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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임플란트 후기 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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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으로부터 후원 받거나 누가 시켜서 쓰는 글 아님. -_ㅡ;;;



각 가정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 않음? 수건 하나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닦는 집도 있지만 발 닦는 수건은 따로 쓰는 집도 있는 것처럼. 아무튼... 우리 집은 아버지가 경제권과 권력을 쥐고 있는 집이었음. 아버지는 책임 질 수 있다면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라는 식으로 가르쳤고 해달라는 건 웬만해서는 다 들어주셨음. 아버지 당신이 탄산 음료를 엄청 좋아하셨는데 그 덕분에 집에 탄산 음료가 떨어지는 날이 없었고... 온갖 군것질거리가 항상 잔~ 뜩 있었음.



그래서 거의 날마다 과자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러면서도 양치하는 건 엄청 귀찮아해서 자기 전에 이 닦는 건 가뭄에 콩나는 일이었고 어지간하면 양치 안 하고 건너뛰었음.


그리하여... 영구치가 난 뒤에도 충치를 달고 살았고... 엄청난 치통 때문에 마지 못해 병원 가면 의사들이 놀라기 마련. 아무튼... 중학교 무렵 이미 어지간한 이는 다 신경 치료를 마친 상태였음.



신경 치료를 끝내면 더 이상 치통을 느낄 수 없게 됨. 이는 썩어가는데 안 아픈 거임. 당연히 방치하게 되고... 나중에는 이가 썩어서 부서져 나갈 지경이 됨.



그렇게 치아를 엉망진창인 상태로 방치하며 살았음. 나이 먹으면서 그나마 밥 먹고 나서 양치하는 것 정도는 하고 있지만 이미 이는 심각하게 망가진 상태. 병원에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쪽 팔려서 못 갔음. 남들은 치과 가는 게 무섭다는데... 사실 무섭다기보다 쪽 팔린 게 먼저였음. 이 따위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게 너무 창피했음.


그러다 일본 유학을 준비하게 되고... 일본에 가면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없으니까 이번 기회에 치료 받자 싶어서... 큰 마음 먹고 서울의 유명 병원으로 갔음. 요즘은 지역의 병원에서도 임플란트 다 하지만 아무래도 경험 많은 곳이 낫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병원 가니 바로 엑스레이 찍고... 상담했음. 임플란트 몇 개에 무슨 치료 받고 뭐 하고... 1,000만원 가까운 돈이 든다고 했음. 한 번에 다 내야 하냐고 물으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반은 내야 한다는 답변. 어차피 낼 거, 그냥 다 내자 싶어 일일 이체 한도 확인한 뒤 한 번에 계좌 이체하는 걸로 병원비 다 냈음.


그런데... 병원 간 게 4월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병원에 오라는 날은 6월의 중순 이후였음. 응? 5월을 잘못 들은 건가?



아니었음. 아마도 병원에 일이 많으니 예약이나 진료 스케쥴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음. 아무튼... 시간이 지나 6월이 되고... 약속한 날짜, 시간에 병원에 갔음. 휴대 전화 끄고 수술실로 들어가라고 함. 치과 의자에 누우니... 일단 마취부터 시작. 그리고나서 입만 뚫린 덮개 같은 걸 씌우는데 상체만 덮는 게 아니라 무릎까지 내려감.

슬슬 입 주위가 마비되는 게 느껴질 무렵 의사 선생님 등장. 아프면 참지 말고 아프다고 말하라고 함. 치과에서 아프다고 해도 무시하잖아요! -ㅅ-


아무튼... 그렇게 치료가 시작됨. 예전에 군대에서 사랑니 뺀 적이 있는데 의사가 누운 내 몸 위에 올라타다시피 했었음. 이번에도 발치할 때 그렇게 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거대한 쇳덩이가 입 안을 헤집고 다니는 게 느껴짐. 거기에다 뚝! 하고 이가 부러지는 소리도 들림. 그럴 때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원이 상황을 설명해주며 겁 먹지 않게 도와줌. 한참을 그렇게 하더니 이 쪽은 치료 다 됐다며 봉합한다고 함. 그리고 나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데... 같은 치료 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전동 드라이버 소리가 들려옴. 위잉~ 하면서. 허... 허허... 허허허...



