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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2019 아시안 컵, 대한민국 vs 키르기스스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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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네는 다르지만 자기 동네에서는 나름 금손이라 인정받는 프라모델 전문가들이 있다고 치자. 누구는 프라모델 조립 자체를 기똥차게 하고, 또 다른 누구는 배경을 마치 실제처럼 만들어내고, 또 다른 누구는 물의 표현을 끝내주게 하는 등, 각자의 스킬은 다르지만 다들 금손 소리 들으면서 인정받는 건 마찬가지다.




4년에 한 번씩 국가 단위로 경쟁하는 '건담 프라모델 조립 대회' 가 있는데 개인 경기가 아니라 단체 경기다. 예를 들어 몸통 조립하는 사람, 팔 조립하는 사람,... 하는 식으로 대표를 뽑아 팀을 구성한 뒤 최종 조립한 걸로 평가를 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다. 물론 몸통 조립하는 사람이 자기 할 일 먼저 끝내놓고 팔 조립하는 사람을 도와줘도 문제는 안 된다.


다들 자기 생업이 있으니까 무작정 합숙시키면서 연습하게끔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일단 동네에서 먹어주는 사람들이니까, 짧은 기간 동안 불러서 같이 연습하고 그러면 어느 정도 성과는 나온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표 선수 선발에서 잡음이 계속 나오는 거다. 왜냐고?


대한 프라모델 협회에서 정한 대표 선발 기준에 따르면 시 단위에서 한 명씩 선발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렇게 했더니 120만 명의 수원에서 한 명이 뽑히고, 5만 명이 안 되는 태백에서 한 명이 뽑힌다. 당연히 수준 차이가 난다. 그래서 수원은 광역시에 해당하는 인구니까 두 명 선발의 예외를 두겠다고 했더니 고양, 용인, 창원에서 우리도 두 명씩 뽑으라며 들고 일어난다.


선수 선발에서부터 말이 나오는 거다. 거기에다, 우리나라보다 프라모델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에서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는 프로 프라모델 전문가를 선발했는데 일본의 소속 팀에서 일정 상 보내주기 어렵다고 한다. 보내준다고 해도 대회 하루 전 새벽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는 워낙 출중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지만... 본인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몸통 조립 마친 뒤 팔과 다리 조립 도와주고 배경의 화염 효과와 물 표현까지 전부 도와주는 건 무리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우리가 아시아에서 가장 실력 좋은 팀이라며, 이번에는 우승한다며, 잔뜩 바람 넣고 있다.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우리나라 대표 팀은 예선에서부터 고전하기 시작한다. 팔 조립하던 선수가 부품을 부러뜨려 급하게 만들어 쓰는 상황이 나오기도 하고, 배경을 담당하는 선수가 바다에 구름을 붙여 전부 떼어내고 다시 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삽질하는 바람에 열악한 상황에서 출전한 나라의 대표 팀에게조차 간신히 이긴다. 우승한다며 바람 넣기 바빴던 언론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 프라모델 계의 문제' 라며 까대기 바쁘다.




뭐... 더 말하지 않아도 2019 아시안 컵에 나선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얘기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수년 전이긴 하지만, 손흥민 관련 글(http://pohangsteelers.tistory.com/677)도 프라모델에 비유해서 썼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한 번 써봤다.



해외에 체류 중이라서 2019 아시안 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여러 가지로 방법을 찾아봤지만 죄다 막아놨더라고. 그래서 필리핀과의 첫 경기는 보지 못했다. 1 : 0 으로 이겼다는 뉴스를 보고 '만족할만한 스코어는 아니네' 라고 생각했는데 댓글 보니 온통 나쁜 얘기. 네×버에 기생 중인 벌레 AH 77I 들이 많다는 걸 아니까 적당히 걸러 가며 보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얘기는 전혀 없더라. 그러다가 새벽에 어찌어찌 해서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를 보게 됐다. 보고 나니 이해가 되더라. 왜 그렇게 까였는지.




일단 빌드 업이고 나발이고 패스부터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오프 사이드 라인을 깨려고 쇄도하는 공격수에게 찔러주는 패스나, 상대가 더 많은 상황에서 여러 차례의 원 터치로 빠져나오는 패스 같은 게 중간에 차단 당하는 거라면 누구도 뭐라 못할 거다. 그게 아니라 반대 쪽으로 전개하는 패스나 비어 있는 공간으로 주는 패스가 죄다 상대에게 잘려나가니 속이 터지는 거다. 그것도 상대가 많이 뛰거나 좋은 자리를 잡고 있어서 끊기는 게 아니라 패스 자체가 형편 없어서 그러니까.


