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주 3일제가 간절해지겠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로써는 주 4일제가 간절하다. 주중에 하루만 쉬어도 이렇게 행복한 것을.
부처님 오신 날 덕분에 하루를 쉬었더니 일주일이 짧다. ㅋ
오전에 출근해서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교육이 시작됐다. 뭔가 바쁜 일이 있는지 한 시간 안에 해결하라며 과제 같은 걸 몇 개 줬는데 미리 준비해서 내주는 게 아니라 급하게 해보라고 시키는 거라 그닥 성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혼자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의 교육 중에 가르쳐주는 분이 두 번 자리를 비웠는데 그 때마다 이거 해보세요, 저거 해보세요, 하고 가더라. 잠깐 쉬자거나 같이 쉬자는 말은 없었다. 뭐, 딱히 기대한 건 아니지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라 생각했다.
점심 시간에, 교수법에 대해 생각해봤다. 지방에서 컴퓨터 학원 강사를 했을 뿐이지만 그래도 남을 가르치는 일을 잠시나마 업으로 삼았었기에 관심이 있는 편이거든.
일단 누군가를 가르친다면 그 사람이 아예 모른다 생각하고 가르치는 것이 좋다. 다만, 경우에 따라 배우는 사람의 레벨이 조금 높을 경우 자신을 무시한다 생각할 수도 있다. 고로, 수업이 시작된 후 듣는 사람의 레벨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건 상대가 작정하고 속이려들지 않는 한 몇 번 얘기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부분이지.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서 비아냥거리거나 무시하면 절대로 안 된다. 은연 중에 한다고 해도 듣는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다. 뉘앙스나 눈빛에서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전해준다는 생각으로 가르쳐야 한다. 배우는 사람이 지금은 나보다 모르지만 내가 가르쳐 준 걸 기반으로 해서 이내 날 밟고 일어설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제대로 된 노하우나 팁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네가 0에서 100이 되는 동안 나는 100에서 200이 되겠다는 각오로, 또 실제로 그런 노력으로 버텨야 한다. 내가 아는 걸 숨기고 나만 알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거지만.
우리 회사의 업무 적응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했다. 여덟 시 반 전에 출근해서 준비를 마치고 오전 내내 교육, 점심 시간에 잠깐 쉰다. 밥 먹고 쉬는 시간이 한 시간인데 그게 끝나면 바로 오후 교육이 실시된다. 오후 교육이 끝나면 저녁을 먹고, 잠깐 쉬다가 교육이 이어진다. 퇴근은 보통 21시나 22시 정도가 된다. 하루에 열두 시간을 교육받는 셈이지. 단순히 시간만 긴 게 아니다. 교육 중에 가해지는 언어 폭력이나 이런저런 나쁜 짓들이 많았다. 내가 입사했을 때에도 그랬고, 그 후에도 몇 년 동안 저 모양이었다.
그런데 느리긴 해도 분명히 바뀌긴 바뀌는 것 같다. 지금 있는 곳은 저런 못된 교육이 전혀 없다. 아침에 느긋하게 교육을 시작하고, 중간에 쉬는 시간도 원하는대로 주어진다. 점심 시간을 쉰 후 오후에 교육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챙겨 준다. 게다가 업무 종료와 함께 교육도 끝난다. 예전처럼 꾸역꾸역 남겨두지 않는다. 실로 장족의 발전이다.
아무튼, 오늘도 땡~ 하자마자 퇴근했다. 시동을 거니 미등 표시가 뜬다. 허? 나 미등 켜놓고 내린 거야? 아홉 시간 넘게 라이트 켜놓은 셈인데 용케 방전 안 됐네. ㄷㄷㄷ
숙소에 오니 택배 상자가 잔뜩. 다 내 짐인 줄 알았는데 가장 큰 건 룸 메이트가 주문한 닭 가슴살이었다. ㅋ
옷만 갈아입고 한식 뷔페에 가서 밥 먹었다. 이번에 네 번째 간 건데 처음으로 등갈비 먹어봤다. 훌륭했어.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과자랑 맥주 조금 사들고 돌아와 일기 쓰는 중.
오랜만에 운동해서 여기저기 아프고 피곤하지만 주말이니까 괜찮다. 푹 쉬고 나면 다음 주 월요일은 당직. 과연... 가는 곳마다 일 터지는 징크스는 이번에도 이어질 것인가.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05월 03일 일요일 흐림 (6년 전 오늘 / 살려면 어떻게든 살아짐) (0) | 2020.05.03 |
---|---|
2020년 05월 02일 토요일 흐림 (어영부영 오전이 지나감) (0) | 2020.05.02 |
2020년 04월 30일 목요일 맑음 (어제 운동 찔끔했다고 온 몸이 비명을 질러댐) (0) | 2020.04.30 |
2020년 04월 29일 수요일 맑음 (모든 능력치를 뱃살에 갈아넣고 체력은 바닥) (0) | 2020.04.29 |
2020년 04월 28일 화요일 맑음 (날씨는 기똥차고, 나는 졸리기만 하고) (0) | 2020.04.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