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들의 두목 역할을 하던 찌질대장은 승진 타령을 하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로 인해 모래알 같은 조직력의 찌질이 삼형제는 와해되었다. 하지만 각자가 알아서 찌질스러움을 사방에 선보이고 다녔다. 그 와중에 찌질삼은 더 좋은 곳을 찾아 간다며 사표를 내고 나갔다. 알아서 사라져주니 그나마 셋 중 가장 나은 경우가 아닌가 싶다.
찌질이는 내 앞 자리로 옮겨 왔다. 저 염병할 ㅺ가 자리에서 발딱 일어서면 더럽게 못생긴 상판떼기가 바로 보인다. 기분 좋게 출근해도 보자마자 언짢아진다. 게다가 말 같잖은 농담을 던져놓고 좋다고 히히덕거리는 것 역시 여전하다. 맘 같아서는 주둥이 좀 다물고 있으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너무 답답하다. 최근에는 합격률이 굉장히 낮은 뭔 시험을 봤는데 합격을 할 것 같네 어쩌네, 교육을 가네 마네, 질알이 풍년이다. 하는 일도 없는 ㅺ가 바쁜 짓 하는 것도 변함이 없는데 같잖기 그지없다. 발로 확 차버렸으면 좋겠다.
찌질일은 틈만 나면 여직원들 옆에 와서 짖어대고 있다. 여자는 줘 패야 되니 어쩌니 해놓고 저렇게 여직원들 옆에서 알랑방귀 뀌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틀 전에는 산책 코스에 가만히 숨어 있다가 빼꼼~ 쳐다보더란다. 산책하던 다른 직원이 뭐하냐고 물어봤더니 여직원 기다린다고 했단다. 그 자리에서 30분 가까이? 넘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더니 기어코 여직원 오니까 말을 건네며 같이 산책하자고 했단다. 뭐 저런 ㅺ가 다 있나 싶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저 찌질한 ㅺ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사무실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따지더라도 당장 쳐내야 하는 암적인 존재다, 저것들은. 월급 도둑놈에, 발정난 껄떡쇠에.
여기 온 지 1년 조금 더 됐는데 자꾸 사람이 미워져서 큰 일이다. 찌질이 삼형제들이야 처음 보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대충 파악이 되어 거리를 뒀고 그걸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 온 사람들 중에도 '쟤는 좀 아닌데?' 싶은 것들이 있다. 하나는 전형적인 꼰대라서 혹시라도 고위 공직자가 되면 갑질할 게 뻔히 보이는 놈이고, 또다른 놈은... 워낙 희한해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녀석이다. 싫은 사람 앞에서 싫은 티를 팍팍 내니까 섞일 일이 없긴 한데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사람을 싫어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 이게, 뭔가 나를 제어할 장치가 없으니까, 내 맘대로 살아도 누가 뭐라 안 하니까, 딱히 눈치보지 않아도 되니까,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내키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게 아닐까 싶다. 좀 싫어도 적당히 친절하게 대하고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자고 마음 먹지만 얼굴 보는 순간 짜증부터 나니 그게 안 된다. 이게, 내가 건방져졌다는 증거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만 나면 스스로 '건방떨지 말자'라고 다짐을 한다.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따르기 마련인데 나는 요즘 지나치게 편하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그래, 그동안 너무 편했어.' 라고 납득할 정도다. 그러니, 화가 닥치기 전에 좀 더 머리 숙이고 얌전히 앉아 있어야겠다. 쌘 척도 하지 말고, 적당히 찌그러져 있어야겠다. 동지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적은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적을 만드는 데 너무 거리낌이 없었다. 반성한다.
3주 전 금요일이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 날 책을 빌려 왔었더랬다. 그래서 오늘까지 빌린 책을 반납해야 한다. 딱히 읽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가운데 여러 권으로 구성된 장편 소설이 깨~ 끗한 상태로 꽂혀 있기에 빌려 왔었는데 판타지 소설이더라. 나는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에 꽂힌 적이 없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하루에 한 권씩 읽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래서 다음 권을 계속해서 빌려올 생각인데, 문제는 한 달 뒤가 시험이라는 것. 벼락치기라도 해야 하는데 책만 읽고 공부를 안 하고 있으니 큰 일이다. 다음 주부터는 책은 좀 천천히 읽고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청해도 연습을 좀 해야 하는데 큰 일이다. 만날 큰 일이다, 큰 일이다, 걱정만 하고 정작 공부는 안 해서 또 큰 일이다.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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