠 것 같은 택시들 피해 밤 길을 달려 집에 오니 20분 지났다. 짐을 싸야 하는데... 귀찮다. -_ㅡ;;;   짐 싼다고 부스럭거리다가 새벽 늦게까지 잠을 안 자게 되고, 그러다 결국 밤을 꼴딱 새우고 출발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ㅅ-   그리하여... 컴퓨터 켜고 뻘짓하다가 한 시간 정도를 보낸 뒤 그냥 잤다.


재능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는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른이라서 알람 울기도 전에 기상. 이불 밖으로 나서는 게 두려운 요즘이지만 뮝기적거리다가는 늦을 게 분명하니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여행 다닐 때 가방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건 갈아입을 옷들. 옷이나 잘 입으면 모를까 패션 테러리스트 주제에 옷만 잔뜩 챙겨 여행 다닌다. ㅠ_ㅠ   더구나 이번에는 11월의 제주. 추울지 더울지 당최 감이 안 온다. 귤은 물론이고 망고에 용과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여차하면 고무고무 열매도 줍게 될 것 같은 제주 아닌가! 반 팔 티셔츠만 잔뜩 챙기고 두꺼운 패딩 입을까? 하다가 11월에 네파 로고 흔들며 다니는 건 좀 이르지 않겠나 싶어 어중간한 두께의 후드와 아우터로 가방을 채웠다(겨울 패딩 쳐입고 갔으면 쪄죽었을지도... -ㅅ-).


원래는 배드민턴 백 팩(도 꽤나 큰데!)을 들고 가려 했는데 옷이 두껍다 보니 가방이 내 배처럼 대책없이 불러온다. 안 되겠다 싶어 일본 여행 갔을 때 사들고 온 거대 백 팩으로 바꿨다. 이 백 팩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60㎏ 안 나가는 사람은 통째로 넣어 고개만 내밀게 한 뒤 효도 관광 시켜줄 수도 있을만큼 거대하다. 가방이 워낙 크다보니 차곡 차곡 쟁여 넣지 않고 막 던져 넣어도 잘 들어간다. 내년에 오사카 가면 다른 디자인으로 하나 더 사들고 와야지. ㅋㅋㅋ



출발

대충 짐 싼 뒤 샤워 마치고 나와 옷 입으니까 얼추 나갈 시간이 되었다. 손전화 앱으로 버스 실시간 위치를 파악한 뒤 지금 나가면 많이 안 기다려도 되겠다 싶은 시점에 집 밖으로 나와 버스 타러 가는데... 가는데... 전자 항공권을 두고 온 게 생각났다. 메일에 첨부된 PDF 파일을 인쇄한 거라서 손전화로 봐도 될 것을 멍청하게 왜 꼭 챙겨야 한다 생각한 건지(평소 뇌용량을 초과 사용해서 쵸큼 똑똑하다가 이 때에만 평상 시 수준으로 돌아갔는지도... -ㅅ-)... 아무튼 그거 가지러 간다고 집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 모두가 예상한 바와 같이 버스가 부웅~ ㅆㅂ   어지간해서는 된소리 발음 삼가는 나인데 이 때에는 나도 모르게 멀어지는 버스 뒤통수에서 뿜어지는 새카만 매연을 보며 ㅆㅂ, ㅆㅂ, ㄱㅆㅂ.

그것도 모자라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 2주마다 헌혈하던 때에는 우산도,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도 걱정이 없었는데... 대가리가 훌러덩~ 훌러덩~ 벗겨지는 바람에 그거 막겠다고 약 쳐먹고... 때문에 헌혈을 못해서(탈모 방지 약에 들어 있는 성분이 기형아 출산 확률을 높이기 때문에 탈모 약 먹는 냥반들은 절대로 헌혈하면 안 됩니다.) 가지고 있는 우산은 편의점 앞 파라솔 훔쳐온 걸로 오해 받을만한 사이즈의 거대 방풍 우산 뿐. 그걸 들고 제주까지 갈 수 없으니 이효리가 아무리 고민 고민하지 마~ 라 해봐야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버스 기다리다가는 100% 늦겠다 싶어 카카오 택시 호출! 1대에 호출 메시지를 전송!! 기달... 기달... 기달... 쌩 깐다!!!   잠시 후 두 대 늘어 3대에 전송!!!! 기달... 기달... 기달...   다 쌩 깐다!!!!! 씨바... T^T   잠시 후 다시 호출했지만 이번에도 3대 모두 무시. '오전 내내 빈 차로 돌아다녀라' 저주를 퍼부은 뒤 비 맞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빗 길을 광속으로 달리는 버스가 미처 멈추지 못해 그냥 지나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데 다행히 앞에 잘 서줬다. 버스 타서 시계 보니... 아무래도 늦을 삘... 버스가 멈출 때마다 '왜 급할 때에는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 무정차로 통과하는 꼴을 못 보는가' 궁금해하고... 조마조마해 하는 와중에 다행히도 그리 늦지 않게 도착했다.

바로 공항 버스 타는 곳으로 가서 비 피한답시고 실내로 들어갔는데... 들어가는 그 찰라의 순간에 공항 버스 도착. 실내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으려고 좌측 어깨를 비껴 내리며 우측 손으로 오른 어깨 끈을 파지하는 순간! 버스를 봤네? 실내로 들어간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바로 다시 나와 버스 탔다. 이제 공항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릴테니 한 숨 자면... 자면... 응? 뭐지? 왜 막히지? -_ㅡ;;;


공항 가는 길이 엄청나게 막힌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막힌 적 없었... 아, 지금까지는 거의 새벽에 버스 탔었지... -ㅅ-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버스 전용 차선 있지 않나? 왜 막히지? 급한 마음에 네×버 지도로 경로 검색해보니... 한 시간 넘게 걸린단다. 그렇다는 건... 지각 확정. 예약한 비행기는 못 탄다. 내가 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는 이미 활주로 위를 달리고 있겠지.

조급해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포기했다. 40년 가까이 살다보니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다.' 보다는 '포기는 빠를수록 편하다.'가 더 진리에 가까운 말인 걸 알았거든. 훗. 깨달음이 빠른 남자, 나란 남자. 그래도 공짜 표가 순식간에 돈 내는 표로 바뀌게 되었다 생각하니 속은 쓰리더라. 국제선은 두 시간 전 공항 도착, 국내선은 한 시간 전 공항 도착이라며 국내선 무시한 벌을 이렇게 받는고나. 그냥 내 돈 주고 비행기 타야겠고나.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김포 공항 무시하지 않을게요. 국내선을 우습게 보지 않을게요. 그... 런... 데...


문자가 왔다. 11시 20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11시 40분으로 늦춰져서 미안하다고.  응? 뭬야? 지금 원래 예정보다 20분이나 늦게 뜬다는 거냐? 그렇다는 거냐? 정말이냐? 공항 가는 도로 위에서 염통 쫄리고 있는 거 알고 놀리는 거 아니냐?

세상에나! 어찌 이런 일이!! 왜 미안하냐!!! 사람이 일 하다 보면 좀 늦기도 하는 거지. 여유롭게 살자. 힘내라, 아시아나! 아니, 힘내지 마!! 좀 더 느긋하자, 우리. 영화 상영 시간 지나도 광고 쳐하는 CGV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발이 늦어진다는 메시지를 보니 마음이 다시 조급해졌다. 버스에서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주구장창 옹알거리는 사이 공항 도착. 시계를 보니 15분이다. 출발 20분 전에 수속을 마쳐야 하니 5분 밖에 남지않았다! 서둘러 내려 공항 안으로 들어갔는데 발권하는 곳마다 줄이 제법 길다. 기다리다가 늦겠다 싶어 한 번도 이용해보지 못한 자동 발권기로 향했다. 뭐, 그 동안은 저가 항공사 이용하느라 자동 발권기 보지도 못했... -ㅅ- (아, 피치는 자동 발권기 있었는데 여권 인식도 더럽게 못하고... 짜증스러웠다.)





중간에 좌석 다시 선택하겠느냐고 묻던데... 야 이 ㅆㅂ 늦었는데 좌석이고 나발이고, 기장 무릎에 앉아서 가래도 갈 판이고만은. -ㅅ-   그 정도로 급박했다. 그냥 무조건 다음, 다음 눌렀더니 표가 나왔다. 정말 없어보이는 얇디 얇은 종이 비행기 표. 부리나케 위로 뛰어올라가 보안 검색 마치고 화장실 들렸다가 게이트 쪽으로 가니 바로 입장 가능. 노약자나 아이 데리고 있는 사람부터 입장하는 거였는데 나는 거기 해당 안 함에도 불구하고 막지 않더라. 이유는 잠시 후 알게 되었지.





