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간사이 - 02 : 인천 공항 → 간사이 공항

퇴근하고 바로 자야 했는데 뮝기적거리다가 늦어서야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 듣고 일어났는데 그닥 피곤하지는 않았다.　대충 씻고 미리 챙겨둔 짐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콜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 시각에 퇴근하면서 빈 택시 나오는 걸 종종 봤었기에 택시 타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온 메시지는 '근처에 택시가 없다'였다.

안들려

걸어나가다 보면 오겠지 싶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반 팔 입고 나선 터라 좀 쌀쌀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렇게...　큰 길까지 걸었다.　택시 한 대도 없더라!　-ㅅ-　　　결국 큰 길에서 빈 택시 잡아 ××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갔더니 딱 5,000원 나왔다.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기다리니 이내 인천 공항 가는 버스가 도착했고 카드 찍고 올라탔다.　12,000원 나가시고...　ㅠ_ㅠ　　　맨 뒷좌석으로 가서 노래 들으며 자다 깨니 공항에 도착.　한 시간도 안 걸렸다.

내린 곳에서 한참을 걸어 포켓 와이파이를 수령했다.　나보다 먼저 키 큰 처자가 익숙하다는 듯 휙~ 수령해가더라.　이름 말하고 전화번호 말하니 바로 내어준다.　받아서 전원 버튼 눌러 켜지는지 확인하고 배터리 꽉 찬 거 본 뒤에 바로 껐다.

항공권 받을 때 창 쪽과 통로 쪽 어디가 좋냐 묻기에 창 쪽으로 달라 해서 표 받고 나니 할 게 없다.

시간이 일러 밥이라도 먹으려 했는데 식당 대부분이 여섯 시 반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지난 해에 비싸게 주고 맛없게 먹은 식당도 영업 준비에 한창이었는데, 다른 곳 가려고 해도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고민이 되더라.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 밥 안 먹고 그냥 나왔다.　출국 심사 마치고 안에 들어가면 간단히 먹을 거 파는 곳 있으니 거기서 먹으라던 인터넷 글도 있고 했으니까.

자동 출입국 심사 등록하는 곳이 보이기에 미리 해놓자 싶어 등록을 마쳤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있는 기기에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다가 차례 되면 가서 여권 주고 앉아 있으면 된다.　지문 등록하고 사진 찍으면 끝.　다만 모자 쓰고 있다면 벗어야 한다.　아침 일찍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으니 떡진 머리 남들한테 보이기 싫다면 모자 썼을 때에는 등록하러 가지 말자.　ㅋㅋㅋ　　　(여권 유효 기간 중에는 한 번만 등록하면 만료일까지 쓸 수 있음)

자동 출입국 심사를 등록했지만 여권에 도장 찍으려고 줄 서서 출국 심사를 받았다.　ㅋㅋㅋ　　　보안 검색을 받았다.　내가 얼마나 깨끗한 사람이냐면, 막대기로 몸 훑는 거 있잖아?　그것도 안 했다.　하려고 양 팔 벌리니까 그냥 가라더라.　내가 이렇게 깨끗한 사람이다.　엣헴!

면세품 찾으러 어슬렁~ 어슬렁~ 움직였다.　서쪽 게이트에서 받았는데 롯데 면세점 이용률이 가장 높은지 관련 창구가 가장 많았고 내가 이용한 워커힐 면세점은 달랑 하나.　쫄랑쫄랑 가서 면세품 찾으러 왔다니까 번호표 달란다.　응?　번호표?　⊙˛⊙ 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노라니 원래 번호표 뽑아야 하는데 지금 먼저 오신 분 없으니 그냥 주겠단다.　집에서 뽑아간 종이 쪼가리와 여권 보여주니까 항공권이랑 뒤적거리며 보더니 뒤에서 뭐 가지고 와서 준다.　면세점에서 뭘 사봤어야 알지.　-ㅅ-

혹시나 나처럼 인터넷 면세점 처음 이용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절차를 적어 보자면...　① 인터넷 면세점에서 마음에 드는 걸 지름 → ② 공항에 나감 → ③ 출국 심사와 보안 검사 통과 → ④ 지정된 양도장으로 가서 번호표 뽑음 → ⑤ 내 차례 되면 여권과 항공권 보여줌(주문 번호=교환권 번호 같은 게 나온 거 인쇄해서 가면 빠름) → ⑥ 물건 받으면 끝　　　뭐, 이렇다.

굿보이

탑승구 앞에 미리 가서 면세점에서 지른 시계를 깠다.　뭔 포장이 이 모양인가 까기도 힘들다.　꾸역꾸역 깠는데...　시계가 안 켜진다.　배터리가 전혀 없는 거다.　가지고 있던 보조 배터리로 충전을 하지 그제야 켜지는데 배터리 없다고 깜빡거린다.　손전화에, 태블릿에, 퓨얼 밴드에, 마이 코치에, 그렇잖아도 꼬박꼬박 충전해야 될 녀석들이 수두룩한데 이제 시계까지...　-_ㅡ;;;　　　그렇게 시계 쪼물딱거리고 있는데 탑승이 시작되어 비행기에 올라타서 멍 때리고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비행기 날개가 얼어 있는 게 보인다.　잠시 후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면서 햇볕 받으니까 금방 녹긴 하더라.　ㅋ

흔해 빠진 농담으로 '구명 보트 정원이 9명'이라는 게 있는데 의외로 저걸 믿고 있는 바보들이 많다.　진짜다.　주위에 물어봐라.　구명 보트에 몇 명 정도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고.　아홉 명? 하면서 웃는 사람 엄청 많다.　뭐, 아무튼...　구명 보트에는 생각보다 많이 탈 수 있다.　-ㅅ-

비행기는 순탄하게 활주로를 달린 뒤 이륙했다

금방 고도를 올려 일본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고도는 9,500M(약 31,000ft) 정도에 속도는 950㎞/H였다.