통증에 민감한 타입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들려오는 드라이버 소리는 제법 무서웠음. 그렇다고 어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누워 있었음. 치아 상태가 워낙 엉망진창이니 금방 끝날 일이 아니라서 이후로 한참을 더 치료 받고... 다 됐다고 해서 일어났음. 겁이 나서 혀로 입 안을 쓸어보는 건 도저히 못 하겠고.


상담할 때 아랫니는 바로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하지만 윗 니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었음.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치아 관리가 전혀 안 된 상태이다 보니 바로 임플란트 씌울 수가 없어서 아랫니도 윗 니 할 때 같이 하겠다고 함. 결국 9월이나 10월, 늦으면 겨울 방학 때에 다시 들어와서 치료 받아야 할 듯. 아무튼... 발치한 부분 때문에 틀니 해야 한다고 해서 급 좌절... 세상에나... 이 나이에...


그런데 틀니 보철물 끼워보더니 아랫 쪽은 안 하는 게 낫다 하고... 윗 쪽은 뭐가 안 맞는지 가공해서 입에 넣어보고 다시 만진 뒤 넣어보고 하는 걸 반복함. 상당히 불편해서 안 하면 안 되냐고 하니까 어금니 쪽이라 밖에서 보면 티가 별로 안 나니까 괜찮다고 함. 그래서 틀니는 안 하는 걸로.


그리고 나서 치료 결과 본다고 엑스레이 다시 찍고. 치료 잘 됐다며 가라고 해서 집에 옴.



약국 가서 약 받아서 집에 오는데... 마취가 안 풀려서 침이 자꾸 새는 느낌. 거기에다 입 안에 물고 있는 솜은 이미 축축해져서 뱉고 싶어 참을 수 없는 지경. 결국 지하철 역에 쓰레기통 있기에 마스크에 뱉은 솜을 버렸는데... 핏덩어리... ㄷㄷㄷ


기차 역에서 물 하나 사서 바로 약 먹고... 물 한 통 다 마시고... 집에 와서 얼음 찜질 슬렁슬렁함. 밥 대신 죽 먹는 게 낫겠다 싶은데 배달 업체 이용하는 게 번거로워서 그냥 편의점에서 죽 사서 먹음. 뜨거운 거 먹으면 안 된다는데 편의점 죽은 데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그냥 그대로 까서 먹음.



마취가 깨면서 통증이 밀려 옴. 엄청 아플 줄 알았는데 참지 못할 정도의 통증은 아니고... 기분 나쁜 뻐근함 같은 통증? 아무튼 적당한 수준의 통증이 있었고... 일찍 자는 게 낫겠다 싶어 축구 보고 바로 잠.

자다가 여러 번 깼는데 화장실 가서 침 뱉으면 침이 걸~ 쭈욱~ -_ㅡ;;;   침 뱉으면 지혈이 더 안 되니 그냥 삼키라고 해서 어지간하면 안 뱉고... 대신 기분이 영 나빠서 계속 물 마심.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 입 안의 침은 걸~ 쭈욱~ 한 상태고... 약간의 통증이 있음. 피곤해서 계속 누워 뒹굴다가... 일어나서 전 날 사들고 온 죽 하나 먹고 바로 약 먹음. 퉁퉁 붓는 게 느껴져서 거울 보니 그냥 봐도 잔뜩 부어 있음. 얼음 찜질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하고 있음. 오늘 먹을 죽 사러 슬슬 나가야 되는데 귀찮음. -ㅅ-




20년 넘게 방치한 치아를 순식간에 통증없이 복구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고...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어가는 게 당연한 일. 이런 험한 일 안 겪으려면 양치 잘 하고 때 맞춰 치과 가서 스켈링 받고 해야 함. 나는 이미 늦었지만... ㅠ_ㅠ


2주 후에 실밥 풀러 가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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