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쿄 여행을 함께 한 선배는 여러 가지로 털털하고 무척이나 너그러운 사람이지만 소화 기관과 잠자리 만큼은 『 공주와 완두콩(매트리스 스무 장 밑에 완두콩 한 알 넣어놨더니 등이 배겨서 잠 못 잤다는 공주가 나오는 동화) 』에 나오는 공주 못지 않게 “민감한 아저씨”. 특히나 모르는 사람과 같이 방을 쓰는 걸 무척이나 불편해한다. 반면 나는 도미토리 룸도 그럭저럭 잘 쓰는 스타일. 하지만 누가 뭐래도 아는 사람끼리 방 쓰는 게 편한 건 사실인지라 이번 여행의 숙소는 프라이빗 룸을 잡기로 했다. 3성급 정도의 호텔 잡는 게 가장 좋겠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기본 장착된 도시 빈민인지라... 저렴하면서도 개인 공간을 어느 정도 보장 받으려면 게스트하우스 2인실이 딱 좋다.
“K's House”를 먼저 검색해봤는데 3일 모두 묵을 수 없었다. 8일, 9일은 방이 있었지만 10일은 없는 상황. 이틀만 프라이빗 룸에 묵고 하루는 도미토리로 옮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러는 게 더 불편할 거 같아서 포기했다. “우타노 유스 호스텔”같은 곳은 없을까? 싶어 유스 호스텔도 알아봤지만 맘에 드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여러 예약 사이트를 열어놓고 둘이 합쳐 하루 10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묵을 수 있는 숙소를 한참 찾다가 어렵사리 발견한 곳이 바로 와이즈 아울 호스텔스(Wise Owl Hostels).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평이 좋은 편이긴 한데 내가 중요하게 보는 블로그 후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결국 예약.
와이즈 아울 호스텔은 도쿄에 하나, 시부야에 하나 있는데 도쿄가 본점인 듯 하다. 히비야線 핫초보리 역에서 내리면 바로라고 하는데... 나는 여행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도쿄 지점을 예약한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첫 날 '어디에 갔다가 어디를 들러 어디에 간 뒤 숙소로 돌아간다'는 식으로 일정을 짤 때 돌아가는 전철은 히비야線, 내리는 역은 핫초보리로 설정했다. 그런데... 출발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숙소 예약한 걸 확인한답시고 다시 들여다봤다가 깜딱! 놀랐다. 도쿄 점이 아니라 시부야 점이었던 거다.
부랴부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핫초보리 역에서 내려 30초는 물 건너 가고 시부야 역에서 15분 걸어야 하는 상태가 되고 만 거다. 3보 이상 승차의 신념을 가진 선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부지런히 동선을 새로 설정했다.
나름 걱정하긴 했지만... 어찌어찌 잘 도착했고 3일 동안 잘 썼다. 혹시라도 다른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간단한 후기 삼아 몇 자 적어본다.
최대한 뒤로 물러섰지만 SONY RX10 M4로는 간판 전부를 찍을 수 없었다. 최대 광각이 18㎜ 정도였음 좋았을텐데.
위치는 어중간한 편. 시부야 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문제는 걸어서 갈 경우에는 경로의 대부분이 오르막인지라 걷는 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쥐약이라는 거다.
시부야 역에서 걸어가려면 일단 남쪽 출구를 찾아 그리로 나간다. 역을 빠져나와 그대로 직진하면 횡단보도가 보인다. 중간에 섬 같은 게 있는 구조의 횡단보도다. 그 왜, 깜빡거릴 때 건너다 빨간 불 바뀌면 도로 중간에 뻘쭘하게 서 있어야 하는 그런 횡단보도. 그 곳을 두 개 다 건넌다. 횡단보도 끝에 다다르면 왼쪽으로 90도 턴. 그대로 직진한다. 잠시 걸으면 왼쪽에는 고가로 올라가는 오르막 길, 오른쪽에는 평지가 있다. 평지로 간다. 그대로 길 따라 계~ 속 걸어간다. 한참 가다 횡단보도 건너고... 계속 가다보면 편의점 나온다. 더 걸어가면 또 편의점이 나오는데 내리막 길로 내려가면 숙소가 보인다. 편의점 앞에서 어느 길로 가야할지 망설이게 된다면 오른쪽 선택하면 된다. 나는 걸음이 좀 빠른 편인데 15분 남짓 걸렸다. 짐이 있거나 걸음이 느리다면 조금 더 걸릴지도.
