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과 오늘 있었던 일을 같이 뭉뚱그려 쓰려고 한다. 원래는 어제 대충이라도 쓰려고 했는데 너무 바빴다.
어제 오전은 그냥저냥 지나갔고, 오후에 외출하겠다고 알린 뒤 밖에 나갔다. 일단은 동사무소부터. 걸어서 가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시동을 걸었네? 출발하자마자 마스크를 깜빡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귀찮아서 그냥 갔다.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어서 괜히 한 바퀴 빙~ 돌고. 그래도 빈 자리를 못 찾아서 결국 동사무소 맞은 편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무조건 돈 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동사무소에서 도장 받아오면 돈 안 내도 되는 모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입구에 있던 젊은이가 가로 막는다. 왜 왔냐고 물어본다. 서류 발급 받으러 왔다고 하니 마스크 안 쓰면 들어갈 수 없단다. -`д´- 젠장.
결국 집으로 돌아가서 마스크를 쓰고 다시 동사무소에 갔다. 무인 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이랑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는데 기본 증명서는 없기에 번호표를 뽑고 안으로 들어갔다. 발급 수수료 내야 하는데 국가 유공자 유족이라서 안 내도 된다. 이렇게 또 아버지 덕을 본다.
다음은 은행. 국민은행으로 갔는데 주차장을 못 찾아서 학교 근처에 차를 세우고 뛰어 갔다. 은행 근처로 가니 공사 중인 식당도 있고 주차장도 따로 있어서 괜히 멀리 세웠다고 툴툴거렸다. 은행에 들어가 번호표를 뽑으니 내 앞에 일곱 명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며 차례를 기다리느라 지루한 30분을 보내야 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어 일단 통장부터 재발급을 받았다. 찾으면 어딘가에 분명히 있겠지만 뭔가 귀찮아서. 그런데 네 개의 통장을 모두 재발급 받으려고 했더니 두 개는 거래 기록이 1년 넘게 없어서 재발급이 안 된단다. 그런데 거래 정지는 아니니까 그냥 써도 된단다. 뭔 소리야, 이게. 아무튼 안 된다니 별 수 있나. 일단 두 개만 재발급 받고, 자동 이체까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신청한 하이패스 카드도 받았다.
은행에서 볼 일을 보고 나와 홈플러스를 향해 출발. 차에 설치할 스마트 폰 거치대를 사기 위해서였다. 헤매다가 어찌저찌 잘 찾아갔는데 맘에 드는 게 없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CD 슬롯에 장착하는 걸로 골랐다. 만 원도 안 하더라. 어차피 쓰다가 XC40 나오면 다른 거 살 생각으로 집어든 거였다. 그리고 나서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려고 시거잭 충전기를 찾는데 당최 안 보인다. 또 한참을 헤매다가 거치대와 시거잭 충전기가 같이 들어 있는 저렴한 제품을 발견. 들고 있던 거치대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세트로 된 걸 집어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고객 센터에 계신 분께 혹시 이 건물에 미용실도 있냐고 여쭤보니 6층엔가 있었다고 한다.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올라가니 미용실이 있긴 한데, 남성 커트가 17,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미쳤네. 분당에서도 7,000원인가 8,000원 주고 블루 클럽에서 박박 밀던 나인데.
그냥 돌아나왔다. 차에 밥 먹여야 하는데 주유소가 안 보여서 오광장을 지나 빙빙 돌다가 GS 주유소를 발견. 가득 채우니 43,000원 들어간다. 기름 넣으라고 경고등 뜨고 주행 가능 거리가 50㎞ 밑으로 떨어져 점선이 깜빡거리던 상황이었으니 가득 넣으면 저 정도인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가 퍼졌다. 맥주 일 잔 생각이 나는데 늦게 마시면 안 될 것 같아서 일찌감치 치킨과 함께 주문. 맥주 2,000㎖를 주문했는데 1,000㎖ 밖에 안 남았다면서 환불해주겠다 하신다. 그래, 조금만 마시자.