내 의사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컴퓨터가 알아서 잡아준 내 자리는 38D. 카트 위에 가지런히 놓인 신문들을 보며 '저가 항공사 이용할 때에는 저런 거 못 봤는데 그래도 아시아나는 아직 신문 주는구나~' 생각하며 안으로 후루룩 들어갔더니... 갔더니... 맨~ 뒷 자리다. 살다 살다 비행기 맨 뒷 자리는 처음 타 본다. 아... 그래서 들어갈 때 안 막았고나. 나 들어가고 나서 다른 승객들 입장 시켰고나. 아... 그랬고나... ㅠ_ㅠ   바로 귀 뒤에서 스튜어디스들이 달그락~ 달그락~ -ㅁ-




『 위에서 펼쳐지는 스크린은 저가 항공 이용할 때 못 보던 장비(?). ㅋㅋㅋ 』



내 자리는 통로 쪽이었는데 오른쪽에 앉을 사람들이 늦게 왔다. 아이보리로 깔맞춤한 남자와 여자. 커플인 줄 알았는데 일 때문에 만난 사이인 듯. 일어서서 비켜주었는데 남자가 여자한테 창가 자리를 양보해서 여자가 들어가다가 중간에 앉겠다 하는 바람에 나왔다 들어갔다 하더라. 때문에 통로에 한참을 서 있었다.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할 것이지, 지들끼리 조잘거리며 앉는다. 야 이 못 배워쳐먹은 ㅅㄲ들아, 니들 때문에 통로에 한참 서있어야 했던 사람한테 미안하다 한 마디 하면 주둥이에서 생선 뼈가 돋아나냐!

자리에 앉아 벨트를 채우고 노래 듣고 있는데 통로 건너 옆 자리는 텅 비어 있는 게 보였다. '출발하면 테트리스 작대기 옮기듯 잽싸게 창가로 옮겨야지~' 하고 궁둥이를 들썩들썩하고 있는데... 알록달록 등산복으로 곱게 포장된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와 자리를 차지했다. -ㅁ-   그렇게 창가 자리는 안녕. 비를 쏟아내는 구름 위로 올라가자 쾌청! 뭐, 이런 걸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안녕. -ㅅ-



제주 도착!

이륙하고 나서 이내 시작된 음료 서비스. 콜라가 먹고 싶었은데 몸에 안 좋은 술은 그렇게 쳐먹으면서 이럴 때에는 건강 생각한답시고 '물 주세요.' 한다. -ㅅ-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이내 도착. 맨 뒷 자리니까 천천히 내려야겠고만~ 하고 느긋하게 움직였더니 사람들 다 내리고 없네. ㅋㅋㅋ   스튜어디스 분들에게 까딱 까딱 목례하면서 내렸다.




렌터 카 셔틀이 오는 곳(롯데 렌터 카는 4번과 5번 게이트 앞입니다.)을 확인한 뒤 나갔더니 콤비 한 대가 서 있는데 이미 만석. 이쪽 저쪽에서 치고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새치기 당할까봐 긴장하는 와중에 대형 버스가 와서 그걸 타고 익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창 밖으로는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 아, 비 온다더니 정말 오는고나.


텅 빈 식당에 들어가면 얼마 후에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황금과도 같은 나인데... 제주 갈 때마다 이용하는 렌터 카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금호 렌터 카 시절부터 이용해왔는데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금호에서 KT로, KT에서 롯데로 넘어갔다. -ㅅ-

20분 늦게 출발했으니 당연히 도착도 늦었고... 사무실 안에 들어가니 예약자 안내 스크린에 내 이름이 떠있긴 한데 먼저 온 사람이 차를 빌리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롯데 렌터 카는 금호 KT 렌터 카 시절부터 '익스프레스 서비스'라 해서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몇 가지 절차를 더 거치면 실제 차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줄어드는 훌륭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날은 익스프레스 예약을 하지 않은 중년 커플이 자리를 차지한 채 한참을 뚱뚱땅땅거리고 있어서 짜증이 좀 났다. 번호표 뽑아서 순서 기다리면 될 것을, 비어 있다고 덜컥 들이대니...




아무튼... 꽤나 오래 기다렸다가 차를 받았다. 처음 타보는 모닝. 같이 일하는 분 중 한 명이 모닝을 타기에 USB 포트 있냐 물었더니 없단다. 정말 없을까 싶었는데... 있더라. 심지어 AUX 포트도 있었다. 역시 연식이 문제인 모양이다.

일단 차 주위를 한 바퀴 돌아 흠집 여부를 확인했다. 차체에는 별 흠집이 없는데 휠 커버는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일부러 그런 디자인을 채용했다고 해도 믿을만큼 네 개의 휠 커버 모두에 엄청난 스크래치가. ㄷㄷㄷ   휠 커버를 어이 없는 눈으로 보고 있노라니 직원이 휠 커버는 더 긁어먹어도 되니 신경쓰지 말란다. 아저씨~ 지금 상태에서 더 긁어먹으면 조선 태종이 낳은 애들(스물아홉 명)한테 피자 갈라주듯 산산조각날 것 같은데요?


미리 챙겨간 USB를 포트에 꽂으니 문제없이 노래가 잘 나온다. 차에서 노래 들으려면 USB 포맷할 때 FAT32로 하고 노래 넣어야 한다. 지난 9월에 NTFS로 포맷한 USB를 들고 갔다가 차에서 인식 못해서 게스트하우스 컴퓨터로 한참을 쌩 쇼 했었더랬지.





첫 목적지는 수월봉으로 정했기에 내비게이션에 입력을 하고 출발했다가 사이드 미러와 룸 미러를 조절하지 않았기에 잠깐 멈춰서 내 사이즈에 맞게 조절하고... 우웅~ 하고 나가는데 공항까지 왔다갔다 하는 셔틀 버스가 불쑥! 튀어나온다.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엄청난 제동력! 퍽! 하고 멈춘다. 세상에나... 이 엄청난 제동력이라니... 옛날에 티코가 고속도로에서 껌 밟으면 멈춘다고 했는데 그 때 이런 느낌이려나? -_ㅡ;;;


더 놀라운 건... 스티어링 휠(핸들 ×)에 크루즈 버튼이 있다!!! ⊙˛⊙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어서 신호 걸렸을 때 네×버 검색해봤다. 검색 결과로 동작법을 대충 익혀 해보니... 된다!!!   엑셀러레이터 밟고 있다가 SET 쪽으로 끌어내리니 그 속도가 유지된다! 세상에나... 경차에 크루즈 시스템이라니... ㄷㄷㄷ

다만... 내가 아는 크루즈 시스템은 특정 속도로 설정을 하면 앞 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속도를 자동으로 줄이고, 거리가 멀어지면 다시 속도를 내서 그 속도를 유지하는 건데... 모닝의 크루즈는 특정 속도를 유지하는 기능 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앞 차와 거리가 가까워져도 속도가 줄지 않는다. 60㎞/H 이상 내고 있는데 5M 앞에서도 감속 안 하는 걸 보면 감속 후 재가속 기능은 없는 게 확실하다.   브레이크 밟으면 크루즈가 해제된다. 비싼 중형이나 대형 세단에 탑재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차에 달린 크루즈 시스템이라 많이 놀랐다. 공장에서 나온 지 7년이 지난 내 차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크흡~ ㅠ_ㅠ





수월봉

제주시 쪽은 하, 허, 호 번호판 달면 신호나 차선 무시해도 되는 줄 아는 관광객들과 그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거주민들의 차가 뒤섞여 운전하기가 상당히 험하다. 공항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좌회전하는데 오른쪽에서 돌아나오는 차가 유난히 붙는다 싶어 나도 1차선 쪽으로 좀 붙었거든. 1차선에서 오던 차가 빵빵거리고... 미안하긴 한데... 그렇게 안 했으면 여행 시작하자마자 사고 나서 시간 까먹었을 거다. 아니, 바깥쪽 좌회전 차선에서 쳐돌면서 왜 안 쪽으로 파고드는지 알 수가 없다. 레이서인가? 차선 지킬 줄도 모르는 ㅄ한테 왜 면허를 주는 거냐고!


아무튼... 첫 목적지는 수월봉이다.




빗길을 여유롭게 달려 도착. 아래 쪽에는 뭔가 공사 현장이 펼쳐져 있고... 포장된 도로가 있어 멈추지 않고 계속 가다보니 수월봉까지 길이 이어져있다. 수월봉까지는 차로 올라가는 게 가능하다. 처음에는 차 세워두고 걸어갈까 했는데 차로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방금 전 내가 왜 그런 ㅄ 같은 생각을 했나 후회 되더라. 






나보다 먼저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차를 세워둔 뒤 카메라를 들고 내려 흐린 하늘 아래 제주의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적당히 사진 찍고... 화장실에 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고산 기상대로 향했다.





올레 표지판이 보이기에 봤더니 12 코스 중 일부였다. 정말 올레 코스만 다 걸으면 제주는 꼼꼼히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한 달 정도 쉬면서 올레 코스 싹 돌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날이 올랑가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휴직계 던지고 제주 올레와 산티아고 걷고 싶은데. 그렇게 했다가는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지. ㅠ_ㅠ




『 7 WONDERS 보면 사기 당한 걸 자랑 삼다니...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 이거 먹어도 되는 건지 아닌지 지금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에는 먹었던 것도 같은데(손에 잡히면 다 입으로 쳐넣는 즐거운 유년 시절)... 대가리 굵어지고 나서는 수업 전에 코에 넣었다가... 수업 시작하면 코를 눌러 터뜨려서 코피 난다고 선생님 속여 양호실 가 퍼질러 잤던 기억이... -_ㅡ;;; 




『 S band면... 2,000 ~ 4,000 ㎒ 대역인가? -ㅁ- 




2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간 뒤(1층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ㄱㄱ. 사실은 6층 레이더 실에 가보고 싶었지만 통제 구역이다. -ㅅ-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진짜 멋있더라. 저렇게 그림으로 앞에 보이는 곳을 설명해 놓아서 보기도 좋고. 지명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산 기상대 전망대는 안 거칠 것 같은데 들렀다 가는 것도 좋을 듯. 사진 찍고 방명록 적은 뒤 내려왔다. 예전 같으면 참으로 센스 넘치는 멋지구리한 글을 남기고 연락처 살포시 적어놓았을텐데 이젠 누가 봐도 아저씨 티 나는 영감 같은 글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써진다. 한자 안 쓴 게 어디냐며 자위했다. -ㅅ-






찰리 아저씨 맛 집

제주 공항 도착하자마자 공항에 있는 식당에서 밥 먹을 계획이었다. 공항 식당의 맛을 그리 기대하지는 않지만 해물 뚝배기라면 일단 기본은 할테니까. 그런데 '제주 공항 도착하면 밥 먹고 가야지~' 라 생각하면서 비행기가 공항 도착하는 시간으로 렌터 카 예약해버린 바보 멍청이. -ㅅ-   더구나 20분 늦게 떠서 그만큼 늦게 도착했으니 렌터 카부터 받으러 가야 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아무 것도 안 먹었으니 이 날 눈 뜬 후 먹은 건 비행기 안에서 마신 물 뿐.

