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질라 』 를 보다가 잤다. 이번이 세 번째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해도 나와는 당최 맞지 않는 영화가 있기 마련인데 저 영화가 그렇지 않나 싶다. 괴수물 같은 걸 좋아하는데도 봤다 하면 잔다. 뭔가, 사기꾼이 제작비 다 떼어먹어서 얼마 안 남은 걸로 간신히 만든 영화 같다. 어지간해야지, 개연성이 전혀 없는데다 순 억지에 어설픈 일본어가 섞여 버리니 당최 못 봐줄 지경이다.
『 기묘한 이야기 』 도 비슷하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와아! 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 엑스 파일 』 도 정신 놓고 봤지, 『 CSI: 라스베가스 』 시리즈도 죄다 챙겨 봤지, 미스터리와 미국 TV 드라마 쪽에는 나름 잘 적응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늙어서 그런가?
아무튼,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확~ 빠져들고 그런 건 아닌 듯. 미국 사람들은 저 작품 보면서 80년대를 떠올리고 그런다는데 그런 쪽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남들이 다 우와아~ 하면 거기 발 담그고 싶어하지 않는 못된 성격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밖에서 칙칙칙칙 압력 밥솥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고모께서 밥을 하고 계신 모양이다. 아... 싫다. 틀림없이 밥 먹으라고 할텐데.
듣기 싫은 소리라 하면 장가 가라는 것도 있고, 이제부터는 정신 차리고 살라는 같잖은 얘기도 있지만 가장 싫은 건 밥 먹으라는 거다. 나는 하루에 한 끼 먹는 데 익숙한 사람이기도 하고, 언제든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보니 굳이 때 맞춰 밥 먹지 않아도 되는데 밥 먹으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 내가 하도 싫어하니까 잔소리 안 하겠다 해놓고 결국 이틀을 못 간다. 굶어 죽겠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배 고프면 어련히 알아서 먹을까, 나이 40 넘은 사람한테 밥 먹으라 잔소리라니... 이해를 못 하겠어. -`д´-
잠시 생각해보니 오늘이 벌써 6일. 빌어먹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회사에서 돈 벌고 있을 때인데 이러고 있네. 28일에 귀국했으니 29, 30, 31일, 이렇게 3일 만에 집과 차를 구해 타지 생활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10일부터 출근한다고 해도 9일에나 올라갈 계획인데 하루 만에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요즘은 한 달만 방을 빌려주는 곳도 꽤 있는지라 회사 위치만 파악되면 방부터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가 있다니까 일단 보류. 하지만 확실하게 준다, 안 준다 말이 없어서 걱정이 되긴 한다. 오늘 오후에 담당자와 통화하게 되면 숙소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봐야겠다. 숙소를 준다고 해도 휑~ 한 빈 방일텐데 냉장고야 천천히 구한다 해도 당장 세탁기는 어떻게 해야 될지.
숙소는 조금 미뤄두더라도 차는 당장 해결해야 한다. 일단 계약한 차가 언제 나올지가 관건. 딜러로부터 연락이 없으니 내가 연락하는 수밖에 없다. 목 마른 놈이 우물 파야지 어쩌겠어. 대기 번호와 기간을 물어봤더니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답장 보내놓고는 두 시간이 되도록 소식이 없다.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볼보의 전 차종이 수입해서 가져다놓은 것보다 산다는 사람이 많다보니 딜러들의 건방짐이 하늘을 찌른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듯 해야 한다는 물건 파는 사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1년은 기본이라는 대기 기간이 확 줄어서 4개월만에 차가 나올 리 없으니 일단은 장기 렌트를 생각하고 있다. 한 달에 30만원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50만원은 줘야 할 듯. 경차가 딱 좋긴 한데 포항에서 올라가야 하는 거라 그냥 아반떼나 K3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문제는 기간인데, 3개월부터는 할인이 들어가기 때문에 1개월씩 세 번 빌리느니 3개월로 빌리는 게 낫다. 하지만 3개월로 빌린 상태에서 덜컥 차가 나와버리면 골치 아프다. 환불해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차가 언제쯤 나올지가 중요한데, 딜러는 감감무소식.
