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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4월 10일 금요일 맑음 (이틀치 일기 몰아 쓰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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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있었던 일과 오늘 있었던 일을 같이 뭉뚱그려 쓰려고 한다. 원래는 어제 대충이라도 쓰려고 했는데 너무 바빴다.

  • 어제 오전은 그냥저냥 지나갔고, 오후에 외출하겠다고 알린 뒤 밖에 나갔다. 일단은 동사무소부터. 걸어서 가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시동을 걸었네? 출발하자마자 마스크를 깜빡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귀찮아서 그냥 갔다.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어서 괜히 한 바퀴 빙~ 돌고. 그래도 빈 자리를 못 찾아서 결국 동사무소 맞은 편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무조건 돈 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동사무소에서 도장 받아오면 돈 안 내도 되는 모양.

  •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입구에 있던 젊은이가 가로 막는다. 왜 왔냐고 물어본다. 서류 발급 받으러 왔다고 하니 마스크 안 쓰면 들어갈 수 없단다. -`д´- 젠장.

  • 결국 집으로 돌아가서 마스크를 쓰고 다시 동사무소에 갔다. 무인 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이랑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는데 기본 증명서는 없기에 번호표를 뽑고 안으로 들어갔다. 발급 수수료 내야 하는데 국가 유공자 유족이라서 안 내도 된다. 이렇게 또 아버지 덕을 본다.

  • 다음은 은행. 국민은행으로 갔는데 주차장을 못 찾아서 학교 근처에 차를 세우고 뛰어 갔다. 은행 근처로 가니 공사 중인 식당도 있고 주차장도 따로 있어서 괜히 멀리 세웠다고 툴툴거렸다. 은행에 들어가 번호표를 뽑으니 내 앞에 일곱 명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며 차례를 기다리느라 지루한 30분을 보내야 했다.

  • 이윽고 내 차례가 되어 일단 통장부터 재발급을 받았다. 찾으면 어딘가에 분명히 있겠지만 뭔가 귀찮아서. 그런데 네 개의 통장을 모두 재발급 받으려고 했더니 두 개는 거래 기록이 1년 넘게 없어서 재발급이 안 된단다. 그런데 거래 정지는 아니니까 그냥 써도 된단다. 뭔 소리야, 이게. 아무튼 안 된다니 별 수 있나. 일단 두 개만 재발급 받고, 자동 이체까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신청한 하이패스 카드도 받았다.

  • 은행에서 볼 일을 보고 나와 홈플러스를 향해 출발. 차에 설치할 스마트 폰 거치대를 사기 위해서였다. 헤매다가 어찌저찌 잘 찾아갔는데 맘에 드는 게 없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CD 슬롯에 장착하는 걸로 골랐다. 만 원도 안 하더라. 어차피 쓰다가 XC40 나오면 다른 거 살 생각으로 집어든 거였다. 그리고 나서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려고 시거잭 충전기를 찾는데 당최 안 보인다. 또 한참을 헤매다가 거치대와 시거잭 충전기가 같이 들어 있는 저렴한 제품을 발견. 들고 있던 거치대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세트로 된 걸 집어들었다.

  • 계산을 마치고 나와 고객 센터에 계신 분께 혹시 이 건물에 미용실도 있냐고 여쭤보니 6층엔가 있었다고 한다.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올라가니 미용실이 있긴 한데, 남성 커트가 17,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미쳤네. 분당에서도 7,000원인가 8,000원 주고 블루 클럽에서 박박 밀던 나인데.

  • 그냥 돌아나왔다. 차에 밥 먹여야 하는데 주유소가 안 보여서 오광장을 지나 빙빙 돌다가 GS 주유소를 발견. 가득 채우니 43,000원 들어간다. 기름 넣으라고 경고등 뜨고 주행 가능 거리가 50㎞ 밑으로 떨어져 점선이 깜빡거리던 상황이었으니 가득 넣으면 저 정도인 모양이다.

