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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맑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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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내지는 대변이라 부르는 존재가 등장하므로 식사 중인 분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위가 약한 분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건 좀 그러니까 색깔만 비슷하고 모양은 그닥 안 비슷할 수도 있는 ×색 하트()로 대신 표현하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6년 10월 22일. 일을 마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였드랬지요. 저는 집에 손님 부르는 걸 몹시 싫어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행사(?)였습니다. 죄다 휴지 들고 오는 바람에 휴지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것저것 먹고... 손님들은 돌아갔습니다.


저는 꽐라가 되었지요. 꽐라가 되면 저는 청소 요정이 됩니다. 평소 더럽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안 하던 짓을 술 먹고 마구 해버리는 거지요. 예를 들면 싱크대 배수구에 쌓인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것 같은 일 말입니다. 잔뜩 널부러진 음식물 잔해를 어떻게 해서든 바로 치우겠다는 일념으로 청소를 했습니다. 해물탕 잔해가 눈에 들어왔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버려야 하지만 혼자 살면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따로 사서 분리 수거하는 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변기에 버렸습니다. 그래요. 사건의 발단입니다.


변기로 쏟아지던 홍합 껍데기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감히 변기에 버리다니! 라고 화를 내는 것 같았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대충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였더랬지요. 샤워하고 나서 변기 물을 내렸는데... 안 내려가더라고요. 물이 차오른다, 가자~   아주 천천히 빠지기에...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물을 내렸는데... 물이 차오른다, 가자~


포기입니다. 다음 날 액체로 된 뚫어뻥을 사들고 와서 500㎖ 정도 부었어요. 한 시간 후 물을 내렸지요. 안 내려가더라고요.



전문가를 부르는 수밖에 없겠고나... 쌩 돈 깨지는고나...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내장을 방황하던 메탄의 탈출 욕구가 느껴졌어요. 아무도 없이 혼자 사는데 눈치 볼 거 있나요. 부앙~ 하고 방출을 하는데... 앗! 이것은! 이, 이것은!!!   그냥 가스가 아니다! 디스 이즈 낫 저스트 개쓰! 그렇습니다. 메탄으로 위장한 이었던 거예요. 변기가 막힌 걸 알고 있었지만 방바닥에 을 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후다닥 달려 변기에 엉덩이를 접촉시키고... 을 방출...


버릇처럼 물을 내리려던 순간! 안 된다...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인터넷 뉴스에 나올지도 모른다... 이를 어쩌지... -ㅅ-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액체 뚫어뻥 남은 걸 다 부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내 몸과 하나였던 이지만 몸 밖으로 내보냈다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더만요. 제발 뚫리길 기도하며 잤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조심스럽게 상태를 확인하고... 물을 내렸더니... 물이 차오른다, 가자~ 오오오~ 오오오~ ㅆㅂ



그대로 두고 출근. 혹시라도 집에서  신호가 오면 큰 일이다 싶어 회사에서 억지로 쥐어짜듯 배변 활동. 그리고 집에 왔습니다. 회사에 있던 뚫어뻥을 가지고.


힘차게 펌프질을 반복했지만... 뚫리지 않았어요. 포기입니다. 포기.


인터넷을 검색하여 전문가를 호출했습니다. 다행히 바로 온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젊은 아저씨가 왔습니다. 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며칠 전 내 내장에 있던 녀석과 조우하게끔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슬퍼졌습니다. 집에 가면이라도 있다면 쓰고 싶을 정도로. ㅠ_ㅠ   뭔가 조잡해보이는 도구를 비닐 봉지에서 꺼내더군요. 그리고 변기에 밀어넣더니... 힘차게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막힌 변기가 콸콸콸!!!   아아... 이것은!!! 혁명이다!!! 레볼루션!!!


그렇게 이틀 내내 삐진 여자 친구 마냥 토라져 있던 변기는 닫힌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 지갑 역시 닫힌 문을 열고 7만원을 뱉어냈지요. 그렇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니 5만원 달라고 했다는 곳도 있던데... 이 아저씨는 7만원을 달라 하네요. 불과 1분도 안 되는 시간 힘 쓰고 말이지요.   생판 남의  봤으니 그 정도는 벌어야겠지... 라 생각하며 선뜻 건네드렸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어른들이 기술 배우라는 이유가 이거였어.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변기 뚫는 아저씨가 되어 부자가 되어 보겠다! -_ㅡ;;;



그 아저씨는 네×버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저보다 먼저 변기를 막았던 수많은 선배님들의 변기가 블로그에 사진으로 등장합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어요. 작업 전에 사진 찍고, 작업 후에 사진...도 모자라 휴지를 말아 던지고는 내려가는 동영상을 찍더라고요. 아... 이제 우리 집 변기는 네×버 블로그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게 되었네요. 다만... 깨끗한 물만 찰랑거리는 변기가 아닌지라... 심의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싶긴 하지만... -_ㅡ;;;



쓰면서도 울컥! 하네요. 7만원이 아까워서인지,  얘기하느라 역겨워서인지 알 수 없지만요.


예전에도 음식물 쓰레기 버려서 변기 막힌 적이 두 번인가 있었는데요. 한 번은 금방 뚫렸고... 한 번은 꼬박 하루를 막고 있더니 이내 뚫렸거든요. 이번에는... 전문가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네요. 뜨거운 물, 샴푸, 뚫어뻥, 개뿔 필요 없어요. 돈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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