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장일기 』

2021년 04월 22일 목요일 흐림 (나는 아직 한~ 참 멀었다)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4. 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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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무척이나 마음이 평온했다. 이유인 즉슨, 찌질일과 찌질이가 모두 휴가를 갔기 때문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나는 것들이 나란히 휴가를 가서 꼴이 안 보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 하지만 내일은 둘 다 출근할 것 같다. 힘든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

 

  • 귀국한 지 1년이 지나서야 JW 선배와 MJ 선배를 만나게 된다. 염병할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게 이렇게 어렵다. 3월에 유학을 마치고 4월에 들어온다는 M군에게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잘 들어왔는지, 별 일 없는지 먼저 연락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오랜만에 돌아와서 바쁠테니 그냥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다.

 

  • 40년 넘게 살다보니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에 조금은 공감하게 된다.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았으니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을 거 아냐? 그러니 누군가 처음 보는 사람이 있어도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과 닮았다거나 뭔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거지. 희한하게도 예전에 봤던 A氏와 닮은 B氏는 하는 짓이나 성격 같은 게 A氏와 비슷하더라고.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갔지만 한 때 같이 일했던 I氏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딱 보고 '예전에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말투나 하는 짓이 그 사람과 엄청 닮아 있더라고.

 

  • 그 I氏가 떠난 후 새로 온 사람 중 K氏가 있는데 생긴 건 전혀 다르지만 은근히 닮은 구석이 많아서 한 사람이 떠나니까 닮은 사람이 와서 자리를 채웠다는 생각에 신기하다 싶더라. 그 K氏는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뭔가 이상한데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마 안 되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너무 애 같아서 이상하다 싶을 때가 자주 있다.

 

  • 점심 시간에 다들 쪽잠을 자니까 형광등을 끄는데 점심 시간이 끝나면 당연히 불을 켜야 하잖아? 그런데 그 불 켜는 데 엄청 집착하더라. 그게 뭐라고, 안달복달하는 거다.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 누가 스위치 쪽으로 접근하면 잔뜩 긴장하는 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번에는 다른 사람이 스위치를 켜러 가니까 뒤에서 막 뛰어와서 켜는 것도 봤다. 저게 뭐라고 저렇게 매달리는 거지? 집착이 지나친 나머지 점심 시간이 끝나기 전에 켠 적도 있다.
  •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데 외국에서 유학을 했을 때인지, 여행을 갔을 때인지, 유명한 축구장에 다 가봤다며 자랑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보는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운동 신경이...
    왼발잡이라는데 있는 힘껏 차보라고 해도 코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오는 정도. 어지간한 여직원보다 못 차는 것 같다. 킥이 저러니 운동 신경이 좋기도 어렵지. 왜, 그런 거 있잖아? 공이 몸 쪽으로 오면 팔과 다리가 나란히 구부러지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ㅋㅋㅋ   뇌에서 뭐라고 명령을 내리긴 하는데 팔, 다리로 전달되는 게 지독하게 느리다는 느낌?
    보통은 저 정도 운동 신경이라면 남들한테 구박도 받을테고, 잘하는 사람이랑 비교 당하는 일이 다반사니까 아무리 축구를 좋아하더라도 보는 것에 그칠텐데, 하는 건 싫어할텐데 싶지만 하는 것도 좋아하더라. 그게 참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단한 건 대단한 거고, 같은 편이 되면 속이 터진다. 한 명이 없는 셈이 되는 거다. 아니, 마이너스가 된다. 수비 가담은 아~ 예 안 하지, 그렇다고 주워먹기라도 잘 하면 모르겠는데 발에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니까 그런 것도 안 된다. 찬스가 수십 번 이어지면 간신히 한 골 넣을까 말까 한 수준? 그런데 그 와중에 골을 넣으면 셀러브레이션을 한다. ㅋㅋㅋ   게다가 사무실 사람들에게 골 넣었다고 자랑을 한다. 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어제는 몇 골 넣었냐, 오늘은 몇 골 넣었냐,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나는 못된 구석이 있는지라 어제 한 골 넣었다며 자랑하는 걸 듣고 있자니 '오늘은 한 골도 못 넣게 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오늘은 무득점. ㅋㅋㅋ

 

  • 체력 검정을 전부 제대로 통과했다는데 뛰는 거 보면 '정말일까?'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100m 붙어도 내가 이길 것 같은데. 뭐, 이렇게 써놓으니 뭔가 까는 느낌이긴 한데 절대 그런 거 아니다. 찌질일, 찌질이 같이 한심한 족속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저,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서 그게 신기할 뿐이다.

 

  •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해 인정하거나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다수일 때에는 다수라는 이유로 소수를 업신여기거나 깔봤고, 내가 소수일 때에는 다수를 상대하면서도 내가 옳다 생각하는 건 끝까지 주장해서 관철시킨다며 설쳐댔던 것 같다. 이제는 제법 나이도 먹었고, 예전에 비하면 그나마 사람 같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K氏의 골 넣었다는 자랑을 듣고 못 넣게 해야겠다고 심술 부리는 거 보면 나는 아직도 한~ 참 멀었나보다.

 

  • 내일은 저녁에 약속이 있고, 모레도 약속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주는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갈 것 같다. 다음 주를 보내고 나면 그 다음 주는 근무가 있고, 휴가도 있고, 나름 바쁠 듯. 24시간 근무 후 비번에 주말이 이어지고 그 다음에 휴가를 썼는데 거기에 공휴일이 붙어서 이대로 흘러가면 6일을 내리 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 때에는 정말로 단양이든 영월이든 차박 가서 하루 정도는 자고 와야겠다.

 

  • 어제 자면서 계속 바이크 생각을 했더랬다. 내년에 살 거면 그냥 올 해 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문제는 '빚이 잔뜩인 상황인데 사고 싶다고 다 사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올 해 부지런히 모아서 빚을 청산하고 난 뒤 내년 이맘 때 바이크를 살 거라면, 지금 미리 지르고 내년 이맘 때 빚을 청산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요즘 여기저기 자꾸 아파오니 오래 못 살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바이크 파는 곳이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고 하면 슬~ 쩍 다녀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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