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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셋쨋 날: 마쓰다 자동차 박물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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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늙었다 싶은 게, 예전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아침에 더 힘들다. 전 날 소맥 말아 마신 뒤 맥주 조금 더 마시고 잤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엄청 피곤하다. 여행이고 뭐고 그냥 누워서 빈둥거렸으면 하는 마음 뿐. 마음이야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그럴 수야 있나. 무거운 몸을 겨우겨우 일으켰다. 베란다로 가서 어제 널어놓은 빨래부터 걷어 오고 가방을 열어 주섬주섬 정리를 했다. 세수하고 슥슥 면도만 대충 한 뒤 출발.


히로시마 지역은 거의 대부분 히로덴으로 커버가 되지만 마쓰다 자동차 박물관이 있는 곳은 히로덴을 이용할 수 없다.

└ 히로시마에서 JR 산요 본선을 타고 출발, 덴진가와 거쳐 무카이나다에서 내리면 된다. 요금은 ¥190.


이토자키 가는 열차 타면 안 된다. -_ㅡ;;;   저거 보내고 시라이치 가는 열차 탄 뒤 무카이나다에서 내리면 된다.



10분도 채 안 걸려 무카이나다 역(向洋駅=むかいなだえき)에 도착. 북쪽 출구와 남쪽 출구가 있는데 전철에서 내린 곳이 북쪽 출구다.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기에 일단 그 쪽으로 가긴 했는데, 걸음이 빨라 걷다보니 길도 모르면서 맨 앞에 가게 됐다. 일단 계단으로 올라가서 통로 거쳐 반대 쪽으로 내려가니 한글로 남쪽 출구라고 쓰여 있다. 역무원에게 가서 마쓰다 자동차 박물관이 이 쪽 맞냐고 물으니 쭈욱~ 가면 된다고 알려준다.

역에서 나오니 작은 길 하나가 보인다. 여긴가? 일단 그 길로 가니 자그마한 과일 가게가 오른쪽에 있고 길 끝에 자동차 도로가 나온다. 그리고 마쓰다 자동차 건물이 딱 보인다. 느긋하게 가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마 저 사람들도 마쓰다 자동차 박물관 가는 거겠지? 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다.


건물 앞에 대형 버스가 멈춰 있었는데 그 앞에 유니폼 입은 처자가 서 있다가 횡단보도 건너오는 나를 향해 총총 걸어온다. 가방에서 예약 내용 인쇄한 걸 꺼내어 보여주었더니, "하이, 츄상~" 하면서 버스에 타라 한다. 일본에 주 발음이 없어서 항상 츄상이 된다. -ㅅ-   다른 사람들 보니 방문객이라고 쓰여 있는 목줄(?)을 주렁주렁 달고 있던데 나는 늦게 도착해서인지 못 받았다. 그냥 다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뭔 일이야 있겠냐 싶어 그냥 무시.


공장이 어찌나 넓은지 걸어서 구경하라고 한다면 1박 2일도 모자라겠다 싶더라. 새 차 냄새 나는 대형 버스를 타고 한~ 참을 달린다.



만든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 대형 선박을 세울 수 있는 곳에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 울산 현대 자동차도 비슷할 것 같다.



박물관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들이 있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영상부터 보겠다고 한다. 쓸데없이 비장한 음악이 깔리면서 회사 소개가 이어진다. 원폭 맞아 폐허가 된 히로시마에서 다시 일어섰다는 내용이었다. 결국은 우리 회사 짱인듯, 님들도 인정? 뭐, 그런 이야기다. 그 와중에 원폭 맞은 부분에서는 히로시마와 자신들을 불쌍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히로시마가 폭격의 대상이 된 데에는 마쓰다 자동차 공장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은데... 전쟁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는 짓이지만 핵 맞고 GG 선언한 일본이 불쌍하다는 평가는 그릇됐다. 실제로 핵이 아니었다면 전쟁이 장기화되어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영상을 본 뒤 가이드 해주는 처자 뒤를 졸졸졸 따라 이동했다.



