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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0 K-리그 : 제 10 라운드 vs 성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0.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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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02일 13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10라운드 포항 vs 성남 경기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이미 아시다시피... 포항이 0 : 3 으로 떡실신... T^T

 

 

이런 글 쓰기가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성남은 포항 밥이었습니다. K-리그에서 일곱 번이나 우승(3년 연속 우승이 두 차례)한 최강의 팀이었지만 포항만 만나면 작아지는 성남이었습니다.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싶을 게 분명한 성남 팬들을 위해 근거 자료를 제시할까 합니다.
 
년도 득점 실점
2000 1 - 2 3 3
2001 1 2 - 3 2
2002 1 - 2 5 7
2003 1 - 3 2 4
2004 1 1 - 3 2
2005 1 1 - 4 3
2006 1 - 1 4 4
2007 1 1 - 3 2
2008 2 - - 5 3
2009 - 1 1 2 4
합계 10 6 9 34 34

K-리그 홈페이지에서 뽑아낸 자료입니다. 표 내용만 봐서는 성남이 포항 밥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처럼 보입니다. 거의 호각세지요. 승/패도 비슷할 뿐더러, 득/실점까지도 똑같습니다. 그러나... 파리아스 감독 부임 이후의 포항을 보면 최근의 성남이 포항만 만났다 하면 깨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규 시즌의 경기만 반영했지만, 2007년의 경우가 그 절정이었습니다. 챔피언 결정전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가며 성남의 홈인 탄천에서 축포를 터뜨린 포항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2009년 후반기부터 이러한 분위기에 심상치 않은 반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신태용이라는 젊은 감독이 부임한 성남은 포항을 만나면 펄펄 날아다니는 팀으로 변신합니다. 결국 2009 시즌에는 성남이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전 경기였던 2010 시즌의 첫 경기... 결과가 말해주듯, 포항은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전 날 열 다섯 시간 동안 근무를 하고, 퇴근하여 두 시간도 채 자지 못한 채 눈을 떴습니다.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1년에 한 번 뿐인 포항의 성남 원정이기에 유니폼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숙소를 나왔습니다.

 

마을 버스를 타고 탄천으로 가는데, 주위에서 힐끔힐끔 보는 게 느껴지더군요. 하긴... 포항의 유니폼이 시선 끌기에는 딱 좋습지요. -ㅅ-

 

무관심한 척 하며 경기장 앞에 도착했습니다. 원정 응원석인 S석이 9,000원이네요. 다른 팀에 비해 저렴한 가격입니다. 특이한 것은... 원정 팀 입장료가 오히려 더 싸다는 겁니다. 수원 같은 경우 삼성카드로 결재를 하면 50% 할인을 해주는데, 원정 팀 입장권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성남은 원정 팀 입장료를 오히려 더 저렴하게 해주고 있네요.

 

이건 나름 개념이 박힌 짓이라고 봅니다. 전광판이 원정팀 응원석 쪽에 있기 때문에 원정팀은 같은 돈 내고도 좀 불편한 관람을 해야 하니 1,000원 정도는 싸게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홈 팀보다 입장료 싸게 받는 경기장은 아마도 성남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_ㅡ;;;

 

 

경기장 들어가니 포항에서 원정 온 서포터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포항 개막전 때 정말 열심히, 정렬적으로 서포팅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던 처자 분... 성남까지 오셨더만요. ㅋㅋㅋ

개보수를 거친 탄천종합운동장은 전에 볼 수 없었던 지붕이 있네요. 그거 말고는 크게 달라진 걸 느낄 수 없었습니다. 트랙 때문에 경기장이 꽤 멀어 보이네요. 그래도... 2007년에 우승 축포를 터뜨린 자리라는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좀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코 앞에서 선수들이 뛰던 스틸 야드를 보다가 성남에 오면, 필드가 한없이 멀게 느껴집니다.

 

 

포항은 신화용(GK), 박희철, 김정겸, 오까야마, 조홍규(이상 DF), 김재성, 김태수, 신형민(이상 MF), 알미르, 모따, 고기구(이상 FW)가 선발 출전했고,

 

성남은 정성룡(GK), 장학영, 사샤, 조병국, 전광진(이상 DF), 몰리나, 김성환, 홍철(이상 MF), 파브리시오, 라돈치치, 조재철(이상 FW)가 선발 출전했습니다.

