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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8 제주, 두번째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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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간 동안 찍은 사진은 200장 조금 안 됩니다. 글 쓰고 편집하면서 줄일 생각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100장은 무조건 넘어갈 듯. 나눠서 쓸까 하다가 딱히 여행 정보를 담는 글은 아닐 것 같아서 그냥 통으로 올립니다. 중간 중간에 큰 제목 달아놓을테니 긴 글과 많은 사진에 지친다면 제목 보고 그 부분만 읽으시면 될 듯 합니다요. 그럼, 시작합니다.



[ 프롤로그 ]

또 제주에 간다. 딱히 가고 싶어 가는 건 아니다. 제주는 10년 동안 매 년 1~2회씩 갔던터라 유명한 관광지는 이미 다 가본 상태라서 굳이 제주를 찾을 이유는 없다. 거기에다 올해 3월에도 다녀왔고. 그런데 왜 가느냐 하면... 공짜 항공권 때문이다.




일본 다닐 때마다 어지간하면 진에어를 이용했더니 포인트가 제법 쌓였더라고. 포인트가 계속 유지되면 관계 없지만, 사전 통보도 안 하고 기간 지났다며 마구 없애는 통에 빨리 써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원래의 포인트라면 평일 국내선 왕복이 가능했을 건데 몇십 포인트가 날아가버려서 평일 편도만 가능했다.


포항이 제주에서 경기하는 날이 8월 11일이라 그 때 전후로 가려 했더니만 포인트 이용한다고 야박하게 굴어서 그 때에는 표가 없다.



아무튼... 6월 언제인가 예약했는데 시나브로 시간이 흘러 출발하기 전 날이 되었다. -ㅅ-   당장 몇 시간 뒤에는 제주로 가는 비행기에 타야하는데 비행기 표, 숙소만 달랑 잡아놓고 여행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았다. 사실 계획이고 뭐고 할 게 없는 것이... 어지간히 유명한 곳은 다 봤다. 물론 제주 로컬에게는 같잖은 소리겠지만.


렌트카 알아보려다가 귀찮아서 나중에 하자~ 하고 뒤로 미루고, 또 미루고. 차 빌리려고 하니 그닥 돌아다닐 것 같지도 않은데, 여행 기간의 ⅔를 세워둔 채 보낼 게 분명한데, 굳이 차를 빌려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바이크 타기 참 좋은 계절이긴 한데 바이크라고 싼 것도 아니다. 수동 변속 바이크 빌려서 연습도 할 겸 타고 다닐까? 했는데 가격 알아보니 보험 포함하면 20만원 가까이. 스쿠터 역시 10만원 가까이. 그 돈 줄 바에 차 빌리고 말지.



그리하여... 이번 여행은... 10년 동안 수십 번 제주 들락거리며 단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버스 & 뚜벅이 여행 되시겠다. 다 늙어서...



제주시 쪽은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일단 최초의 목적지는 삼성혈로 잡았다. 근처에 제주도 민속 자연사 박물관 있으니 그것도 보고 관덕정이랑 용두암 들렀다가 다시 공항 가서 버스 타고 숙소 가면 첫 날 일정은 마무리 될 듯. 둘쨋날과 셋쨋날은 일정 자체가 없다. 숙소에서 대충 정하던가 함덕 해수욕장 가서 빈둥거리면서 책이나 보다 올 생각. 일단 여기까지 써놓고 제주 여행 출발.



...... 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계획없이 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 출발 전 날에 방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이것저것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제주 공항에서 숙소까지 짐을 날라주는 서비스가 있단다. 며칠 동안 입을 옷이 잔뜩 들어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다닐 자신이  없었는데 잘 됐다.

제주 공항에는 코인 락커가 없어서 공항에 짐 맡기려면 3번 게이트 부근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금액은 6,000원이라고. 그런데 짐 옮겨주는 서비스가 있다 해서 알아보니 여러 업체가 경쟁 중이었다. 그 중 한 곳을 골라 홈페이지에서 양식에 맞게 예약을 했더니 곧바로 전화가 온다. 백팩이나 크로스 백 같은 건 10,000원. 입금하는 걸로 예약 끝~


그러고나서 '몇 시에 일어나서 버스 타면 되려나~' 하고 여유롭게 버스 시간을 검색하는데... 세상에나... 김포 공항 가는 첫 버스가 05:40이다. 그 다음 버스가... 08:10. 새벽부터 호들갑 떨지 않으려고 나름 생각해서 09:50 비행기를 예약한 건데 08:10 버스를 타면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 인천 공항 가는 버스를 탄 뒤 전철로 김포 공항에 갈까? 했지만 그것도 썩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어쩔 수 없이 05:40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 제기랄...