초창기의 삼륜 자동차. 당시 마쓰다의 판매, 유통망 형성이 안 되어 미쓰비치 로고를 달고 판매했었다고 한다.



이 녀석은 미쓰비시 로고가 빠지고 그냥 마쓰다 문구만 들어갔다.



흔히 보는 1톤 트럭처럼 생겼는데 짐 싣는 공간이 엄~ 청 길다.



한국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봉고. 그렇다, 바로 그 봉고다. 기아 자동차에서 팔았던 승합차 봉고의 모델이 이 녀석이다.



고개를 드는 헤드라이트를 달고 있는 RX-7. 각종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왔었드랬지.






전시된 자동차들을 지나자 로터리 엔진에 대한 전시 공간이 나왔다. 영어가 짧아 설명하는 걸 거의 못 알아듣긴 했는데... 기술적인 얘기는 없었던 듯 하다. 고등학교 때 전공이 자동차라서 옛날 학교 실습실에서 엔진 붙잡고 씨름하던 게 생각났다. 실습대에 엔진만 달랑 걸려 있는데 거기 휘발유 붙고 점화 플러그 간극 조절해서 시동 걸고 그러던. 얼마 전에 가보니 지금은 과가 없어져서 실습동도 아예 사라져버리고 새로운 건물로 바뀌어 있더라.





사고 차량을 전시해놨는데 보닛이 저렇게까지 찌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엔진이 실내로 전혀 밀려들어가지 않았다.



기술 전수와 관련된 부분이다. 어떤 식으로 기술을 전수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다.


내가 일하는 곳은 경험이 상당히 중요한 자산이 된다. 모든 사람이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악용하는 ××들이 생겼다. 자기 경험이나 그것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고 자신만 가지고 있는 거다. 그러면 나중에 이러저러한 일 해야 할 때 그 사람 아니면 몰라서 못하게 되니까... 자기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남들 놀 때 자기가 공부해서 얻은 거라면, 남들 쉴 때 일 더 해서 얻은 거라면 그러려니 하겠다. 그냥 자기가 맡은 업무 때문에 알게 된 지식이나 자료 같은 건데 그걸 꽁꽁 감춰놓는다. 그래놓고 그걸 벼슬처럼 여긴다. 나는 그런 것들 보면서 절대 저 따위로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누가 뭐 알려달라고 하면 내가 아는 한 다 알려준다. 그렇게 해도 배울 때 뿐이지 두고두고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내 존재 가치가 낮아지지 않는다. 경험, 기술, 지식은 다음 세대에 충분히 대물림되어야 한다.



도장과 관련된 기술 경진 대회인 모양이다. 양 팔 벌려 환호하는 사람 왼쪽에 있는 사람의 국적이 한국이더라.





마쓰다의 자동차가 일부 전시되어 있고, 로터리 엔진과 관련된 안내가 있으며, 거기를 지나면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 같은 게 나온다.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라서 가이드 처자도 상세하게 설명은 안 하는데다 관람객이 우르르~ 다니는 게 아니라 저마다 사진 찍고 구경하고 하느라 어수선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건성건성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좁은 문을 통해 공장으로 들어가는데 차를 조립하는 공정을 볼 수 있다. 단, 공장 내부에서는 사진 및 영상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몰래 찍으면 어찌 못 찍을까만은, 하지 말라는 짓은 안 하는 게 맞다. 커다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차가 고정된 상태로 밀려 가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면서 조립을 하고 있었다. 대쉬 보드 장착하는 게 신기했는데, 거대한 로봇 팔에 매달린 대쉬 보드는 자동차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사람이 쾅! 쳐서 위치에 맞추고 볼트 조이더라. 유리 장착하는 것도 기계와 사람의 협업이었다. A면 A, B 면 B, 차종 별로 생산 라인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차종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돌고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차를 들어 옆으로 옮긴 뒤 또다른 작업을 하고. 차 만드는 걸 가까이서 본 게 처음이라 모든 게 다 신기했다.



