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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6월 09일 수요일 맑음 (저질 체력/만신창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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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지니까 확실히 잠자는 게 더 힘들어졌다. 내 명의로 된 유전이라도 하나 있으면 에어컨 켜놓고 이불 덮은 채 자겠는데 안타깝게도 가진 건 빚 뿐인지라.
손풍기를 머리 쪽으로 켜놓고 잠이 드는데 새벽이 되면 춥다고 느껴져 잠에서 깬다. 손풍기를 끄고 다시 자면 중간에 또 한 번 깬다. 오늘은 두 번째 깬 게 하필 다섯 시.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시각에서 고작 한 시간 이를 뿐이다. 이렇게 된 거, 일찌감치 준비해서 출근할까? 싶기도 했지만 몸이 천근만근인지라 뒤척거리다가 20분을 보냈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알람 소리를 듣고 다시 깼다.

오늘은 제초 작업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제초 작업할 때 입을 옷과 운동할 때 입을 옷을 챙긴 뒤 출발. 사무실에 도착했고 내가 몰랐기 때문에,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일로 다른 동료들과 아웅다웅해야 했다. 다행히 큰 소리 내지 않고 내가 몰랐다, 내가 부족했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오해를 풀어 잘 해결이 됐다.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건 아니지만 오늘은 일단락. 하지만 내일은 두 명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한다. 나보다 아랫 사람에게는 그나마 편한데, 윗 사람에게 불만을 전달하는 일이 걱정이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서 기분 나빠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결국 최대한 돌려 말해야 하는데 가능할까?

옷을 갈아입고 제초 작업을 하기 위해 이동. 아무도 없어서 잠시 멍 때리며 기다리다가 장비가 도착해서 풀을 베기 시작했다. 땅이 평평하지 않은데 길게 웃자란 풀 때문에 지면이 보이지 않아서 엄청 힘들었다. 너무 낮게 들이대서 돌이 튀는 일이 다반사. 게다가 중간에 제초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부랴부랴 잔디깎는 기계를 빌려와야 했다. 아무튼, 엄청 고생하면서 이 정도면 됐다 싶을 정도로 작업을 마치고 나니 다리가 너덜너덜. 돌이 튀어서 여기저기 찍히고 파이고 난리도 아니다. 이제는 제초 작업을 할 때 반바지는 무리인 모양이다. 언제까지나 20대인 줄 알고 덤볐던 대가다.

사무실에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챙긴 뒤 샤워하러 갔고, 씻고 나와 사무실로 돌아가니 피자 파티가 한창. 내가 먹을 것을 따로 남겨두었더라. 다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오늘은 찌질이도 없고, 얄미운 녀석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부지런히 먹은 뒤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또 여럿이 도와준다. 사람이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그 와중에 찌질일이 자꾸 끼어들어 조금 짜증스러웠지만.

사무실에 돌아와 수다를 떠는데 사람들이 내 쪽으로 갑자기 몰리기 시작했고 하필 거기에 찌질일이 끼어드는 바람에 적당히 말하다 말았다. 쟤는 왜 눈치없이 자꾸 끼어드는 건지 모르겠다. 나이 40 먹고 관심종자라니... 하아...

피자를 잔뜩 먹어서 배가 불렀지만 저녁 메뉴가 라면이라 하니 안 먹기도 그래서 결국 라면을 또 먹었다. 오늘 땀을 잔뜩 흘렸는데 그 이상으로 먹어버렸으니 2㎏ 정도는 불었을 것 같은데. 사무실에 돌아와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 결국 빨래해야 한다는 핑계로 적당히 퇴근. 숙소에 돌아오니 룸 메이트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막걸리 한 잔 같이 하겠냐고 하기에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다고 거절했다. 아닌 게 아니라 몸이 너무 무겁다.

정확하게 몇 살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서른이 넘은 후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더랬다. 최근에 그 생각이 또 든다. 확실히 30대 다르고, 40대 다르다. 뭐, 운동도 안 하고 만날 술이나 퍼 마시면서 이런 얘기하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원래는 일기만 쓰고 컴퓨터를 끈 뒤 게임이나 하다가 드러누울 계획이었는데, 20시부터 축구를 봐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약체라 해도 안 볼 수는 없지. 보다가 잠이 들면 딱인데. 고로, 오늘도 플스 전원 버튼은 누르지 못하겠다. 내일도 늦게까지 남아 공부할 예정이고, 금요일은 24시간 근무니까 토요일이나 되야 볼리비아의 전장을 뛰어다닐 수 있겠고만. 하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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