(그나저나... 나는 뭔 프롤로그를 이렇게 한참 쓰고 있는 것인가... -_ㅡ;;;)



다섯 시에 알람 맞춰놓고 한 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같이 일하던 녀석이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남들 노는 거 다 따라 놀려고 하기에 욱! 해서 쌍소리하고 손 올렸다 내렸더니 신고를 하네 마네 하는, 거지 발싸개 같은 꿈을 꾸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결국 알람 울기 5분 전에 일어났다. 대충 씻은 뒤 미리 싸놓은 가방 들고 밖으로 나가 카카오 택시 불렀더니 잠시 후에 도착. 새벽이라 5분만에 터미널에 도착했고 무인 발권기로 버스 표를 샀다. 인천 공항 가는 건 우등인데 김포 공항 가는 건 45인승이다. 지정석이 아니라서 적당한 곳에 앉았다.


어떤 남자가 현금 내고 타려니까 버스 기사가 까칠하게 안 된다고 거절한다. 표 끊어오라고. 신용 카드가 없다고 하니까 그래도 안 된단다. 새벽에는 표 파는 직원이 없어서 무인 발권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어 밖에 안 나오고 신용 카드로만 결제가 된다. 외국인이나 신용 카드가 없는 사람은 이용할 수 없는 거다. 이건 잘못 됐다. 새벽에도 표 파는 사람이 나와 있던가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던가 해야지. 외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가 넘쳐나는 걸 보면 일본의 혐한 시위 가지고 궁시렁거릴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 흥선 대원군 같은 ××들이 넘쳐난다.



버스는 송탄, 오산, 동탄, 다 찍고 나서야 서울로 진입한다. 출근 시간이라 차도 막히고. 그렇게 무려 두 시간 하고도 40분이 걸려 08:20에서야 김포 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프롤로그가 끝나간다. ㅋㅋㅋ)



모바일 체크 인을 해서 스마트 폰에 비행기 표를 띄웠다. 오사카 갈 때에도 그렇게 하긴 했지만 그 때에는 수화물이 있었기에 어찌 되었든 항공사 카운터로 가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화물이 없으니 바로 비행기 타러 가면 된다. 종이 표 없이 그냥 가도 되나? 진짜? 이런 생각이 막 들었다. 살짝 걱정했지만 아무 문제 없네. ㅋ


화장실에서 영역 표시를 하면서 손전화로 뉴스를 보니 23일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단다. 확~ 불안해진다. 괜찮으려나?



커피 한 잔 사서 탑승구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앞에 있는 어려 보이는 처자 두 명, 일본인이다! 아... 말 걸고 싶다. 몇 마디라도 나눠보고 싶다! 근질근질하다! 그러나... 참았다. 괜히 말 걸었다가 이불킥 거리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현지인과의 대화는 일본 가서 실컷 하자. ㅋㅋㅋ


09:00 출발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인데 08:58까지 탑승객 찾는 방송하고 직원들이 뛰어다니고...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기에 출발 2분 전에도 나타나지 않는 건가? 뭘 굳이 찾나, 그냥 가면 되지. 뭐, 그런 생각하면서 멍 때리고 있다가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 타고 출발.



구름 사진 찍으려고 창쪽으로 앉았는데 생각만큼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없었다. 눈만한 카메라가 없다. -ㅅ-



[ 제주 공항 → 관덕정/제주 목사 ]

제주에 도착해서 비행기 모드 풀었더니 문자 메시지가 와 있다. 숙소까지 짐 옮겨주는 곳에서 온 거다. 통화해서 5번 게이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잠깐 기다리고 있다가 인상 좋아보이는 아저씨를 만나 가방을 건넸다.




제주 버스 어플을 설치한 뒤 노선을 검색하는데 길 건너 버스 타야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그래서 짐 옮겨주는 분께 여쭤보고... 안 건너고 2번 게이트와 3번 게이트 사이에서 타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 향했다. 잠시 기다렸다가 370번에 올라탔다. 원래는 삼성혈에 가려고 했는데 버스 타고 가다보니 관덕정 안내 방송이 나오기에 그냥 내려버렸다.





