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에서 1년 정도 살고 나면 방의 각종 살림살이들을 다시 배치해서 구조를 바꾸고 싶은 병이 도진다. 광주 살 때에도 그랬고, 평택에서도 그랬고, 심지어 오사카에서 유학할 때에도 1년 남짓이 되었을 때 방에 있는 물건들의 배치를 싹 다 갈아엎어놓고 혼자 좋아했더랬다.
이 불치병이 또 도졌다. 지금의 숙소에서 산 지 1년 2개월이 됐는데 며칠 전부터 방에 있는 것들을 다시 배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마음은 간절한데 일을 벌이면 얼마나 피곤한지 잘 알고 있으니까 망설이게 되더라. 하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뒹굴거리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더 자고 싶었지만 희한하게 잠이 오지 않더라. 재택 교육 수업을 켠 뒤 출석 체크를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책상부터 옮기기 시작했다. 옷장이 있는 자리에 책상을 두고, 책상이 있던 자리에 침대를, 침대가 있던 자리에 옷장을 두려는 계획이었다. 방이 크지 않으니까 혼자 해도 충분하지만 자잘한 물건들이 워낙 많다보니 은근히 일이다.
일단 책상을 옮기기 위해 책상에 있는 책과 물건들을 침대 위에 던져뒀다. 그리고 나서 책상을 옷장 쪽으로 끌고 간 뒤 침대를 지그재그로 움직여 책상이 있던 자리로 옮겼다. 가구를 치우니 먼지와 쓰레기가 눈에 들어온다. 1~2년 쌓인 게 아니다. 아마도 이 숙소가 생긴 이후로 한 번도 구조 변경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낑낑거리며 침대를 창문 쪽으로 옮겼는데 방 한 가운데 장판이 찢겨져 있다. 이게 뭐야? 왜 그동안 몰랐지? …… 몰랐을 수밖에. 방금 생긴 거니까. -ㅅ-
침대 다리가 사이드 쪽 뿐만 아니라 가운데에도 있는데 그게 장판을 찢어먹은 거다. 음... 이건 내 잘못이니까 숙소 비우고 나갈 때 자수하고 광명 찾는 수밖에.
아무튼, 침대를 옮긴 뒤 옷장을 옮겨야 하는데 당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안에 든 옷들을 비운 후에야 움직일 수 있었다. 역시나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옮겨 놓고, 바퀴 달린 조립식 옷장도 옆에 뒀다. 조립식 옷장은 두 개를 산 뒤 한 개만 조립해서 쓰고 있는 중인데 빈 공간을 보니... 안 쓰고 있는 옷장을 조립해서 두는 건 무리일 것 같다. 포기.
한~ 참을 낑낑거리며 재배치를 마치고 청소까지 했다. 방 안에서 발바닥이 닿는 공간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뭔가 둘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져서 일단 되는대로 마구 뒀다. 아무래도 손을 좀 봐야 할 것 같은데 방 공간은 그대로이니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냥 이대로 살아야겠다.
룸 메이트가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긴다고 해서 큰 방으로 옮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룸 메이트의 탈출(?)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나도 작은 방에 눌러앉게 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작은 방에 살아야 할지 모르니까, 일단 짐을 늘리지 않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
청소 마친 후 맥주 마시는 중이다. 대충 마시다가 PS5 게임이나 하고 자야겠다. 내일은 사무실에 가서 일 좀 하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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