배달 온 걸 꾸역꾸역 다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방으로 들어가 바로 퍼질러 잤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21시. 스마트 폰 만지작거리며 빈둥거리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다시 잠이 들었다.
몇 번을 자다 깨고. 여덟 시가 넘어서 눈을 뜨긴 했는데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늦어도 아홉 시 반에는 출발해야 하니 슬슬 준비를 해야 한다. 차 뒷 좌석을 접고 짐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뒷 좌석 뿐만 아니라 조수석까지도 짐으로 가득 찼다.
차가 작으니까 아무래도 불안해서 천천히 달리려고 했는데 밟다 보니 그럭저럭 잘 나간다. 차 받을 때 탁송 기사님이 '120㎞/H 넘으면 차가 떤다.' 고 하시기에 그렇게까지 밟을 일 없을 거라 했는데, 밟다 보니 120㎞/H를 살짝 넘겼다. 스티어링 휠이 어찌나 떨리는지, 불안해서 속도를 줄여야 했다.
간만에 운전하는 거라 재미 있었다. 나는 운전하면서 룸미러로 뒤 쪽 상황을 수시로 보는데 짐 때문에 가려져서 제대로 안 보이는 게 답답했다. 그래도 별 무리없이 무사히 도착. 운전하면서 푸조 308이 얼마나 좋은 차였는지 다시 느끼게 됐고, 스파크도 상당히 좋은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300㎞ 가까이 달렸는데 가득 채운 기름이 ¼만 까여 나갔다. 짐으로 가득 채웠는데도 이러니, 그냥 혼자 탔으면 어땠을지. 연비는 진짜... 끝내준다. '푸조 308 디자인에 XC40의 편의 시설과 안전성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숙소에 도착해서 알려준 방으로 들어가니... 하아... 지저분하다. 누가 봐도 남자 혼자 사는 집이다. 게다가 내 방이라고 한 곳에 들어가니 옷이 마구 널려 있다. 아무래도 혼자 쓰다 보니 빈 방으로 두지 않고 적당히 활용(?)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차에 있는 짐을 죄다 방으로 옮겨 놓고, 옷부터 갈아입었다. 간만에 입은 양복, 바지가 터지려 한다. 일본에 있는 동안 살 좀 빠질 줄 알았는데 더 찐 것 같다. 나이 때문에 찌는 살도 있는데 만날 맥주를 처먹었으니. 오랜만에 만난 분도 살 많이 쪘다고 한 마디 하신다. 희한하게 우리 회사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내 20대 초반의 모습만 기억을 하신다. 그러다보니 나만 보면 머리 까졌다고 한 마디, 배 나왔다고 한 마디. (;゚д゚)
회사에 들어가 써야 할 서류를 쓰고, 인사를 하고, 그렇게 분주하게 보냈다. 바로 옆 자리에 계신 분이 일본어 전공이라고 하니 많이 배워야 할 듯.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업무다 보니 새로 배워야 한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16시부터는 운동을 하는 시간인데 방치 됐다.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멍 때리고 있다가 책 좀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옆 자리에 계신 분이 말을 걸어 주셔서 잠시 떠들고. 칼날 같은 퇴근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같이 사는 분이 오셔서 짐을 치워주셨다. 나와 띠동갑인 젊은이인데 사람 참 좋아 보이더라. 베란다에 가득한 담배 꽁초를 보고 담배 피우는 사람이라 영 안 맞겠다, 금방 나가야 할 지도... 라 생각했는데, 어영부영 괜찮을 것 같다.
