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새벽에 두 번 깼고. 용인에 오고 나서부터는 날마다 꿈을 꾼다. 꿈을 꾸지 않은 날이 없는 듯. 깊이 못 잔다는 얘기겠지. 아무래도 처음 하는 업무에다 어색한 곳이다 보니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씻고 나서 출근. 일찍 도착해도 아직은 시간 외를 찍을 수 없다. 이번 주 지나가기 전에 물어봐서 시간 외 근무라도 해야겠다. 연가 보상비도 아예 안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마당이니까.
오늘도 무척이나 지루한 하루였다. 뭔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다. 그저 혼자서 교안 보다가 졸고, 그러다 기지개 켜기를 반복하는 수밖에. 4월 30일이 OJT 끝나는 날이라는데, 당장 5월 4일부터 상황 근무 들어간다는데, 4월 30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고 5월 1일은 노동절인데다 2일과 3일은 주말이다. 4일에 휴가 내면 5일까지 쉴 수 있으니까 무려 6일을 쉴 수 있는 거다. 나는 상황 근무가 예정되어 있으니 4일에 쉰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최소 4일은 쉴 수 있는 거지. 이런 상황인데, OJT 너무 헐렁한 거 아닌가? 당장 뭔 일이라도 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고보면 처음 입사했을 때에도 이렇게 방치 됐었더랬다. 아~ 무 것도 안 가르쳐주고, 지나다니면서 다 알면서 뭐하러 보냐는 소리 따위나 하고 그랬더랬지. 그러던 사람들이 여직원 오니까 쉴새없이 들락거리며 모르는 거 있음 물어보라고 어찌나 친절하던지. ㅋ
수요일에 여직원이 새로 온다는데, 나와 다른 파트이긴 하지만 같은 식으로 방치해 두는지 지켜볼 일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식당을 이용했다. 밥을 먹었네, 안 먹었네, 사람 귀찮게 하는 게 너무 싫어서 그냥 굶은 지 오래 됐다. 전자 태그가 내장된 출입증이니까 그걸로 찍은 뒤 밥 먹고, 월말에 자동으로 계산되게 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공군에서는 진작에 하는 걸 10년 넘도록 못하고 있다. 밥 수준도 개판이고.
그나마 여기는 밥의 퀄리티가 상당하더라. 점심이 2,500원인데 오늘은 묵밥이 나왔다. 대한민국 어디에서 2,500원에 이 정도 퀄리티의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훌륭하더라. 다만, 점심을 먹으나, 먹지 않으나, 퇴근하고 나면 배 고픈 건 똑같으니까, 다음부터는 칼퇴근하지 말고 저녁을 먹은 뒤 집에 와야겠더라.
아, 오늘 자동차 관련 서류를 냈다. 수요일에 신입 사원이 오니까 그 때 같이 제출하겠다고 하기에 급한 거 아니니까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며칠 더 걸어다녀야겠지만 그 정도 불편함은 괜찮다.
칼퇴근하고 걸어 나오는데 룸 메이트가 태워줬다. 누군가가 와서 태워달라고 부탁하고 그러기에 약속이 있는 줄 알고 먼저 나왔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녁에 간단하게라도 일 잔 했음 좋겠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옷 갈아입고 바로 운동하러 가더라. 계란 찌는 기계에 계란 채워놓고. ㅋ 저렇게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한테 술 먹자고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지. 아무튼, 나도 먼저 말 안 걸고 그러니까 둘 다 데면데면하긴 한데, 사람은 참 좋은 것 같다.
어제 간사이 전력에 미납 요금이 있는데 어떻게 내냐고 물어봤더랬다.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답장이 왔더라. 신용 카드로 내면 된다고. 라인 카드에 16,000円 넘게 남아 있으니까 그걸로 내려고 했는데 결제 실패! 간사이 전력 홈페이지에서는 분명 JCB 카드로 결제가 된다고 안내했다. 그리고 손전화 해약 전에는 잘 쓰던 카드였고. 결국 라인 모바일 해지해서 16,000円 넘는 돈을 못 쓰게 되는 건가 싶어 메일로 문의를 남겼다. 당장은 못 쓰더라도 나중에 일본에 가게 되면 쓸 수 있게 되기를. 결코 작은 돈이 아닌데 말이지.
어제 사놓고 차에 둔 오징어 짬뽕 컵라면을 들고 와서 저녁을 때웠다. 누룽지 말았더니 근사하게 한 끼가 된다. 주말에 마트 가서 누룽지 좀 더 사다놔야겠다.
스무 살 짜리 한국 처자가 있는데 일본에서 더 공부한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귀국했단다. 공부 그만두고 아예 돌아온 건지. 지금 자가 격리 중이라는데, 나중에 시간나면 만나서 밥이라도 사 먹여야겠다. 아, 차 나오고 나서. ㅋ
나는 차 가지고 사람 평가하는, 부유함의 가치로 삼는 속물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ㅅ-
주소는 포항으로 되어 있고 사는 곳의 행정 주소는 용인인데 이천에서 자꾸 돈 줄테니 신청하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주지도 않을라면서.
손전화를 아예 두고 다니는데 열 시간 동안 7% 정도 방전되는 것 같다. 어차피 1년 지나기 전에 배터리 교체하긴 하겠지만 '새 것 치고는 좀...' 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리띠가 하나 뿐인지라 새로 사야 한다. 겸사겸사 압축 쓰레기 통도 살까 싶다. 짐을 안 늘리네 어쩌네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살아야 할 거 아니냐고. -ㅅ- 빨래 바구니도 하나 사야겠다. 지금은 플라스틱 상자를 빨래 바구니로 쓰고 있는데 나중에 포항 갈 때 가져다 놔야지.
차에 8GB짜리 USB를 끼워놨더니 읽는 데 한나절 걸린다. 헌혈하고 받은 1GB짜리 USB가 있는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4GB나 되네. 다른 것들도 죄다 8GB 짜리고. 그나저나, 저 8GB 짜리 USB, 살 때에는 굉장히 비싸게 줬는데. 지금 256GB도 사고 남을 돈 주고 산 건데. 역시 휴대용 저장 매체의 용량 대비 가격을 보면 세월의 흐름을 확~ 느끼게 된다.
K 리그 이야기를 빙자한 포항 스틸러스 팬질 블로그를 만들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티스토리가 일본 여행 블로그로 인정하게 만들어버렸고. 유학 후에는 일기만 주구장창 올려대는, 글로 쓰는 V 로그가 되어가고 있다. 하긴, 요즘은 달리 특별한 것도 없고 그러니까.
600만원 정도 주고 컴퓨터 풀 세트로 맞췄음 좋겠고, 드론도 하나 샀음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차 값을 내기 위해 한 푼이라도 굳혀놔야 하는 상황. 기를 쓰고 아껴서 차 값으로 고스란히 바쳐야 한다. 사고 싶은 게 있어도 꾹꾹 눌러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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