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사람에게 쓴 소리를 하는 것과 아랫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 어느 쪽이 그나마 나을까? 사실 둘 다 그닥 내키는 일은 아닌데 그 내키지 않는 일을 둘 다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아침에 출근해서 옆 자리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어제 말이 나왔던 것에 대해 아랫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다. 맘 같아서는 그냥 이러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해버리고 싶은데 그러면 괜한 오해를 살까 싶으니까, 최대한 돌려 말했다. 한 시간 가까이 떠들었는데... 말하면서도 짜증스럽더라. 내가 왜 악역을 맡아서...
윗 사람에게도 쓴 소리를 해야 했는데 이건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결국 다음으로 미뤘다. 쥐를 잡아먹지 않는 고양이가 있다고 치자. 고양이가 맛이 없어서 안 먹든, 잡느라 수고를 들인 것에 비해 배가 차지 않아서 안 먹든, 먹으려다 혀를 깨물리고 딱히 좋은 점이 없다 싶어서 안 먹든, 어떤 이유에서든 안 먹는다고 치자. 그리고 이걸 쥐가 안다고 치자. 저 고양이는 나를 먹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 해도 편한 마음으로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다. 먹히지는 않아도 발톱에 긁힐 수도 있고, 짓눌릴 수도 있고, 딱히 편한 마음은 아닐 게다. 내가 딱 그렇다. 모두의 불만을 최대한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서 전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누구인들 악역을 맡고 싶겠냐고. 하지만 누군가 맡아야 한다면, 모두가 꺼려한다면, 마지 못해 내가 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윗 사람에게 언제 쓴 소리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지만 싸가지는 어느 정도 얼굴에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지점이 희한하다 싶은 게, 쟤는 이렇겠다, 쟤는 저렇겠다, 겪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하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내가 나 자신에게 감탄할 정도다.
처음 봤을 때 쟤는 별로라고 생각한 녀석이 있다. 말투가 굉장히 재수 없더라고. 그냥저냥 참고 지냈는데 지난 번에 같이 회의에 들어갔을 때 떠들어대는 거 보고 이번에도 내 사람 보는 눈이 정확했고나 싶더라. 꼰대 기질 다분한, 재수없는 ㅺ였다. 사무실에서는 처음 볼 때, 헤어질 때, 안부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인데 오늘은 퇴근하면서 제 시간에 밥 먹으러 가는 거 맞냐고, 더 일찍 가는 것 같다고 한 마디 툭 던지고 가더라. 정해진 시간 전에 밥 먹으러 안 간다고 대꾸하고 말았는데 좀 더 쌔게 쏴줄 걸 그랬다. 재수없는 ㅺ 같으니라고.
싫은 AH 77I 들은 뭘 어떻게 해도 싫다. 찌질일 놈도 마찬가지인데 여자 친구도 있다는 ㅺ가 여직원들한테 껄떡거리는 꼴이 어찌나 같잖은지. 하지만 저 찌질한 ㅺ도 곧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하니 다행이다 싶다. 옮겨 가게 될 곳이 엄청 힘들다는데, 저 찌질한 녀석의 무능력함이라면 엄청 고생할 거라는데 세상 편하더만. 뭐, 고생한다고 정신 차릴 녀석도 아니니까 그냥 내 눈에서 보이지만 말아주면 땡큐다 하고 있지만.
오늘은 아침에 출근해서 아랫 사람한테 싫은 소리하고, 평소 재수없어 하던 ㅺ 때문에 짜증내고, 늦은 밤부터 비 온다더니 이른 저녁부터 내려서 이게 무슨 일기 예보냐고, 일기 중계라고 투덜거리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온통 짜증나고 싫은 일 뿐이네. 그나마 좋았던 건 듀얼센스 코스믹 레드 지를 수 있었던 것 정도일까?
└ 오늘이 코스믹 레드 판매 개시일인데 틀림없이 품절된다 싶어 85,000원에 배송비 2,500원 더해서 87,500원 주고 샀는데... 숙소에 와서 다시 검색해보니 배송비 포함해서 8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네. 아오~ 2,000원 남짓한 돈이지만 손해본 것 같은 기분이 문제라고. 으으~
내일은 24시간 근무인데 빈둥거리지 말고 제대로 공부 좀 해야겠다.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해야지.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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