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경로
실제 경로
호텔 이용 후기가 궁금한 분들은 중간 부분으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윗 쪽은 호텔 못 찾아서 헤맨, 바보 같이 삽질한 이야기입니다. ㅠ_ㅠ
“나카고라 역”에 도착. 응? 그런데... 등산 케이블 카의 문이... 양 쪽 다 열린다. 오른쪽이면 오른쪽, 왼쪽이면 왼쪽, 한 쪽만 열릴 줄 알았는데... 사업 망해서 얹혀 살러 온다는 시동생 맞이하러 간 형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문 열었더니 시동생이 대뜸 샤넬 백 내미는 거 보고 양 팔 벌려 환영하듯... 양 쪽 문이 활~ 짝 열린다.
잠시 망설이다가... 왼쪽으로 나갔다. 정치 성향과는 아무 관계없이 그냥 왼쪽이 끌려서 그 쪽으로 나간 거다.
역에서 나오면 곧바로 보인다고 했는데... 지도에서도 150m 거리에 있다고 했는데... 당최 호텔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차! 싶어 다시 케이블 카를 가로 질러 반대 편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다시 역 쪽으로 돌아가 반대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곳을 찾아봤지만... 없다. 안 보인다. 이럴 리가 있나? 나처럼 반대 쪽으로 잘못 내리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닐텐데! 틀림없이 건널 수 있는 길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없죠~
그런 길은 없었다. 결국 구글 지도를 켜서 안내대로 따라가야만 했다. 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한~ 참을 올라가야 했다. 선배는 카메라니 뭐니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날 생각해서 맥주와 안주 따위가 든 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내가 달라고 하니 바로 넘겨준다. 누가 봐도 힘들어보였다. 지친 선배를 뒤로 한 채 부지런히 오르막 길을 올라가다보니 호텔이 나왔고... 선배는 "저 호텔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농담한답시고 "절대 아니었음 좋겠습니다. ㅋㅋㅋ"라고 했는데... 벌 받았다. 진짜 아니었다. -ㅅ-
그렇게 어두컴컴한 오르막 길을 헉헉거리며 한참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굽은 길이 나왔고 그 길 따라 가니 인도 없는 차도가 나왔다. 가로등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로였기에 혹시나 위험할까 싶어 손전화 플래시를 켜고 길을 따라 걸었다. 제법 걸은 뒤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들어가니 내리막.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웠기에 조심해서 내려가야 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고생을 해서 겨우겨우 어떤 건물에 도착을 하긴 했는데... 당최 들어가는 입구가 안 보인다. “구글 지도는 큰 길 안내는 기똥차게 하는데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삽질을 한다.” 지난 번에 우타노에서도 골탕 먹이더니 여기서 또...
구글 지도가 안내한 길로 가니 엉뚱한 곳이 나온다. 공사 중인 건물이 나오지를 않나, 좁디 좁은 길 통과해서 갔더니 막다른 길이 나오고... 선배가 이 길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길로 가자고 해서 구글 지도 무시하고 적당한 길 따라 가니 주차장이 나온다. 그 주차장 지나가니... 드디어 호텔 정문이!!!
호텔 정문에 당연히 이름이 있을텐데... 있을텐데... 어디에도 레솔피아라는 문구가 없다. 영어로도 없고 가타가나로도 없다. 안에 들어가면 있겠지 싶어 들어갔더니... S U N 이라 쓰여 있다. 응? 레솔피아는 어디 가고? 난데없이 거지 꼴을 한 사람 둘이 들어와서는 로비에서 어리버리 하고 있으니 로비에서 체크 인/아웃을 돕는 직원들이 쳐다본다. 급하게 호텔스닷컴 앱을 실행해서 예약 화면을 켠 뒤 이 쪽을 보던 직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기는 어디입니까?" 라고 물어봤다. -_ㅡ;;; 이건 마치 여의도에서 뗏목 타고 제주도까지 가겠다며 큰소리 쳐놓고 밤섬에 도착해서 "여기가 제주도입니끄아~" 하고 외치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호텔 로비에 레솔피아라는 말 한 마디도 없었다고.
그 직원은 당황한 듯 여기라고 했다. 응? 뭬에↘야아↗? 여기? 히얼? 고꼬? 정말? 레알? 혼또?
여권을 보여주니 체크 인 과정 진행. 진짜 여기가 맞는 모양이다. 아오~ 체크 인 하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사람이 많아서 저녁 식사는 20시부터 가능한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응? 내가 예약한 게 저녁이랑 아침 다 주는 거였나?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저녁 식사에 대한 안내를 받고... 아침 식사는 다른 식당이라 그것도 안내 받고... 열쇠 받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 방이 별관이라고 해서.
