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05일 화요일 흐림 (재택 교육 2일차)
오늘도 잠을 설쳤다. 일찍 잠자리에 든답시고 20시에 누웠는데 태블릿 붙잡고 뒹굴거리다 보니 금방 21시, 22시가 되어버렸다. 어찌 잠이 들긴 했는데 눈이 떠져서 시계를 보면 새벽 한 시. 한~ 참 잔 것 같은데 희한하다. 잠이 오지 않는데 눈을 감고 더 자려고 발버둥치다가 다시 눈을 떠 시계를 보면 한 시간 남짓 지나있고.
'이러면 낮에 분명히 졸릴텐데...'라는 걱정이 드니 더 잘려고 노력은 하는데 좀처럼 잘 수가 없다. 약 생각이 절로 든다. 약을 먹으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계속 잘 수 있으니까. 하지만 꾸역꾸역 참고 있다.
재택 교육 2일차. 피벗 테이블을 배우는 시간인데, 솔직히 말하면 수업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면서 '아! 이렇게 써먹으면 되겠다!'라고 빡! 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수업은 지루하고, 그러다보니 잠이 쏟아진다. 자꾸 딴 짓을 하게 된다.
'엑셀은 정말 엄청난 프로그램'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찬양하면서, '왜 피벗 테이블은 제대로 배워서 써먹지 않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그냥 나랑은 안 맞는 거다. 당최 재미가 없어.
엑셀 수업을 들으면서 엑셀 책을 두 권 질렀다. (°ー°〃) 차라리 VBA를 공부해서 프로그램을 짜고 말지. ㅋㅋㅋ
일본에 있을 때 아마존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더랬다. 어지간한 건 다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데 살 때마다 배송비를 내느니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이득이더라고. 그 덕분에 아마존 뮤직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해지하지 않고 계속 사용 중이다. J-POP을 듣는 것이 일본어를 잊어버리지 않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인데 정작 아마존 뮤직으로 노래 듣는 건 한 달에 한, 두 번이 고작인지라 크게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
아마존 뮤직에 마이 디스커버리라고, 내가 들은 노래를 바탕으로 비슷한 곡을 추천해주는 게 있는데 이 녀석이 의외로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서 좋은 노래를 많이 골라준다. USAGI HOTEL이라는 일본 인디 밴드의 곡을 추천해줬는데 듣자마자 꽂혀서 눈 뜨기 무섭게 가사 알아보고 번역기 돌렸다. 노래 가사라 그런지 번역기의 번역은 어색하다. 마사미 님에게 도움을 청해서 좀 제대로 번역을 해볼까 싶은 마음도 드는데, 괜히 귀찮게 해드리는 게 아닌가 싶어 아직 망설이는 중.
회사에는 손전화나 엠피삼 플레이어를 들고 갈 수 없으니까 듣고 싶은 노래를 듣는 것이 한정된다. 물론 인터넷 PC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사무실에서 그러고 있는 것도 뭔가 이상하고... 그러다 문득! '워크맨은 자료 저장이 안 되고 재생만 가능한 기기니까 가지고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 테이프에 듣고 싶은 노래를 녹음해서 가지고 간 뒤 운동할 때 들고 뛰면... 아, 뭐, 좀, 무겁긴 하겠지만서도...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 엠피삼 파일이나 스트리밍되는 음원을 테이프로 녹음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카세트 테이프에 있는 노래를 파일 형태로 녹음(리핑)하는 게 대부분이고 반대의 경우는 잘 없더라. 하지만 두드리면 열리는 법. 테크가 하나 뿐이지만 녹음이 가능한 녀석을 발견했다.
한 때 전축(!) 시장에서 나름 먹어줬던 아남의 로고가 박혀 있는 제품이다. 중국産이라서 라이센스가 중국으로 홀랑 넘어간 건가 의심스럽긴 한데, 아무튼.
디자인은 이 녀석이 마음에 들지만 무거운데다 건전지도 뚱뚱한 녀석을 쓴다.
2024년형은 훨씬 작고 가벼운데다 AA 건전지를 쓰지만 못 생겼다.
외모 지상주의인지라 구형이 더 끌린다. 하지만 무거운 건 싫으니까 신형을 사야 하나 싶기도 하고. 요즘 카메라 필름이 한 개에 20,000원을 넘는데 설마 공 테이프도 그렇게 된 건 아닐까 싶어 찾아봤더니 한 개에 2,000원 정도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어느 정도 이름 값이 있는 건 두 배 정도 비싸다. 음... 카세트 플레이어 하나 지르고, 공 테이프 두 개 정도 지르면... 하고 견적을 내다가, 그만두자고 포기했다. 예전 같으면 진작에 질렀을 건데, 요즘은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참는다. 장족의 발전이다.
점심 시간이 끝나면 오후 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세 시간 남았다. 열 시간 중 여덟 시간만 들으면 수료가 가능하니까 '9, 10교시는 쨀까?' 싶기도 하고, '별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출석 체크만 하고 놀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짓은 내가 틈만 나면 욕하고 있는 월급 도둑놈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 꾹 참고 들어야지.
수업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1배속을 참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수업 속도가 너무 느리다. 빨리 감는 게 가능하다면, 건너뛰기가 가능하다면 진작에 그리 했을 게다. 답답해서 교안을 보고 먼저 해버린 뒤 딴 짓 하다가 수업을 놓치고 있다. (¬_¬")
내일이랑 모레만 출근하면 또 쉰다. 휴가 때에는 딱히 계획이 없는데 수원 스타필드에 가볼까 싶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어디라도 다녀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이번 주에 업무 발표 하라고 할랑가 모르겠다. 별로 긴장은 안 되고, 그냥 시키면 해야지 정도? 인간 관계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업무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직장에 가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나야 좋은데, 혹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살펴봐야 할 타이밍이다. 항상 좋다, 좋다 할 때 뭔가 터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