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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3류 양아치 팀 포항 스틸러스 호갱질을 그만두면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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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포항 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정신 차려보니 포항 팬이었다가 딱 맞는 표현이다. 부모님을 졸라 뭔가를 얻어내는 게 가능해질 무렵부터 포항 팬이었던 것 같다. 포항제철 직원 자녀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곤 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께서는 신청서를 들고 오셔서 할 거냐 물었고 나는 당연히 한다고 했다. 그럼 아버지는 밀당을 시전하며 어린 맘을 태웠고... 오빠가 하는 건 다 따라 하고 싶어하던 여동생도 들고 싶어 했지만 아들, 딸 모두 드는 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거나 딸보다 아들 아끼는 은근한 차별 때문이었거나) 때문에 결국 나만 가입을 했었다. 회원 가입한 다음 날 학교를 가면 똑같은 가방에 똑같은 노트 들고 나타나는 녀석들이 여럿이었다.


경기 다음 날이면 친구들끼리 모여 이기근이, 조긍연이, 최상국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포항의 경기 얘기를 나누기에 바빴고, 뭐 하나 친구 녀석들에게 지고 싶어 하지 않았던 나는 선수들을 직접 봤다는 거짓말에 힘을 싣고자 어설프게 선수들 싸인을 위조해서 들고 가기도 했었다. -ㅅ-
인덕 국민학교 옆에는 자그마한 잔디 운동장이 하나 있었는데 포항제철 아톰즈 선수들이 거기서 연습을 하곤 했었다. 학교 마치고 집에 가다 선수들 연습하는 걸 보면 미친 듯 뛰어가 볼보이를 자처했고 몇 시간을 구경하다 싸인이라도 한 장 받게 되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덕분에 학원 빼먹어서 혼나기도 했었고.

대한민국 최초의 축구 전용 구장인 스틸야드가 지어질 때에는 집에서 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걸어가서 보도 블럭 까는 할머니 주위를 찝적거리며 뛰어놀기도 했었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포항제철 아톰즈는, 포항 스틸러스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다가온 내 팀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살게 되었지만 나는 응원하는 팀을 바꾸지 않았다. 여전히 포항이 내 팀이었다. 1998년에 하이텔 축구동 사람들 약 50명 정도가 광화문에서 조선일보인지 동아일보인지 건물 외벽의 스크린을 보며 응원을 했었고... 이후 K 리그 서포팅이 꽤나 활성화 되었었는데 정말 신나게 쫓아다닌 것 같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한동안 K 리그 빨아대는 걸 못하다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부터 혼자 축구 보러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예전에 같이 서포팅하던 사람들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경기장에서 악 쓰면서 응원하고 승리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러다 황재원 이적을 맞이하게 되었다. 황재원 선수는 미스 코리아와 안 좋은 일에 엮여 이래저래 욕을 많이 먹었지만 나중에 무혐의임이 밝혀졌고... 팀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큰 선수였다. 더구나 팀의 주장이었는데... 그런 선수를 시즌 도중에 팔아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돈을 무시할 수 없는 프로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 싶더라. 그래서 한동안 포항 응원을 안 했다. 알아주는 이 한 명 없는, 그저 나 혼자만의 보이콧이었다. 하지만 사랑은 돌아오는 거라고(... -ㅅ-)... 결국 다시 포항을 응원하게 되었는데...

2013 시즌이 끝나고 노병준, 박성호, 황진성을 방출해버렸다. 박성호는 고무열 이상으로 찬스를 많이 까먹은 선수라 생각했기에 방출이 아쉽지는 않았는데 노병준과 황진성을 보내는 거 보니 미쳤나 싶더라. 아니, 얼마든지 더 해줄 수 있는 선수인데 왜?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병준은 대구로 가서 클래식이 아닌 챌린지 무대를 뛰었고... 황진성은 벨기에에서 6개월 뛰다 일본으로 가서 2부 리그의 교토와 오카야마에서 1년을 보냈다. 포항은 고무열이나 조찬호가 노병준을 대신할 거라 믿은 모양이다. 이명주가 황진성을 대체할 수 있다 생각했던 모양이고. 하지만 2014 시즌 중반에 이명주마저 팔아버리며 팬들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손준호가 이명주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거라 믿었겠지만 손준호는 킬 패스보다는 상대 공격 전방에서 타이트하게 끊어주는 쪽이 더 어울리는 선수. 아무튼... 2014 전반기는 말 그대로 리그를 씹어먹었지만 이후 내리막을 타더니... 결국 막판에 뒤집기 당하면서 ACL 출전권마저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2015 시즌에는 ACL 진출권을 따냈지만... 황선홍 감독님이 떠나버렸고... 고무열, 김승대, 박성호, 신진호, 이광훈, 조찬호 등이 팀을 떠났다. 고무열이나 박성호야 기대한만큼, 그리고 주어진 기회만큼의 활약이 없는 선수였기에 그닥 아쉽지 않았지만... 김승대는 속이 쓰렸다. 이광훈과 조찬호도 마찬가지. 수도권 팀 타령하던 신진호는 별로. 아무튼...

