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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7월 18일 일요일 맑음 (아파... T^T)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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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자전거를 두고 간 날은 거짓말처럼 하루종일 해가 쨍쨍했다. 예보를 믿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간 날에는 세찬 소나기가 내렸다. 어쩌라는 건지.

16시가 지나 산책을 할 때까지만 해도 하늘은 파랬다.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엄청나게 더웠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곧 어두워졌다. 17시가 넘으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밖이 어두워졌고 저녁 밥을 먹기 전에는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 지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녁 밥을 먹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사무실에 가서 기다려볼까?" 잠시 망설였지만 금방 그칠 비 같지는 않았다. 폭우를 뚫고 퇴근하기로 했다.

우산을 썼지만 바지와 신발이 젖기까지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주차장의 배수 능력이 내리는 비에 미치지 못해 물이 고여 있었다. 거길 2만원도 안 하는 싸구려 운동화로 걸으니 흠뻑 젖는 것이 당연지사. 자전거를 세워둔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젖은 걸레 꼴이 되어버렸다.

가까스로 퇴근을 했더니 열어둔 창문으로 비가 들이닥쳤다. 토퍼가 약간 젖어 있었다. 일단 큰 수건으로 덮어두긴 했지만, 많이 젖지 않아서 그냥 써도 될 것 같았지만, 몇 달 동안 썼으니까 이 참에 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회사에 가서 근처 코인 빨래방 이용 후기를 수집했지만 써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워낙 촌동네에 있는 코인 빨래방이다 보니 시설도 못 미더웠고 주차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네일베에서 검색을 했더니 다른 곳이 가장 가깝다고 안내한다. 촌동네로 갈지, 네일베의 안내대로 갈지, 닥치면 결정하기로 했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빨래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귀찮아서 미뤘다. 토요일 새벽부터 눈이 떠져서 빈둥거리다가 사무실에 다녀왔고, 점심 무렵 네일베에서 검색한 곳을 향해 출발했다. 좌회전해야 하는 곳에서 직진해버리는 바람에 조금 앞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한 방에 못 돌려서 전진, 후진을 반복해야 했다. 쪽 팔렸다.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인지 빌라가 잔뜩 있었다. 원룸 촌이었다. 회사까지 그리 멀지도 않고, 비싸지만 않다면 근처에 방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좋다 해도 혼자 사는 것만큼은 아니니까, 빚만 다 갚으면 또 대출 받아서 방을 얻어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좋은 후보지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었지만 기우였다. 건조기 한 대만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간 곳이라서 이용 방법을 모르니까 벽에 붙은 안내를 읽... 어보려고 했지만 귀찮았다. 대충 읽었다. 카드를 만들어야 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카드를 만들었다. 2만원을 충전했더니 900원을 더 넣어주었다. 쪼잔하게.

20㎏ 세탁기에 토퍼를 넣고 카드를 찍어 빨래를 시작했다. 운동화 전용 세탁기에 가지고 간 운동화 세 켤레를 넣고 빨래를 하려는데 이건 카드가 안 된다. 현금만 된다. 제기랄.

40분 넘게 걸려 빨래가 끝났다. 토퍼와 운동화를 각각 건조기로 옮긴 후 또 돈을 썼다. 빨리 끝난다고 해도 30분은 넘게 걸린다. 멍 때리고 있느니 밥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처에 국수 집이 보여서 거기로 가려 했는데 문을 닫은 것 같다. 근처에 음식점이 몇 군데 보이긴 하는데 햄버거 가게 말고는 중국집만 문을 연 상태. 치킨을 같이 파는, 엄청나게 낡아 보이는, 맛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중국집이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짜장면을 먹고 있는 아저씨를 지나 자리를 잡았다. 짬뽕밥을 시켰다. 카운터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선풍기를 내 쪽으로 돌려주었고 방문 기록을 남기기 위한 전화를 걸라고 안내해주었다. 대충 할 것 같은데 은근히 꼼꼼한 방역이었다.

얼마 후 음식이 나왔다. 해물은 오징어 뿐이었고, 목이 버섯 대신 시든 상추가 들어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날달걀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화루의 짬뽕밥에는 튀긴 달걀이 들어있었다. 이 쪽도 조금 충격이긴 했지만 맛있으니까 됐다. 비주얼도 나쁘지 않았고 맛에도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날달걀은 아니지. 비주얼도, 맛도,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다. 배가 고프니 먹긴 했는데 맛은 없었다. 게다가 중간에 들어온 아저씨는 마스크를 벗은 채 부지런히 떠들어대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빨리 나가야겠다 싶어 대충 먹고 도망치듯 빠져 나갔다.

코인 빨래방에 가니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잠깐 기다렸다가 빨래가 끝난 토퍼와 운동화를 차에 옮겨 싣고 숙소로 돌아왔다.

매트리스 위에 토퍼를 올려놓으니 뭔가 얼룩이 보인다. 물에 젖은 부분과 젖지 않은 부분의 색깔 차이 같은 얼룩이었다. 하지만 만져 보면 보송보송하다. 위에 올라가봤다. 응? 몇 달 동안 육중한 몸뚱이로 눌러댄 덕분에 포옥~ 가라앉았던 토퍼가 다시 빵빵해졌다. 탄력이 느껴진다. 세탁을 하면 탄력이 다시 살아난다는 광고, 거짓이 아니었다. 괜찮은 녀석이었고만.

서둘러 먹은 짬뽕으로는 배가 차지 않아 급하게 물을 끓인 뒤 비빔면을 두 개 삶았다. 열무 김치를 잔~ 뜩 때려넣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먹어치웠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명치 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체했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다 생각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피곤하니까 일단 한숨 자자고 생각했다.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를 자고 일어났다. 자고 일어나니 개운... 해야 하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열이 오른 느낌이었고 몸살 기운도 느껴졌다. 확실히, 뭔가 안 좋다. 몸이 안 좋으니까 억지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평소의 주말처럼 의무감(?)으로 맥주를 마시지도 않았고 게임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누워있었다. 아무래도 체한 것 같아 예전에 샀다가 몇 달째 방치 중인 까스 활명수를 마셨다. 조금도 나아짐이 없었다.

자다 깨다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 와중에 환각 때문에 힘들었다. 뭔가 일곱 가지의 잘못을 했는데 그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내가 저지른 잘못이 사각형 블록 형태로 존재했는데 엄청나게 커다란 방의 모서리에 밀어넣어야 해결이 되는 거였다.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완벽하게 현실이라 착각했다. 자다가 깨서 '이게 무슨 일인가?', '얼마나 아프기에 이런 환각을 보는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생각조차 꿈이듯 했다. 꿈 속에서 꾸는 꿈.

일요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팠다. 게다가 토요일에 빤 베개 대신 머리로 짓이기고 있었던 바디 필로우는 너무 높아서인지 그렇잖아도 불편한 몸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부랴부랴 베개와 이불이 말랐는지 확인해봤다. 제습기 덕분에 24시간도 안 됐는데 잘 말라 있었다. 바로 가지고 들어왔다. 베개와 이불에서 섬유 유연제 향이 진동을 한다.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일요일 내내 앓았다. 사두었던 소화제 열 알을 다 먹었다. 한 번에 두 알씩, 하루에 세 번 먹으라고 했는데 자다가 깰 때마다 먹었다. 그렇게 끙끙 앓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컨디션이 돌아왔다. 약간, 아주 약간.

 

주말 내내, 좁은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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