방에 선반 일체형 책상이 있었는데 원래 있었던 게 아니라 먼저 살고 계시던 분이 산 거란다. 써도 된다 하셔서 염치 불구하고 쓰기로. 모니터부터 설치하고 짐을 대충 풀고 있자니 시간이 금방 간다. 룸 메이트는 주말이라 집에 간다 하셔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인상도 좋고,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대충 짐을 정리했지만 옷걸이도 부족하고 행거도 필요하고. 컴퓨터를 켜서 필요한 것들을 사기 시작했다. 당장 복합기가 필요했는데 일본에서 썼던 캐논의 TS5030 모델은 한국에 없다. 안 파는 모델인가보다. 2018년에 9,200円 주고 샀으니 대략 10만원인데... 이게 지금은 14,400円이다. 가격이 왜 역주행을 하냐?
난 프린터라고 하면 hp 제품을 최우선으로 하곤 했는데 일본에서 쓴 캐논 프린터가 몹시 마음에 들었던지라 같은 걸 사려고 했더니 없다. 하위 모델인지 TS3392 모델이 8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는데, 빨간 색 본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전면에 액정이 없다는 게 싫었다. 그래서 잠시 검색해본 뒤 TS5391 모델을 11만원 조금 안 되게 주고 질렀다.
벽에 행거를 붙여야 하는데 벽지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벽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3M 테이프와 행거도 주문하고, 벽에 붙이는 손전화 거치대도 질렀다. 원래는 리모컨 거치대인데 잘 활용해서 손전화 거치대로 쓰려고 한다.
고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일본에서 택배가 하나 왔단다. 26일에 보낸 EMS가 도착한 모양이다. 하루만 더 빨리 왔더라면 가지고 왔을텐데. 저기 옷걸이가 잔뜩인데 지금 옷걸이가 부족해서 낭패다. 50개가 넘는 옷걸이가 있는데 또 돈 주고 사는 게 아까워서 지르지 말고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좀 진정되어 이동 제한이 풀리면 포항에 가서 가지고 와야겠다.
한국에서 산 게 얼추 40년이고, 일본에서는 고작 1년 6개월을 살다 왔지만 그래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만에 한국에서의 삶에 완전히 적응해버렸다. 일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네일베 카페를 보니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과 부모들이 이래저래 맘 고생이 많던데, 얼마 전까지 같은 입장이었음에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숙소에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룸 메이트는 휴대 전화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어서 테더링 걸어 쓰고 있단다. 나도 딱히 유선 인터넷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그냥 테더링 걸어서 쓸까 싶다. 지금 쓰는 요금제는 한 달에 200GB를 제공하는데, 이걸 다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회사 다닐 때에는 휴대 전화를 두고 다녀야 하니까 데이터 쓸 일도 없고. 하지만 무제한 요금제와 5,000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갤럭시 S8을 내비게이션으로 쓰려면 요금제를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 내일이나 모레 요금제 변경을 신청해야겠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서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이랑 맥주를 사들고 왔다. 맥주 마시면서 일기 쓰고 있다. 뭔가 신기하다. 24시간 전에는 포항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말이지.
오늘이 월급 날인데 일본에서 받던 돈의 거의 세 배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받는 돈이 많아진 만큼 스트레스도 같이 늘어나겠지. 어찌 되었든 잘 참고 이겨내서, 부지런히 빚을 까내야지. 일본에서 생활한답시고 빌린 돈과 차 값 갚으려면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주말에도 출근해서 OJT를 받으라고 난리였을텐데,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 얘기는 전혀 없다. 다만 여덟 시 반까지 출근인데 대부분 여덟 시 전에 출근한단다. 졸지에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교대 근무 안 하는 게 어디냐.
내일과 모레는 주말이니까 쉴 수 있다. 쉬는 동안 정리 좀 하고, 다음 주에 인터넷으로 지른 것들 도착하면 또 정리 좀 하고. 4월은 정리하고 적응하면서 보낼 것 같다. 그렇게 시나브로 익숙해지겠지. 빨리 자리 잡아서 일본에 먹을 거리도 보내고, 여름에 놀러 오라고 초대도 하고 그랬음 좋겠다. 염병할 코로나부터 어떻게 좀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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