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목요일 폭설 (미쳤네, 진짜...)
어제 출근할 때 보송보송 눈이 내리고 있었더랬다. 그 눈은 퇴근할 때까지 한 번도 그치지 않았고. 15시부터 회사의 운동장에 쌓인 눈을 치웠고, 16시부터는 숙소 쪽으로 나와 눈을 치웠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주소만 용인이지 조금만 더 가면 이천, 다른 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안성인 깡 시골인데, 눈이 엄청나게 쏟아진다. 이미 여러 번 봤기에 잘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 어제 본 눈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포항의 형편없는 경기를 보고 나서 바로 누웠다. 낮에 용을 쓴 탓인지 22시가 채 안 되어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몇 번 깬 뒤 여섯 시에 아예 일어났다. 잠시 멍 때리고 있다가 15분 쯤 주섬주섬 챙겨 입은 후 밖으로 나갔는데... 나갔는데... 손전화를 두고 온 걸 후회했다. 사진 찍어야 했다. 진짜, 어제 그렇게 치웠는데도 무릎까지 눈이 쌓여 있더라. 보자마자 이걸 뚫고는 못 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다행히 통로에 눈 삽이 있어서 치우기 시작했다. 5분도 안 되어 땀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허리가 아파왔다. 30분 동안 헉헉거리며 사람 다니는 통로만 눈을 퍼내고 나서 돌아보니 그 사이에 또 쌓여 있다. 거짓말 같지? 눈 삽을 드르르륵~ 밀었더니 몇 걸음 못 가 삽 옆으로 눈이 삐져 나간다.
이건 혼자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싶어, 일단 방으로 돌아왔다. 건조기 옆에 옷걸이를 세워두고 젖은 옷을 걸었다. 일일이 빨다 보면 대책이 없을 것 같다.
그 때 회사에서 문자가 와서 열 시까지 출근하란다. 여덟 시부터 모여서 제설하려나? 두 시간 만에 제설이 되나? 이건 대책이 없다, 진짜. 어제 염화칼슘 뿌린 건 헛수고였다. 아무튼, 아침부터 또 힘써야 할 게 분명하니 일단 누룽지부터 뜨거운 물에 불리는 중이다. 배 채우고 나가서 눈 좀 치우고 있어야겠다.
와... 진짜, 살다 살다 이런 거 처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