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15일 목요일 폭우 (와, 씨, 무슨 비가... 와, 씨...)
16시가 넘어 운동하러 나갔다. 폭염 주의보가 내렸으니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가벼운 산책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일단 우산은 챙겼고.
밖에 나가니 엄청 습하다. 말 그대로 사우나.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더라. 홀딱 벗고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줄줄 흐를 것 같았다. 다행히 구름이 많아 햇볕은 강하지 않았지만 바람이 전~ 혀 불지 않아서 뭔가 상당히 비현실적이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800m 정도 되는 거리를 천천히 걸은 뒤 더 이상 걷는 건 포기. 같이 걷는 네 명이 모두 들어가자고 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더위였다.
사무실에 들어가 에어컨 바람 + 선풍기 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이내 기운을 차렸는데 뭔가 이상하다. 창 밖을 보니 새~ 카맣다. 어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이 파랬는데?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더라. '제발 퇴근할 때까지만 쏟아지지 말아라.'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퇴근을 10분여 남기고 쏟아지기 시작한다. 엄청난 소나기. 금방 그칠 거라 생각하고 일단 밥 먹으러 갔는데 다 먹고 나오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진다. 일단 사무실에 돌아가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퇴근할까 하다가, 계속 이렇게 쏟아질 것 같아 그냥 퇴근하기로 했다.
우산을 펼쳐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망했다 싶더라. 쏟아지는 만큼 배수가 안 되서 주차장에 물이 고이고 있었다. 거길 20,000원도 안 하는 싸구려 신발로 걸으니 1분도 안 되어 젖는 건 당연. 바지 밑단은 이미 다리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는데 두고 가기가 좀 그래서, 그리고 우산 써봐야 말짱 꽝이다 싶어 우산을 접고 자전거에 올랐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진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들도 비상등을 깜빡이며 천천히 달리고. 그 와중에 도로에 물이 고여 자전거의 속도 정도로도 물살을 가르는 그림이 만들어진다. 흠뻑 젖은 마스크 안에서 와~ 와~ 어이없어 하면서 퇴근.
숙소에 도착하니 너덜너덜하다. 일단 방으로 들어와 바지를 벗는데 질척질척. 하필 오늘 ○○ 검사 있다고 해서 멀쩡한 속옷, 양말, 수건도 세 개나 싸들고 갔는데 다 젖었다. ㅽ
부랴부랴 벗고, 샤워를 한 뒤 세탁기를 돌렸다. 이 날씨에 빨래가 마를 리 없지만 나에게는 제습기가 있지. ㅋㅋㅋ
비는 여전히 말도 안 되게 쏟아지는 중이다. 지난 해에 이 정도로 내린 적이 있는데 그 때 주차장에 물이 차오르는 바람에 다들 차 빼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퇴근하면서 보니까 지금도 물이 찰랑찰랑 고이던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내 차는 조금 높은 지대에 있는데 이렇게 한 시간 정도만 내리면 더 높은 곳으로 피난 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숙소 들어오는 입구는 이미 저수지가 되어 있던데.
어지간하면 창문을 열고 빗소리 들으며 빈둥거릴텐데, 그 정도 수준을 넘어섰다. 출근할 때 창문을 열어놨는데 거기로 비가 들이닥쳐 매트리스가 조금 젖었더라. 수건 덮어놨는데 저걸로 될까 싶다. 일기 예보 더럽게 안 맞더니, 오늘 저녁에 비 온다는 예보는 기똥차게 맞았네.
네일베에서 날씨 확인해보니 오늘 자정까지 온다는데, 과연...
'계속 이렇게 쏟아질 것 같' 기는 개뿔... 하, 염병할 똥 촉... 세탁기가 다 돌아가기도 전에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혔다. 원래 19시 30분까지 사무실에 있다가 퇴근할 계획이었는데, 계획대로 했으면 젖은 길을 달리긴 했겠지만 비 한 방울 안 맞을 수 있었다. 미친 듯 쏟아진 게 30분이 채 안 되는데 그 30분 사이에 퇴근한 거다. 아오~ 도레미파솔라시발. 진짜... 아오... 네일베 일기 예보와 너만을 사랑한다는 여자 친구 말은 일단 걸러 들어야 한다. 아오, 염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