일본에서 보낸 EMS도 전혀 도착하지 않고 있다. 배로 보낸 거야 한 달이 기본이라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더 걸릴 수 있다 했으니 한 달 반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3월 중순에 보냈으니 5월이나 되야 도착한다 생각하면 되고, 문제는 EMS다. 보통은 이틀, 늦어도 사흘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송장을 어디에 뒀나 기억이 안 나 조회도 못하는 와중에, 가장 마지막에 보낸 EMS의 송장을 찾았다. 일본 우체국에서 검색을 했더니... 했더니... 아직 한국으로 건너오지도 않은 것 같다. 일본에 묶여 있는 것 같다. 뭔가 문제가 될까 싶어 옷만 때려넣은 상자도 있는데 그것마저도 묶여 있는 모양.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日本から発送するまでに遅延が生じています。' 라고 쓰여 있다. '일본에서 발송하기까지 지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닌가?
한국에서 3월 19일에 보낸 EMS가 4월 2일이 되서야 도쿄에 도착했다는 글이 있기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틀만에 도착했다는 글도 있으니 갈피를 못 잡겠다. 대체 얼마나 걸리는 건지.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건 들쭉날쭉이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건 오래 걸리는 건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바로 옆 나라인데 일주일 넘도록 잡혀 있다는 건... -ㅅ-
당장 꼭 필요한 것들도 아니라서 언젠가 온다 생각하고 기다리면 될 일이지만 혹시라도 반송이 되어버리면 대책이 없다. 일본 주소는 이미 사라졌고, 일본 연락처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니 비상 연락처로 마사미 님 전화번호라도 남겨 놓을 걸 그랬다. 후회막심.
북산이 산왕을 잡은 후 거짓말처럼 패배했듯이, 1년 반을 공부하고도 한 달 넘게 노는 동안 일본어를 홀랑 까먹을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듯 하고. 그래서 며칠이라도 공부 좀 하자고 생각했는데 새로 맡을 업무가 일본어와 별로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게을러진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내일까지는 빈둥거려도 될 것 같고, 모레부터는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안에는 딜러한테 연락이 오겠지. 얼마쯤 걸릴까 얘기해보고 일단 차부터 빌리고. 담당자랑 숙소 관련해서 얘기 좀 하고. 세탁소에서는 내일 전화 오려나? 1년 반 동안 운동화 신고, 모자 쓰고, 편한대로 입고 다녔는데 꼰대처럼 입고 다녀야 한다 생각하니 답~ 답~ 하다.
세탁소에서 연락이 왔다. 맡긴 옷 다 됐으니 찾아 가라고. 양복 바지 여덟 벌에 마이가 네 벌인데 40,000원이라고 하니 비싼 건 아닌 듯.
딜러한테도 연락이 왔더랬다. 대기 순번은 20번. 지난 번에 문의했을 때가 26번이었으니까 여섯 명 빠졌네. 한 달에 세 명 꼴이면, 차 받을 때까지 일곱 달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딜러는 물량을 늘리네 어쩌네 했지만서도, 당장 코로나 때문에 유럽의 공장은 올 스톱이고, 4월에 풀리는 물량이 좀 많다고는 하는데 어찌 되었든 2월과 3월에 판매된 걸 보면 한 달에 150대가 고작인 듯 하다. 저걸 전부 H 모터스에서 가지고 오는 것도 아니고, 수입사가 나눠 가지는 거니까 당최 예측이 안 되네.
아무튼,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이 안 되겠냐고 하니까 여름 지나봐야 알겠다고 한다. 그 얘기인즉슨, 여름까지는 차가 안 나온다는 얘기. 3개월 안 쪽으로 차가 나올 것 같지는 않으니 3개월 렌트를 해야겠다 싶은데, 딜카에 예약을 걸려고 하니 서울, 경기만 차가 배송된단다.
그렇다면 하루 전에 미리 올라가서 차를 받고, 그걸 끌고 포항에 와서 짐을 실은 뒤 다시 숙소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포항에서 차를 빌려 짐을 가져다 놓고, 다시 포항에 와서 차를 반납한 뒤 ○○에 가서 차를 또 빌려야 한다는 얘기가 되고. 이거, 참. 번거롭네.
일단 회사의 행정 담당자와 얘기를 해봐야겠다. 죽으나 사나 10일부터 출근해야 하는 건지, 사정을 감안해서 주말에 쉬고 13일부터 출근해도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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