그렇게 공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친환경 차량이 소개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촬영 가능.





전시된 차량에 직접 앉아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로드스터에 앉은 사진 한 장 정도는 남겨보고 싶었는데 다들 정신없어 보여서 부탁하기가 좀 꺼려졌다. 결국 외부 사진만 몇 장 찍고 말았다. 전시 차량 뒤 쪽으로는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종류는 많지 않았다. 히로시마를 연고로 하는 프로 스포츠로 대표적인 것이 야구와 축구인데, 야구는 히로시마 카프, 축구는 히로시마 산프레체. 하지만 야구 쪽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카프의 성적이 워낙 좋아서 팬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에 비해 축구 쪽은... ㅠ_ㅠ


히로시마 방문 기간 중 J 리그 경기가 있으면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경기가 없었다. 6월 19일인가 홈 경기 있었는데 그 때는 한국에서 뼈 빠지게 돈 벌 시간. 아무튼... 기념품이라고 해도 마쓰다 자동차 박물관과 관련된 기념품보다는 그냥 히로시마 새겨진 자잘한 것들과 히로시마 산프레체 굿즈 정도가 고작이다. 히로시마 산프레체 열쇠 고리 하나 사고, 유니폼은 팔지 않기에 머플러만 하나 질렀다.



카드는 받지 않는다. 현찰 박치기. -ㅅ-



관람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아까 그 버스가 서 있다. 한 명이 안 타서 가이드 처자가 잡으러(?) 갔었다. ㅋ



적당히 운행한 것 같은데 새 차 냄새 나는 희한한 버스 타고 다시 한참을 달려 본관 건물로 향한다. 차 안에서 기념품을 나눠주었다.

└ 그 뭣이냐, 팔에 탁! 치면 착~ 하고 감기는... 이름도 알 수 없고 용도도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뭔가를 주더라.



마쓰다 자동차 박물관은 한국인이 다녀간 흔적이 거의 없다. 블로그 검색해도 잘 안 나오고. 내가 간 날은 한국인 아저씨들도 세 명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누가 봐도 출장나와서 훑어보고 간다는 인상이었다. 외국인들은 죄다 반바지에 관광객 같아 보였고. 아무튼... 누군가가 찾아가지 않을까 싶어 가는 길 남겨놓자 마음 먹고 견학 마치고 오면서 길 사진을 찍었다. 마쓰다 건물 본관에서 역까지 가는 길이니까 가는 건 역순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누가 봐도 마쓰다 건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생각을 그렇게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보다 마쓰다 자동차가 많은 것 같기는 했다.



좁은 길의 끝에서 이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을 보면 마쓰다 자동차 건물이 보인다.



이 길로 쭈~ 욱 걸어가면,



자그마한 무카이나다 역이 나온다. 시골 역이다.



역에서 바라보면 이렇다. 사람들 서 있는 저 길로 쭈욱 가면 길이 끝나게 되는데 거기서 오른쪽 보면 마쓰다 자동차 건물이 보인다.



다시 역으로 돌아와서



운 좋게 바로 들어온 전철을 타고 다시 히로시마로 향했다.



낡아보여 운행 안 하는 열차인 줄 알았는데 현역이었다. -ㅁ-



  • 마쓰다 자동차 박물관 견학은 사전에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합니다.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견학할 수 없습니다. 예약하는 방법은 여기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37

  • 관람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본관에 도착하여 예약 여부 확인 하고 → 버스 탑승하여 이동한 뒤 → 10분 짜리 영상 보고 → 시설과 공장 견학 후 → 버스 타고 되돌아오는 코스입니다.

  • 뭔가 굉장히 재미있다거나 신기한 건 없습니다. 다만 자동차에 관심이 있거나 로터리 엔진을 좋아한다거나 하는 경우라면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 외에는 뭐, 별로.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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