 

성남은 열 세 개의 슈팅을 날려 이 중 세 개를 골대 안으로 넣었습니다. 포항은 열 다섯 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단 하나의 골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지요.

 

경기는 포항이 줄곧 주도했지만, 이른 시간에 몰리나의 골이 터지면서 성남에 이끌려가기 시작합니다. 잘게 잘게 썰어가던, 잔 패스 위주의 포항은 볼 수가 없었고... 뻥뻥 질러대는 답답한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시종일관 김재성에게 볼을 몰아주는데, 정작 볼 받을 선수가 없으니 김재성도 전진 패스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성남은 수비 위주로 팀을 꾸려가는 듯 하다가도 한 번에 몰아치는 역습이 대단했습니다. 특히나 왼 쪽에서 오른 쪽, 오른 쪽에서 왼 쪽으로 길게~ 길게~ 넘어가는 크로스가 포항에게 큰 위협이 되었지요. 크게 넘어가는 횡 패스가 단 한 차례도 끊기지 않고 공격진들에게 연결되었습니다.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전반이 0 : 1 로 끝났지만, 이대로 끝날 거 같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2 : 1 로 뒤집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세 골이 터질 거 같다는 예감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다만 추가로 터진 두 골이 모두 성남 것이었다는 게 문제일 뿐... -_ㅡ;;;

 

SBS Sports에서 생중계를 해주었습니다. 별 일이네요. 야구 시즌인데 K-리그 생중계라니...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나오게 할 것이지, 땡볕인데...

 

 

신구대학의 날이라고 해서 교직원과 학생들 50% 할인해주더군요. 학교에서 많이들 온 모양입니다.

신태용 감독도 많은 관중 앞에서 이겨서 좋다고 인터뷰 했는데 홈페이지 공식 집계는 7,681명이네요.

성남이 관중 없긴 더럽게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연고 이전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신구대학 치어리더들인 모양입니다. 이 날 응원을 주도했지요. 아마추어다운 열정이 있었습니다.

 

 

시작 전 FIFA 페어 플레이 깃발이 들어옵니다. 포항 구단기 들던 놈, 질질 끌고 가던데... 죽인다!

 

 

실점 후 포항의 파상공세가 이어지지만 골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가 계속 되었습니다.

 

 

안습! 성남 서포터... 원정 서포터보다 적은 인원... 어떻게 봐도 초라한 모습... 안스럽습디다.

 

 

포항의 듬직한 수문장, 신화용 선수가 후반에 자리를 옮겨 왔습니다. 두 골 더 내주고 말았습니다.

 

 

황재원과 김형일이 빠진 수비 라인에서 혼자 고군분투한 오까야마. 정말 열심히 뛰어 주었습니다.

 

 

부지런히 뛰었지만,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한 김태수. 본인도 답답하겠지만, 지켜보는 팬은 죽을 맛...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타깝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후보 선수들. 기동 형님이 보입니다.

 

 

포항의 레전드, 기동 형님. 경기 못 나온지 꽤 되었는데, 이 날 교체 출전하였습니다. ㅠ_ㅠ

 

 

기동 형님 교체 출전과 관련된 에피소드 한 토막... 하프 타임 때 맥주 사와서 홀짝거리고 있는데, 가까운 쪽에서 선수들이 몸을 풀더군요. 그 앞에 꼬맹이들 둘이서 깝죽거리고 있고...

 

다가가서 기동 형님에게 싸인이라도 받을까 싶었는데... 작년과 달리 넘어가지 못하게 STAFF 조끼 입은 직원들이 막고 있더군요(벽이나 기타 하드웨어로 차단하지는 않았고, 사람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결국 넘어가지 못하고 다소 먼 발치에서 카메라 광학 줌까지 동원해 사진이나 찍고 있는데... 술이 좀 들어가니까 용감해져가지고... 어떻게든 한 마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Hey!!! Coach!!! Input NO.6!!!" 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_ㅡ;;; "NO.6 is Legend!!!" 라고 한 마디 더 했고요(코치가 외국인이었음. -ㅅ-).

 

그런데!!! 그 순간에 기동 형님이 벤치 쪽으로 달려가더니 조끼를 벗는 겁니다. 오!!!

