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저녁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ㅇㅇ에서 같이 일하다가 여기로 함께 옮겨온 분들인데 한 분은 어린 자녀들이 있고, 다른 한 분은 음주를 하지 않는 분이라서 자주 식사 자리를 갖는 게 어렵다. 1년에 두 번 정도? 시간을 맞춰 같이 밥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헤어진다.
많이 기다려온 행사(?)인데 한 분이 감기에 걸려 다음에 하는 것으로 미루었다. 요즘 감기가 엄청 독하다는데 같이 밥 먹다가 우르르~ 감기에 걸리면 그것도 참 안 좋으니까.
그 말은, 오늘도 할 일이 전혀 없다는 거다. 드론이라도 날리고 올까 싶다가도 만날 가는 곳이 가는 곳인데다 겨울이라 바람도 강하고 경치도 고만고만하니 귀찮다. 그렇다고 아무 이유없이 쏘다니고 싶지도 않고. 번화가에 가서 손전화 껍데기라도 사올까 하다가 괜한 돈 쓰는 짓이니 그만두자고 마음을 바꿔 먹는다.
인터넷에서 산 옷이 도착했는데 옷걸이가 부족해서 생활용품 파는 곳에 가서 옷걸이를 사왔다. 여기로 이사올 때와 비교해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 옷 잘 입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엄청나게 산다. 신발도 마찬가지. 오늘도 새벽에 자다 깨서 장바구니에 두 켤레 저도 넣어놨다가 어렵사리 지웠다. 지금도 상자 째로 모셔만 두고 있는 신발이 일곱 켤레인데.
오전부터 술 마시는 건 몹쓸 짓인 것 같아 정오가 지난 후부터 마시기 시작한다. 지금도 마시면서 끄적거리고 있다. 오랜만에 위스키에 음료수 타 마신다. 개봉한 짐 빔은 이사 가기 전에 비워야 할 것 같다.
집 주인 아주머니께 이사 간다고 말씀 드렸다. 어디로 명령이 날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봐도 너무 짠하게 산다. 나이 먹을수록 좀 더 제대로 살아야 하는데, 어째 점점 궁색해지는 것 같다.
정신과 약의 부작용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꿈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깰 때가 많아졌다. 급하게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차에 올라탔는데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차가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꿈은 예전에도 꾼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는데 최근에는 오른발에 강하게 힘을 주다가, 종아리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깨면 발에 닿는 부분을 진짜로 강하게 밀고 있다.
사이비 종교인이 전도한답시고 자꾸 팔을 붙잡고 늘어져서 뿌리친다고 왼팔을 크게 휘둘렀는데 현실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해서 책장을 때리고 아파서 깬 적도 있고, 학창 시절에 친구와 주먹 다툼하는 꿈을 꾸다가 오른 주먹으로 바닥을 때린 뒤 깬 적도 있다.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라서 그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데,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말이 어눌하게 나오는 거다. '내 얘기를 좀 들어봐'가 '누웨에에 이으애기르으을 저으으으음 드으으으르어어부어어부아아~'로 나간다.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든 똑바로, 빨리 말하고 싶어서 악을 쓰다 보면 잠에서 깨어 꿈에서 했던 말을 계속 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뭔가에 쫓기거나 억울한 상황이라는 거고, 거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호를 하거나 도망을 치거나 폭력을 쓰는 상황에서 깬다. 꿈에서 했던 말이나 행동을 자는 중에 하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그렇게 깨면,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싶어서, 이게 내 심리 상태 때문인가 싶어서, 자괴감이 들어 한동안 다시 잠들 수 없게 된다.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남들 앞에서 강하고 쌘 사람이니까 치부를 드러내면 안 된다는 내부 지침(?) 같은 게 서 있다. 하루 빨리 여기에서 빠져나가 마음 속 가득한 화를 다스렸으면 좋겠다. 어디를 가더라도 나쁜 사람, 못된 사람, 무능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 인간 관계로 상처 받는 일은 앞으로도 반복이 되겠지만, 지금만 하겠냐 싶어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다.
오늘은 낮술 마시다 일찌감치 퍼질러 자지 않을까 싶고, 내일은... 음~ 딱히 할 게 없네. 차나 닦을까 싶지만 곧 비 온다는 예보도 있고. 인사 명령이나 빨리 났음 싶은데 차일피일 미뤄질 게 분명하니... 다시 돈 벌러 가기 전까지 마음 다스리러 산이나 탈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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