그렇게 선수 다 팔아 넘기더니 우리한테 엿 먹으라며 손가락 고이 세워주던 양동현 데리고 오고... 태업 논란 있었던 조수철 데리고 온 게 전부다. 방금 보니 김태수도 인천으로 팔아넘겼네. 참으로 대단한 명문 나셨다. 이 염병할 팀에게 있어 오랫동안 뛴 선수는 그저 나이 든 퇴물로 밖에 안 보이나보다. 팀 운영하는 스태프와 프런트들, 네 놈들은 나이 안 먹냐?

선수가 실력에 비해 무리한 연봉을 요구한다면? 보내는 게 맞겠지. 팀이 도저히 줄 수 없는 연봉을 요구한다면? 역시나 보낼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선수의 능력치가 80인데 팀에서 오랫동안 뛰며 기여한 공이 큰 선수가 78이라면? 당연히 우리 팀에서 오래 뛴 선수를 예우하는 게 옳지 않은가? 돈이 지배하는 프로 무대에서 한 팀에서만 수 년, 수십 년을 뛰는 게 쉬운 일인가 말이다. 잘 나갈 때 여기저기서 유혹이 오죽 많았을라고. 그런 거 무시하고 팀을 위해 뛰어온 시간을 대우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황진성이 누구인가? 포항에서 데뷔하여 포항에서만 뛴 소중한 우리 선수다. 계속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것도 속 상한데 심지어 다른 팀에 내어주며 우리 골문을 노리게 하겠다고? 제 정신인가?

그러고보면 포항은 유난히 선수들과 잡음이 많았다. 박주영에게 뒤통수 맞은 것도 그렇고, 설통수한테도 오지게 맞았고... 황희찬이랑도 시끄러웠지. 가만히 보면 예전 아톰즈 시절부터 이적 얘기만 나왔다 하면 좋지 않은 기사였다.

황진성은 얼마 전의 인터뷰에서 성남 이적을 포항이 동의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고마운 팀이라고 했는데... 앙금이 있지 않는 이상 팬들이 그렇게 바라는데도 재계약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09년부터 홈 유니폼을 두 벌씩 질러왔다. 한 벌은 입고 다니는 용도, 나머지 한 벌은 나중에 개인 박물관 같은 걸 꾸미는 날이 오면 걸어두기 위해서였다. 지난 시즌 유니폼은 특히나 예뻐서 어센틱 두 벌에 레플리카 한 벌, 이렇게 세 벌 지르기도 했다. 덕분에 옷걸이에 검붉은 포항 저지가 스무 벌이 넘는다. 과거 아톰즈 시절 유니폼과 각종 기념 티셔츠를 포함하면 서른 장 넘고. 그렇게 열심히 호갱질하며 물고 빨아왔는데... 더러워서 이 팀 뜬다. 올 시즌은 그나마 신화용 지켜 냈지만... 하는 짓거리 보니 이광혁도, 신화용도, 신광훈도, 손준호도, 배슬기도, 문창진도, 김광석도, 다 팔아넘길 게 분명하다. 청암존에 역대 레전드랍시고 사진만 걸어 높으면 대단한 족보 가진 팀인가? 레전드 찬밥 대접하는 개족보도 족보인가?

이런 3류 양아치 팀을 계속 응원한다는 게 너무 창피하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지만... 올 시즌부터 포항을 응원하지 않는다. 성남을 서포팅할 거다. 아울러 포항이 하는 경기마다 지고 또 져서 챌린지 떨어져 K 리그의 흑역사를 제대로 장식하기를 바란다. 전북 하는 거 보고도 전혀 배우는 게 없고 팬들의 목소리에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이런 ㅄ 같은 팀을 내 돈과 시간 들여가며 응원하고 싶지 않다.



빌어먹을 포항 스틸러스, 우리는 포항이다는 개뿔... 쪽 팔린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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