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한 시간 뒤 꺼지게 해놓은 채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네 시. 새벽인데도 덥다. 벌써부터 이러면 올 여름은... 걱정이다.
누워서 빈둥거리는데 빗소리가 들린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더니 오전부터 내리는 모양이다. 빗소리가 들릴 정도면 약하게 내리는 건 아니라는 얘기인데. 일단 요기부터 하자 싶어 주방으로 갔다.
또 라면 먹고 싶지 않아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햇반 두 개 돌려 김가루 한 봉지를 다 뿌린 뒤 블럭 미소시루랑 같이 먹었다. 그리고 나서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아침에 빈둥거리다가 우연히 아이나비를 검색하게 됐는데 아이나비도 안드로이드 어플을 만들어서 무료로 공개했더라. 하긴, 요즘 돈 내고 내비게이션 사서 쓰는 사람이 없지. 차에 스크린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나오니까. 그런 걸 보면 사업이라는 게 참 쉽지 않다. 시장 점유율 1위였지만 생태계가 변하면서 아예 문 닫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니까 말이다. 아무튼, 손전화에 아이나비의 내비게이션 앱을 깔다가 문득 차에 있는 블랙박스 업데이트에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은 뽑아서 업데이트 확인하고 그랬었는데 말이지.
생각난 김에 차에 가서 메모리를 뽑아왔다. 역시, 업데이트 파일이 있더라. 프로그램을 깔고 업데이트를 한 뒤 다시 차로 가서 블랙박스에 메모리 삽입. 예전에는 당연했던 일이 점점 귀찮은 일이 되고, 능숙하고 익숙했던 일이 어색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아저씨가 되어 간다.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은데 만사 귀찮다. 마트에 가서 냉동 삼겹살이나 사다가 구워 먹을까 싶기도 한데 그마저도 귀찮다. 그냥 맥주나 마시고 퍼질러 잘까 싶다. 6일 연휴 중 이틀째인데, 이번 기간에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엔딩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귀찮아서야, 아무래도 못할 것 같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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