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퇴근 무렵에 예전에 학원에서 같이 일했던 형님이 놀러온다고 연락이 왔다. 만나지 못한 지 꽤 되서 급하게 약속을 잡아 퇴근하고 만났다. 깡통시장 가서 고기 먹고... 집에 와서 마사미 님이 보내주신 사케 까서 마시고... 수다 떨다가 퍼질러 잤다.
아침에 여섯 시 조금 넘으니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출근한다고 일어났더라. 따라 내려가서 가는 거 보고... 집에 와서 다시 잤다. 꽤 잤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한 시간 지나 있고...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라면 끓여먹고 퍼져 있었다.
원래 계획은 열 시에 마산으로 출발해서 병원 갔다가 울산 찍고 올라오는 거였는데...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열두 시가 넘어버렸다. 그냥 내일 갈까? 하다가... 다녀와서 하루라도 쉬어야지, 안 그러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13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차가 많지 않아서 안성 IC 빠져 나가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잘 갔다. 어지간하면 2차선에서 제한 속도 이하로 달릴 생각이었는데 화물 차가 많아서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더라.
아무튼... 중간에 화서 휴게소 들렀는데 기름 값이 1ℓ에 1,3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차한테 밥 먹이고 다시 출발. 병원 도착했는데 주차할 곳이 없다. 뒤로 가니 아파트 앞에 주차장이 있어서 거기 세우고 병원 가서 접수. 그런데 10분도 안 되어 전화가 왔다. 차 빼라고. 우리 빌라도 누가 지켜보고 있다가 외부 차량 오면 차 빼라고 땍땍거려줬음 좋겠네. 아오.
잽싸게 뛰쳐나가 차를 빼긴 했는데... 근처에 주차할만한 곳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크게 한 바퀴 돌아 큰 길 가에 세워볼까 하다가... 불안하니 그냥 홈플러스에 주차하기로 했다. 있던 자리에서 직진하면 됐는데... 멍청하게 우회전하는 바람에 유턴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지갑이 없다.
차에서 빠졌나보다 하고 시트 밑을 봤는데 아무리 봐도 없네. 병원에 전화하니 계속 통화 중. 일단 의심 가는 곳은 잠시 앉아 있었던 병원 의자 뿐이니까 부랴부랴 달려서 병원에 갔더니 남녀 커플이 앉아 있다. 저, 혹시... 라고 말 꺼내는데 카운터를 가리키고 카운터에서 바로 이름 부르며 지갑을 꺼내준다. 고맙다고 인사하니 저 여자 분이 갖다주셨단다.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그냥 인사만 넙죽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밑에 약국에서 박카스라도 사올까? 하고 고민했다. 커피 가게 있던데 커피 사올까? 사왔는데 안 먹는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먼저 진료 끝날 것 같으니까 밑에서 커피 사들고 와서 딱 주고 냅다 튀자. 뭐, 그런 생각들 하면서 멍 때리고 있었다.
짧게 몇 마디 나눈 후 10만원 넘게 돈 내고... ㄷㄷㄷ 그 분들 계신 곳을 보니... 없다. 어라? 밑에 약국으로 가니 거기 계시네. 박카스 같은 거라도 사드려야겠다 싶은데 달랑 두 병은 좀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박스 째 드리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비타민 드링크는 약국에서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준다. -_ㅡ;;; 결국 제대로 보답도 못하고...
마산 참빛의원에서 머니클립 주워주신 고마운 커플 분들, 제대로 인사 못 드려서 죄송하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차 세워둔 곳으로 가서 차 뺀 뒤 울산으로 간다. 울산에 있는 친척 누나에게 맥주랑 화장품 건네주려고. 멀어서 못 갔는데 마산에서 울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와서 온 김에 들렀다 가기로 한 거다. 한참 가다보니 터널이 하나 나오는데... 터널 내부 차선이 점선이다. 점... 선... 이라니...
터널은 교량과 더불어 차선 변경 금지 구역이다. 앞에 느릿느릿 가는 트럭 때문에 1차로 넘어가고 싶지만 실선이라서 터널 끝날 때까지 트럭 꽁무니 쫓아간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 터널 내부의 차선이 점선이다. 그렇다는 것은... 터널이 엄청나게 길다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부산외곽순환도로에 있는 금정산 터널인데 그 터널 하나의 길이가 7㎞ 이상이다.
요즘은 터널 내 조명도 잘 되어 있어서 길다고 해도 그리 나쁠 게 없긴 한데... 문제는... 내가 아니었다. 뒤에 BMW 5 시리즈 한 대가 오는데... 이게 벽 쪽으로 돌진하다가 화들짝! 놀라 휘청~ 하더니 잠시 후 또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저거 100% 졸음 운전이다! 만약 앞 차가 갑자기 속도라도 줄인다면 나는 100% 추돌 당한다. 엄청 불안했다.
그런데! 그 때 내 뒤로 SUV 한 대가 끼어들었다. 뒤에서 BMW가 들이받더라도 완충 작용을 할테니 그나마 다행인가? 라 생각했는데... 하... 세상에나... 이 미친 ×도 졸음 운전이다. 끼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리저리 흔들흔들. 가관이다. 계속 룸미러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데다 바위까지 떨어졌다. 앞 차도 졸음 운전. 야, 이 ㅆㅂ! 졸리면 휴게소에 들어가던가 졸음 쉼터 들러서 쳐 자라고! 창문이라도 열고 달리던가! 터널이라고 창문 꼭꼭 닫아놓고 졸면서 달리고 자빠졌네.
앞 차에 대고 클락션 눌러서 깨라고 지랄했더니 얘는 정신 좀 차린 듯. 그래도 불안해서 적당히 거리 확보해서 달렸다. 그런데... 뒤에 오는 SUV 녀석은 당최 정신을 못 차린다. 나는 속도 줄이는데 그냥 계속 달려오고. 결국 후방 안개등 껐다 켰다 껐다 켰다 하면서 계속 사인을 줬다. 터널 빠져나오니 2차로 넘어가서 달려나가더라. 뒈지려면 혼자 뒈져라, 제발. 불안해 숨지는 줄 알았다.
누나네 도착해서 소고기 얻어먹고... 자고 가라는 거 그냥 간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갈아입을 옷이랑 카메라 정도만 챙겼다면 포항 가서 토요일 경기 보고 올라왔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몸만 달랑 나온 거라...
울산에서 상주까지는 공사 중이라 제한 속도가 80㎞/H. 저 속도로 구간 단속까지 있다. -_ㅡ;;;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이리저리 갈아타면서 부지런히 달렸다. 피곤하긴 한데 졸리거나 하지 않아서 그냥 냅다 왔더니 한 번도 안 쉬고 세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집에 와서 피곤해 쓰러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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