그런데... 밖에 나가니 너무 막막한 거다. 별관이 어디인지 당최 감도 안 오고. 선배는 건물 안에서 이동하는 게 아니냐 하고. 나는 아니다, 분명 나가서 옆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하고. 선배가 물어보겠다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쪽 팔린답시고 이런 건 선배한테 죄다 떠넘기는... -ㅅ-
선배가 다시 와서는 안에서 별관으로 넘어가는 게 맞다고 한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앨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니까 별관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나온다.
깔끔하고 조용한 복도를 지나 쭈~ 욱 가다보니 방이 나왔다.
선배와 내가 하루 묵을 방. 진짜... 천신만고 끝에 도착했다. 아오~ ㅠ_ㅠ
슈퍼 싱글 사이즈 침대가 두 개 있고 쇼파 베드가 하나. 텔레비전과 냉장고, 작은 탁자가 갖춰져 있는 방이다.
방은 꽤 넓었지만 화장실은 누가 봐도 비지니스 호텔 표준 사이즈. 키 180㎝ 넘는 사람들은 저 욕조에서 꿇어 앉아 반신욕해야 하나?
아, 그리고 짐! 낮에 하코네유모토 역에서 맡긴 캐리어! “제대로 호텔에 도착해 있었다.” 방에 떠억~ 하니 들어와 있더라. 세상에나. 혹시라도 캐리어 째로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일단 사들고 간 맥주를 냉장고에 넣고... 캐리어를 끌고 와 싹 쏟아냈다. 그리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체크 아웃 한 뒤 다시 신주쿠로 갔다가 공항으로 가면 되는 일정이었기에 바쁠 건 없었지만 아침에 눈 뜨면 세수만 하고 바로 떠날 수 있게 만들어놓고 싶었다.
선배는 시부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미 캐리어 정리를 마친 상태라 다시 캐리어를 열 필요가 없는 상태였다. 나만 캐리어를 열어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고 선배는 그동안 씻었다.
5 포트 USB 충전기를 들고 갔는데 그걸로 부족했다.
① 스마트 폰 ② 엠피삼 플레이로 쓰는 스마트 폰 ③ 무선 헤드폰 ④ 보조 배터리 ⑤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 이렇게만 해도 이미 다섯 개의 포트를 다 써야 했다. 거기에 카메라 본체에 있는 배터리도 충전해야 했고 포켓 와이파이도 충전해야 했다. 태블릿 두고 갔으니 망정이지 가지고 갔으면 그것도 충전해야 했을 거고. 그래도 110v 콘센트 하나로 다섯 개 기기 충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선배는 돼지코를 챙겨오지 않았다. 시부야의 게스트하우스에는 USB 포트가 있어서 케이블만 연결하면 됐지만 여기에서는 아니다. 다행히 포켓 와이파이 충전기가 있어서 그걸 선배가 썼다. 포켓 와이파이는 내 충전기로 충전하고.
선배가 씻고 나올 무렵 나도 짐 정리가 대충 끝났다. 씻으러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하니 노곤노곤하다. 불과 한 시간 전의 말도 안 되는 방황이 꿈만 같다. 자꾸 휙휙 돌아가는 샤워기 대가리를 붙들어가며 샤워를 마치고... 텔레비전 켜니까 평창 올림픽 중계하고 있긴 한데 일본 경기 위주다.
달리 할 것도 없고 해서 지하에 있다는 휴게실에 들러 보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 보니 탁구장도 있고 UFO 크레인도 있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진짜 탁구장이 있긴 한데... 그냥 빈 사무실에 탁구대 던져 놓은 듯한 풍경. 쓰는 사람 거의 없더라~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인 커플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방해하지 말고 사라져주자는 마음으로 조용히 나왔다. 맞은 편에는 자그마한 공이 가득 든, 아이들 노는 공간이 있었고 거기를 차지한 아이들이 몇 명 있더라. 애들만 없었으면 내가 들어가서 놀았을 건데. ㅠ_ㅠ
달리 할 것도 없어서 대충 둘러보니 그제서야 빠칭코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설사 잘 된다 해도 돈이나 상품 바꿀 줄도 모르니 손도 못 댔다.
인형 뽑는 것도 몇 개 있었는데 인형들이 죄다 한국 뽑기 기계처럼 싼 티 난다. 짭퉁 같은 분위기. 혹시라도 뽑을만한 녀석이 있지 않을까 싶어 ¥2,000 바꿨지만 ¥500도 쓰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20시가 다 되어 그냥 밥 먹으러 가기로.
식사 장소라고 안내 받은 식당에 가서 표를 보여주니 안 쪽으로 안내해준다. 사방이 유카타 입은 사람들. 하코네에서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 엄청 많이 봤는데 여기에서는 전혀 안 보인다. 죄다 일본인. 숙박 후기가 드문 이유를 알겠더라. 일본 현지인이 많이 찾는 호텔이었던 모양이다.
