２０１７년 １２월 １９일 화요일 맑음

어제 좋아하는 선배네 집에 가서 송년회 겸 집들이를 했다.　수다 떨면서 술 마시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 종현 사망 소식이 나오더라.　응?　뭔 소리야?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오늘 집에 온 뒤 인터넷 검색해봤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인 것 같더라.　그 때문인지 우울증 약 먹은 거 아는 친척 누나가 잘 지내냐고 갑자기 연락해왔다.　-ㅅ-

실제 성격 같은 건 알 수 없지만 방송에 나오는 이미지로 봐서는 절대 자살 따위 하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는데...　이래서 우울증이 무섭다.　유서에 '속에서부터 고장났다'고 썼다던데...　소름 끼쳤다.　내가 얼마 전 나 자신에 대해 가졌던 생각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기 때문이다.　의지할 곳 없고 혼자였다 느꼈던 모양이다.　난 혼자라고 느끼긴 하지만 그 고독함과 외로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혼자 산 지 워낙 오래되서 고독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을 적당히 누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외딴 무인도에 혼자 떨어지면 무척이나 외롭겠지만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일들, 예를 들면 홀딱 벗고 해변을 뛰어다닌다거나 걸으면서 똥 싸는 따위의 미친 짓을 남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으니 그런 긍정(?)적인 측면을 내세워 고독함, 외로움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우울증이 완전히 낫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회사에서 후배를 볼 생각하면 명치가 찌릿찌릿하게 아파 오고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삐~ 하는 소리가 오른쪽 귀에서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약 먹고 퍼져버릴 수 없어 그냥 참고 있다.　업무 자체를 놔버리니까 그나마 나은데...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 또 병원 신세를 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종현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것 같은데 의사가 종현의 성격을 탓한 모양이다.　제대로 된 의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날 맡았던 의사 선생님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내 얘기에 완전 집중해주고 무슨 얘기를 해도 내 편을 들어주었다.　엄청 큰 힘이 됐다.　이래서 정신과 의사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죽이고 왔다 해도 잘 죽였다 칭찬할 거 같더라.

보통은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든 거니까...　그런 환경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도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후배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진 거니까...　다른 곳으로 일하는 장소를 옮기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당장 이사를 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지금은 단순히 ○○에서 일하기 싫다가 아니라 일 자체가 하기 싫다까지 확장되어 버렸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 동안 쉬어야겠다 생각한다.　다행히 학교에 가는 것을 이유로 직장을 1년 정도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합격자 발표 날짜가 지났음에도 합격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거다.　합격자 발표는 지난 월요일에 한다 했는데 조회가 안 된다.　-_ㅡ;;;

종현도 충분히 어린데...　이제 30대 중반 밖에 안 된 개그우먼이 암으로 죽었다 한다.　그리 인지도 있는 사람이 아니긴 한데...　젊은 나이에 암으로 투병하다 죽었다 하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목숨 참... 하는 생각도 들고.

어제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는 오래 전에 어려움에 처한 자신을 도와준 사람 등에 칼 꽂은 여직원 이야기다.　은혜를 갚지는 못할 망정 뒤통수 치는 짓을 한다니...　불과 며칠 전에 봤는데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별 생각 없었는데...　진급이 뭐라고...　사람에 대한 신뢰라는 것 자체가 무너진다.

샤이니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고 꽤 히트했다는 곡들도 나한테는 별로라고 느껴졌지만 국내와 해외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그룹이라는 건 알고 있다.　외국의 팬들도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 하다보니 갑자기 사카이 이즈미 생각이 났다.　벌써 10년이 지나버렸다.

그녀가 숨진 2007년 5월은 취직하기 위해서 시험 보고 면접 준비하던 때였던 지라 사망 소식을 듣고 엄청 놀라긴 했지만 추모 행사에 참여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좀 여유가 생겼고 그 동안 일본도 숫하게 들락거렸으니 그녀의 묘라도 찾아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가족들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위치도 알 수 없고 알아낸다고 해도 참배하거나 하지는 못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올 해 3월에 다녀온 사람이 사진과 주소를 올렸네.　찾아갈 수 있는 모양이다.

오카야마 역에서 묘가 있는 곳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니...　차로 가도 여덟 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한다.　차가 저 정도니까 바이크는 더 걸리겠지.　오사카에서 하루 자고, 시즈오카에서 하루 자고, 방학 때 이런 식으로 다녀와야겠고만... 이라 생각했다가, 그냥 1월이나 2월에 도쿄 여행 겸 해서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합격자 발표가 나야 유학 준비 핑계로 일본 다녀오고 어쩌고 할텐데...　-ㅅ-

종현, 최서인 씨의 명복을 빕니다.　수고했어요.　그 정도면 충분히 잘 했어요.　푹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