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4월 29일 수요일 맑음 (모든 능력치를 뱃살에 갈아넣고 체력은 바닥)
오늘 처음으로 차를 가지고 출근했다. 이렇게 편한 것을. 그동안 눈치 보며 걸어다녔더랬다. 에휴.
어제 업무를 가르쳐주었던 사람이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부른다. 속으로 한 숨을 쉬며 옆으로 가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던 중 업무 배운 결과에 대한 테스트를 봐야 한다고 해서 오전은 그거 하느라 어영부영 지나갔다.
점심 때 책을 보는데 잠이 와 숨질 것 같다. 나츠메 소세키의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가 하도 유명해서 읽어봤는데 당최 못 읽을 정도로 더럽게 재미 없었고,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 무진기행 』도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후에 또 끌려가서 업무를 배워야 하나 싶었는데 오늘은 수요일. 운동하는 날이다. ㅋㅋㅋ
아침에 체육복을 챙겨 갔기에 눈치 보다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회사 주변을 천천히 한 번 걸어 코스를 파악한 뒤 뛰기 시작했다. 한 바퀴 도니까 숨이 턱에 찬다. 꾸역꾸역 한 바퀴 더 돌아서 두 바퀴 채운 뒤 걸었다. 그렇게 한 바퀴 걷고 또 한 바퀴 뛰고. 다시 한 바퀴 걷고, 또 한 바퀴 뛰고. 원래는 두 바퀴 뛰고 한 바퀴 걸어야 하는데 도저히 안 된다. 그 와중에 양쪽 골반이 아파오고, 허벅지에 쥐날 낌새가 보이는데다 숨이 턱에 찬다.
일본에 가기 전, 살이 좀 빠져서 돌아올 줄 알았다. 아무래도 먹는 게 부실할테니까 말이지. 하지만 일본에서 어찌나 맥주를 처마셨는지 오히려 살이 붙어버렸다. 지금 뱃살을 보면... 하아...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당최 의욕이 안 생긴다. 나는 강제력이 발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인 거다. 게다가 최악의 두 가지, '내가 안 해서 그렇지'와 '맘만 먹으면'이 발동해서 출렁이는 뱃살로부터 탈출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큰 일이다.
아무튼, 오늘 간만에 뛰어본 결과! 심~ 각하다! 앞으로는 날마다 뛰어야겠다. 이러다 큰 일 난다, 진짜.
칼날 같은 퇴근을 하고 돌아와서 근처 중국집에 전화. 포장 주문을 한 뒤 차를 타고 가게로 향했다. 맞은 편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주문한 음식을 받은 뒤 돌아왔다. 벌써 6만원 까먹고.
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해치웠다. 배가 터질 것 같다. 탕수육은 룸 메이트가 오면 먹으려고 다 식어빠질 때까지 놔뒀는데 20시가 다 되도록 이 냥반이 퇴근을 안 하네. 먼저 먹기 시작해야 할랑가 고민이다.
아! 아이폰 질렀다.
나는 갤럭시 S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기기만 썼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애플의 데이터 동기화가 너무 싫어서, 그리고 그 특유의 건방짐이 싫어서 안 써왔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SE2는 정말 마음에 든다. 빨간 색이 아니었다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텐데, 하필 빨간 녀석이 나와서. -ㅅ-
64GB와 128GB가 7만원 차이기에 128GB로 질렀다. 배송은 5월 6일이라고 한다. 7일에는 받을 수 있겠지. 받자마자 순토 앱 깔아서 카일라쉬 동기화 해볼 거다. 염병할 카일라쉬.
내일은 쉬는 날이다. 그리고 금요일만 출근하면 또 쉰다. 월요일은 상황 근무라서 24시간 회사에 있어야 한다. 어영부영 한국에 돌아온 지 한 달이 되었고 며칠 후면 출근한 지 한 달이 된다. 일본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시간이 잘 간다.
대출하면서 까먹은 생활비 때문에 대출 받은 게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차 때문에 그 1.5배 넘는 돈을 또 대출 받아야 한다. 부담스럽다. 하지만 어떻게든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죽는 게 아니라면 1~2년만 더 일해서 퇴직금으로 갚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생각은 1도 없지만. 아무튼, 혼자니까... 정 힘들어져서 물로 배를 채워야 하게 된다고 해도 나만 힘들면 되니까. 크게 걱정 안 한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남한테 해 끼치지 말고 즐겁게 살자. 그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