공항이 가까워서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관덕정은 밖에 있어서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엉덩이 깔고 앉을 수도 있고.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00원. 유공자 증 보여주고 무료로 들어갔다.





오래된 건물인 줄 알았는데 20세기 후반에 복원한 건물이라고 한다.



역대 제주 목사의 이름이 죄다 나와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으니, 남치근. 임꺽정을 잡아 죽인 무관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무척 포악했다고.

 └ 애꿎은 사람 밟아(or 발로 차서) 죽여서 영원히 벼슬할 수 없게 되었는데 사면 받았다는 내용이 실록에 있다.



옆에 있는 보관함에서 옷 꺼내 입고 제주 목사가 된 것처럼 사진 찍는 장소. 하고 싶다는 의욕은 1도 없다.













제주 목사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인데다 관람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금방 볼 수 있었다. 아까 버스 내렸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서 365번 버스를 탔다. 제주는 40분 이내에 탔던 버스와 다른 버스를 타면 따로 돈이 들지 않는다. 최대 3회까지.


삼성 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삼성혈로 갔다. 여기는 유공자 증 보여주니 할인해서 1,000원 받았던 걸로 기억. 고氏, 양氏, 부氏들에게는 살면서 꼭 한 번 와봐야 할 성지(?) 같은 곳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조용한 숲 정도?


안으로 들어가니 표를 확인하는 직원이 이 쪽으로 가면 된다고 안내를 해준다. 길 따라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앞 쪽 건물에서 처자 한 명이 뛰어나오더니 영상 보겠냐고 물어본다. 제대로 안 들려서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하고 중국어로 말하는 줄 알았다. -ㅅ-   영상 안 봐도 된다고 하니까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무전기로 영상 상영 시작했다고 알려준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스마트 폰 삼매경. ㅋ



[ 삼성혈 ]







거대한 나무도 나무지만 기둥 아래쪽을 뚫고 자라는 또 다른 생명의 존재란... ㄷㄷㄷ



삼성혈 역시 구경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한적해서 좋았다. 바로 뒤에 박물관이 있어서 그 쪽으로 이동했다.



사진으로는 알 수 없지만 무척 깊은 계곡으로 보였다. 물이 싹 말라 한 방울도 없었다. 태풍 지나간 후에는 물이 콸콸콸 흐르고 있을 듯.



[ 제주도 민속 자연사 박물관 ]

박물관 주차장 쪽에 있던 거대한 하루방.



여기도 한적하다. (구경 마치고 나올 때 학생 떼들이 몰려왔다. 타이밍이 좋았다. ㅋ)





댕댕이... ㅋㅋㅋ



이 염병할 감귤 봉진 때문에 숫하게 죽어나갔다지.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나무 막대로 표시한다 하니, 얼마나 주위 사람을 믿고 살았기에 저런 게 가능했을까 싶다.

└ 잔인한 범죄가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지금은 절대 불가능. 옛날이 좋았어~ 라고 하면 꼰대라던데... -ㅅ-



박물관 입장에서 개관은 중요한 일이겠지만 이 따위 사진 걸어놓는 건 제 정신이 아니다. 4 · 3 을 겪은 사람들이 어찌...



실내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땡볕 아래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해양 생물 전시한 곳에 가서 땀을 좀 식혔다.



민감 보스 개복치 되시겠다. ㅋ



[ 제주 통일관 ]

박물관 근처에 가니 이런 곳도 있다. 빨갱이 타령 해대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은 곳이었다.



고려항공이 아니라 조선민항으로 표기되어 있다. 엄청 예전 장난감인가보다.



북한은 진짜... 딱 우리 70년대.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서도.



파주 갔을 때 북한 술 팔기에 사볼까 했는데 만든 곳이 우리나라더라고. -_ㅡ;;;



초등학생이 인공기 그렸다고 트집 잡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지. 초등학생만도 못한 것들.



