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  행 』

2016 간사이 - 첫째 날 : 이리에 마사미 님 & 기비쓰 신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5. 1.
728x90
반응형

이리에 마사미 님 & 기비쓰 신사



기비쓰히코 신사에서 기비쓰 신사까지는 3.6㎞ 정도 거리인데, 한 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면 일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는 글을 종종 보게 된다. 부럽기도 하면서 나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나한테 그런 일이 생겨버렸다. ⊙ㅁ


기비쓰히코 신사를 보고 나와 기비쓰 신사 쪽으로 막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잠깐만요!" 하고 부른다. 억양이 한국 사람 같지 않아 뒤돌아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애를 안고 허겁지겁 뛰어오시는 거다. 뭘 흘렸나 싶어 바닥을 보는데 아주머니께서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까 자기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인데 한국어가 보여 너무 반가워 부른 거란다. ⊙ㅁ




그 때 성남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등에 마킹된 황진성 선수의 이름을 보고 부른 거였다(분당차병원 부분은 매고 있던 쌕에 가려져 있었고). 한국어 실력이 엄청나서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니까 아니라고 손사례 치며 어디 가냐고 묻는다. 기비쓰 신사 간다고 하니까 좋은 곳이라 하더니... 하더니... 작긴 하지만 차가 있는데 태워줄테니 타고 가라 한다. 컥! 이게 무슨 전개냐... 놀람의 연속이다. ⊙ㅁ


"폐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완곡히 거절했는데...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으며 걷다가 또 다시 제안한다. 시간도 많으니 태워주고 싶다고. 건장한 남자가 저런 제안을 했다면 당연히 거절을 했겠지만 아이 안고 있는 아주머니가 그런 제안을 하니 혹~ 한다. 잠깐 망설이다가 그럼 신세 좀 지겠다 하니 고이노보리 펄럭이던 주차장 쪽으로 간다. 슬렁슬렁 따라갔다. 작은 차 문을 열더니 뭔가 막~ 치운다. 차 옆에 서 있었는데 타라 하기에 문을 열려고 보니 스티어링 휠이 있네? 아... 아아... 일본이지, 참. 우리랑 운전석이 반대지, 참. -ㅅ-   반대 쪽 넘어가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 차를 얻어 타고 기비쓰 신사까지 갔다.


아주머니 아니었다면 꽤나 걷던가 다시 이치노미야 역으로 가서 달랑 한 정거장 간 뒤 내려서 또 걸어야 했는데... 시간을 엄청 벌었다. 기비쓰 신사 다음은 어디냐고 해서 기노 성에 가려 한다 했더니 기노 성은 어떻게 아냐며 놀라신다. 그러더니, 기노 성을 먼저 간다면 자기가 거기까지 태워줄 수 있지만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하신다. 하지만 기비쓰 신사를 먼저 보면 40분 정도 기다릴 수 있으니 구경하고 나오면 기노 성까지 태워주겠단다. 후아!!!


기노 성은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없는 곳이기에 택시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대략 3,000엔 정도 나온다고 하니 왕복 6만원 넘는 돈이다. 꼭 가보고 싶어서 그 돈을 내고라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태워주신단다. 염치불구하고 신세를 지기로 했다.


기비쓰 신사 앞에 내려주시더니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40분 정도 기다릴테니 다녀오라 하신다. 감동! T^T




신사 입구 사진을 찍고,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끝에 스탬프 투어의 도장이 있었다. 아까 모모타로 안내 센터에서 받은 스탬프 북에 도장을 꾸욱~ 눌러 찍었다. 애들도 아닌데 뭔가 뿌듯하다. ㅋㅋㅋ




어디 회전 목마에서 모셔 온 듯한 말 한 마리가 술통과 함께 있었다.





기비쓰 신사가 자랑하는 400m에 달하는 회랑. 예전에도 블로그에 한 번 쓴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궁궐도 건물과 건물 사이는 지붕이 있는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일제 시대 때 일본 놈들이 문화재 보수한답시고 마땅한 재료가 없으니 회랑 뜯어내어 그걸로 건물 보수하고 옮겨 지을 때 쓰고 그러면서 다 없어진 거. 예전에 경복궁에서 꼬마 애가 엄마한테 임금님은 비 올 때 우산 쓰고 다녔냐고 묻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지붕 있는 회랑 다 뜯겨 나가고 없는 마당이니 그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기와 불사하는 것처럼 뭔가 금전적으로 보탬이 된 사람들과 관련된 거 아닐까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다 같은 글자인 것도 같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무식하니 안 보인다. -ㅅ-






조금은 가파른 듯 보이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니 달랑 이거. 또 낚였다.




