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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6월 21일 월요일 맑음 (주절주절)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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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생이었을 때, 중학생이었을 때, 우산 쓰는 게 귀찮아서 비를 맞고 다니면 친구들이 그러다 대머리 된다고 놀렸더랬다. 아랑곳하지 않았다. 살다 살다 이렇게 숫 많은 애는 처음 본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쌍가마였으며,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지만 아버지가 대머리니까 2대 유전 어쩌고에 의해 내 머리는 까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머리가 됐다.

처음으로 종아리 인대가 터졌을 때, 병원에서는 깁스를 하고 한 달 정도 운동을 쉬어야 한다고 했다. 3주가 채 되지 않아 완전히 나아버렸다. 그래서 다음에 인대가 또 터졌을 때에는 1주일 정도 버티다가 스스로 깁스를 풀어버렸다. 약간의 통증이 있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아버리더라. 스스로의 재생 능력에, 치유 능력에 감탄했고 그 능력을 믿었다. 영원할 줄 알았다. 나이 서른이 넘어 그런 생각으로 똑같이 행동을 했고, 그 결과 만성 통증을 달고 산다. 오르막에서 조금 무리해서 힘주면 쥐가 날 것 같은 삘이 확! 들고, 그 때 쉬지 않고 무리하면 어김없이 인대가 터진다.

처음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여기야말로 내가 살아야 할 곳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저 희망일 뿐 일본에서 산다는 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간절히 바라지만 이뤄질 수 없는 꿈 같은 것이라고. 그런데 어찌 하다보니 일본에서 1년 7개월을 살다가 돌아왔다. 내 삶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지금도 조금은 꿈처럼 느껴진다.

시간 외 수당 벌겠답시고 퇴근 시간 이후에도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 따위로 살지 않겠다 다짐했다. 실제로 땡! 하면 칼 같이 퇴근했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아홉 시간은 충분히 지긋지긋했다. 몇 푼 더 벌겠다며 스트레스를 쌓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 줄 알았다. 지금은, 시간 외 수당 꽉 채워 받으려고 만들어가면서 일한다.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다.

살면서, 절대로 그리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로 되고 만다. 그런 경험이 숫하다. 그러니 '절대로' 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지금 기준으로 미래를 함부로 재단해서도 안 된다. 생선 따위를 먹을 일이 없을 거라고 바닷물을 다 증발시켜버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등어 구이가 미친 듯 먹고 싶더라 같은 일이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없는 거지. 고로, 입 조심, 행동 조심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오전에 꽤 짜증이 났다. 6월부터 ○○ 근무로 전환된다더니 그냥 □□ 근무 시키기에 엎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7월부터란다. 그것도 7월 초에 두 번이나 넣어놨다. 순번대로 돌아가는 거겠지만 평일, 휴일 근무를 다 집어넣어놓는 작태도 짜증스럽고, 당사자인 나에게는 말 한 마디 없이 자기들끼리 쿵짝거린 것도 짜증스럽다. 큰 집에서 일하다 온 ㅺ들은 하나 같이 저 모양이다. 저래놓고 스스로 일 잘 한다고 자뻑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 꼴 같잖아서 말 섞기도 싫다. 재수 없다.

 

017 번호가 010 번호로 강제 전환된다고 두 번째 메일이 왔다. 내가 원래 쓰던 번호는 011-××××-7077이었다. 1998년에 처음 개통한 016-×××-×××× 번호는 아예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7077을 쓰다가 군대 가면서 해지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아니란다. 부사관은 휴대 전화 써도 된단다. 그래서 휴가 때 다시 개통한 게 011-9430-7586이다. 이 번호를 정말 오래 썼다. 그러다가, 엄마한테 스마트 폰을 사드리면서 엄마가 쓰던 017 번호를 내 명의로 가져오고, 011은 해지를 했다. 이미 010 통합 얘기가 나왔을 때였기 때문에 011 유지하려고 돈 내는 건 바보 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번호 유지용이라면 더 오래된 017이 낫다고 판단한 거지.
그 017도 010으로 강제 전환이 이루어진다. 나는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저 번호를 오래 쓴 건 엄마지 내가 아니다. 그저, 남들 다 010 쓸 때 '어? 017?' 하고 관심받고 싶어서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이번 달까지만 쓸 수 있고 강제 전환이 된다는데, 그나마 6개월인가는 자동 전환이 된다는데, 지금처럼 한 달에 2,100원만 내도 된다고 하면 6개월 정도 더 쓰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해지하려 한다. 굳이 번호를 두 개 써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추억이 쌓인 것들,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언제가 되었든 다시 만지작거리며 옛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잔뜩 쌓아놓을 정도로 큰 집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적당히 버리면서 살아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꾸역꾸역 모아놓고 버리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삶과는 손절하고 싶다. 이것도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은 책 읽는다고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내가 생각해도 천하태평이다. 강제성이 동원되어야 공부하는 몸뚱이.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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