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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4월 11일 토요일 흐림 (방은 춥고 밖은 더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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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바닥이 차갑다. 남들이 다 춥다고 할 때에도 혼자 덥다고 헐떡거리는, 체내 온도 조절 장치가 고장난 나조차도 춥게 느껴질 정도다. 다행히 나에게는 매직 이불이 있다. 뭘로 만들었고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최강의 따뜻함을 선사하는 이불이다. 겨울의 난지도 캠핑장에서도 저 이불 덮으니 따뜻했었다. 저 이불 덕분에 따뜻하게 잘 잤다. 새벽에 급똥 시그널이 와서 깨긴 했지만.

  • 일곱 시가 조금 넘어서인가? 잠결에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파는 153 볼펜을 보게 됐다. 버건디 레드라고 하는, 조금 짙은 빨간 색의 볼펜이다. 내가 볼펜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묵~ 직~ 한 153 볼펜이 없는 건 아니지만(티스토리에서 준 걸 받은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올 해에는 왜 통계 어쩌고 이벤트 안 하지? (;・д・)) 빨강에 혹해서 질러버렸다. 21,000원이었는지 29,000원이었는지. 대체 왜 빨간색에 환장하게 된 걸까?

  • 오전 내내 멍 때리고 있다가 정오 무렵에 밖으로 나갔다. 필요한 것들을 사러 가기 위해서. 홈플러스에 가려고 했는데 야탑 홈플러스까지 30㎞ 조금 넘는다. 겸사겸사 다녀올까 했는데 누나들이 다들 바쁜 것 같아 다음에 가기로 하고, 용인 시청 근처에 이마트가 있기에 거기로 향했다.

  • 커피 시음 행사하는 곳에서 공짜로 한 잔 받아 마셨는데 커피 코너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자니까 이벤트 담당하시는 분이 계속 쳐다본다.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미안한 마음에 그냥 샀을텐데, 이제는 뻔뻔함을 장착한 아저씨. 애써 시선을 외면하며 드립 커피가 있는지 찾아봤다. 마땅히 맘에 드는 게 없어서 '그냥 시음한 걸로 살까?' 라 생각했는데 남양에서 나온 거였다. 남양이 회사 이름 바꿨다던데 커피는 남양 타이틀 달고 나오더라고. 1도 망설이지 않고 안 샀다. 대용량 사려다가 그냥 조금 있는 걸 카트에 넣었다.

  • 미리 목록을 만들어 갔기에 필요한 건 대충 질렀는데 옷걸이와 220V 돼지 코는 살 수 없었다. 옷걸이는 찾으면 어딘가에 있을텐데 집에 100개 가까이 있는 걸 또 돈 주고 산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참고 살다가 포항 내려갈 때 들고 오기로 했다. 돼지 코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플러그에 끼워 일본 등에서 쓸 수 있는 110V 돼지 코는 있는데 220V 돼지 코는 없더라. 직원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 계산을 마치고 상자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율 포장대가 사라졌다고 뉴스에서 봤는데 상자는 그대로 있더라. 테이프가 없어졌을 뿐이었다. 상자 아래를 엇갈려 조립한 뒤 지른 것들을 넣고 주차장으로 향하다가 어묵 파는 곳에서 멈춰 섰다. 일곱 개에 만 원 하는 걸 하나 사서 4층으로 이동.

  • 차를 어디에 세워놨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헤매다가 겨우 찾아갔다. 트렁크를 통해 상자를 넣으려고 했는데 차가 잠긴 상태에서 트렁크를 열어서 그런지 요란한 경고 음이 울린다. 당황했다. (;゚д゚)

  •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말이 용인이지, 용인과 이천의 사이에 있어서 위치가 참... 게다가 아래 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안성이다. 평택까지도 멀지 않다. 위치가 진짜 어중간하다. 게다가 주변은 완전 시골. 그래서 싫으냐고? 천만의 말씀. 나는 시골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ㅋ

  • 집에 와서 사들고 온 걸 대충 풀고, 상자 안에 마구 넣어놨던 것들도 대충 정리를 했다. 제대로 정리하는 건 3단 선반이 오면 할 생각. 대충 정리를 마친 뒤 사들고 온 어묵으로 배를 채웠다.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한 뒤 건조대에 너는데 언더 셔츠 한 벌이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지자마자 들어올렸는데 바닥의 흙이 묻어 까매졌네. 아오, 짜증나. 내 기준에 화장실과 베란다가 무척이나 더러운 상태인데... 청소를 해도 될까 싶다. 먼저 사는 사람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내일은 일어나면 화장실과 베란다 청소를 할 생각이다. 깨끗해서 나쁠 게 있을까 싶으니까.

  • 배가 불러서 잠시 빈둥거리며 쉬다가 맥주를 깐 뒤 사들고 온 닭과 함께 먹었다. 넷플릭스로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 보면서. 벨기에 편 끝나면서 다음 화 예고 나오는데 코로나 때문에 특별편 만든 모양이더라. 그렇지. 누가 오려고 하겠어.

  • 하지만 한국은 코로나에 무척이나 훌륭한 대응을 보인 나라로 외신에 여러 차례 소개되고 있다. 중국 바로 옆에 위치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도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단하긴 하다.

  • 마사미 님과 통화라도 할까 했는데 시간도 좀 늦은 것 같고 그래서 괜찮을까 싶다. 일단 메시지나 보내볼까?

  • 일본어 공부 좀 해야 하는데 말만 앞서네. 내일 쉬고,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만 출근하면 선거 덕분에 또 하루를 쉰다. 대충 업무 파악을 하고 나서 일본어가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면 회사에 책을 들고 가서 공부해야겠다. 7월에 JLPT 본다는 건 절대 무리, 12월에는 보자고 생각했는데 지금처럼 나태하다면 그것마저도 무리일지 모르겠다. 일단 구몬부터 신청해볼까?

  • 한국에서 20년, 일본에서 20년, 이렇게 살았다면 모를까 40년 내내 한국에서 살고 그 중 1년 반 정도만 일본에서 살았으니 한국에 돌아온 후 금방 적응해버리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져서 뭔가 이상한 약 같은 거 먹고 혼자 환상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선반이 오면 대충 정리하고, 일본 우체국에서 산 상자는 버리지 말고 잘 조립해서 침대 발 밑에 두고 써야겠다. 넓은 거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쓰는 공간에 개인 짐을 두고 싶지 않아서 죄다 방에 두니까 굉장히 좁게 느껴진다. 대충 분위기 봐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방 얻어서 나가자 싶었는데 출/퇴근 하기에 편리하기도 하고, 룸 메이트도 좋은 사람 같으니 일단은 버텨보자. 한 달에 30만원만 아낀다고 해도 그게 어디냐.

  • 저녁에는 일본에서 찍은 사진들 보면서 맘에 드는 거 추려내려고 한다. 한참 걸리겠지.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언제 죽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그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지. 염병할 코로나만 잠잠해지면 쉴 때마다 여행 다니면서 남은 인생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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