호텔에서 저녁 밥 받아 먹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없었는데 코스 요리였다. 선배는 일본 몇 번 와봤다고 매사 아는 척 하며 건들거리던 내가 멍~ 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ㅋㅋㅋ 그냥 주는대로 받아 먹었다. 이런저런 전채 요리가 나왔고 메인 디시는 샤브샤브. 문제는 무엇을 샤브샤브하느냐인데... 생선이었다.
생선을 싫어하는 나이기에 썰려나온 생선 회 보자마자 아이고~ 싶었는데... 비린내가 전혀 안 나는 건 아니었지만 걱정한 만큼은 아니었다. 뭔가 비주얼이 고등어 같아서 고등어 아니냐고 물어보니 선배도 고등어 맞다고 하더라. 고등어는 회로 먹는 게 어렵다는데... 날로 먹지 않더라도 샤브샤브로 나오려면 제법 신선해야 할텐데... 회 좋아하는 선배도 고등어 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텔레비전에서 고등어는 회로 먹는 게 힘든 생선이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아무튼... 직원이 고체 연료에 불 지펴(?)주고 갔고... 한 점씩 담궈 먹기 시작했다. 하나 정도 먹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선배한테 양보할 생각이었는데 그닥 비리지도 않고 의외로 맛있었다. 육수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고소한 맛도 있었고.
선배랑 이런저런 대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천천히 밥 먹고 식당을 나섰다.
먹었는지 기억도 못하다가 사진 보고 아! 했던 거. 작은 새우 잔뜩 올려진 밥이 풀때기에 쌓여 있었는데 맛있었다. 취향 저격. ㅋ
마음 같아서는 자기 전에 온천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선배는 온천 싫어한다고, 안 간다고 해서... 혼자 갈까 하다가 선배 혼자 두고 가는 건 뭔가 나쁜 짓 같아서 나도 그냥 방으로 갔다. 온천은 내일 아침 일찍 가야지~ 하고.
방에 와서 텔레비전 켜놓고 사들고 온 맥주 먹기 시작. 안주가 부실했기에 우리나라 가지고 들어오려고 사 둔 세븐 일레븐 오징어를 깠다. 마요네즈에 와사비 섞은 소스가 있는 녀석인데... 평범한 편의점 오징어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먹게 만드는 엄청난 녀석이다.
맥주를 다 마신 뒤 호로요이도 한 잔.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 딱 좋다. 나는 맥주 적잖이 먹고 마셔서 그런가 음료 같았다.
일본 한정판으로 판매 중이었던 복숭아 맛 코카 콜라.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찍은 거라 포커스가 배경에 맞아버렸다. ㅋ
└ 먹어본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는데 나는 복숭아 향 나는 콜라 같아서 좋았다. 사들고 오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 페트 음료라서 수화물로 부쳐도 기내 압력으로 터질까봐 못 사들고 왔다. 검색해보니 안 터진다네. -ㅅ-
└ 우리나라에서 구매 대행하는 업자들이 꽤 있다. 최저가는 2,180원인데 배송비가 9,500원. -_ㅡ;;;
아무튼... 그렇게 한 잔 먹고... 잤다. 응? 끝이냐? 이게 진짜 호텔 이용 후기냐?
네. 죄송합니다. 저게 전부예요.
그래도 이 따위로 호텔 이용 후기 쓰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간단히 정리해보면...
하코네 등산 케이블 카를 타고 나카고라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반! 드! 시! 오른쪽 문(진행 방향 기준)으로 내려야 합니다. 내려서 계단 타고 내려가면 왼쪽에 바로 호텔 입구 보입니다. 오르막 길 걸어올라가면 주차장 나오고 계속 가면 호텔 정문 나옵니다.
하루 숙박 기준 20만원 안팎입니다. 저는 일본인들 방문이 많은 연휴 기간에 가서 조금 더 비쌌던 건지도 모릅니다. 코스로 나오는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 온천 이용 비용을 포함한 거니까 비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건물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져 있고 리셉션에서 한 층 내려가면(평지에서 리셉션으로 들어가지만 거기가 2층인 개념) 통로가 나옵니다.
지하 1층에는 탁구장과 간단한 오락기가 몇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이들 놀기 좋은 볼 풀도 있습니다.
아침 식사는... 자느라 건너 뛰어서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ㅠ_ㅠ 아침 안 먹으니까 밥 안 먹냐고 확인 전화 오더군요.
온천은... 역시나 자느라 건너 뛰어서... 아오~ ㅠ_ㅠ
직원들은 대부분 친절했지만 영어는 조금 약한 것 같았습니다. 확실히 일본 현지인들이 자가용을 이용해서 많이 찾는 곳 같았습니다.
화장실 수압은 괜찮은 편이었고 온수도 바로 바로 잘 나왔습니다. 어매니티는 고급스럽지는 않고 그냥 비지니스 호텔 수준의 그것이었습니다.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들고~ 그저 마우스 왼쪽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만~
아↓래 하♥트 클릭해주시면 엄~ 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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