수월봉 근처에 밥 먹을만한 곳이 있을까 싶어 티 맵을 켠 뒤 맛집을 검색하니까... 어라? '찰리 아저씨 맛 집'이 나온다? 지난 9월에 제주 갔을 때 장사 안 해서 헛걸음했던 곳인데... 그러고보니 도로가 좀 낯익다. 아하~ 지난 번에 왔던 곳이로고만. ㅋㅋㅋ




바깥에 사장님이 나와 있었는데 가게 앞에 차 대는 걸 빤히 지켜보기에 식사 되냐고 물었다. 몇 명이냐고 해서 한 명이랬더니 들어오라고. 다른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반말이었다(나이보다 어리게 쳐입고 다니긴 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면 초등학생한테도 반말 안 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런 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욕쟁이 할머니가 유행했던 것처럼 친근함의 표시로 반말이나 욕하는 정서가 있는 우리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그~렇~게 제주 다니면서도 고기 국수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기에 고기 국수를 주문하고... 지난 9월에 왔었는데 장사 안 해서 그냥 갔다 하자 아내 되시는 분이 췌장암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20일 가량 장사를 못 했는데 그 때 온 모양이다 하신다. 지금도 삼성 병원에서 치료 받고 계신다고. 다시 찾아왔다니까 반가워하시네. ㅋ

안에서 달그락~ 달그락~ 국수를 만드시더니 이내 먹으라고 내어 주신다. 고기 국수는 제대로 못 하는 집에서 먹으면 고기 누린내와 느끼한 국물 때문에 맛있다 소리가 절대 안 나오는 음식인데... 여긴 괜찮았다. 고기 누린내도 나지 않았고 겨자를 푼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국물도 느끼하지 않았다. 유부도 맘에 들었고. 맛있게 먹고 계산한 뒤 인사하고 나왔다.





2015년 11월 18일 현재 기준, 네×버에서 '찰리 아저씨'로 블로그 검색하면 세 번째 나오는 글(http://tmssdd.blog.me/220425490729). 원래는 맨 위에 있었는데 좀 내려간 모양이다. 아무튼, 저 글을 보고 좀 고민하긴 했는데... 다녀온 소감을 적자면... 제주 가면 이 집은 꼭 가야해요! 라고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음식만 맛있다면 뭐가 문제겠냐는 사람들에게야 친절함 같은 건 얘기할 필요도 없는 거지만... 고기 국수 잘하는 집은 제주시에 차고 넘친다고, 국수 거리 가면 정말 맛있는 고기 국수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국수 거리 쪽에 주차가 너무 불편해서 그동안 안 갔던 건데... 아무튼, 친절함 쪽과는 담을 쌓은 집이다. 처음 보는 손님에게 반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두 가지 메뉴 이상 주문하지 말라는 것도, 소액은 카드 결제 말라는 것도 손님을 고려한 정책은 아니다. '맛 집이니까 아쉬워도 주는대로 먹어라' 라고 말하는 듯한 인상? 나 같은 경우는 무례함보다는 친근함이 조금 컸기에 그러려니 하고 잘 먹고 나왔지만... 메뉴 통일을 강제한다거나 초면에 반말하는 건 충분히 불쾌해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제주시의 국수 거리에서 파는 고기 국수보다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잘하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다!' 가 음식점 하는 사람들의 기본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면 사장님은 지나치게 내 편한대로 장사하시는 게 아닐까 싶다.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겠지만... '어떤 음식과 비교해도 자신있는 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영광인 줄 알아라' VS '돈 내고 내가 만든 음식 먹어줘서 고맙다'의 경우 후자를 선택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한테 가라, 가! 할 수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가지 말라 말리기도 애매하니... 결국 선택은 스스로의 몫. -ㅅ-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밥 먹고 나서 숙소인 산방산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벌써 5년째인가? 제주 갈 때마다 머무는 곳이다. 밥 먹은 곳에서 멀지 않은 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10㎞ 이상 떨어져 있는 걸로 나온다. 지나는 차가 거의 없어 크루즈 기능으로 여유롭게 이동했다. 가속, 감속도 알아서 해주고 차선 이탈도 막아주고, 스티어링 휠 돌리는 거 말고는 할 게 없는 세상이라니... 무인 자동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라고 해봐야, 나 어릴 때 봤던 책에서는 21세기에 자동차가 날아다닌다 했었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체크 인 하고...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편한 옷으로 갈아 입은 뒤 064-794-2940으로 전화를 걸었다. 용머리 해안 출입이 가능한지 전화로 물어볼 수 있다. 그런데... 통제란다. 날씨가 구려 예상은 했지만 좀 슬펐다. 용머리 해안에서 할머니가 썰어주는 전복 회에 소주 한 병 까는 게  이 날의 유일한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_ㅡ;;;


용머리 해안도 못 가고... 달리 갈 데도 없어서 온천에나 가기로 했다. 산방산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비용이 15,000원인데 5,000원을 더 내면 온천을 2회 이용할 수 있다. 따로 온천에서 돈 내는 것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이렇게 이용하는 편이 낫다. 지난 9월에도 온천 같이 이용하는 걸로 예약해놓고 같이 간 선배가 번거로워해서 안 갔는데... 이번에는 숙소에 가방 던져놓고 바로 온천 ㄱㄱ.


외출할 때 늘 가지고 다니는 기기가 여럿이다. 스마트 폰(갤럭시 S6 엣지)에, MP3 플레이어로 사용하는 전에 쓰던 스마트 폰(엑스페리아 Z2)에, 태블릿(엑스페리아 Z2)에, 스마트 워치(기어 S2)에,... 전부 마이크로 5핀 충전 포트를 사용하는 기기이긴 한데... 네 대나 되니 충전기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도 일이라서 동시에 다섯 개의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멀티 USB 충전기를 사서 쓰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도 그 녀석 믿고 갔는데...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케이블만 잔뜩 챙기고 충전기는 놓고 온 걸 이 때 처음 알았다. -_ㅡ;;;

사무실 가서 남는 충전기 있냐고 물어보니 사무실에서 충전을 해줄 수는 있는데 빌려주는 건 안 된단다. 일단 포기하고 온천으로 갔다.



산방산 탄산 온천은 몇 번 갔었지만 노천탕은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 이번에 노천탕 한 번 이용해볼까 했는데... 수영복이 있어야 한단다. 아... 남녀가 같은 곳을 이용하는고나. 나 같은 아저씨와 할머니들로 넘쳐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이용은 해보고 싶었다. 노천탕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수영복을 빌리기 싫다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결국 포기했지만. -ㅅ-   다음에는 수영복 챙겨서 노천탕 가봐야지. ㅋ

안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탕에 몸을 담궜다. 실내 사진을 찍고 싶어서 태블릿을 들고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죄다 힐끗힐끗 쳐다본다. 하긴... 뭔 미친 ×이 태블릿 들고 물에 들어가냐 싶겠지. 훗. Z2는 완전 방수가 된답니다~ ㅋㅋㅋ   사실 MP3으로 활용하는 스마트 폰 Z2가 더 낫긴 한데... 한 쪽 방수 탭이 좀 너덜너덜한 상태라 불안해서 태블릿 들고 갔다. 사람들 안 나오게 천장 쪽으로 해서 실내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물 묻으니 터치가 미친 × 널 뛰듯 지 맘대로 난리인데다가 사람들이 하도 힐끗힐끗 봐서 못 찍었다. ㅠ_ㅠ


온천이라 하면 대개 엄청나게 뜨거운 물을 상상하는데, 산방산 탄산 온천은 미지근한 물이다. 아니, 처음 몸에 닿으면 차가워! 할 정도? 설명을 읽어보니 체온과 별 차이가 없는데 땅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식어 따뜻한 느낌은 안 든다고 한다. 다만 수온이 체온과 비슷하니 물에 몸 담그고 있으면 처음처럼 차갑다는 느낌은 안 든다고. 실제로도 그랬다. 물에서 비릿한 쇠 냄새 나는 게 탄산 삘 나기도 했고.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으니 사우나도 가고 그랬음 좋겠는데 태블릿이 영 거슬려서... 적당히 탕에 담그다가 씻고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니 친구 사이로 보이는 일행 셋이 방에 들어와 있다. 간단히 인사하고... 내 자리에 누워 빈둥거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꽤나 잔 것 같았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 있었고... 더워서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건지 모기가 엄청나게 설쳐대고 있었다. 이미 몇 방 물려서 벅벅 긁어대다가 손과 스프레이 모기 약으로 몇 마리 살처분하고... 그러다 바베큐 시간이 되어 방에 남아 있는 모기약을 다 뿌린 뒤 밖으로 나갔다.


