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나 고모의 걱정. 코로나에 감염되면 바로 증상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잠복기가 있다고 하니 아직은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고, 혹시나 나 때문에 고령의 고모가 감염이라도 되면 큰 일이니까 날마다 고모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그저께 고모가 운동을 다녀와 끙끙 앓으시기에 걱정을 했는데 어제 확인해보니 단순한 몸살이었던 모양. 다행이다.
엄마님과 살 때에도 밥 먹으라는 잔소리가 지긋지긋했는데, 고모도 하루에 수도 없이 밥 먹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하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굶어서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배 고프면 흙이라도 퍼먹게 되어 있다. 그러니 밥을 안 먹으면 '배가 안 고픈 모양이다.' 하고 그냥 두면 되는데, 딱히 일한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빈둥거린 사람한테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제발 밥 먹으라는 소리 좀 하지 마시라 했더니 알겠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하루에 한, 두 번은 밥 먹으라 하신다. 에휴...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는 하루에 한 끼 먹는 사람이다. 아침과 점심은 거르거나 대충 때우고 저녁을 엄청나게 먹는 스타일. 꼭두새벽에 일어나 하루종일 땡볕 아래에서 몸 쓰는 농부들이나 세 끼 챙겨 먹고 새참도 먹는 거지, 딱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나 같은 사람이 그럴 필요 있나.
어제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 분야에서 인정 받으며 잘 지내다가 가족과 헤어지는 상황이 되니까 그걸 피하려고 내가 일하는 파트에 온 녀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족들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 생활을 어느 정도 하긴 했는데, 내가 속한 파트에는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특히나 많은지라 여러 가지로 부당한 대우를 많이 당한 녀석이다. 지금도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이지만, 아무튼.
한국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전화한 모양이다. 통화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내가 가게 된 파트가 딱히 일본어와 관련이 없는 것 같다라는 것. 원래는 S 선배를 보내려 했단다. S 선배가 간다고 한 것도 아니고, 전공하고 있는 분야도 아닌데 강제로 보내려 한 모양이다. 하... 1년 6개월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고만. 아무튼, 그 선배 입장에서는 자기 일도 아니고 희망한 적도 없는 자리로 갑자기 가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심란했을텐데 그 때 내가 훅~ 치고 들어온 거지.
우리 파트의 누군가가 '우리 자원인데 뺏기면 되냐.' 고 궁시렁거렸단다. 15년 동안 일했던 파트가 아니라 다른 파트로 가게 된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다른 파트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우리 파트는 특히나 쓰레기 통인지라. 지금은 그만두고 나갔지만 인간이 저 따위로 살 수도 있고나 하고 놀랄 정도의 개차반들은 죄다 회사에서 만났더랬지. 아무튼, 일본어와 관련이 없는 부서라고 하니 조금은 걱정이 줄게 된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당한 눈치와 컴퓨터 실력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네.
ㅇㅊ에 빈 집이 있는지 알아봐준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만약 빈 집이 있다면 9일에 올라가고, 없다면 8일에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집을 구해야 하니 일찌감치 올라간다고 미리 말해야겠지. 한 달짜리 단기 임대라도 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다. 차는 일단 딜카를 통해서 빌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중. 한 달에 30만원 정도라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50만원 낼 생각을 하니 데미지가 크다. 그래도 온전하게 월급 들어오면, 뭐. 일단 내일 볼보 딜러한테 연락해서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고, 1개월만 계약할지, 3개월을 계약할지 선택해야 할 듯.
나이키에서 바뀐 대표팀 유니폼을 지를까 하다가 말았다. 올라가서 자리 잡히면 지르려고. 티셔츠 두 벌에 2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ㄷㄷㄷ
샤워하고, 콩나물 국밥 포장하러 잠깐 나갔다 올까 싶다. 100~200m 반경 안에서 움직이는 거니까 괜찮겠지. 오래 머무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오늘이 식목일. 나무 심는 날이다. 국민학교 때 학교 행사로 심어본 적이나 있지, 그 뒤로는 나무 심어본 적이 있었나 싶네.
일본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花粉症(かふんしょう / 카분쇼~ / 화분증)라 부른다. 전쟁으로 피폐해졌을 때 곧게 자라 목재로 활용하기 좋고 병충해에도 강하다는 이유로 전국에 삼나무를 심어댔는데, 이게 꽃가루로 돌아온 거다. 우리나라도 봄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저 멀리 산에서 노~ 랗게 꽃가루가 날리는 걸 볼 수 있는데 일본은 훨씬 심각. 지금이야 미세 먼지와 코로나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죄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마스크를 거의 안 썼거든. 그런데 일본 여행 갔더니 죄다 마스크 하고 다니니까 이상했던 거지. 일본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마스크 하고 다니냐 묻고. 이게 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푸른 산을 만들겠다고 심은 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돌아왔으니, 앞 일은 당최 알 수가 없다.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선택은 전혀 고민하지 않지만 별 것 아닌 고민은 엄청 오래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내가 고민했던 여러가지 것들도 그런 건 아닌가 싶지만,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오늘도 어찌저찌 지나갈 모양이다. 벌써 정오가 지났다. 오늘은 한자 단어나 좀 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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