밖으로 나와 걷다보니 국수 거리임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나도 모르게 국수 거리에 왔다. ㅋㅋㅋ



길 건너에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고 어슬렁거리는 사람 떼가 있는 걸로 봐서 맛집인 모양이다. 대충 스윽~ 보니 연예인 싸인도 붙어 있고 식당도 깨끗해보여서 들어갔다. 한 명이라는데 푸대접하지 않아서 좋다. 보통 관광지 식당은 한 명이라고 하면 파리 보듯 보기 마련인데. 멸치 고기 국수 하나 시키고 땅콩 막걸리도 하나 달라고 했다. 차 안 가지고 다니니 밥 먹으면서 일 잔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국수는 전혀 비리지 않았다. 제주에서 처음 먹었던 고기 국수는 잡내가 섞여 있었고 두 번째 먹은 고기 국수는 냄새 때문에 도저히 못 먹을 지경이었는데 여기는 멸치로 육수를 내서 그런가 비린 게 전혀 없더라. 맛있게 잘 먹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기다리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한테 인기 있는 맛집은 내가 들어갔던 가게가 아니라 그 옆인가보다. 뭐, 맛있게 잘 먹었으니 됐다. ㅋㅋㅋ   커피 한 잔 했음 좋겠는데 커피 가게가 눈에 안 띈다.


다음 목적지인 용두암까지는 버스 타기로 했다. 어지간하면 걸을텐데 너무 더워서 엄두가 안 났다.



버스 정류장 위에 있던 정체불명의 기계. 버스 정보 전송용인지 무료 와이파이용인지 알 수 없다.



[ 용두암 ]

버스에서 내려 쭉~ 뻗은 길을 어슬렁~ 어슬렁~ 걸어간다.



바로 근처에 공항이 있어서 줌을 많이 당기지 않아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개인적인 이유로 타지 않는 이스타 항공의 비행기.



이렇게 찍어놓으면 그다지 용처럼 보이지 않는데. -ㅅ-



반대 쪽도 한 번 찍어 보고,



어떻게 해서든 용머리처럼 보이게 찍어보려고 계속 카메라를 들이댄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 사진도 찍어 보고.



여기도 다른 해변처럼 할머니들이 전복, 소라 등을 회로 팔고 있었는데 손님이 제법 있더라. 배꼽 다 까놓은 참한 처자가 있었지만 일부러 고개를 돌렸다. 요즘은 시선 강간이네 뭐네 해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좋다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범죄지.


용머리 모양이라는 바위 사진 한 번 더 찍고,



비행기 사진도 찍고,



자리를 옮겨 인어상도 찍어본다. 인어 유두만 반질반질하다. ㅋㅋㅋ



반대쪽에서도 찍어 보고. 앞으로 다시 안 올 것처럼 용두암 사진에 몰입하는... -ㅅ-



[ 용연 구름 다리 ]

근처에 용연 구름 다리가 있다고 해서 길가의 꽃 구경 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일단 사진 한 장 찍어놓고, 땀 식히러 근처 커피 가게에 들어갔다.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하니 예쁘다. 아이스 얼 그레이 주문하니까 티백 넣은 얼음물 준다. 그게 5,000원. ㄷㄷㄷ



명물이 아니라 흉물이 되어버린 시설. 철거하는 게 낫지 않을까?



기다렸다가 사람 없을 때 사진 찍을 수 있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멋지다. 이쪽 저쪽 모두.



적당히 근처 사진을 찍은 후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늘 파티 없다고 문자가 왔다. 조용히 보낼 수 있겠고나.



한~ 참을 버스 타고 가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체크 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다행히 아무도 없다. 1층 침대에 자리를 잡고... 땀범벅이라 샤워부터 했다. 씻고 물 닦는 사이 다시 솟아나는 땀. 젠장...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들고 와 3층에서 혼자 마셨다.




맥주 네 캔을 다 먹고 다니 날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 방에서 잠시 빈둥거리다가 축구 할 때가 되어 해변 쪽으로 갔다.


올해 3월에도 봤던 곳이라 낯익다. 맘에 드는 펍에 들어갔는데... 프로젝트를 통해 벽면에 쏴지고 있는 건 아시안 게임. 축구 볼 수 있냐고 물어보니 오늘 축구하냐고 되묻는다. 바로 채널 돌려줄 기세라서 "SBS요, SBS!" 한 뒤 주문하고 스크린 바로 앞에 앉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축구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그 뒤로 계속 들어와서 단체 응원하는 분위기.




전반이 너무 답답해서 마구 들이켰더니 술이 올라와서... 안 되겠다 싶어 하프 타임에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퍼질러 잤다.



아침에 일어나 확인해보니 간신히 이겼네. 그나저나... 자면서 막 잠꼬대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진짜 한 건지 꿈인지 긴가민가 싶다. 같이 방 쓰는 사람들에게 민폐... 아오, 미안해라.



