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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기사 분들, 힘 내시기를...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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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쓸 때부터 쓰던 모니터와 새로 산 모니터 중 새로 산 쪽에 문제가 생겼다. 화면이 깜빡깜빡하더니 안 나오는 거다. 케이블을 뺏다 꽂으면 잠깐 깜빡거리다 다시 나왔는데 이내 또 깜빡거리다가 화면이 죽는다. 안 되겠다 싶어 방문 서비스 신청했더니 기사가 왔는데 부품 문제인 것 같다며 다시 연락을 주겠단다.


그 날 다시 연락 주기로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다음 날 ×× 센터에 직접 들고 갔다. 맡겨야 한다기에 그러마 하고 왔는데 늦어도 화요일에는 연락 올 줄 알았더니 감감 무소식(월요일에 방문 기사한테 전화 왔었는데 ×× 센터에 맡겼다고 하고 통화 끝. -ㅅ-). 결국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내 모니터 담당하는 기사가 할머니 상을 당해 이틀 간 자리를 비웠단다. 아...


그래서 그냥 알겠다 하고 끊었는데...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아홉 시도 안 된 시각이었다. 자리를 비워 수리가 늦어졌다며 신청한 메인보드가 와서 교체해봤는데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단다. 그래서 급하게 LCD 패널을 신청했다고 거듭 죄송하다 사과한다. 상 당한 거 몰랐더라도 그닥 화내지 않았을테지만 상 당했다 소리 듣고 거기에 화내면 그게 사람인가.


급한 건 아니지만 다음 주에 일이 있다 했더니 이번 주 안에 끝내겠다 하시네. 그러면서도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유럽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데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 어쩌네 하고 싶지는 않다. 경멸하는 문화도 결국 우리 문화고 그걸 만들고 겪어온 사람들 중에는 나도 당연히 포함이 되니까. 만약 내가 정말 급한 일로 모니터가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하거나 컴퓨터를 못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 화가 났을테지. 기사가 그 사람 한 명 뿐이냐며, 다른 사람이 고치면 안 되냐고 지랄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닥 급한 일도 없었고, 불편하긴 했지만 모니터 하나로도 그럭저럭 살만 하니까...


할머니 상 치르고 왔는데 동료로부터 '토요일에 맡은 모니터 있잖아? 그 사람한테 전화 왔었어.' 같은 말을 들었을테지. 그래서 부랴부랴 전화한 것이고. 대개는 이 경우 짜증 아니면 화를 낼테고 기사 평가를 엉망진창으로 할 것이니 따로 불려가 잔소리 폭풍에 시달리거나 금전적 손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한 게 아닐까 싶고. 만사 귀찮아서 운동 안 가서 전화 받았지, 운동 갔으면 전화도 못 받았을 판.


이틀, 길어야 사흘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 할머니와의 추억을 정리하고, 명복을 빌고, 아버지를 위로하고, 손님을 받아내는 것이 가능했을까... 할머니와의 추억이 특별한 사람이었다면 유난히 힘들었을 며칠 아니었을까... 그 짧디 짧은 시간을 힘겹게 보내고 생활 전선에 다시 투입되어 얼굴 한 번 본 사람에게 죄송하다 전화부터 해야 하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삼성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고 삼성 간판이 달린 직장에서 일하는데 삼성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투쟁하는 동료들을 지지하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마음 속으로만 응원해야 하는 이들.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아야 하는 이들.


모니터 수리가 며칠 늦어진 게 과연 저렇게 죄송할 일일까 싶어 죄송합니다를 거듭 내뱉는 기사에게 내가 더 죄송했다. 이번 주 안으로 수리가 안 된다면 모니터는 일주일 넘게 ×× 센터에서 숙성되어야 하기에 어지간하면 이번 주에 받고 싶지만...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다만, 혹시라도 삼성에서 기사 평가하라 한다면 별 백만 개 쯤은 주고 싶다. 전국의 삼성 직원 아닌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직원 분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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