지난 9월에 엄청난 사람들을 보고 깜딱 놀랐는데... 이 날도 만만치 않았다. 와~ 사람들 진짜 많더라. 금요일 저녁의 산방산은 이제 만석이 기본인 듯. 그 넓은 바베큐장이 꽉 찼다. 적당히 자리 잡고 먹기 시작하는데... 같이 앉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유쾌하다. ① 스물 일곱 먹은 엄청난 덩치의 前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스탭. 그 때에는 아닌 것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예전에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들락거릴 때의 스탭이 맞는 것 같다. 스탭으로 있다가 손님으로는 처음 왔다 하는데... 뭔가 익숙하고 많이 나설 것 같이 굴더니 시나브로 사라져버렸다.  ②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①을 만나 동행하기로 했다는 조성모 닮은 젊은이. 이 친구도 성격 참 좋더라. 이런저런 심부름에도 귀찮은 티 안 내고.  ③ 스물두 살 먹은 처자.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라 한다. 대부분 남자들의 로망인 엄청 긴 생머리가 찰랑찰랑. 예쁘다. 거기다 애교도 있고. 인기 많겠고나 싶더라. 아오, 10년만 젊었어도!(...가 아니라 10년 더 젊어봐야 뭘 어쩌겠냐고. ㅋㅋㅋ)  ④ 밀러 맥주 홍보 팀에 있다는 젊은이. 스물 여섯이랬던가? 엄청 유쾌한 성격을 가진 친구였다. 이 친구 덕분에 엄청 웃었다.  ⑤ ④와 친구인 동갑 젊은이. 잘 생겼다. 말빨은 ④한테 안 되지만 말로 형언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그리고 옆 자리에서 합류한 세 친구. 서른 살의 젊은이 둘과 그들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한 분. 셋 중 한 명이 오뚜기 다닌다고 해서 농심, 동원, 오뚜기 아니었으면 난 진작에 아사했을 거라는 개드립 날리고... 오뚜기와 밀러 젊은이의 시너지 효과로 엄청 시끄러웠다. ㅋㅋㅋ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점잖은 분은 금방 사라졌고... 서른 살 젊은이 둘 중 한 명은 1차 마치고 꽐라되어 아웃.


예전 산방산은 새벽까지 마셔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23시에 정리하라 한다. 주변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단다. 그럴 것도 같다. 엄청 시끄러웠으니까.

남은 사람들끼리 더 먹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해안가 정자를 소개했는데... 가게 문 닫으면 술 살 때 없으니 미리 술 잔뜩 사버린 후 비가 쏟아진다. 정자는 지붕이 완전히 막힌 형태가 아니어서 비 맞으며 마셔야 하는 상황. 여기서 반 이상이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남아 있는 이들끼리 어떻게든 마셔보려 했지만 비가 꽤나 오는 상황이라 포기. 그 와중에 40,000원 가까이 주고 산 술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ㅁ-


숙소 들어와 퍼질러 자고...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니 같은 방 쓴 녀석들이 형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인사한다. 어제 2차 갔다가 비 맞고 먼저 돌아간 녀석들이다. 아침에 술 깨고 보면 확실히 뻘쭘하다. 어? 어어... 하고 어색하게 대답하고... 녀석들이 씻으러 간 건지 밥 먹으러 간 건지 방을 비웠을 때 짐을 정리해서 밖으로 나갔다. 앞을 막고 있던 차가 막 빠지려던 참이어서 차에 짐을 던져 놓고... 빠진 것 없나 확인하려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 매 년 들리는 곳이지만 또 사진 찍고. ㅋ 



방으로 돌아가 대충 휘이~ 둘러보고... 다시 차로 왔다. 어제 같이 술마신 한 살 어린 친구가 오늘 어디 가냐 묻기에 우도 간댔더니 어디 어디가 좋다고 얘기해준다. 고맙다고 뻘쭘하게 대답하고... 여행 잘하라는 인사 주고 받은 뒤 헤어졌다.


숙소에서 안 씻고 나와 바로 온천으로 갔다. 입장권을 보여주니까 그건 어제 냈어야 하는 거고 영수증을 달라 한다. 영수증이 가방 어딘가에서 배회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돈 내고 이용하겠다니까 그냥 올라가란다. ㅋ   안에 들어갔더니 어제 술 마실 때 본 사람들이 몇 몇 눈에 띈다. 어색하게 눈 맞추며 인사하고... 탕에 잠깐 들어갔다가 바로 씻고 나왔다. 나오면서 오뚜기 다닌다는 사람 만나서 오늘 낚시 갈 거냐고 묻고. ㅋㅋㅋ



오가네 전복 설렁탕(전복 물회 냉면)

지난 9월에 갔었던 '오가네 전복 설렁탕'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출발. 한 번 가봤던 길이라 눈에 익다. 들어가니 지난 9월보다 사람이 더 많다. 주말이라 그런가? 빈 자리에 앉았는데 꽤 오랫동안 주문 받으러 안 온다. 해 지기 전에야 오겠지 싶어 부르지 않았는데 시간이 좀 더 지나 주문 받으러 왔다. 냉면 시키고... 전복 껍데기 걷어내고 먹으라는 설명 들은 뒤 먹기 시작했다. 크으~ 날 것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이 냉면은 정말이지... 육지에서 팔아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다. 뭔가 굉장히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푸짐한 해물과 엄청난 색감 & 식감이 일품이다. 아울러 가격도 일품이지. 15,000원. -ㅅ-   술이 안 깬 덕분에 국물은 한 방울도 안 마시고, 혹시나 방치한 전복이 국물 속에서 방황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젓가락으로 한참을 휘젓다가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 들러 아이스크림 하나 빨고 가려 했는데 이미 차로 와버렸다. 차에서 편의점까지 열댓 걸음 되려나? 그거 걷기 싫어서 아이스크림 포기했다. -_ㅡ;;;




성산항

바로 성산항 찍고 출발. 내비게이션 덕분에 헤매지 않고 잘 갔는데... 주말이라 그런가 차를 댈 곳이 없다. 빙빙 돌다가 주차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 의지가 아니라 가라는대로 갔더니 그만... -ㅅ-   적당히 가다가 유턴해서 다시 주차장 진입. 자리 없는 거 아니까 아까 안 갔던 곳으로 갔는데 거기도 자리가 없다. 결국 제대로 된 주차장이 아니라 좀 외진 곳의 적당한 자리를 잡아 차를 세웠다. 주차선만 안 그어져 있을 뿐이지 누가 봐도 절묘한 포인트인데... 하지 말라는 짓은 좀처럼 안 하는 나인지라 불안하다. 남들이 보면 엄청 까져서 막 살 것 같은 나이지만 어지간한 표창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훌륭한 준법 시민이다, 내가. -ㅅ-

주차할 때만 해도 나 말고는 다른 차가 한 대 뿐이었는데 순식간에 대여섯 대가 와버렸다. 주말의 성산항은 그만큼 미어터진다. 그러고보면 우도 들어가는 배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나가는 배는 휑~ 한데... 정작 우도에서는 사람이 그닥 많이 안 보인다. 다들 클로킹한 채 캠핑하는 건가. -_ㅡ;;;


너무 졸려 시트를 눕히고 누워 있었다. 모닝 시트, 엄청나게 눕혀진다. 거의 180도 가까이. 조수석에 앉은 여자 친구와 수줍게 키스하며 시트 조절 버튼 건드렸다가 졸지에 덮치는 장면 연출될만큼 뒤로 벌러덩 자빠지는 시트.   막상 자려고 누우니 잠이 안 와서... 그냥 바로 우도 넘어가기로 했다. 화장실 들러 세상에서 가장 편한 다이어트 한 판 때리고... 표 샀다. 우도에서 1박 하면 편도만 끊어준다. 천진항 갈 거라고 했더니 배 탈 때 얘기하란다. 배 타는 곳으로 가서 표 받는 분에게 천진항으로 간다 했더니 먼 쪽 배를 가리키며 타라 한다. 지금 출발하니 빨리 타라고. 다다다다 뛰어가서 배에 올랐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맨 뒤로 가서 사진 찍으며 우도로 향했다.   




『 보라색의 이 배는 천진항이 아니라 하우목항으로 가는 배다. 』
















우도 넘어가면서 깨달았다. 카메라 잘못 들고 온 것을. -_ㅡ;;;

딱히 사진 찍는 일이 많지 않지만 DSLR은 욕심나는지라... 입문용 기기라는 캐논 EOS 1100D를 샀었다. 사놓고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있다가... 일본 여행 다니면서 미러리스 카메라 한 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알아보던 중 소니 α5100이 그닥 싸지도 않거니와 기존의 1100D와 렌즈 호환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캐논 EOS 100D를 질렀다. 100D의 번들 렌즈 중 일명 팬 케이크라 불리우는 단 렌즈가 있는데... 이 녀석을 달고 갔었다.

DSLR과 손전화 카메라를 번갈아 써보니... 인물 사진이 아니라 풍경 사진만 찍어대는 내게는 스마트 폰 카메라로 충분하다는 결론. 화소 수로만 따지면 Z2 쪽이 100D보다 나은(Z2 수동 촬영 시에만 2,000만 화소 넘긴 하지만. 그리고 카메라 성능은 화소 수가 전부는 아니지만. 아무튼. -ㅅ-)데다 광각이라 풍경 사진은 스마트 폰이 훨씬 나은 거다.