일곱 시에 스마트 폰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태풍 때문에 불안해서 안 되겠다. 결국 23일 오전 비행기를 22일 오후 비행기로 바꿨다. 마음 같아서는 점심 무렵에 뜨는 비행기로 바꾸고 싶은데 빈 자리가 없다.


계속 누워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열 시가 넘어 눈꼽만 떼고 밖으로 나왔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게 하루 먼저 체크 아웃할 건데 환불 되냐고 물어보니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한다. 일단 해장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지난 3월에도 갔던 식당 가서 해물 뚝배기 시켜서 먹고... 바닷가 사진 찍으러 갔다.



[ 함덕 서우봉 해변 ]



진짜... 최고의 바닷가다. 제주에서도 최고가 아닌가 싶다. 처음 함덕에 갔을 때만 해도 소문이 나지 않아서 정말 한적했는데 지금은 바글바글하다. 나만 알던 멋진 곳을 잃는 기분이라 조금 아쉽다. 엉또 폭포도 소문나면서 한적한 매력이 사라져버렸는데.


딱히 갈 데도 없는데 시간은 많고... 함덕에서 시간 보내려 했는데 나는 커피 가게 같은 데 가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몸이라... 그냥 버스 타고 산방산 쪽에 가기로 했다. 용머리 해안 가서 소라 회에 소주나 한 잔 하고 와야지.



버스가 엄청 막히더라니,



제법 큰 사고가 났다.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 다 터져 있고. ㄷㄷㄷ



한~ 참을 달려 산방산에 내렸다.


주변 사진을 대충 찍고 용머리 해안으로 가려 하는데... 그런데...



이게 무슨!



결국 용머리 해안은 근처도 못 가보고 산방산 사진만 찍은 뒤 커피 마시다가 돌아와야 했다.



가는 데 두 시간, 돌아가는 데 다시 두 시간. 이 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를 한다고 하네? 각자 술과 5,000원 이상의 안주 사와서 합류하면 된단다. 숙소 가기 전에 밥부터 먹자 싶어 예전부터 가봐야겠다 싶었던 해녀 김밥에 입장.


집에서 만날 먹는 게 라면이니 밖에서는 라면 안 사 먹는데 여기서 먹은 라면은 상당히 훌륭했다. 얼큰했고.



딱새우 김밥 먹고 싶었는데 재료 없다고 못 만든다기에 전복 김밥 먹었다. 전복 김밥 쪽도 훌륭했다.



밥 먹고 숙소 가서 샤워한 뒤 누워서 빈둥거리는데 다른 분들이 등장. 아침에 나올 때 침대 위에 짐 그대로 널부러져 있기에 다른 사람들도 연박인 모양이다~ 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한 분은 43살 형님, 다른 한 분은 46살 형님. 내가 최고령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두 분 다 성격이 좋아서 금방 대화 나누며 시간 보내고... 파티 시간이 다가와서 안주 사러 밖으로 나갔다. 해녀 김밥에서 꼬막 무침 팔기에 그거 사고... 술 사들고 숙소로 복귀.


파티라고 하지만 20:30~22:30, 두 시간 동안 즐겁게 수다 떨며 술 마시는 자리다. 대구에서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온 스무 살 짜리 총각 일곱 명. 엄청난 미모의 20대 중반 대구 처자들. 샌프란시스코라고 했던가? 미국에서 왔다는 청년. 뭐, 그런 구성이었다. 대부분이 대구에서 왔다는 것도 신기했고... 처자들이 연예인 뺨 치게 생겨서 놀랐던 기억도. 한 분은 박기량 판박이고 또 다른 한 분은 헬로 비너스 나라랑 똑같다. 다른 분들도 엄청나고. 어디 치어리더 팀 같은 데서 떼로 놀러온 건가 싶었네.


불행히도 나이 먹은 아저씨가 찝쩍거린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대화 섞어 친해지지는 못했다. 내 앞에는 포스코 다니다가 그만두고 제주에서 일하는 서른둘의 청년이 앉았는데... 고등학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 나도 어디 가면 동안 소리 듣는 편인데 이 날은 명함도 못 내밀었다. 다들 어찌나 젊어 보이는지.