  • 집으로 돌아가 퍼졌다. 맥주 일 잔 생각이 나는데 늦게 마시면 안 될 것 같아서 일찌감치 치킨과 함께 주문. 맥주 2,000㎖를 주문했는데 1,000㎖ 밖에 안 남았다면서 환불해주겠다 하신다. 그래, 조금만 마시자.

  • 배달 온 걸 꾸역꾸역 다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방으로 들어가 바로 퍼질러 잤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21시. 스마트 폰 만지작거리며 빈둥거리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다시 잠이 들었다.

  • 몇 번을 자다 깨고. 여덟 시가 넘어서 눈을 뜨긴 했는데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늦어도 아홉 시 반에는 출발해야 하니 슬슬 준비를 해야 한다. 차 뒷 좌석을 접고 짐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뒷 좌석 뿐만 아니라 조수석까지도 짐으로 가득 찼다.

  • 차가 작으니까 아무래도 불안해서 천천히 달리려고 했는데 밟다 보니 그럭저럭 잘 나간다. 차 받을 때 탁송 기사님이 '120㎞/H 넘으면 차가 떤다.' 고 하시기에 그렇게까지 밟을 일 없을 거라 했는데, 밟다 보니 120㎞/H를 살짝 넘겼다. 스티어링 휠이 어찌나 떨리는지, 불안해서 속도를 줄여야 했다.

  • 간만에 운전하는 거라 재미 있었다. 나는 운전하면서 룸미러로 뒤 쪽 상황을 수시로 보는데 짐 때문에 가려져서 제대로 안 보이는 게 답답했다. 그래도 별 무리없이 무사히 도착. 운전하면서 푸조 308이 얼마나 좋은 차였는지 다시 느끼게 됐고, 스파크도 상당히 좋은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300㎞ 가까이 달렸는데 가득 채운 기름이 ¼만 까여 나갔다. 짐으로 가득 채웠는데도 이러니, 그냥 혼자 탔으면 어땠을지. 연비는 진짜... 끝내준다. '푸조 308 디자인에 XC40의 편의 시설과 안전성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 숙소에 도착해서 알려준 방으로 들어가니... 하아... 지저분하다. 누가 봐도 남자 혼자 사는 집이다. 게다가 내 방이라고 한 곳에 들어가니 옷이 마구 널려 있다. 아무래도 혼자 쓰다 보니 빈 방으로 두지 않고 적당히 활용(?)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 일단 차에 있는 짐을 죄다 방으로 옮겨 놓고, 옷부터 갈아입었다. 간만에 입은 양복, 바지가 터지려 한다. 일본에 있는 동안 살 좀 빠질 줄 알았는데 더 찐 것 같다. 나이 때문에 찌는 살도 있는데 만날 맥주를 처먹었으니. 오랜만에 만난 분도 살 많이 쪘다고 한 마디 하신다. 희한하게 우리 회사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내 20대 초반의 모습만 기억을 하신다. 그러다보니 나만 보면 머리 까졌다고 한 마디, 배 나왔다고 한 마디. (;゚д゚)

  • 회사에 들어가 써야 할 서류를 쓰고, 인사를 하고, 그렇게 분주하게 보냈다. 바로 옆 자리에 계신 분이 일본어 전공이라고 하니 많이 배워야 할 듯.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업무다 보니 새로 배워야 한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 16시부터는 운동을 하는 시간인데 방치 됐다.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멍 때리고 있다가 책 좀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옆 자리에 계신 분이 말을 걸어 주셔서 잠시 떠들고. 칼날 같은 퇴근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 방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같이 사는 분이 오셔서 짐을 치워주셨다. 나와 띠동갑인 젊은이인데 사람 참 좋아 보이더라. 베란다에 가득한 담배 꽁초를 보고 담배 피우는 사람이라 영 안 맞겠다, 금방 나가야 할 지도... 라 생각했는데, 어영부영 괜찮을 것 같다.

