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한 달, 늦어도 석 달이면 차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1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1년 넘게 기다렸다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대기 번호가 생각보다 빠르기도 했고. 하지만 그건 내 희망 사항일 뿐. 아무리 빨라도 석 달은 걸릴 거라는 게 어제 딜러와 통화한 후 내린 결론. 게다가 코로나 여파가 있으니 운이 좋다고 한들 9월에나 받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월 단위 장기 렌트의 경우도 한 달에 30만원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낚시였다. 장기 렌트를 할 경우 처음에 얼마의 돈을 내야 하는데 이게 선입금 방식과 보증금 방식으로 나뉜다. 선입금 방식은 처음에 돈을 꽤 내는 대신 월 단위 임대료가 낮아지는 거고, 보증금 방식은 처음에 낸 돈을 나중에 돌려받긴 하지만 월 단위 임대료는 선입금 방식에 비해 비싼 거. 보험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아반떼나 K3가 한 달에 50만원 정도니까 생각보다 비싸기도 하고, 최소 3개월은 빌려야 하니까 15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나마 딜카 클럽이 좀 싸긴 한데 서울, 경기 지역이 아니면 이용 불가. つ´Д`)つ
중고 차를 살 경우 차를 알아보고, 명의를 바꾸고, 세금을 내고, 어쩌고 저쩌고... 그 뿐만 아니라 나중에 계약한 차가 나오면 중고로 다시 팔아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일이 너무 번거로운 것 같아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차에 빠삭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중고 차 사서 타고 다니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한다.
잠자리 날개보다 얇은 귀가 팔랑거려 '그런가?' 하고 생각하게 됐다. 300만원 주고 사서 200만원 받고 팔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확실히 이득이긴 한데. 요즘은 중고 차도 집까지 가져다주고, 팔 때에도 와서 체크한 뒤 가지고 간다 하니 딱히 불편할 것도 없을 듯 하고.
그 선배가 케이카를 극찬하기에 잽싸게 어플을 깔고 대충 둘러봤다. 자기 전에 잠깐 볼 생각이었는데 얼추 네 시간은 스마트 폰 붙잡고 있었던 듯. 처음에는 선배가 추천해 준 스파크만 봤는데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모닝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두 시간 후. 1,000만원이 넘어가는 i30을 검색해보고 있었다. (;゚д゚)
나는 가전 제품이나 자동차는 중고 쓰는 걸 무척이나 꺼려하는 사람이라서 평소 같으면 후보에 올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길어야 6개월 정도만 타면 되는 차를 구하는 거니까 새 차를 사는 건 확실히 바보 짓. 물론 감가 비율이 볼보 수준에 달해 1,000만원 주고 새 차 뽑은 뒤 800만원 정도에 되팔 수 있다면야 새 차를 사겠지만, 현실에서는 반 값도 못 건질 가능성이 높지.
그렇게 그닥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차를 보는데 스파크는 생긴 게 맘에 안 드는지라 뭘 사더라도 디자인부터 보는 내 입장에서는 자꾸 별로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모닝을 보는데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i30으로 넘어가는 거다. 하지만 i30은 확실히 안 된다. 일단 경차가 아니라서 세금도 내야 하고, 포항까지 몇 번 왔다갔다 해야 하는 걸 감안한다면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혜택이 있는 경차가 낫다. 사고 나면 경차 쪽이 훨씬 위험하다지만 나 혼자 조심한다고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거기까지는 염두에 두지 말자. 인명은 재천이다.
그리하여 모닝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선배는 스파크 쪽이 훨씬 안전하다며 모닝은 추천하고 싶지 않단다. 하지만 어쩌겠어. 스파크는 너무 못 생겼다고요. ㅠ_ㅠ
4,000㎞도 주행하지 않은 2012년형 모닝이 있는데 타이어까지 새 걸로 갈았단다. 그런데 610만원이다. 이거 사면 개 꿀 아닌가? 깡통 차라 옵션이고 뭐고 없다는데 엠피삼으로 노래만 들을 수 있으면 된다. 일단 후보에 올려놓긴 했는데... 가격이 가격인지라 고민이 된다.
