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2010의 키 매크로 오류

(쓰다보니 잡설이 길어져버렸습니다.　본론(?)만 보고자 하신다면 휠을 아래로...　-ㅅ-)

 

컴퓨터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처음 만져 봤지만, 내 컴퓨터를 갖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지금은 부도나서 없어진 제우정보라는 회사에서 만든 Xter라는 브랜드의 제품이었는데, 486 DX-2 66이 대세일 때 Pentium 60 사서 좋아 날뛰던 기억이 생생하다(나중에 부동 소수점 연산 장치에 오류 있는 CPU임이 밝혀졌고, 한국만 리콜에서 제외되었다.　요즘 intel CPU 오류 때문에 말 많은데, 역시 역사는 돌고 돈다.　응?　-_ㅡ;;;).

아무튼...　당시에는 MS-DOS 6.2를 주로 사용할 때였는데, 워드 프로세서로 아래아 한글 2.0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난 아래아 한글을 쓰지 않았다.　프로그램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XWP 확장자를 쓰는 워드 프로세서를 주로 사용했다.　아버지께서는 보석글 Ⅴ를 주로 사용했고.
확장자가 XWP인 걸 보니 제우정보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인가 싶은데, 네×버에서 검색해봐도 안 나온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ㅅ-

아무튼...　그러다가 시나브로 아래아 한글 사용 빈도가 높아졌고, 한글 3.0을 주력 워드 프로세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글 96이 나왔는데, 지금은 폐간된 HOWpc라는 잡지 1년 정기 구독하면서 사은품으로 정품 CD 받아서 잘 썼다(참고로 초창기에는 엄청난 가격을 아버지께 부담시켜 가며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데, 아래아 한글과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_ㅡ;;;).

한글 97 나와서 잘 썼고...　한글 815도 세 개나 샀었고...　한글 워디안 깔았다가 엄청 실망하며 한글 97로 복귀.　한글 2002 찍고 한글 2005 거쳐서 한글 2007 쓰다가 작년에 한컴 오피스 2010 정품 사면서 지금은 한글 2010을 쓰고 있다.

한글을 초창기부터 써왔던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한글 97까지는 정말 편했다.　마우스가 필요 없었다.　어지간한 단축키는 다 손에 익은 상태였기 때문에 마우스 없이도 문서 작성이 가능했다.　워드 프로세서 1급 실기 시험 보러 갔을 때, 마우스 아예 안 쓰고 키보드만 가지고 문서 작성하고 있노라니까 옆 자리 앉았던 처자가 시험 포기하고 나 하는 거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뭐, 그건 그렇고...　그렇게 편했던 한글이었는데, 한동안 후속 버전 안 내놓다가 내놓은 워디안에서부터 맛이 가기 시작했다.　단축키가 싹 다 바뀐 거다.　거기다가 온갖 잡다한 기능이 늘어나면서 단축키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글자 모양(Alt+L)이나 문단 모양(Alt+T) 외의 단축키는 거의 안 쓰게 되었다.

그러다가...　방금 문서 만들다가 매크로 한 번 써보려고 Alt+B 눌렀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거다.　응?　이거 왜 이래?　다시 눌러봐도 잠잠하다.　마우스로 도구 메뉴 찍어서 확인해보니 메뉴 자체가 비활성화.　-ㅅ-
표 안에서 해서 그런가?　표 밖에 나와서 해도 안 된다.　왜 그런가 싶어서 네×버 찾아 봤더니...　윈도 Vista 이후 버전부터는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인해서 키 매크로가 안 먹는단다.　한글 2007에서도 안 됐는데, 한글 2007은 단축 아이콘에서 프로그램을 윈도 XP(서비스 팩 3) 호환으로 돌리면 그나마 된단다.　그런데 한글 2010은 아예 안 된다.

결과만 말하자면...　한글 2010은 윈도 Vista나 윈도 7에서 키 매크로 기능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한글과컴퓨터에 물어본 모양인데, 해결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ㅅ-

키보드와 마우스 동작을 같이 기억하는 '스크립트 매크로'라는 녀석이 있고, 이 녀석이 제법 똑똑해서 굳이 키 매크로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지만...　좀 아쉬운 건 사실이다.　에휴~



PS. 포스팅하면서 검색하다가 알게 된 건데...　지금의 전북 현대 전신인 완산 푸마.　얘네들 돈 없어서 너덜너덜할 때 제우정보에서 인수하려고 했었단다.　축구단 이름도 엑스터.　-ㅅ-　　　하지만 제우정보도 부도나버렸으니...　뭐, 이젠 모두 지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