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의림지
내리 엿새를 쉬는데 비 온다는 이유로 다섯 평도 안 되는 방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게 4일. '나는 어디 외딴 섬에 등대지기로 처박아둬도 심심하지 않게 잘 살겠다.' 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꿰뚫을 정도가 되었지만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라 해가 떠오르기에 충동적으로 다녀온 곳이 제천 의림지. 원래는 게스트하우스 잡고 하루 자고 올 생각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걸로.
고속국도를 이용하지 않아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어슬렁거리는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띄어 주차비 내야 하는 건지 조금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주차비는 무료. 주차장에 빈 자리가 차고 넘치는데 꾸역꾸역 의림지 박물관 가는 쪽의 2차로에 꾸역꾸역 차 세운 것들이 즐비하다. 저렇게 걷기 싫어하면서 왜 기어 나왔을꼬?
의림지 박물관은 성인 기준 2,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케이블 카를 이용한 분이라면 입장료가 면제되니까, 케이블 카 먼저 타고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국가 유공자는 입장료가 면제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체온을 측정하고 나서 080으로 시작하는 번호에 전화를 해서 방문 기록을 남긴 뒤 입장권을 구입하면 됩니다. 제천은 입장 시 전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더라고요.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커플이 지나가서... 아오... 10년만 젊었어도 눈치 안 보고 동전 때려 넣고 꺄학학학학~ 하면서 삽질하는 건데...
입구에서 발 털고 가라고 안내하는 아주머니가 조금 안스럽게 보였습니다. 하루에 똑같은 말을 수십 번씩 하고, 짜증내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고... 월급 받고 하는 건지 자원 봉사인지 모르겠지만... 사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네요.
의림지는 여기까지. 30㎞ 가까이 떨어져 있는 청풍호반 케이블 카 타러 이동!
케이블 카는 바닥이 보이는 시스루 캐빈과 일반 캐빈으로 나뉘어지는데 시스루 캐빈을 탄다는 가정 하에 성인 기준 왕복 20,000원. 국가 유공자는 2,000원 할인. 2층에서 표를 구입한 뒤 3층에 가서 타면 된다.
3층에 올라갔는데 파란 점퍼를 입은 처자가 점검 중이라며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어쩐지. 손전화 두고 와서 가지러 다녀올 때 보니까 안 움직이고 있더라니. ……… 응? 그렇다는 건... 공중에 매달린 채 벌벌 떠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가?
아무튼 기다리라고 했으니 얌전히 기다리는데... 뭔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 그리고 얼마 후. 직원이 한 사람, 한 사람, 돌려보내기 시작한다. 이윽고 나한테 왔다. 오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오늘 중으로는 안 될 것 같단다. 원인도 모른단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간 건데, 가는 날이 장날. 결국 환불 받았다. 2층 매표소 옆에 식당이 있어서 밥이나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입장.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식사 되냐니까 뭐라 뭐라 하는데 못 들었다. 안 된다고 한 건 아닌 것 같아서 키오스크로 주문. 해물 뚝배기가 만 원이다.
'제대로 주문 들어간 거 맞아?' 라고 의심할 무렵 음식이 나왔다.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한다.
만 원 짜리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애호박은 아예 안 익어서 나왔고, 먹으면 100% 배탈나겠다는 삘이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숙소에 도착할 무렵 급똥 시그널이 왔다. 전복이 하나 들어있었고 다슬기인지 올갱이인지도 제법 있었고, 새우도 있었다. 게는 그닥 크지 않았지만 살이 빵빵하게 차 있었고. 나쁘지 않았다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음식 만드는 분에 대한 신뢰가 없다. 뭔가 건성인 기분. 다시 이용하겠냐고 물으신다면 놉!
결국 케이블 카는 타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뭐, 다음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