버스 타는 방법도 일단 남쪽 출구로 나가야 한다. 횡단보도 건너지 말고 살짝 왼쪽을 보면 버스 정류장이 늘어서 있다. 가장 끝의 34번 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갈 때마다 버스가 서 있었다.) 중 아무거나 타면 된다. 그리고 다음, 다음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정류장 이름은 오사카우에. 시간은 3~5분 정도? 버스에서 내려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쬐~ 끔만 걷다 보면 육교가 나온다. 그 육교 건너서 육교 내려온 방향 반대(자판기 있는) 쪽으로 가면 편의점이 나온다. 편의점 앞의 내리막 길 따라 내려가면 자그마한 공원(을 빙자한 흡연 구역)이 나오고 그 앞이 게스트하우스다.
잘 모른다면 유튜브에서 'WISE OWL HOSTELS SHIBUYA'로 검색해도 된다. 가는 방법이 동영상으로 안내되어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참한 처자가 지금도 스태프로 일하고 있으니 유튜브에서 봤다고 인사해주자(나는 몰라서 못했다. 다녀와서 글 올리다 알았다. -ㅅ-).
일찍 도착했을 경우 무료로 짐을 맡아준다. 3성급 이상의 호텔은 체크 인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짐을 방에 옮겨주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그 정도 서비스까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나중에 체크인하면서 짐 받아 직접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 짐을 맡기면 자그마한 파란색 플라스틱 조각을 주는데 짐 찾을 때 그걸 돌려주면 된다.
스태프는 기본적으로 일본어와 영어 능력을 장착하고 있다. 영어의 경우 일본인 특유의 어색한 발음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수준급이다. 뭐, 중학생한테도 발리는 실력으로 남 영어 실력을 평가한다는 게 우습긴 한데... -ㅅ- 체크인 할 때 숙소 구조와 간단한 안내가 적힌 종이를 주는데 한글로 된 것도 있다. 체크인할 때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적는데 거기 KOREA라고 쓰면 알아서 한글 안내서를 준다.
1층은 식당이다.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고, 꼭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사 온 걸 먹을 수 있다. 1층이 식당 겸 리셉션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매일 밤마다 오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술 산 뒤 1층에서 마셨다. 스태프들은 항상 자리에 있고 음악을 쿵짝쿵짝 틀어대서 늦은 시간이라도 심심하거나 하지는 않다. 일본 노래 선곡은 훌륭했는데 팝 선곡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늦은 시각에도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지금까지 경험한 숙소들은 자정이 지나면 체크인이 안 된다거나 하는 조건 따위가 있었는데 여기는 새벽 한 시에 체크인하는 사람도 있더라.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는 ¥100 자판기가 두 대 있다. 어떤 음료들이 있는지 보고 좋아하는 음료가 있다면 편의점 대신 자판기를 이용하는 게 푼돈 아끼는 방법. ㅋ 좀 이상하다 싶은 건 ¥100 자판기인데 ¥100 넘는 음료도 제법 많았다는 거. -_ㅡ;;;
나는 도미토리가 아니라 프라이빗 룸을 이용했다. 3층의 306호였는데... 문을 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살면서 본 모든 게스트하우스 방 중 가장 작았다. 문 딱 열면 문이 열리는 공간 만큼만 제외하고 바로 앞이 2층 침대. 그게 전부였다. 캐리어 펼쳐 놓을 공간도 없었다. 그 코딱지만한 공간에도 자그마한 세면기 달아놨다는 게 놀라울 뿐. 아무튼... 침대 자체가 작지 않아서 잘 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방이 말도 못하게 작다. 캐리어 활짝 펼쳐서 짐 정리 한다는 건 침대 위에서나 가능하지, 그 외 공간이 전혀 없어서 불가능이다.
연박의 경우 따로 청소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한참 돌아다니다 들어오면 나갈 때 어질러놓은 상태 그대로였다.
3층에는 구석에 싱크대가 있었고 거기에서 간단한 요리나 식사가 가능했는데 점점 좁아지는 모서리에 설치한 형태라서 좀 구려 보였다.