그렇게 괜히 DSLR 들고 왔다며 후회하는 중 우도 도착. 우도 들어와서 어제 같이 술 마셨던 스물둘 처자에게 여행 잘 하고 있냐니까 몸이 안 좋아서 여행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단다. 헐!   술병 + 감기라네. 아이고~   밤에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비 맞히고 술 먹어서 그런가보다. 미안해라... ㅠ_ㅠ



우도






『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에서 가장 싼 집이라 소개한 집은 망한 듯... 



지난 해에 친구들과 왔을 때와 확실히 다른 풍경이다. 지난 번에는 하우목항에서 내렸던 모양이다. 천진항에서 내리면 가운데 석조물을 중심으로 한 로터리가 있고... 거기서 바로 쉼팡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주변을 대충 둘러봐야 하는데 내비게이션부터 찾은 나는... 멍청하게 코 앞에 있는 쉼팡 게스트하우스를 보지 못했다. -ㅅ-

상호로는 네×버 지도가 검색 결과를 내놓지 못하기에 주소로 검색했더니 바로 코 앞. 응? 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앞에 뻔히 보인다. -_ㅡ;;;



숙소 들어가서 사진부터 냅다 찍고... 부엌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니 어려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예약했냐고 묻는다. 앞에 펼쳐놓은 노트에 내 이름이 뙇!   인사하고... 체크 인은 13시부터라기에 가방만 좀 맡기겠다 했다. 충전기 좀 빌릴 수 있냐니까 여기서도 안 된다는 대답. ㅠ_ㅠ





『 쉼팡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다와 버스 정류장이 바로 보인다. 』




바이크 대여해준다기에 15,000원 내고 두 시간 빌렸다. 땡겨보니... 잘 나간다. 우도에서 흔하지 않은 80cc 바이크라고 나중에 자랑하더라. ㅋㅋㅋ   바이크 타고 길 따라 쭈욱~ 가니 이내 검멀레. 바이크 세워두고 지난 번에 친구들과 왔을 때에는 가지 못했던 등대 공원으로 향했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 어깨에 딱! 걸쳐 맸는데... 비가 제법 쏟아진다. 도저히 맞고 갈 비가 아니라서 고민. 우비 입어야 하나? 더울텐데. 우산 살까? 불편할 거야. 어쩌지? 그냥 맞을까? 제법 오는데? 오뎅이나 쳐먹을까? 그러던 와중에 비가 좀 덜 내리는 것 같아 양반님 행차 모드로 변경했다. 비가 와도 뛰지 않는 양반님은 도포 자락으로 마을 어귀 다 쓸며 어기적 어기적 걷지. ㅋㅋㅋ









『 숙소에서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온 저수지.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섬 저수지가 뭐 볼 게 있을라고~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등대 공원 올라가는 길에 다 보인다. ㅋㅋㅋ












『 설문대 할망 소원 항아리란다. 조금도 할망으로 보이지 않지만 할망도 소싯적 잘 나가던 꽃처녀일 때가 있었을테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자. 거대한 손과 발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왼 손에 들고 있는 항아리에 동전 넣고 소원 빌라는 거였는데, 투자가 커야 수익도 크다지만 500원 짜리 던지는 건 바보 짓이다 싶어 100원 짜리 하나 꺼냈다. 딱히 빌 소원이라고는 로또 1등 당첨 뿐이라서 '이번 주 로또 1등이요~' 하고 투척! 백 보드 맞지도 않고 깔끔하게 들어가는 클린 샷. 농구 안 한 지 한참 됐는데 아직 안 죽었어. ㅋㅋㅋ




『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관련된 글을 읽은 게 초등학교 때인데... 그 이후로 파로스 등대 언급하는 걸 거의 못 보다가 여기서 본다. 





『 아름다운 우리나라 등대 16경에 포항 호미곶 등대도 올라가 있다. 호미곶은 호미곶 게스트하우스가 유명합니다, 여러분. 거기 해병대 장교 출신 사장님 계신데 술 먹다 삘 받으면 팔아야 할 맥주를 짝으로 들고와서 막 푼다는... 남는 게 있을까 걱정이 될만큼 부어라 마셔라 즐거웠던 곳입니다. ㅋㅋㅋ 』









『 엄청난, 정말 멋진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언제쯤 저런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될까? 인생 샷 한 방 남기고 싶다. 



밖으로 나와 길 따라 내려가니 등대 미니어처들이 많이 보인다.





『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무덤. 저렇게 하지 않으면 말이나 소가 와서 무덤을 훼손하고 불을 놓았을 때 무덤이 상하는 일이 있어 돌로 둘러 치는 거라 한다. 




『 뭔 용도의 레이더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돌고 있었다. 』
















등대 공원 정상의 등대 박물관도 보고... 공원에 전시된 이런 저런 조형물도 보는데... 앙칼진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있는데도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헤드폰을 벗고 뭔 소리인가 들어보니... 웬 아줌마가 자기 전에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라도 쳐 읽었는지 엄청난 자신감으로 통화 중이었다(정작 외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잔소리였어!). 입 좀 닥치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 좋은 분위기에서 대체 왜 저러는 건지... 누군가의 아내일테고 누군가의 엄마일테니 험한 욕은 참겠는데... 저런 세상 혼자 사는 것들, 경멸한다.






길 따라 계속 가면 바이크 세워둔 곳과 너무 멀어질 것 같아 온 길로 되돌아갔다. 가는 중에도 부지런히 사진 찍어댔고.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있었고. 뭐라도 사먹을까 하다가 제대로 된 밥 먹자 싶어 그냥 바이크에 올랐다. 잠깐 가다가 괜찮은 풍경 보이면 사진 찍고... 그러다 비양도에 도착했다.



비양도


지난 해에 친구들과 왔을 때 소라 구이만 먹고 등대 쪽으로는 가보지 못했는데 이 날은 혼자였으니까... 등대까지 가보기로 했다. 길 따라 가는데 바닷물이 길 위로 넘실넘실. 나와 같은 시기에 등대로 향하던 이들이 어찌할 줄 몰라 한다. 아줌마가 못 간다며 손사례를 치자 같이 있던 아저씨가 이렇게 가는 거라며 옆의 검은 돌 밟고 전진! 했으나 이내 멈추더라. 어차피 갈 거면, 뭐... 라 생각해서 신발이랑 양말 벗고 맨 발로 진입했다. 내 꼴을 보더니 커플도 망설이다 신발을 벗었는데... 남자만 벗고 여자 엎더라. 바닥 엄청 미끄러웠는데... 젠장할 것들... 염장질이라니... 넘어지지도 않고 잘도 오네(는 웃자고 하는 소리. 실제로는 넘어지면 위험할텐데 걱정했습니다. 진짜! 진짜로! -ㅅ-).













그렇게 열심히 사진 찍고... 되돌아가 지난 해에 소라 구이 먹었던 집에서 발 닦은 뒤 양말이랑 신발 신었다. 소라 구이 먹고 싶었는데... 혼자 20,000원 짜리 시켜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그냥 왔다. 하우목항 도착하니 바이크 반납까지 10분 정도 밖에 안 남아서... 부지런히 스로틀 당겨 숙소로 돌아갔다. 늦을까봐 빨리 왔댔더니 늦으면 늦는대로 오지 왜 그랬냐고, 추가 요금 안 받는다고. 뭐, 그래도 약속이니까. ㅋ


밥을 먹어야 했는데 맘에 드는 식당이 안 보인다. 어디가 맛 있냐고 물으니 여기는 다 ×이란다. -_ㅡ;;;   중간에 '해와 달 그리고 섬'에서 밥 먹을까 하다가 늦을까봐 그냥 온 게 후회됐다. 그래도 굶을 수는 없어서 먹을만한 곳이 전혀 없냐니까 느닷없이 만두 추천. -ㅅ-   만두는 별로 안 내켜서 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갔더니... 식사는 2인분부터 된단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는 중국 집으로 갔다.



소라 반점 & 홍차



짜장과 짬뽕 사이에서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짬뽕을 선택하는 나. 역시나 짬뽕을 선택했다. 한치 짬뽕이라기에 뭔가 했더니 한치 한 마리가 통으로. 게도 한 마리가 통으로. 그거 말고는 별 거 없다. 게 들어간 국물 요리 치고 이렇게 시원하지 않은 건 처음 먹어본다. 비주얼은 제법인데 맛은 별로였다. 비싸고. -ㅅ-   땅콩 막걸리 달랬더니 다 떨어졌대서(우도에서 음식 파는 집인데 땅콩 막걸리 다 떨어졌다니 말이냐 막걸리냐. -ㅅ-) 감귤 막걸리 마시면서 한참 동안 해산물과 사투를 벌인 뒤 밖으로 나갔다.