그래도 위에서 보는 풍경이 썩 멋...있고 말고 할 것도 없다. -ㅅ-











검색하다보니 여기인가 기비쓰히코 신사인가에서 들어가기 전에 물 마시고... 라 써놓은 글 봤는데... 마시는 물 아니다. 손 씻는 물이다. 하도 한국 사람들이 마셔대니 먹는 물 아니라고 붙여놓은 곳도 많은데... 기비쓰 신사에는 그런 안내문 없었다.












화장실도 주위 경관을 헤치지 않게 잘 만들어놨다.





이끼 낀 물레방아가 그럴싸하다.




옛날 우체통. 그냥 장식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출처 : 기비쓰 신사 공식 홈페이지(http://kibitujinja.com)



뭔가 태우는 냄새가 나서 스윽~ 봤더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귀찮아서 대충 보고 지나가려고 목만 쏘옥~ 내밀고 기웃거리고 있는데... 안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공식 홈페이지의 무릎 꿇고 계신 저 할머니다. 중국인이냐고 묻기에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니 하오 마" 하신다. -_ㅡ;;;   "안녕하세요~" 하니까 "아, 안녕하세요지. 미안합니다~" 하면서 웃으시더니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본다. 조금 한다고 하니까 올라오란다. -ㅅ-

신발 벗고 올라갔다. 무릎 꿇고 앉으니까 설명을 막 해주신다. 가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금은 알고 있던 내용이라서 알아듣기가 더 쉬웠다.


간단히 써보자면... 옛날에 야마토라는 나라가 있었고 거기에는 모모타로라는 왕자가 살았다. 야마토 옆에 기비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 도깨비가 설친다는 얘기를 들은 모모타로는 도깨비를 물리치러 떠난다. 우라(유라 혹은 온라라고도 함)라 불리는 도깨비는 마을 처녀들을 잡아가서 솥에 삶아 먹는 등 나쁜 짓을 일삼았는데 모모타로가 활로 쏘아 물리쳤다. 그 머리를 잘라 아궁이 밑에 묻었다. 뭐, 대략 이런 전설이다. 저 사진 속 아궁이가 우라의 머리가 묻혀 있다는 아궁이다. 실제로 계속 불을 때고 있었다. 탄 내가 매캐하게 났고.


이 전설은 사실 일본 입장에서 쓰여진, 어찌 보면 고마운 백제인을 도깨비로 만들어버린 이야기다. 저 전설에 나오는 우라는 백제의 왕실 사람이다.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공격했을 때 왜가 상당한 병력을 보내 백제를 도왔다. 백제는 이전부터 왜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강 전투에서 패배한 백제는 멸망의 길을 가게 되었고 이 때 백제 왕실 사람들이 대거 왜로 도망간다. 한편 왜는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바다를 건너 침공할 것에 대비하여 방어전을 준비한다. 백제 왕실 사람들은 선진 문물을 왜에 전하였고 결국 나당 연합군의 침공은 없었다는 게 역사적인 사실인데... 백제 왕실 사람이 처녀를 솥에 삶아 먹는 도깨비가 되어버린 거다.


http://www.okayama-kanko.net/up_load_files/pdf/kibiji_kr_1.pdf

http://www.okayama-kanko.net/up_load_files/pdf/kibiji_kr_2.pdf


PDF 파일을 직접 첨부하려고 했더니 용량 초과(10MB 넘는 건 안 올라감)라고 안 올라간다. 링크 거는 수밖에. -ㅅ-   저 PDF 파일은 모모타로 전설을 동화처럼 소개하면서 거기 등장하는 곳을 안내한 가이드 북이다. 저기 있는 얘기에 따르면 '우라와 모모타로는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이후 화해(?)를 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라는 해피 엔딩이 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은 모모타로가 활로 도깨비를 쏘아죽여 평화를 가져왔다 정도로 알고 있다는 게 문제.


아무튼... 중간에 할머니께서 허즈밴드와 와이프를 헷갈리는 바람에 우라가 여자였다고? 하고 내가 확인하면서 서로 빵~ 터져서 웃고... 재밌었다. 사진 좀 찍었으면 했는데 역시나 일본은 여지없다. 분위기 참 좋았는데 사진 좀 찍어도 되냐니까 칼 같이 안 된다네. 대신 볶은 쌀을 받아왔다. 속이 안 좋을 때 한 알만 먹어도 편안해진단다. 한 10분 얘기한 것 같은데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주머니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서 인사를 하고 서둘러 나왔다.






나오면서 뒤로 돌아 회랑 나오게 한 장 찍고,



밖에 나오니 아주머니께서 정말로 가지 않고 계셨다. 상점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계시다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맞이한다. 괜히 자기 때문에 제대로 신사 구경 못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신세 지는 입장에서 참 미안하더라. 아주머니 차를 얻어 타고 다음 목적지인 기노 성으로 향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