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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망할 수밖에 없는 용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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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처음 갔던 게 1998년이니까 16년 전이다. 지방에 있는 작은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면서 용산에 있는 업체와 알고 지냈는데 서울로 올라오면서 그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군대 가서도 컴퓨터 좀 한다고 알려져서 이 사람, 저 사람 컴퓨터 조립을 해줬는데 몇 천만원 어치 조립했던 것 같다. 아무튼... 컴퓨터 하면 용산이었는데... 인터넷의 등장 이후로 완전히 몰락했다. 지금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

파릇파릇(했을까 과연? -ㅅ-)했던 청춘을 담고 있는,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용산의 몰락이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망할 수밖에 없게끔 장사하고 있으니 그닥 동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선인 상가나 나진 상가 모두 한 평 간신히 넘는 좁은 공간에 수 백 개의 영세 업체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거기서 지나는 손님 잡아 앉혀 견적내고 조립해서 먹고 사는 구조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치열한 경쟁이다 보니 꼼수가 엄청나다.

가장 대표적인 꼼수는 애먼 부품 추천하는 거다. 나름 알아보고 이렇게 맞춰야지~ 하고 가지만 용팔이들의 화려한 말빨에 휩쓸려 '그럼 그걸로 해주세요'라고 하게 되는 거다. 삼성 27인치 모니터를 사야지~ 하고 갔지만 용팔이들의 꾐에 넘어가 중소기업의 25인치 모니터를 사고 만다. 고장났을 때 서비스를 걱정하거나 하면 그럴 일 없다며 큰 소리 뻥뻥 치지만 정작 고장나면 나 몰라라 하기 다반사. 용팔이들의 추천 제품은 대개 지들이 더 남겨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얘네들은 뭣도 모르고 오는 애들을 왕 대접한다.


보통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예요?' 하게 되는데 용산은 특이하게도 파는 사람들이 사는 사람에게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어요?' 한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은 오히려 당황하게 된다. 이게 가능하게 된 건 다나와 덕분이다. 다나와가 실시간 가격 비교 검색을 가능하게 하면서 구입 전에 이미 최저가를 알고 가는 거다. 때문에 남는 거 없다는 헛소리 삑삑하며 물건 팔아대던 과거의 개 같은 짓거리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80,000원에 물건 떼어와서 100,000원에 팔면서 우리도 3,000원 남긴다고 개소리하는 게 가능했는데 그게 불가능한 거다. 인터넷으로 85,000원 알아보고 갔는데 100,000원 부르면 다른 데 알아보면 되니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용팔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는데 다나와와 똑같은 짭퉁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그걸 보여주면서 우리는 가격으로 사기 안 친다고 큰소리 치는 것들이 그 다양한 방법 중 하나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다나와 접속해서 가격 보여주니 믿을 수밖에 없는 거다. 내가 50,000원에 알아보고 갔는데 모니터에는 60,000원에 뜨면 그 사이 올랐나보다 하는 거다. 실제로 CPU나 메모리 같은 경우는 오전 가격 다르고 오후 가격 다르니까. 한동안 이 방법 잘 먹혔겠지만 짭퉁 사이트 돌린다는 소문이 나자 이 짓도 쉽지 않아졌다. 잠깐만요~ 하고 마우스 잡고 가격 비교 말고 다른 거 링크하면 아무 것도 안 뜨거나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가 떴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다나와 보여주면서 장사하는 것들이 많으니 양해를 구하고 네×버 들어가서 다나와로 검색한 뒤 다시 접속해서 알아보기 바란다. 아니면 스마트 폰으로 다나와 접속해서 보는 게 제일 낫다.


그런데... 솔직히 이제는 다나와 최저가도 믿을 게 못 된다. 어제 알아보니 옥×이 훨씬 더 싸더라. 부품 별로 몇 천원씩 더 싸니까 조립하는 거에 따라서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거다. CPU도 옥× 쪽이 몇 천원 더 싸고, 메모리나 SSD도 마찬가지였다.

