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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⑨ 2014년 04월 16일 vs 오사카 @ 나가이 스타디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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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본 여행을 계획하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982

② 여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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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환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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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여행 준비 - 항공권, 숙소 예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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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여행 전 날

⑥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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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첫 날, 도톤보리 대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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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둘째 날, 오사카 성 & 피스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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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2014년 04월 16일 vs 오사카 @ 나가이 스타디움


대부분이 '여행 간 김에 축구 본다' 겠지만 나는 '축구 보러 간 김에 여행한다' 쪽이다. 매 년 제주 가는 것도 그래왔고 이번 오사카 여행도 마찬가지. 일본 여행 둘째 날, 이번 오사카 행의 가장 큰 목적이자 계획인 축구 관람을 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자세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데 16시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이 날이... 4월 16일이다. 2014년 4월 16일. 앞으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그 날.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다. 내가 축구 보겠답시고 신나서 룰루랄라 일본을 헤매고 있을 때,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친구들과 즐거운 여행길에 나선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바닷 속에서 죽어갔다. 시간이 흘러 잘못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날 호텔에서 나가면서 포털에 뜬 뉴스 보니 전원 구조라 나오기에 별 걱정 안 했던 것 같다(사고는 오전이었고 호텔에서는 대략 16시쯤 나간 것 같은데 대여섯 시간 후에 여전히 오보 떠있었을 리 없지만 호텔에서 나가면서 우메다 역 들어갈 때 네×버와 네×트에서 전원 구조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아무튼, 처음 뉴스 봤을 때에는 분명 전원 구조라 했고 그래서 대형 참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진상 규명은 지지 부진이고... 가족을 잃은 이들은 슬픔 속에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나라에서 죽으라 했냐며 막말하는 개새끼들이 있고, 특례 입학을 비롯해 하지도 않은 말을 꺼내며 희생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원고 학생들의 가족들이 죽은 사람을 내세워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고 있다고 여론을 조작하는 벌레만도 못한 쓰레기들이 존재한다. 왼쪽이나 오른쪽이냐,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사람이라면 이럴 수 없다. 인두껍을 쓰고 어찌 저 따위 짓거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많이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따위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한, 큰 일이 터진 후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못난 어른이라 미안합니다. 잊지 않는 게 고작이지만 그거라도 반드시 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부디 행복하시기를...






호텔을 나서기 전에... 오전에 나가호리바시 역에서 만난 청년이 이렇게 입고 다니면 험한 꼴 당할 수도 있다고 한 게 떠올랐다. 둘, 셋 달라드는 건 별로 안 무서운데 야쿠자나 이런 애들이 사시미라도 들고 와서 시비라도 걸어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항 저지를 벗고 게스트 하우스 가기 전 YONEX 매장에서 산 PUMA(간판은 분명 YONEX였는데 PUMA 옷이 제일 많았다. -ㅅ-) 티셔츠를 입고 바지도 반바지로 갈아 입었다.


호텔에서 나와 바로 우메다 역으로 갔다. 오사카 주유 패스가 있어서 일일이 표를 사지 않아도 되니 편하더라. 우리나라처럼 신용 카드로 다 된다면 더 편했을 테지만. 아무튼...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는데 나와 키가 비슷한 동양인 남자가 스미마셍~ 하며 다가온다. 응? 일본인처럼 생겼는데 나한테 무슨 볼 일이지? 옷 갈아 입었으니 시비 걸고 말고 할 게 없을텐데? 착하게 생겼는데? 온갖 생각이 짧은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는데 영어로 신사이바시 가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온다. -_ㅡ;;;   젠장... 또 일본인으로 오해 받았다. 가방에 태극기 태그도 달고 있었는데!!!

나 한국인이야~ 라고 얘기해줬더니 아~ 하면서 어색하게 웃기에 나도 씨익~ 쪼개주는데... 그래서 신사이바시는 어떻게 가냐고 다시 묻는다. 이 자식아! 일본 사람 아닌데 일본 지리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아냐... 아냐고...가 아니라, 신사이바시?   아~ 신사이바시 가려면 여기서 타면 돼~ 라고 알려줬다. 신사이바시 가 본 한국 사람이니까. ㅋㅋㅋ


신사이바시에 도착해서 문이 열렸는데 그 남자 녀석과 키가 훌쩍 큰 다른 남자 녀석, 그리고 귀엽게 생긴 여자 애가 내릴 생각도 안 하고 있기에 손가락을 튕겨 딱딱! 소리를 내니 쳐다본다.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신사이바시 히얼! 신사이바시! 했더니 씨익~ 웃으며 느긋하게 내린다. 여유만만한 자식 같으니라고. ㅋㅋㅋ


말도 안 통하는 모르는 동네 가니까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도 중요할 거야, 그러니까 이어폰 끼고 다니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서 가지고 갔는데... 없으면 심심해서 숨졌을지도... 말이 통하거나 말거나 지하철 타면 노래 듣는 게 최고다. ㅋ   노래 들으며 지하철에서 흔들흔들하고 있다 보니 나가이 역에 도착했다.