바로 옆에 음식점 겸 까페가 보이기에 들어가서 홍차 한 잔 달라 했다. 중국인인가 싶을 정도로 약간 어색한 발음을 하는 아줌마가 티백으로 홍차를 만들어주며 시럽 필요하냐 묻기에 괜찮다고 했다. 홍차 달라는 사람들이 시럽 많이 찾는단다. 흐음~ 이제는 달지 않아도 맛있다고 할 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려서... -ㅅ-








가게 안에 아무도 없었기에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손전화 만지작거리다~ 창 밖 보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유롭게 차 홀짝거리고 있노라니 아무 것도 안 하고 이렇게 빈둥거리며 살 수 있다면 좋겠는데 싶더라. 차를 다 마신 뒤 밖으로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



쉼팡 게스트하우스




숙소에서 해 지는 장면이 엄청 멋지기에 부지런히 사진 찍고... 바베큐 파티 할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다. 세 테이블 중 하나는 여자 게스트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은 커플과 파란 후드 티 입은 분이 앉아 있었기에 빈 테이블에 착석. 잠시 후 서글서글한 인상의 젊은이가 내 쪽 테이블로 왔다. 두툼한 고기를 굽고... 2,000원 짜리 한라산 소주 사서 바베큐 파티를 시작. 간단히 소개를 하고 고기 몇 점 집어먹고 있는데 처자 두 명이 늦게 도착해서 우리 테이블에 합석했다. 고기 구우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다보니 인상 좋은 젊은이와 처자들 모두 스물여덟의 동갑 친구. 오~ -ㅁ-   훈남, 훈녀인데 성격까지 좋아서... 왁자지껄 떠들며 신나게 먹었다.

쉼팡 역시 주민 항의 때문에 바베큐 파티를 일찍 끝냈는데... 일찍도 너무 일찍. 20시 30분이었다. 조용히 먹어도 안 되냐니까 안 된단다. ㅋ

테이블 당 한 사람이 자기 먹은 거 설거지 하라기에 나이 먹은 내가 하겠다 나서서 설거지 하고... 아쉬워서 남은 술과 안주 들고 배 타는 곳으로 갔다. 쉼팡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아쉬우면 항상 점령하는 곳이란다. ㅋㅋㅋ   거기서 술 좀 더 마시다가 숙소로 복귀.






바베큐 파티하기 전에 식당에 있던 충전기로 보조 배터리를 충전했기에 그 녀석으로 손전화와 엠피삼 플레이어, 태블릿과 스마트 워치를 번갈아 충전했다. 자다가 깨서 손전화 충전 다 된 거 보고 엠피삼 플레이어 충전하고... 그렇게 자다가 깨서 충전된 거 확인하고 태블릿 충전하고... 멍청하게 충전기 놓고 온 덕분에 아주 쌩 쇼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떠났다. 식당에서 컵라면을 아침으로 주고 있었는데 라면이라면 지긋지긋하게 먹어서 그런가 그닥 내키지 않는다. 물만 내리 세 컵을 마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뮝기적거리다가 대충 씻고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어제 하우목항에서 천진항까지 너무 빨리 지나왔기에 걸어서 하우목항까지 가기로 하고 슬렁슬렁 걸었다. 계속 흐리다가 이 날은 해가 쨍쨍했기에 부지런히 바다 사진 찍으면서.



천진항 → 하우목항


『 망한 줄 알았던 가게는, 성업 중이었다. 어제 휑한 모습은 자전거와 바이크가 다 대여되어서였나보다. -ㅁ- 』

















내내 어두운 하늘이었는데 이 날은 파란 자태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11월 중순인데도 따사로운 햇살~ 그닥 멀지 않은 거리라 금방 도착했다. 하우목항 도착하니 어제 같이 술 마셨던 스물여덟 동갑내기 세 친구한테 연락이 온다. 이제 게스트하우스 나선다고. 그러더니 보트 타자고 졸라댄다. ㅋㅋㅋ   나는 군대 있을 때 많이 탔으니 먼저 나가겠다고, 이따 제주에서 보자 하고 배 탔다.

차 세워둔 곳으로 가서 가방 던져 놓은 뒤 성산 일출봉 쪽에 가면 만날 가는 식당 가서 밥 먹고...




가시리 풍력 발전 단지

다음 목적지인 '가시리 풍력 발전 단지'로 향한다. 여기는 상호 검색이 안 되는 곳이라서 주소로 검색해야 한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뻥 뚫린 도로를 달려 풍력 발전 단지에 도착했다. 그저... 와아... 와아아... 와아아아... 감탄 밖에 안 나온다. 와아아아아...


















용눈이 오름

가시리 풍력 발전 단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용눈이 오름으로 이동했다. 용눈이 오름은 주차장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들을 다 수용하지 못해서 가는 길 양 쪽으로 차들이 잔뜩. 때문에 맞은 편에서 오는 차와 이리저리 피해서 곡예 운전을 해야 했다. 좁은 길에서 버스라도 만나면 후진으로 왔던 길을 다시 빠져 나가 길 터줘야 하는 곤란한 상황도 벌어진다. ㅠ_ㅠ










오름이 꽤 높은데 경사는 그럭저럭 괜찮고 길도 잘 정비된 상태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오름에 오르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뭔가 먹고 싶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서... 주차장에 있는 상점에 들렀는데 딱히 먹을만 한 게 안 보이... 보이... 아폴로!!! 꺄아아아아악!!! 아폴로!!! 아폴로가 있다! 세상에나! 냉큼 집어들었더니 세 개 1,000원이란다. 음료수랑 아폴로, 웰치스 젤리 사들고 출발. 오르는 내내 아폴로 오물거렸고, 오름 꼭대기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사방이 푸른 바다. 백령도나 제주도나 사방이 바다인 건 똑같은데 왜 백령도 있을 때에는 사방의 바다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까?


구경 잘 하고 내려와... '선녀와 나무꾼' 박물관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이동했다. 옛날 물건들 전시한 곳이라기에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도착하자마자 가야 하나? 싶었다. 날씨가 좋아서 실내에서 보내는 게 꺼려지기도 했거니와 대형 버스가 잔뜩 주차된 걸 보니 사람들 많을 게 분명해서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다.

차를 세워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가지 말자 결론 내리고... 길 건너의 편의점에 들러 삼각 김밥이랑 과자, 음료수를 샀다. 그리고 사려니 숲길로 ㄱㄱ. 붉은 오름 쪽으로 가서 물찻 오름 방향으로 나가려면 시간도 꽤 걸리는데다 차 세워놓은 걸 어찌할 수가 없어서...가다가 삼나무 삼거리에서 되돌아오는 코스를 선택. 주차장이 넓어 차 세우기 좋다. 오뎅을 비롯한 먹거리 파는 트럭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안 먹고 그냥 갔다.



사려니 숲길













『 이 꼴로 다녔다. ㅋㅋㅋ 』










4㎞ 채 안 되는 거리인지라 금방 도착했다. 테이블에 앉아 삼각 김밥 두 개 까먹고. 음료수도 좀 마시고. 과자는 안 먹고... 잠시 앉아 있다가 바로 되돌아나갔다.





은성 식당

사려니 숲 길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도에서 만난 처자들이 배 타고 나온다고 연락해왔다. 용눈이 오름 간단다. 차를 빌리지 않은 처자들은 택시로 이동. 택시비가 엄청나지 않을까 싶어 내가 사려니 숲 나가는대로 픽업하러 가기로 했다.

금방 나가서 다시 용눈이 오름으로 향했다. 해질 무렵의 백약이 오름이 그렇게 좋다고 해서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 맞아서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백약이 오름도 근처다. 처자들 픽업한 뒤 백약이 오름 가면 되겠고나 싶었다.


용눈이 오름 주차장에 차 세워두고 빈둥거리고 있으니 처자들이 내려왔고. 픽업한 뒤 백약이 오름으로 이동했다. 스물여덟 총각(이 후 윤 군으로 표기하겠음)도 백약이 오름으로 오라 했는데... 분명 나보다 멀리 있었는데 나보다 빨리 도착했다. 날아다니는고만. -ㅅ-   문제는... 너무 어두워져서 백약이 오름에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 결국 포기하고 바로 밥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근처에 명진 전복이라는 가게가 있는데 맛 집으로 소문난 곳이란다. 그래서 그리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윤 군이 먼저 도착했는데... 한 시간 대기해야 한단다. 그것도 모자라 주문은 마감했단다. 18시 밖에 안 됐는데. -ㅅ-


처자들 중 한 명이 이 날 21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빨리 밥 먹고 공항 넘어가야 하는 상황. 그래서 포기하고... 티 맵으로 검색해보니 근처에 은성 식당이 나온다. 1㎞ 라기에 금방 가겠고나 해서 그리 가자 했는데... 안내하는대로 가니 길 잘못 들었다며 거리가 늘어난다. 야 이 ㅆ... -_ㅡ;;;   헤매고 또 헤매다 식당에 도착. 처자들이 고기 국수 안 먹어봤다 해서 그거 시키고... 나는 비빔 국수 시켰더니 안 된단다. -ㅅ-   윤 군이 두루치기 먹고 싶어 하기에 그럼 그거 시켜서 밥 먹자 하고 주문 완료.

잠시 후 밥이 나왔는데... 고기 국수가 엄청 맛없다. 일단 고기 누린내가 심하고... 국물도 느끼하기 짝이 없다. 찰리 아저씨 맛 집에서 먹은 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 없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먹는다고? 싶을 정도. 결국 다들 두루치기에 달려들었다. ㅋㅋㅋ


후다닥 밥 먹고 나서 티 맵으로 검색해보니 공항까지는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는 거리. 문제는... 택시비가 3만원이 넘는다. 아이고~   그 돈 내고 공항 가는 걸 차마 볼 수 없어서 내가 태워다주마 했다. 윤 군은 다음 날 낮에 돌아가는데 돌아가기 전에 근처를 더 보고 싶다면서 숙소 역시 그 쪽으로 잡겠다 하여 여기서 헤어졌다.