  • 방에 선반 일체형 책상이 있었는데 원래 있었던 게 아니라 먼저 살고 계시던 분이 산 거란다. 써도 된다 하셔서 염치 불구하고 쓰기로. 모니터부터 설치하고 짐을 대충 풀고 있자니 시간이 금방 간다. 룸 메이트는 주말이라 집에 간다 하셔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인상도 좋고,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 대충 짐을 정리했지만 옷걸이도 부족하고 행거도 필요하고. 컴퓨터를 켜서 필요한 것들을 사기 시작했다. 당장 복합기가 필요했는데 일본에서 썼던 캐논의 TS5030 모델은 한국에 없다. 안 파는 모델인가보다. 2018년에 9,200円 주고 샀으니 대략 10만원인데... 이게 지금은 14,400円이다. 가격이 왜 역주행을 하냐?
    난 프린터라고 하면 hp 제품을 최우선으로 하곤 했는데 일본에서 쓴 캐논 프린터가 몹시 마음에 들었던지라 같은 걸 사려고 했더니 없다. 하위 모델인지 TS3392 모델이 8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는데, 빨간 색 본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전면에 액정이 없다는 게 싫었다. 그래서 잠시 검색해본 뒤 TS5391 모델을 11만원 조금 안 되게 주고 질렀다.

  • 벽에 행거를 붙여야 하는데 벽지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벽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3M 테이프와 행거도 주문하고, 벽에 붙이는 손전화 거치대도 질렀다. 원래는 리모컨 거치대인데 잘 활용해서 손전화 거치대로 쓰려고 한다.

  • 고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일본에서 택배가 하나 왔단다. 26일에 보낸 EMS가 도착한 모양이다. 하루만 더 빨리 왔더라면 가지고 왔을텐데. 저기 옷걸이가 잔뜩인데 지금 옷걸이가 부족해서 낭패다. 50개가 넘는 옷걸이가 있는데 또 돈 주고 사는 게 아까워서 지르지 말고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좀 진정되어 이동 제한이 풀리면 포항에 가서 가지고 와야겠다.

  • 한국에서 산 게 얼추 40년이고, 일본에서는 고작 1년 6개월을 살다 왔지만 그래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만에 한국에서의 삶에 완전히 적응해버렸다. 일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네일베 카페를 보니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과 부모들이 이래저래 맘 고생이 많던데, 얼마 전까지 같은 입장이었음에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 숙소에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룸 메이트는 휴대 전화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어서 테더링 걸어 쓰고 있단다. 나도 딱히 유선 인터넷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그냥 테더링 걸어서 쓸까 싶다. 지금 쓰는 요금제는 한 달에 200GB를 제공하는데, 이걸 다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회사 다닐 때에는 휴대 전화를 두고 다녀야 하니까 데이터 쓸 일도 없고. 하지만 무제한 요금제와 5,000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갤럭시 S8을 내비게이션으로 쓰려면 요금제를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 내일이나 모레 요금제 변경을 신청해야겠다.

  •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서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이랑 맥주를 사들고 왔다. 맥주 마시면서 일기 쓰고 있다. 뭔가 신기하다. 24시간 전에는 포항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말이지.

  • 오늘이 월급 날인데 일본에서 받던 돈의 거의 세 배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받는 돈이 많아진 만큼 스트레스도 같이 늘어나겠지. 어찌 되었든 잘 참고 이겨내서, 부지런히 빚을 까내야지. 일본에서 생활한답시고 빌린 돈과 차 값 갚으려면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

  • 예전 같으면 주말에도 출근해서 OJT를 받으라고 난리였을텐데,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 얘기는 전혀 없다. 다만 여덟 시 반까지 출근인데 대부분 여덟 시 전에 출근한단다. 졸지에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교대 근무 안 하는 게 어디냐.

  • 내일과 모레는 주말이니까 쉴 수 있다. 쉬는 동안 정리 좀 하고, 다음 주에 인터넷으로 지른 것들 도착하면 또 정리 좀 하고. 4월은 정리하고 적응하면서 보낼 것 같다. 그렇게 시나브로 익숙해지겠지. 빨리 자리 잡아서 일본에 먹을 거리도 보내고, 여름에 놀러 오라고 초대도 하고 그랬음 좋겠다. 염병할 코로나부터 어떻게 좀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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