22시 30분에 1차 마치고 근처 술집으로 자리 옮겼다. 자리 옮기면서 참한 처자 중 한 명에게 언제 돌아가냐고 물으니 22일에 간단다. 저녁 비행기라기에 나는 오후 비행기인데 나까지만 뜨고 결항됐음 좋겠다고 낄낄거렸는데... 진짜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 처자들, 비행기 안 떠서 하루, 이틀은 더 제주에 있어야 할텐데 어찌 됐을지. 예쁜데다 성격도 좋으니 어디를 가도 인기였을 게다.


아무튼... 술집에서 2차 마시고... 바닷가 가서 3차 먹기로 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결국 아저씨들끼리만 바다로 갔다. 바닷가에서 이런저런 대화 나누며 또 마시고... 숙소 들어와 샤워하고 퍼질러 잤다.




다음 날 느지막히 일어나 짐 싸들고 나온 게 열 시. 버스가 바로 와서 공항까지 금방 갔다. 버스 기사님이 엄청 와일드하게 생겼는데 자리에 앉으라 방송하고, 멘트 정겨운 츤데레. 그러면서도 운전은 엄청 터프하다.


공항에서 해물 뚝배기로 해장하고, 빈둥거리며 시간 보내는데... 태풍 때문에 급하게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공항이 북새통. 앉아 있을 자리도 없다. 거기에다 사람에 비해 냉방이 약해서 땀이 줄줄 흐른다.


비행기가 결항될까봐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연만 되서... 기다리다가 우동 가게가 눈에 들어온지라... 설마 못 타기야 하겠냐 싶어 우동 시켰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하고 조바심 내는 중에 나왔는데... 더럽게 맛없다. 고속도로 휴게소만도 못하네.



비행기 타고 김포 내렸는데... 비 내리던 제주와 달리 김포는 해가 쨍쨍. 버스 타러 갔더니만 한 시간 뒤에나 버스가 있다. 결국 또 밥 먹으러 갔는데 비빔밥 먹으려다가 내키지 않아 선택한 메뉴가... 우동. ㅋㅋㅋ   여기도 면에서 밀가루 냄새 엄청나고, 맛도 없다.


그렇게 밥 먹으며 시간 보내다가 시간 되어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빨래하고, 짐 정리하고... 그러면서 뉴스 보니 16시부터 전면 운항 중단이라던 제주 공항은 17시까지는 비행기 띄운 모양이더라. 하지만 그 후 전면 통제.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비행기가 취소되어 표 구하네 어쩌네 바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은 굳이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긴 했지만 친구들과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빠지기가 좀 그랬다.


아무튼... 글 올리는 오늘, 새벽 여섯 시부터 비 온다더니 야금~ 야금~ 뒤로 미뤄대고... 최근에 본 건 16시부터 비 온다였는데 18시가 넘은 지금도 안 내리고 있다. 태풍이 많이 느려진 모양.


갑자기 일정 바꾸느라 한 50,000원 손해 보긴 했는데... 그래도 잘 왔다 싶다. 태풍 피해 크지 않았음 좋겠다. 어영부영 2박 3일의 짧은 제주 여행 끝~




  • 제주 공항에는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가 없습니다. 3번 게이트 뒤 쪽에 짐을 보관해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짐 하나 당 6,000원씩 내고 보관해야 합니다.

  • 숙소로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가 있으니 이용하면 좋습니다. 짐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한데 짐 하나 당 10,000~20,000원입니다. 공항 → 숙소 뿐만 아니라 숙소 → 숙소 서비스도 가능하니 렌트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용할만 합니다.

  • 제주의 버스 서비스가 2017년 언제쯤인가 싹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버스 이용하는 것이 확실히 편해졌습니다. 저는 '제주 버스'를 이용했는데요. 카카오와 연동된 것 같더라고요. 노선별로 검색할 수 있고 어디서 어디 갈 때 뭐 타야 하는지도 알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다만 버스 운행 정보는 조금 다르기도 했는데요.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버스 이용해서 보완이 가능했습니다. 버스로는 처음 다녔는데 나쁘지 않았네요.

  • 티머니 카드로 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탈 때 찍고, 내릴 때 찍고. 버스에서 내린 후 40분 이내에 다른 번호의 버스를 타면 환승이 적용되어 돈이 추가로 들지 않습니다. 3번까지 가능하다고 하네요.

  • 김포 공항에서 평택까지 오는 버스는 반드시 표를 구입해야 합니다. 11-3 정류장 안 쪽에 무인 매표기가 있습니다. 버스는 11-3 정류장에서 타면 됩니다. 수원은 11-2인가 그렇고, 분당도 11-3에 서는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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