처자들 태우고 공항으로 ㄱㄱ. 공항 쪽은 차들이 많아서 어지간하면 가고 싶지 않지만 택시비가 3만원이라니... 가야지. ㅋ   공항에 도착해서 이 날 돌아가는 처자 내려주고. 다른 처자 한 명은 다음 날 비행기라서 이동하는 동안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내려줬다. 그렇게 우도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과 헤어진 뒤 서귀포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베이스캠프 게스트하우스

이동하는 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안 오냐고 전화가 와서 10분 정도 걸린다 하고... 이내 도착했다. 한 번 와봤던 곳이라 익숙하다. ㅋ

인사하고... 간단히 소개 받고... 9월에 왔었다 얘기하고... 침대 배정 받은 뒤 바로 밖으로 나갔다. 세리월드 쪽에 편의점 있는 게 생각나서 맥주 사려고. 그런데... 18시까지 밖에 안 하는 편의점이었다. 제주에서는 24시간 하는 편의점을 볼 수가 없네. -ㅅ-

근처 편의점을 찾아볼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포기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서 2,000원에 캔 맥주 하나 팔기에 윤 군이 준 햄버거랑 같이 세 캔 마시고... 손이랑 발만 씻고 잠이 들었다.


이 날 돌아간 처자에게 충전기를 빌렸는데 그걸로 손전화, 엠피삼 플레이어, 태블릿, 스마트 워치, 보조 배터리를 모두 다 충전해야 했다. 자다가 깨서 충전 상태 보고 다른 기기 충전하고... 또 자다 깨서 다른 기기 충전하고... 멍청하게 충전기 놓고 온 덕분에 엄청 고생한다. ㅠ_ㅠ   그나마도 처자한테 충전기 빌려서 망정이지, 못 빌렸음 손전화도 꺼질 뻔 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당최 빌려 쓸만한 충전기도 없었고 보조 배터리도 완전 방전된 상태였으니까.


세면 도구 세트를 쉼팡 게스트하우스에 놓고 와서... 면도도 못하고... 세수만 간신히 한 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왔다. 하늘이 또 꾸물꾸물. -ㅅ-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밥부터 먹어야겠다 싶은데... 가장 가까운 곳이 외돌개라 그리 향했다. 식당 하나 쯤 있겠지. 주차장 도착. 화장실 이용. 음식점 검색. 없다. -_ㅡ;;;   온 김에 외돌개나 다시 보자 싶어 슬렁슬렁 주린 배 부여잡고 이동.



외돌개







빗방울이 좀 떨어지는가 싶더라니 이내 그쳤고... 사진 찍기 참 좋은 날씨가 되었다. 사진 못 찍는다고 갈굼 받던 서러움이 대폭발해서 어떻게 해서든 인생 샷 하나 건져보겠다고 주구장창 셔터 눌러대고... 그렇게 길 따라 걷다 보니 용과 파는 아줌마를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갔다가 생각해보니 용과는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아 하나 달라고 했다. 5,000원.


걸어가면서 먹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안 달다. 뭔가 엄청 달 줄 알았는데 그냥 살포시 달다. 굉장히 미세하게 달아. ㅋㅋㅋ   깨처럼 보이는 씨 씹어먹는 식감이 썩 나쁘지 않아 순식간에 다섯 조각 다 먹고... 공사 때문에 계속 길 따라 걷기가 곤란할 것 같아 되돌아갔다. 빈 봉다리 흔들며 가다가 아줌마 다시 만났는데 쓰레기 달라 하시더라. ^ㅁ^




쇠소깍 & 하효항

다시 주차장으로 가서 쇠소깍 찍고 출발. 열 시도 안 된 이른 시각이었지만 역시나 쇠소깍은 붐빈다. 사람이 많다. 쇠소깍은 주차할 곳이 넉넉하지 못한 편인데... 나름의 꿀팁을 알려주겠다. 쇠소깍 가면 대부분 테우(뗏목)나 투명 카약을 탈텐데... 주차장 가는 길에 표 사는 곳이 나온다. 거기서 한 명이 내려 표를 산다. 그리고 운전하는 사람은 길 따라 계속 간다. 계속 가다 보면 양 갈래 길 나오는데 왼 쪽 저 멀리 등대가 보일 거다. 거기가 하효항인데 그 쪽에 주차 공간 널널하다. 굳이 하효항까지 가지 않아도 GS25 편의점 뒤로 주차장이 꽤나 널찍하니 거기 세워도 된다. 그리고 걸어서 일행과 만나면 된다.

GS25 뒤에 차 세우고 바로 앞 식당으로 가서 또 해물 뚝배기 시켰다. 제주 가면 저거 밖에 안 먹는다. 물리지도 않는다. ㅋㅋㅋ



밥 먹고... 등대 쪽으로 걸어가면서 또 미친 듯 셔터 눌러댔다. 이렇게 구름이 낮게 깔린 날 바다 찍으면 어지간한 사진은 다 그림처럼 나온다. 물론 나 같은 손고자는 숫하게 찍어대야 한 장 간신히 건지는 수준이지만. -ㅅ-









『 청소하는 분들 편하게 그냥 버릴 것이지, 죄 짓는 줄은 알아서들... 쯧! 






그렇게 쇠소깍에서 사진을 한참 찍고... 바다 쪽 향해 있는 벤치에 앉아 마음 편히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군것질 거리라도 좀 사갈까 싶어 쇠소깍으로 갔는데 마땅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그냥 되돌아와 다시 출발. 딱히 갈 데도 없는데다 비까지 오기에 실내로 가야겠다 싶어 '신영 영화 박물관'을 찍었다.



큰엉 해안 경승지 & 신영 영화 박물관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가서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비가 그쳤다. 비가 안 오면 굳이 실내로 들어갈 필요가 있나 싶어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나 보니 큰엉 해안 경승지가 코 앞이다. 그래, 저기를 가자. 그냥 신영 영화 박물관에 차 세워도 되는데 조금 더 가서 공터에 세워두고... 길 따라 걸어들어갔다.


입구에 커다란 관광 안내 지도가 있어서 여기 본 다음에 갈만한 곳을 찾아보는데... 저~ 위로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 저기를 가자!




『 날씨 때문인지 혼자 보고 있으려니 좀 무섭기도... ㄷㄷㄷ 




『 우리나라의 경치 좋은 곳에는 금호 리조트가 꼭 자리잡고 있다. 







『 저거 보고 한반도 닮았다고... 닮긴 했는데... 뭐, 좀 그렇다. 







『 역시나... 그래, 그렇게 보면 닮았구나~ 싶기도 하지만... 별로다. -ㅅ- 






『 호랑이나 독수리보다는 오크나 우르크하이 같아 보이던데... -ㅁ- 




『 유두암이라니, 음란한 바위로고. 좋은 언더웨어로 보정해주고 싶은 모양. 






『 느닷없이 짜리몽땅해서 비율 따위는 개나 줘버린 조각이 나왔다. 생긴 것도 닮긴 닮았는데 딱히 얼마나 닮았다 얘기하기 민망한, 애~ 매~ 한 조각들. 




『 바로 옆 까페에서 서빙이라도 했던 건지 오른팔을 요상한 자태로 들고 있는 태권 브이도 등장했다. 저 위에 올라앉아 사진 찍으라고 도발하는 건가? 




『 난데없이 차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스즈 차가 있는데... 대충 봐도 차가 들락거릴만한 문이 없는 거다. 에? 어디로 들어온 거지? 하고 봤더니... 



『 전시물이었다. 성룡이 기증한 자동차라고 한다. 뜬금 없다. -ㅅ- 




『 웬 아줌마가 있더라니, 가까이 가서 보니 성룡 대형 피규어였다. -_ㅡ;;; 



사진을 찍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까페도 있고 기념품 파는 곳도 있다. 거기 직원이 손목 띠를 얘기하기에 밖에서 들어온 거라 하니 박물관 내부라서 이 쪽으로 오면 안 된단다. 돈 내고 들어오라는 소리. 그래서 온 길을 되돌아나갔다.




『 이승연? 위안부 누드 파동(?) 이후 소식이 없던데 여기서 사업하는고만. 




『 여기저기서 많이 봤을 신영 영화 박물관 정문 모습. 

『 사채업자에게 혼을 팔아버린 태권 브이가 그저 안스럽다. 




『 전기 차 활성화에 적극적인 제주라서 전기 차 충전 시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 여유가 있는 곳은 괜찮았지만 좀 빡빡한 곳은 일반 차가 저 앞에 주차를 해놓기 일수라... 아직 전기 차 타려면 멀었구나 싶더라. 무엇보다도... 전기 차, 너무 비싸! 




『 아이들 데리고 온 부모들이 부지런히 찾아올 것 같은 코코몽 뭐시깽이 



너븐숭이 4·3 기념관

길 따라 걸으며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검색해봤는데 둘째, 넷째 월요일에 쉰다고 되어 있다. 따져보니 둘째 월요일 아닌가 싶어 전화를 걸었다. 보통 녹음된 멘트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냥 신호음이 울리기에 가정 집으로 잘못 거는 거 아닌가 싶을 때 지긋한 나이로 예상되는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오늘 휴관이냐 물으니 아니라고 하시며 몇 명이 언제 오냐기에 한 명이고 한 시간 뒤에 간다 했다.