 

코치가  저를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기에 저도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씨익~ 쪼개주었습니다. ㅋㅋㅋ

 

기동 형님, 몸 관리도 잘하시는데... 절대 은퇴하지 마시고, 600 경기 출장 기록 세워주세요!!!

 

 

경기장 밖은 대부분의 성남 시민들이 그러한 것처럼 경기에 관심없다는 듯 조용하기만 합니다.

 

 

본인이 몰리나에게 받아 먹는 플레이를 하지 않고, 오히려 몰리나에게 부지런히 밀어주던 라돈치치.

상대 팀의 스트라이커지만...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태용과 궁합이 참 잘 맞는 듯...

 

 

후보 선수들 앞에서 깝죽거리던 초딩 2인방. 니들 왜 GS 축구단 유니폼 입고 설레발이냐? -_ㅡ;;;

 

 

열정적인 응원을 하던 포항 서포터들. 그 열정과 패기가 부럽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포항~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었습니다만... 오까야마 선수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정말 고군분투해주었습니다. 신화용 선수는 세 골이나 실점했지만, 수비진의 실수 때문에 막을 수 없었던 골이었지요. 잘 막아주었습니다.

 

국가 대표로 차출된 김재성 선수도 부지런히 뛰어 주었습니다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네요. 황지수 선수가 그리워지는 경기였습니다. ㅠ_ㅠ

 

레모스 감독은 골 넣을 찬스에서 못 넣은 게 패인이라고 했는데...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제가 볼 때에는 감독 당신이 패인입니다. 수비 라인부터 잘게~ 잘게~ 썰어 나가던 포항은 어디에 있나요? 뜨지 않고 무릎 아래로 쭉쭉 이어지던 환상의 패스 워크는 다 어디 버린 건가요? 이 날의 포항은 주구장창 백 패스만 해댔습니다. 백 패스의 포항이 되어 버린 겁니다.

 

노병준과 설기현이 오면 나아질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독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고기구 선발 출전할 때부터 이미 포기했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장신 스트라이커 노리며 뻥뻥 질러대는 축구... 수원의 차범근을 비롯한 무전술, 무전략 감독이 선호하는 작전 아닙니까? 기본적인 볼 트래핑조차 힘겨워하는 고기구 선수를 꾸역꾸역 선발 출전시키는 감독의 속내가 몹시 궁금합니다.

 

파 감독님이 있었을 때에도 포항은 슬로 스타터였긴 합니다만... 지금은 시작이 늦은 게 문제가 아니라, 시작 자체가 의문스럽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전진 패스 없이 진행되는 경기, 찬스에서 헛발질하는 공격진, 공간 패스를 넋놓고 바라보는 수비진, 구멍난 공격과 수비 모두에 가담하다보니 후반 들어 지친 모습이 역력한 미드필드진. 이것이 아시아 챔피언 포항의 모습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좋지 않은 모습으로 헤어졌기에 욕도 많이 먹는 파 감독님입니다만... 레모스 감독의 아름다운 축구를 보고 있노라니... 파 감독님의 아름답지 않지만 모두(타 팀 서포터까지도 인정)가 재미있어 하고, 그러면서 승리까지 가져왔던 축구가 그리워집니다.

 

레모스 감독... 당신이 말하는 아름다운 축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부족한 선수에 대한 타령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볼 점유율을 높이는 아름다운 축구라 했지요? 이 날 경기는 스코어도 0 : 3 으로 엉망진창이었지만, 볼 점유율도 52.6 : 47.3으로 뒤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날 가장 속상한 선수는 모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전남에서 데뷔하여 성남에서 그 절정을 이룬 선수. 라데, 샤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최고의 용병 선수라 불리던 선수. 그가 포항으로 돌아왔을 때 모두 '모따신의 귀환'이라며 기대를 했지만... 강원과의 4 라운드 경기 때 헤트트릭한 이후 또 감감무소식이네요.

 

그 와중에 자신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몰리나는 골까지 터뜨리며 대활약했으니 얼마나 입이 쓸지 예상이 됩니다. 공격 중에 볼을 빼앗기자 부지런히 뛰어 내려가 수비 가담하던 이 날의 모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가 부활할 수 있는 진정 아름다운 축구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슬픈 요즘의 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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