나가이 역에 내리니 여기가 세레소 오사카의 홈이구나~ 하는 걸 절로 알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긴 했지만 혹시 몰라 안내표를 보고 나갔다. 3번 출구!



지하철 역 밖으로 나오니 바로 나가이 공원이 보인다. 이정표에 영어는 없었지만 한자 보고 대충 감 잡았다.



얼마 걷지 않아 매점이 보이기에 쫄랑쫄랑 가서 생맥주를 시켰다. 맥주 홀짝거리며 경기장 쪽으로 걸어갔다. 여기저기 야구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이런 곳에서 원정 팀 저지 입고 있다는 이유로 린치를 가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머플러 먼저 꺼내 목에 둘렀다.



인라인 타는 사람들을 스쳐 지나며 안 쪽으로 걸어들어가니 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시스템이 더 잘 갖춰져 있을테니 틀림없이 원정석이 따로 있을 것이고, 아무 곳에서나 표를 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매표소를 찾아야 했는데 당최 안 보인다. 경기장 따라 빙~ 도는 데 온통 자주 빛 저지 입은 오사카 팬들이다. 머플러 때문인지 나를 힐끗힐끗 보는데 적대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K 리그 원정 온 것보다 더 온화(?)한 분위기.


자그마한 부스에 있는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쫄랑쫄랑 걸어갔다. 아주머니께 원정석 입장권을 구입하고 싶다 했는데 굉장히 당황하시더니 일본어로 뭐라 뭐라 하신다. 못 알아들어서 영어로 미안한데 천천히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 라고 했더니 굉장히 수줍게 영어를 못한다며 손가락으로 내가 지나온 길을 가르키더니 인포메이션 센터! 라고 한다. 아~ OK,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 되돌아나왔다. 지나올 때 천막 같은 걸 봤는데 거기가 인포메이션 센터 겸 매표소였다.


팜플렛에 경기장 안내도가 있어서 원정석 표를 구입하고 싶다고 라인에 찍어 보여줬더니 계산기를 들고 와 가격을 찍어 보여주니다. OK! 돈을 내고 표를 받았다. 그리고 돌아나왔다. 오전에 만난 청년이 걱정한대로 험한 꼴 당하지는 않겠다 싶어 가방에서 포항 저지를 꺼내 입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저지를 꺼내 입고 목에 머플러 두르는데 주위에서 쳐다본다. ㅋㅋㅋ



원정석이라 그런지 보안 요원들과 알바로 보이는 사람들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표를 보여주고 들어갔다. 포항 저지 입고 머플러도 맨데다 누가 봐도 원정 팬인데도 오사카 팜플렛을 준다. 투철한 직업 정신이로다. ㅋㅋㅋ



나가이 스타디움의 원정석은 D, E석입니다. ㅋ



경기장에 들어가 방금 지나온 곳을 찍었다. 가방 검사를 하긴 했지만 깐깐하게 굴지는 않았다.



바깥에 보이던 보조 경기장. 강릉이었던가? 아무튼 우리나라 어딘가에서도 본 듯한 풍경이었다.



드디어 나가이 스타디움에 입성! 축구 보러 외국 나가는 미친 놈이 되는 날이 오다니. 감개무량하다.



저 멀리 보이는 전광판에 ACL 로고가 선명하다. 전용 구장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ㅋ



원정석 뒤 쪽의 전광판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17시가 조금 넘었는데 일찍 온 홈 팬들이 꽤 많다. 줌으로 잔뜩 땡겨 찍었다.



경기장 시설은 우리나라와 고만고만하다. 오히려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장이 더 낫다고 느낄 정도.



저 멀리서 기를 흔드는 팬 발견. 얼핏 보면 포항 팬으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세레소 홈 팬이다.