식기나 컵 등은 약간을 갖추고 있었지만 넉넉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소맥 컵으로 쓸만한 게 전혀 보이지 않아서 수많은 사람이 박박 긁어 생겼을, 바닥의 흠집이 뚜렷히 보이는 목재 밥그릇에 술 따라 마셨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한 대씩 있었는데 이용해보지는 않았다. 따라서 얼마인지도 모른다. 보통 ¥200 정도 하니까 그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층과 층 사이의 이동은 엘리베이터로 한다. 체크인을 하면 카드 키를 주는데 1층에서는 카드 키를 찍지 않으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 3층에서 내려갈 때에는 카드 찍거나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저 카드 키는 방 문 뿐만 아니라 건물 옆의 통로 쪽 문을 여는 데에도 사용된다.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잃어버리면 ¥2,000 물어줘야 한다. 참고로... 처음 묵은 날, 샤워를 마치고 어슬렁거리다가 싱크대가 있는 쪽 말고 반대 쪽 비상구에 갔었다. 어떤 구조인가 스윽~ 둘러보는 사이 문이 쾅~ 닫혔고... 밖에서 열 수 없었다. -_ㅡ;;; 문 열어 달라고 콩콩콩 두드렸지만 선배가 알아차리지 못했고...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고민을 하다가 결국 1층으로 내려갔다. 담벼락에서 뛰어내려야 했기에 나이 먹고 간만에 담치기해서 뛰어내렸다. 발바닥이 저릿저릿~ 슬리퍼 차림으로 다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일행이 샤워 중인데 키를 방에 두고 왔다 해서 스태프가 엘리베이터에 카드 찍어 줬다. 쟤 뭐지? 하는 눈빛이 뒤통수에 파바박~ 박히는 느낌이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따로. 샤워실은 들어가면 한 평 정도의 옷가지나 소지품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거기서 미닫이 형태의 문이 있는 샤워실로 들어가면 역시나 한 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씻게 된다. 뜨거운 물은 곧바로 쏴아~ 하고 잘 나왔다. 수압도 괜찮은 편. 저렴한 향기의 샴푸, 린스, 바디 로숀이 있다(고 썼는데 거기 있는 제품, DHC 제품이란다. 내 코가 저렴한 모양이다. -_ㅡ;;;). 비누는 없고, 폼 클랜징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수건은 보통 사이즈보다 한참 큰, 호텔에서 전신용으로 쓰는 걸 하나 준다. 연박의 경우 다음 날 달라고 하면 바로 준다. 쓴 수건은 복도에 있는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처음 체크 인 할 때 사용한 수건 가지고 오면 새 수건 준다고 해서 들고 갔었는데 굳이 그렇게 안 해도 수건 달라고 하면 그냥 주더라.
모든 스태프들이 친절했다. 식당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 식당에 계신 분들이 내 곰돌이 모자를 보고 카와이~ 라고 칭찬(?)해줬다. 뭐하는 ×인지 다 늙어서 주책이라고 속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ㅋ
게스트하우스 정문 옆에 흡연 구역이 있다. 단, 담배 피우지 말라는 시간이 있다. 정오부터 14시까지였나? 아무튼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피우지 말라고 되어 있다. 게스트하우스 후문 쪽에 언제든 담배 피워도 되는 자그마한 예비 폐암 환자 집합소가 있으니 거기를 이용해도 된다. 당연히 실내에서는 금연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면도기나 기타 필요한 용품을 판매한다. 나는 딱히 살 것이 없어서 이용하지는 않았다.
침대는 용접한 프레임에 나무를 덧대어 만든 구조였는데 적당한 쿠션이었다. 움직여도 삐그덩~ 삐그덩~ 소리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 맡에는 개인 용품을 보관하고 잠글 수 있는 보관함 같은 게 있다. 그 아래로 110V 콘센트가 두 개 있는데 기본적으로 USB 포트가 두 개인가 세 개인가 있으므로 돼지코가 없더라도 USB 케이블만 있으면 충전하는 게 가능하다.
와이파이는 특정 아이디, 비밀 번호를 사용해서 연결하게 되는데 전 층이 같은 걸 사용한다. 끊김없이 빵빵하게 잘 터졌다. 유튜브 동영상도 HD 화질로 끊어지는 일 없이 잘 봤다.
1층 리셉션에는 관광 가이드 북과 찌라시들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한국어 가이드 북은 클로즈업 도쿄가 비치되어 있었다. 그 외 여러 종류의 브로셔들이 비치되어 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Windows 기반 컴퓨터가 아니라 Mac이었다. 애플은 일본 아니면 망했을 거다. -ㅅ-
긴 건너 편에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있었는데 1층과 2층이 어린이 집인 듯. 둘쨋 날 아침에 보고 잽싸게 도촬(?)했다. ㅋ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들고~ 그저 마우스 왼쪽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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