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고 왔는데도 20분 정도 남아 빈둥거리고 있는데... 처자 두 명이 온다. 누가 봐도 가게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잠시 후 처자 세 명이 또 왔다. 역시나 가게 찾아온 사람들이다. 남자 세 명이 온 팀도 있었고.
가게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다들 18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 와중에 양 팔 가득 문신하고 빡빡 민 머리에 꽁지만 남겨놓은 직원이 담배 피우러 들락날락. 17:59 되어 눈치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니 몇 명이냐고 물어본다. 나는 혼자. 한 명이라고 하니까 2인 테이블 아무 데나 앉으란다. 창 가 자리는 처자끼리 온 팀들이 차지한 상황. 가게 벽 쪽의 2인 테이블 두 개 중 한 쪽에 자리를 잡았다.
직원 한 명이 와서 수첩에 메뉴를 받아적어 가기 시작했다. 나는 딱새우 사시미, 야끼 우동, 한라산 소주를 주문했다. 혼자 온 사람만 시킬 수 있다는 1인 메뉴가 있기에 훅~ 끌리긴 했는데... 생선 회 나와봐야 좋아하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식사를 안 한 상황이라서 밥 대신 먹으려고 야끼 우동을 선택.
마른 새우가 기본 안주로 테이블에 놓여져 있었다. 짭조름해서 먹기 좋더라. 하나씩 주워 먹으며 음식을 기다렸다.
간장 병도 특이하게 생겼다. 부엉이 간장 병. ㅋㅋㅋ
제주에 오면 한라산 마셔줘야지. 므흐흐~
야끼 우동이 먼저 나왔다. 빈 속에 술 마시기가 좀 그래서 밥 대신 시킨 건데... 누가 봐도 안주다. 맛도... 안주다. 맛있는데... 안주다. ㅋ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등장했다. 딱새우 사시미다!!!
아... 진짜... 보기만 해도 탱글탱글한 탄력이 느껴지는 것 같다. 광택제 바른 거 같다. 아, 또 먹고 싶다. ㅆㅂ
냉큼 간장을 따라 와사비를 풀고...는 뻥이다. 처음에는 와사비도 안 풀고 먹었다. 두 마리 먹고 나서 풀었다. 그제서야 와사비가 눈에 들어왔다. 하아~ -ㅁ-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맛이... 진짜... 진~ 짜 맛있었다. 비린 냄새나 맛은 병아리 눈꼽만큼도 없었고 오로지 향긋했다. 레몬 즙을 짜서 뿌리지 않았는데도 레몬 향이 살며시 났다. 입 안에서는 탱글탱글한 촉감이 느껴지고 코로는 향긋한 냄새가 들어오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나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걸스데이 멤버 중 일부가 여기 와서 이걸 먹는 게 방송에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유명세를 탔다고 하는데... 검색해보니 이 집 말고는 딱새우 사시미가 메뉴로 올라간 집이 없다. 있는데 못 찾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닻'의 딱새우 사시미는... 정말 최고다. 별 다섯 개 만 점 중 몇 개를 주겠냐고 한다면...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다섯 개 다 준다. 만약 친구와 같이 갔다면... 하나 시켜서 나눠 먹지 않는다. 한 사람당 하나씩 시켜 먹어야 한다. 절대 나눠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손질되어 나온 몸뚱이 부분 말고 대가리 부분도 먹어봤다. 젓가락으로 후벼 먹었는데... 대가리 부분은 확.실.히. 비린내가 난다. 바닷 생물을 날로 먹는 느낌과 맛이 딱 난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난 몸뚱이 쪽이 압도적으로 좋다!
감탄하면서 먹다보니 소주가 바닥 났다. 맥주를 먹을까 하다가 회에는 소주지! 하고 한라산을 한 병 더 시켰다. 혼자 소주 두 병이라니... ㄷㄷㄷ 천천히 먹는 동안 나와 같이 온 처자 두 팀 중 두 명 온 팀이 먼저 나가고... 세 명 온 팀은 적당히 취해 나갔다(처자 중 한 명은 중국 무협 드라마에서 객잔에 건방지게 무릎 세우고 앉아 있는 고수 포스로 술 먹다 나갔다). 그 사이에도 손님들이 계속 찾아왔는데 오픈하자마자 가는 게 아니라면 대기는 당연한 듯 보였다. 여섯 명 이상 단체는 불가능하다고 입구에 씌여 있는데 내가 볼 때 많아야 네 명이다. 네 명 테이블에 의자 끌어와서 다섯 명 앉는 건 어찌 어찌 가능하겠지만 가게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라 불편할 거다. 네 명이 왔는데 빈 테이블이 두 명 자리 밖에 없다면 기다려야 하고... 뭐, 그런 식으로 안 맞으니 대기가 길어지는 것 같다. 아무튼... 오픈하고 한 시간 지날 무렵부터 대기가 있었던 것 같다. 평일도 이러니 주말은 엄청나겠고나 싶더라.
아무튼... 2016년에 입으로 집어넣은 음식 중 단연 최고였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생맥주도 한 잔 먹고 싶어져서...
아사히 생맥주도 하나 시켰다. 안주 없이 그냥 홀짝홀짝 마시고... 같이 들어간 사람들 다 나간 뒤에야, 두 시간쯤 지났나? 그 때 가게를 나섰다.
소주 두 병에 생맥주 하나. 62,000원 나왔다. 딱새우 사시미가 28,000원. 야끼 우동이 16,000원. 혼자 술 한 번 먹은 가격으로는 제법 많이 나온 거지만 조금도 후회되지 않았다. 잘 먹었다 싶더라. 어쨌든 이번 제주 여행은 딱새우 사시미가 목표였으니까. 만약 사는 곳 근처에 딱새우 사시미 파는 곳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갈 것 같았다. 남자 세 명 온 팀이 옆 테이블에 앉았었는데 한 명이 몹시 촐랑거리는 목소리로 육지에서 소주 한 잔 먹고 이거 한 마리 먹었다고 따귀 맞을 뻔 했다는 소리를 일곱 번은 한 것 같다. 따귀 맞고 안 맞고는 남 일이고, 대체 육지 어디서 먹었냐가 궁금하더라. -ㅅ-
바로 숙소 들어가기가 아쉬워 취기가 제법 올랐는데도 어슬렁~ 어슬렁~ 걷다가...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로고를 보고 말았다. 마이 패이보릿 비어 되시겠다. -ㅅ-
가장 좋아하는 맥주다. 바깥에 자리 잡고 앉아 맥주 한 잔 더 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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