기자석인 모양이다. 자주 색은 까딱 잘못하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색이 되는데 얘네들은 나름 잘 꾸민 듯 하다.



일본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었던 까마귀. 삼족오가 떠올라 까마귀는 원래 고구려 상징 아니었던가? 싶어 검색해보니 그냥 검은 새를 뜻하는 거지 까마귀를 말하는 건 아니다라는 글이 있더라. 뭐, 아무튼...



경기 전 필드에 물을 뿌리고 있다. 짧고 빠른 패스를 무기로 하는 포항을 상대로 물 뿌리기라니, 경기 포기인가? ㅋ



세레소 오사카의 마스코트. 로비라는 이름의 늑대다. 로비 여사님은 원정석 앞에서도 손을 흔들며 인사해주었고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다양한 포즈를 선보이며 멋진 쇼맨십을 보여주었다.



이 분들은 일본 현지 팬인 것 같았다. 엄마와 딸 관계가 아닐까 싶은데 배천석이 일본에서 뛸 때의 저지를 입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배천석은 그닥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혹시라도 배천석 선수가 이 사진을 본다면... 정신 차리고 잘 좀 해줬으면 좋겠다. 포항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공격수로 각광 받았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태업 논란에 이은 부상... 안타깝다.



세레소 오사카의 골키퍼로 활약 중인 김진현을 응원하는 한글 플랑 카드가 걸려 있다. 축구로 한류 전파!!!




화장실 갔더니 세정제인지 물 비누인지, 아무튼 저렇게 묶어 놨더라. 사람 사는 데는 어디든 똑같고만. ㅋ



좀 그럴싸하게 나왔음 좋을텐데 놀란 토끼 눈하고 찍은 셀카... ㅠ_ㅠ



우리 포항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왔다.



포항의 레전드 신화용. 정성룡보다 압도적으로 나은 골키퍼인데 당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볼 때마다 흐뭇해지는, 그저 저 일곱 음절만으로도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플랑 카드. 길이가 길어 통로를 덮을 수밖에 없었는데 안전 관리 요원이 와서 설치를 막는다. 통로를 가리면 안 된단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위 쪽으로 설치하겠다고 해도 절대 안 된단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세로로 설치했다.   융통성 없다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안전과 관련된 규칙에 있어서는 예외를 두지 않고 저렇게 철저히 지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전반 23분에 포항의 선제 골이 터졌다. 김재성의 슛을 김진현이 잘 막아냈지만 이명주가 낼름 줏어먹었다. 원정 갔을 때 선제 골 터지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드물다. 아주 난리법석!!! ㅋㅋㅋ


멀리 일본까지 가서 본 경기인데... 안타깝게도 경기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ㅠ_ㅠ   먹다 죽는다는 오사카까지 가서 변변찮은 것들만 먹고 다녔기 때문에 배가 많이 고팠는데 경기장 매점에서 파는 먹거리를 맥주와 급하게 들이키다보니 맛이 가버린 거다. 원래 경기장 가면 맥주 많이 마시긴 하는데... 이 날은 초등학교 동창을 몇 십 년만에 만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덕분에 더 마시게 됐다. 초등학교 때 무척이나 친하게 지냈던 녀석인데 전학 후 처음 본 거니까 20년도 더 된 것 같다. 결혼해서 아내와 아기 데리고 온 거라 한다. 포항이 아니라 일본에서 만난 덕분에 더 반가웠던 건지 모른다. 아무튼, 나중에는 매점까지 가는 게 귀찮아 맥주통 지고 다니는 처자한테 사서 먹었다(잠실 가면 맥주통 지고 다니는 청년들 자주 볼 수 있는데 나가이 스타디움은 처자들이 지고 다니더라.).



오사카는 선제 실점 이후 전반 40분에 타쿠미가 퇴장 당하며 숫적으로도 열세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후반 20분에 김승대에게 추가 골을 얻어맞으며 2 : 0 완패를 당했다. 꽉꽉 들어찬 세레소 팬들은 홈에서 패배와 포항의 ACL 예선 통과를 지켜봐야 했다. 미안하긴 하지만 2014년은 5년만에 포항이 ACL 우승할 해니까 그러려니 하세요들. ㅋㅋㅋ



경기가 끝나고 나오면서 찍은 사진. 맥주를 얼마나 먹어댔던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_ㅡ;;;   말도 안 통하는 남에 나라에서 필름 끊어지게 술 쳐마시다니, 나도 참...   그래도 용케 지하철 타고 호텔 찾아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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