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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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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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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나쁘게 말하면 꼬장꼬장하다. 특히나 업무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일할 때 스스로 좀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노력한다고 결과 역시 그렇게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그렇게 하려고 한다.

다른 곳에는 전부 '5000원'으로 입력이 되어 있는데 한 곳만 '오천원'으로 입력이 되어 있으면 어떻게든 고치고 싶은 거다. 심지어 오천원을 5000원으로 고치다가 문득 어! 하고 나서 '5,000원'으로 고쳐야 뭔가 찝찝한 느낌이 사라지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무 말 없이 그렇게 고쳐놨더니 누가 또 오천원으로 입력을 해놓았다면 화가 나는 거다. 아니, 이 자식은 고쳐놓은 거 안 보이나? 일부러 그러나? 그러면서 짜증이 확! 솟는다.


이게 혼자 일하는 거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성격이다. 꼼꼼하게 일 처리하니까 다시 검사하거나 의심할 필요가 없는 거지. 그런데 같이 일하는 거면 여럿 피곤해진다. 예를 들어 프라모델을 만드는데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나는 꼼꼼하게 사포질해서 플라스틱 조각 하나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고 스티커가 조금이라도 삐뚫어지면 난리치는 사람인 거다. '어차피 돋보기 들이대고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티도 안 나는데 적당히 좀 하지~' 하는 사람이 대부분인지라 같이 일하면 피곤한 거다. (시간이 흘러 내 꼼꼼함 덕분에 상을 받거나 칭찬을 듣게 되면 그동안 뒤에서 부지런히 까댔던 건 까맣게 잊고 내 더러운 성격 참아가며 일을 마친 스스로들을 대견해한다. 100%다.)


최근 같이 일하는 녀석들이 몇 가지 실수를 했는데 나라면 할 일이 없는 실수였다. '만약 나라면 저런 실수 안 한다, 절대 안 한다'라는 생각이 들면 분노가 미칠듯 올라오는 게 나라는 사람인지라... 짜증이 엄청나게 났다. 참는다고 참아봤지만 억지로 그러면 괜히 나중에 더 지랄할 것 같아 뭐라고 잔소리를 좀 했다. 그래놓고 참을 걸 괜히 잔소리했나 싶어 후회했다.

그런데... 오늘... 정말 사소한,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게 또 속을 뒤집어놨다. 엄청 짜증났다. 마음 같아서는 다 집어던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지랄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화를 눌렀다. 억지로 그렇게 화를 누르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자리를 피했다. 혼자 윽! 윽! 하고 눌렀다.


시간이 지나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이고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그러면서 같이 근무하는 × 명 중 내가 가장 연장자에, 경력이 많고 = 경험이 많고,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녀석들에게 함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만약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가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짜증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뭔가 굉장히... 스스로 못마땅한 거다. 나 스스로가 갑질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하는 거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1년 됐다고 해서 고모 모시고 장거리 이동을 했는데... 몸이 많이 피곤하다. 그 피곤이 풀리지 않은 채로 출근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쉽게 무너진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핑계일 뿐. 별 일 아닌데 자꾸 욱! 하게 되는 건 속에 뭔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걸 빨리 풀어야 하는데 무엇이 불만인지 애매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럴 때다. 몸은 힘들고 뭔가 속에 응어리 진 것이 있기는 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꼬인 실뭉치에서 끝 부분을 찾아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실뭉치가 어디 있나 안 보인다.



스스로 찾아낸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입을 다물고 실뭉치를 찾는 거다. 빨리 꼬인 실뭉치를 찾아내어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위 사람에게 괜히 짜증내봐야 결국 후회할 짓만 벌려 놓는 거. 그냥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빨리 실뭉치를 찾아내어 풀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러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아무래도 눈치를 보기 마련. 그러면 또 주위 사람이 눈치 보게 만들었다는 자괴감 때문에 짜증이 솟고. 그게 반복. ㅆㅂ




퇴근하고 와서 잤다. 졸려서 일 하다가도 한가해지면 자꾸 졸게 되어 좀 자야겠다 싶기도 했고, 실제로 졸리기도 했다. 한 시간도 못 자고 깬 뒤 다시 잤지만 또 한 시간을 못 채우고 깼다. 그래도 대충 두 시간 정도 자니 좀 덜 피곤한 것 같다. 치킨을 시켰다. 한 잔 먹고... 다시 자야겠다.


다들 나보다 미숙한 녀석들이니까... 내가 보기에는 당연히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그걸 화로 표출하지 않아야 한다. 밥 먹으러는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가면서 일하러 올 때에는 늦게 와도, 남아서 업무 마무리하라고 했더니 딴 짓 하다가 퇴근했어도, 내가 쓰던 컵을 허락없이 버려놓고 아무 생각이 없어도, 제발 질문에 되질문하지 말라고 수도 없이 말했는데도 또 되물어도, 그냥 참아야 한다. 어쨌든 그 녀석은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적으며,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이 약한데다, 내가 누리는 걸 누리지 못하는 녀석이니까. 여기서 화내고 짜증내면 내가 ㄳㄲ인 거다. 지금까지 욕해왔던 것들과 다를 게 없는 거다.


꼬인 실뭉치를 찾아 풀어낼 때까지 입 다물고 있자. 화를 밖으로 꺼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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