차를 보다보니 고정 관념이라는 게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일단 20대의 젊은 사람들이 탔던 차들은 죄다 사고 기록이 있더라. 수리비도 전부 100만원이 넘어간다. 원래 차주가 젊은 남자였을 경우 담배 냄새 안 난다는 걸 강조해놓은 딜러들이 많더라. 전 차주가 흡연자였을테지. 나름 담배 냄새 제거했다고 생색내는 게 아닐까? 여자의 경우에도 역시 사고차가 많다. 하지만 남자가 몰았던 차와는 달리 수리비가 100만원 이하. 대부분이 운전 부주의로 혼자 어딘가에 들이 받은 걸로 추정되는 사고. 주행 거리 쪽은 확실히 전 차주가 여자였던 차 쪽이 짧다. '운전자에 대한 고정 관념이 마냥 헛된 것은 아니고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2014년식 빨간 색 모닝이 30,000㎞도 채 안 탔기에 괜찮겠다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점심 시간이라는 녹음 멘트가 나온다. 그래서 그냥 끊었더니 바로 전화가 오네.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나는 보증이 10년에 10만 ㎞ 라 생각했는데 일반 보증은 3년이란다. 아... 나 현대 차 굴린 적이 있는데 왜 그걸 10년이라 생각했을꼬? 아무튼, 기아 쪽의 보증은 끝난 거니까 케이카 쪽의 서비스를 따로 신청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무사고라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전화 받은 분이 범퍼 색깔이 다르다는 걸 알려준다. 아마도 저것 때문에 클레임 걸린 적이 여러 번 있지 않을까 싶네. 얘기를 듣고 나서 보니 범퍼 색깔이 더 진하다. 난 별로 상관 없지만 되팔 때 저것 때문에 차 값을 엄청 후려칠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일단 보류.
케이카 쪽은 허위 매물도 없다 그러고 흔히 아는 중고차 양아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들었는데 껄렁껄렁한 말투도 그렇고, 입 안에 뭘 넣고 우물거리며 말하는 것도 그렇고, 결국 중고차팔이는 중고차팔이고나 싶더라. 직업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지만 폰팔이, 중고차팔이, 렉카 양아치들에 대해서는 당최 좋게 볼 수가 없네. 아무튼, 맘에 드는 차가 날아갔으니 처음부터 다시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 보낸 짐들이 우르르 도착했다! 우르르!!!
어제 빨래 다 됐다는 메시지를 받았기에 옷 찾으러 세탁소로 가던 길이었다. 편의점에 들러 군것질거리 좀 사고 있는데 고모한테 전화가 왔다. 우체국에서 온다고. 스마트 폰 액정 보호지 아니면 양키 캔들이겠지 싶어 그냥 받아두면 된다고 한 뒤 세탁소에 가니까 내 옷을 못 찾고 헤맨다. 한참만에 옷을 받아들고 나왔는데 바지가 네 벌 뿐. 응? 바지는 분명히 여덟 벌을 맡겼는데? 확인하려고 되돌아가다가 보니 마이와 세트로 된 건 마이 안에 넣어놨더라. 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체국 용달차가 세워져 있고, 유니폼 입은 아저씨가 손수레를 끌고 나온다. 응? 손수레? 손수레로 나를 만한 게 없을텐데? EMS가 도착한 건가?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더니... EMS는 물론이고, 배로 보낸 것까지 왔다. 세상에나.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부친 짐이 안 온다고 걱정하는 중이었는데 이게 뭔 일이냐. 후나빙 같은 경우는 빨라야 2주, 보통은 한 달, 코로나 때문에 한 달 반 정도 걸릴 거라고 했는데 벌써 와버렸다. ㅋㅋㅋ
안 온 건 배 타기 하루 전에 급하게 보낸 EMS 하나와 배 타는 날에 보낸 후나빙 하나. 상자 두 개만 오면 끝이다. 많이 걱정하고 있었는데 천만다행.
이제 천천히 차 알아봐야겠다. 아, 그리고... 숙소는 용인으로 준단다. 사진을 보니 새로 지은 건물이고 꽤 깔끔하더라. 없다고 했다가 준다는 걸 보니 누군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는 모양. 내 방이야 내가 알아서 깔끔하게 치우고 살면 그만이지만 화장실이나 주방처럼 같이 쓰는 공간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깔끔한 사람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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