이리저리 헤매다 신영 영화 박물관 주차장으로 나왔는데... 내 차가 없다. 어? 어? 어? 아... 나 아까 여기 차 댔다가 빼서 공터에 다시 댔었지. -ㅅ-




주차장은 현지 번호판 단 차 말고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차를 세우고 바깥부터 보기 시작했다.







애기 무덤을 보니... 먹먹해진다.


안으로 들어가니 할아버지 한 분이 기다렸다는 듯 반긴다. 전화 준 사람이냐 해서 맞다 했더니 관람 순서를 알려준다.






광각 카메라로도 한 화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그 중에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2살, 3살 먹은 아이가 총에 맞아 죽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고 반성하고 다시 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역사인데... 너무 쉽게 잊고 있다. 너무 쉽게 잊고 있다.





아직 전시물을 다 보지 못했는데 할아버지가 난입(!)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좀 조용히 봤음 싶은데 할아버지가 방해가 된다. 거기다 광화문에서 있었던 시위를 언급하면서 그런 거 안 해도 될텐데라는 식으로 말한다. 좀 어이가 없었다.

상영물 틀어준다 해서 텅 빈 상영실에 홀로 앉아 관련 영상을 봤다.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푸석푸석하게 봤다.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영상으로 보니 기분이 더럽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했던 사진과 박ㄹ혜 댓통령(의 후보 시절) 사진이 같은 공간에 있다. 4·3의 재현이 다시는 없도록 하려 했던 사람과 비슷한 상황이 되면 같은 결과를 불러올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다.














영상을 다 보고 울적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와 묵념도 드리고... 사진도 더 찍고... 그렇게 기념관 방문을 마쳤다.


아직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어디든 가야겠다 싶어 근처 갈만한 곳이 있나 찾아보다가 함덕 서우봉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함덕 서우봉 해변








포카리 스웨트 광고에서나 보던 그 물빛이 눈앞에 쫘악 펼쳐진다. 사진 촬영하는 신혼 부부도 보이고... 외국에 온 것 같았다. 열심히 사진 찍어대고. 배가 고파 밥 먹어야겠다 싶어 걷는데...



『 군대 유격장에서 볼 법한 구조물이 나타났다. 아아... 오르고 싶다. 미친 듯 오르고 싶다. 못 오르면 엄청 쪽 팔리겠지만 미친 듯 오르고 싶다. 주위에서 쳐다보겠지만 개념치 않고 오르고 싶다. 』



『 눈치를 좀 보다가... 나는 나를 넘어섰다. -_ㅡ;;;   ㅋㅋㅋㅋㅋㅋ 』



바다 목장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밥 먹으러 가야겠다 싶어 근처 식당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또 해물 뚝배기다. ㅋㅋㅋ   저 멀리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바다 목장'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나 말고는 중년 커플 손님 뿐. 널찍한 홀에 자리 잡고 앉아 메뉴를 촤악~ 펼쳤다. 해물 뚝배기로 충분했지만 생선 구이에 도전(나는 생선을 안 먹는다)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가격을 보니... 너무 비싸다. 갈치나 옥돔은 한 끼 식사로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다. 그런데... 고등어 구이가 10,000원이다. 저 정도라면... 싶어 고등어 구이도 같이 주문했다.

기본 반찬이 나와 깨작거리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도 음식이 안 나온다. 그 때 주방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들려오는데... 장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거나, 맛도 모르는 것들이 무작정 등등의 대화다. 대충 들어보니 이 집은 믿어도 될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나 기다린 끝에 등장한 음식. 해물 뚝배기는 다른 곳보다 국물이 좀 적은 거 아닌가 싶었지만 해물 건져내고 나니 밥 말아먹기에 충분했다. 고등어 구이는... 그저 감동이다. 국산이 아니지만(노르웨이 산이었던 것 같다) 구워진 자태만 봐도 침이 질질 흐른다. 생선을 안 먹는 내가 이 정도니... 일단 한 젓가락 뜨는데... 와아~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살은 촉촉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구울 수가 있지? 커다란 고등어를 반으로 갈라 구웠기에 가시도 걱정없다. 그저 젓가락으로 마구 퍼먹으면 된다. 기름이 많아 번들거리는데도 느끼하지 않다. 적당히 먹고 해물 뚝배기 조져야 하는데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글 쓰는 지금 또 침 질질 흘리고 있다. 태어나서 먹어본 생선 구이 중 가장 맛있었다. 고등어가 저 정도면 갈치나 옥돔은 대체... 다음에 꼭 가서 도전할테다!!!


한참 동안 밥을 먹고... 시계를 보니 슬슬 돌아갈 시각이다. 계산하려고 하니 30,000원. 응? 메뉴에는 고등어 구이가 10,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15,000원으로 올랐던가 내가 잘못 봤던가 둘 중 하나인 듯 하다. 가게에서 눈탱이 맞출 리 없다는 확고부동한 믿음! 호구의 기본 조건이긴 하지만... 저 식당은 어쩐지 믿음이 갔다고. ㅋ



『 와이파이도 잘 잡혔다. 반찬 나왔을 때 콘센트에 충전기 꽂아 보조 배터리 충전도 했고. 』


3박 4일 동안 별로 안 돌아다닌 것 같은데 500㎞ 가까이 쏘다녔다. 차 밥 먹여야 해서 근처 GS 주유소에 갔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단다. 그래서 그냥 렌터 카 반납하러 출발. 반납하러 가다가 근처 GS 주유소 검색해서 차 밥 먹였다. 가득 채웠는데 41,000원. 경차답다.



10분 정도 늦었지만 별 문제없이 차 반납을 마쳤다. 내리기 전에 차에 꽂아뒀던 USB 빼야지, 빼야지 해놓고 그냥 내려서... 셔틀 버스 앉아 있는데 직원이 찾아와서 돌려줬다. 벌써부터 이 모양이면 더 늙어서 어쩌지? -ㅅ-


밥 먹고 나서 손 잘 닦았는데도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나 게 먹은 사람이야' 인증 냄새가 폴폴 풍겨 향수를 좀 뿌렸는데... 버스 안에 향수 냄새 진동한다. 아아아... 미안하다. 몸서리치게 미안하다... ㅠ_ㅠ


버스 타고 공항 가서 이번에도 자동 발권기 이용. 가운데 낀 좌석이기에 좌석 변경 시도했더니 창가는 없고... 그나마 좀 더 앞 쪽에 통로 쪽 있어서 그걸로 바꿨다. 비행기는 당연하다는 듯 20분 연착이었고... 멍 때리고 앉아 유명우 선수 예전 경기 보면서 어금니에 움찔 움찔 힘주다가... 시간 되어 게이트로 갔다. 한겨레 신문 하나 집어들고 비행기 탑승.


신문 좀 보고 있는데 출발할 때 되니 조명을 어둡게 한다. 새벽에 충전 때문에 제대로 못 잤기에 에라이~ 잠이나 자자 하고 바로 자버렸다. 자다 깨니 곧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 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고 있다.


자동 발권기로 버스 표 사자마자 버스가 왔다. 비 와서 그런가 차가 꽤 막혔지만 버스 전용 차로 덕분에 그럭저럭 잘 도착. ××에 내리니 택시들이 잔뜩 서 있다. 비만 아니었음 택시 안 탔을텐데 피곤하기도 하고 비도 오고 해서 택시 탑승. ×× ×××요~ 했더니 기사가 ×× ×××요? 하고 되묻는다. 안 간다고 할까봐 최대한 띠껍게 네~ 했더니 출발.

가면서 보니 처음 가보는 모양이다. 여기서 좌회전 맞냐고 물어보고, 더 가냐고 물어보고. 아무튼... 가는 도중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버스 탄다고 정류장에서 비 맞고 서 있었음 엄청 후회할 뻔 했다.

2,000원 더 주고 택시에서 내렸고. 집에 도착. 가방 뒤집어 쏟아내어 후다닥~ 후다닥~ 정리하고... 세탁기 돌렸다. 딱히 때가 타거나 한 건 아니라서 스피드 워시! 2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라 원래의 나였다면 세탁기 돌릴 생각은 안 했을테지만 새벽 한 시 반에 세탁기 돌리는 미친 것들이 위에 사니까... 거리낌이 없다. -ㅅ-


빨래 다 되어 널고... 사진만 컴퓨터로 옮겨 놓은 뒤 뻗었다. 그리고 이틀 꼬박 작성한 후기가 이거. -ㅅ-




제주는 참 볼 거리가 많은 섬이지만... 어지간한 건 다 봤다. 헬로 키티 박물관이나 테디 베어 박물관 같은 건 안 봤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는 1도 없고... 오름도 다 오른 게 아니지만 좀 다녀보니 거기서 거기다, 무식한 내가 볼 때에는.

처음 제주 갔을 때에는 어찌나 좋은지 매 년 가야겠다 생각했었고... 그걸 6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이제는 볼 것도 다 봤다 싶으니 제주 갈 돈이면 오사카 가고 말겠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오사카도 지겨워지면 더 먼 곳으로 눈을 돌리겠지.

제주 올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걸어보고 싶다. 다만 회사 다니면서 그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고.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진급하고 나서 6개월 쯤 지나면... 휴직계 내고 제주 올레와 산티아고 꼭 가보고 싶다. 아무튼... 2015년 두 번째 제주 여행은 이렇게 끝~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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