중간에 기내식을 주더라.　비행기라고 해봐야 제주와 일본 갈 때 탄 게 고작이라서 음료를 제외한 무언가를 받아먹는 게 처음이었다.　빵과 잼, 삼각 김밥과 물을 주더라.　아침 식사를 안 했던 터라 반갑게 받아 먹었다.　냠냠~

약 한 시간 정도를 비행해서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잔뜩 펼쳐 올린 플립 플랩

내리기 위해 이동할 동안 공항의 항로 관제 레이더도 줌으로 찍어보고...

그렇게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정확히 만 11개월 지나 다시 온 거다.　아침 이른 시각이었는데 그 때 도착한 다른 비행기가 없어서인지 입국 심사가 금방 끝났다.　그닥 바뀐 게 없어서 능숙하게(?) 걸어 난카이線 표 파는 곳으로 이동했다.　난카이線 매표구는 중국 여행객 한 패거리를 제외하고는 한산했는데 JR 매표구는 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난 일단 JR 매표구를 지나 구석진 곳으로 가서 포켓 와이파이부터 켰다.　전원을 켜고~　손전화에서 인식하는 거 확인하고~　설정 페이지 들어가서 파워 세이브 모드 해제하려고 보니 이미 해제된 상태다.　어떤 음악 앱은 해외에서 실행이 안 된다고 하던데 멜론은 아무 문제없이 잘 되더라.　그래서 멜론으로 노래 들으며 난카이線 표 사러 갔는데...　생각해보니 라피트를 타나, 공항 급행을 타나, 난바 도착 시간은 고만고만한 거다.　굳이 돈 쓰지 말자 싶어 그냥 공항 급행을 탔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옆 자리 스마트 폰에서는 네이버의 초록색 네모가.　ㅋㅋㅋ　　　앉아서 느긋하게 졸다가 눈 떠보니 앞에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노부부가 서 계신데...　자리를 양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뭐라 말하고 일어나야 하나, 얘네들은 양보 받는 거 어색하게 받아들인다던데 괜히 일어났다가 뻘쭘해지면?　별에 별 생각을 하다 보니 난바 역에 도착.　이제부터가 바쁘다.

난바에서 서둘러야 했던 이유는 '교 트레인' 때문이다.　첫 날의 목적지인 교토에 가려면 한큐線을 타야 하는데 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에만 '교 트레인'이라고 해서 좀 특별한 열차를 운행한다.　시간도 자주 있는 게 아니라서 하루에 네 번 뿐인데 11:32 열차가 딱 내 타이밍이다.　그래서 난바에 내리자마자 미도스지線 타고 우메다로 이동, 걸어서 한큐 우메다로 간 뒤 교 트레인을 타면 되는 거다.

정확한 도착 예정 시간에 난바 역에 떨어졌고, 걸음을 재촉해 미도스지線 타는 곳까지 갔다.　빨간 색 미도스지線을 타고 우메다에 내렸는데...　예정 시간보다 2분이나 늦어졌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부리나케 걸어 현지인도 헤맨다는 우메다 역에서 한 번도 헤매지 않고 한큐 우메다까지 잘 갔는데...　1분 차이로 놓쳤다.

이미 늦은 거 어쩌겠냐...　하아~　-ㅁ-　　　포기하고 한큐 우메다 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11:43 준급(Semi Exp - 초록색) 와서 그거 탔다.　특급(Limited Exp - 빨간색) 타면 더 빠르긴 한데, 굳이 특급 타서 빨리 교토 넘어갈 필요가 없었으니까.

여행 정보

공항버스는 서울버스(주)에서 운영하는 6000번대 버스와 한국도심공항(주)에서 운영하는 6100번대 버스, KD 운송 그룹의 경기권을 다니는 5000번대 버스 등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미리 검색해서 몇 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만약 차를 가지고 가서 인천 공항에 세워둬야 한다면 주차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돈은 뭐...　-_ㅡ;;;

자동 출입국 심사는 3층의 F 구역 옆에 있습니다.　통신사 부스 바로 옆에 조그마한 문이 있는데 그리 들어가시면 되고요.　오전 일곱 시 부터입니다.　번호표 뽑고 차례 되면 지문 등록하고 사진 찍으면 끝.　출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많을 때 자동으로 처리하면 무척이나 빨리 통과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만 여권에 찍히는 도장은 포기해야 합니다.　ㅋ

교 트레인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만 다닙니다.　우메다에서 교토 카와라마치까지 가고요.　특급이기 때문에 모든 역에 정차하지 않습니다.　2015년 03월 현재 기준, 우메다에서 카와라마치 가는 건 09:52 / 11:32 / 13:32 / 15:32　이렇게 네 번입니다.　카와라마치에서 우메다로 가는 건 10:41 / 12:41 / 14:41 / 16:41　이렇게 네 번이고 소요 시간은 편도 43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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