다나와 가서 부품 별로 내가 필요한 거 찍어 본 뒤에 옥션에서 검색하고 장바구니 담는 게 훨씬 싸다. 물론 이렇게 하면 부품 개별로 배송비를 내야 해서 별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배송료는 2,500원이니까 다나와와 ×션의 가격 차이가 2,500원을 넘는다면 옥×에서 사는 게 낫다. 꼭 ×션이 아니더라도 1×번가나 지×켓도 괜찮고 쿠×이나 위×프 같은 소셜 마켓도 괜찮다.



IMAX로 영화 보려고 CGV 가는 거 말고는 당최 용산 갈 일이 없던 차에, 엄마님 컴퓨터 조립할 겸 해서 들렀었다. 여기저기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너무 피곤했고 그 날 저녁에 출근도 해야 해서 들어갔다가 눈에 띈 곳에서 바로 맞췄다. 어려 보이는 냥반이 일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사려는 액션을 보이면서 인텔 CPU 얘기하니까 바~ 로 AMD CPU 까기에 뭣도 모르는 어린 애로구나 싶어 그냥 나올까 하다가 덥기도 하고 너무 귀찮아서 그냥 진행했다. 뭐라 떠들거나 말거나 필요한 부품 말하고 얼마라기에 돈 주고 택배 보낼 주소 딱 써주고 나왔는데... 그 날 저녁에 택배 다음 날 보내겠단다. 그래서 안 된다고, 내일 못 받으면 안 된다고 했더니 그럼 조립비를 안 받고 조립을 해주겠단다. 이보게, 조립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큰 혜택으로 들리겠지만 난 내가 조립한 컴퓨터만 수 백 대일세. -_ㅡ;;;   됐다고 했더니 불법인데 윈도까지 깔아주겠단다. 어이, 됐다고.

그냥 환불해달랬더니 22일에 환불해준단다. 그래서 계좌 번호 보내고 기다렸는데 입금 안 했다. 문자 보내도 씹는다. 당연히 안 받을 줄 알고 전화했는데 받네? 왜 입금 안 됐냐니까 사장이 입금한다 했단다. 역시... 그냥 나이 어린 놈 데려다 알바로 부리는 거였어. -ㅅ-   사장 연락처를 내가 모르니까 오늘까지 입금해달라 전해달라하고 끊었다. 일단 오늘까지 기다려보고, 입금 안 되면 알바 녀석 상대로 진정서 접수할 생각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인데 추접스럽게 일하고 있다.


용산에서 일하는 ㅅㄲ들은 내가 널 언제 또 보겠냐 마인드가 가장 큰 문제다. 당장 붙잡아서 견적낼 때에는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것처럼 실실거리다가 의자에 엉덩이 붙이는 순간 태도가 달라진다. 거기서 결제 마치고 나면 그 때부터는 턱 내밀며 아쉬운 거 없다는 듯 행동한다. 모니터 포함해서 컴퓨터 맞춰도 100만원도 안 드는 세상인데 한 대 팔아 남기면 얼마나 남기겠냐만은... 용산이 괜히 망한 게 아니다. 저 따위 마인드 가지고 장사하니 누가 또 저기서 물건 살까. 지금은 그저 외국인 관광객 등 쳐먹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온라인 매장 물류 창고던가.


컴퓨터 사려고 용산 간다고? 아는 사람이 그리 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니며 말리고 싶다. 양심껏 정직하게 장사하는 곳도 있겠지만 그런 곳이 오래 버티는 꼴 못 봤다. 결국 얍삽하게 잔대가리 굴리면서 모르는 사람 등이나 쳐먹는 것들만 살아남아 장사하는 곳이 된 지 오래다.


진짜 모른다 싶으면 그냥 대기업 제품 사라. 꼭 하이×트나 전×랜드 같은 데 안 가도 된다. 요즘은 집더하기나 ×마트에도 가전 제품 잘 팔더라. 거기서 포인트 적립하면서 싸게 사라. 대기업 제품은 내가 원하는 사양으로도 안 나오고 비싼 것 같다 싶으면...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조립해달라 하던가... 배워가면서 직접 하는 게 낫다.


용팔이들한테 눈탱이 맞고 억울해 할 사람 생각하면 진짜 내가 조립해서 던져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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