거기에다 상대가 중앙을 두텁게 방어하고 있는데 왜 자꾸 중앙을 고집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긴... 사이드에서 크로스라도 정확하게 올라오고 그래야 뭔 위협이 되지, 볼 트래핑도 안 되서 자기 앞에 공 갖다 두지도 못하고 그저 냅다 뛰다가 자빠링 시전하기 일수인 선수가 풀 타임을 뛰었으니...



팀 스포츠에서 손, 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하지만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는 상비군 체제 유지하면서 1년 내내 같이 뛴 게 아니다. 전혀 핑계 거리가 안 된다. 거기에다 최근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하는 등 국민들의 눈이 꽤 높아진 상태다. 그런데 새 감독 선임해서 나름 잘하고 있다는 대표 팀이 보여준 경기력이 너무 형편없다.




손흥민 타령을 그렇게 하는데, 손흥민만 오면 만사형통?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팀 스포츠인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할 수가 없는 거다. 성인 기준 정규 사이즈의 경기장에서 손흥민이 초등학생 열한 명과 경기하면, 손흥민이 이길 수 있을까? 초등학생들이 경기장 넓~ 게 넓게 쓰면서 패스만 돌려도 손흥민은 죽을 맛일 거다. 날고 긴다 한들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 거다. 거기에다 알리, 에릭센의 패스 받으며 뛰다가 황인범, 정우영의 패스 받으며 뛰는 게 같을 수 있을까? (물론 상대하는 수비의 수준도 같이 떨어진다고 봐야겠지만서도.)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뛰고 올 것이 유력해보이는 선수를, 시차 적응도 끝나기 전에 내보내는 건 절대 무리다. 더구나 상대는 중국이다. 이미 황선홍을 담궈버린 전과가 있는 것들이다. 우레이인가 우르르인가 물고 빠느라 정신없는, 저들만의 세계에 사는 애들 밟겠다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항상 한국 축구는 수비 불안이 문제였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그나마 수비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다행이다. 조현우를 제치고 주전으로 나선 김승규도 든든하고, 김영권과 김민재의 수비도 믿을만 하다. 문제는 허리. 패스가 지독하게 엉망이다. 기성용과 정우영을 까던데, 저 둘은 공격 성향보다는 수비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다(기성용은 탄탄하게 뒤를 받쳐주면서도 정확한 롱 패스로 상대 허를 찌르는 게 가능한지라 대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 생각하는데 네×버에는 백 패스 마스터라며 조롱하면서 쓰면 안 된다고 난리더만. 독일한테 이겼을 때에도 기성용 없어서 이겼다면서. 그래서... 기성용 빠진 경기 본 소감이 어떠신가? -_ㅡ;;;). 허리에서 수비 쪽을 저 둘이 받쳐주면 공격 쪽에서 황인범이나 주세종이 활약해줘야 하는데, 공격형 미드필더의 활약이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거기에다 양 쪽 윙 플레이어 역시 활약이 전혀 없다. 특히나 ㅎ... 하아... 그냥 말 안 하련다. (가장 싫어하는 선수가 골 넣으면 패스 준 선수가 아니라 이스라엘 귀신에 감사하는 애, 그 다음이 역주행으로 뜨더니 숫한 팀에서 뒤통수 친 애, 그 다음이 ㅎ...)



축구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일개 팬일 뿐인지라 전술이 어쩌네, 전략이 저쩌네 하는 말은 안 하련다. 축구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다만... 지금과 같은 경기력으로는 최악의 경기력이라는 일본한테도 이기기 힘들다. 일본도 패스 엉망진창이던데 우리에 비하면 그나마 훨씬 나아보일 정도는 됐다.

툭, 패스 준 뒤 공 받으려고 앞으로 뛰는데 뛰기 전의 자리로 패스를 해서 급 정지 후 리턴하게 만들지를 않나... 수비 뒷 공간으로 기똥차게 빠져 나가는데 그보다 3~4 m 앞에다 공 띄워버리지를 않나... 텅 비어 있는 골대 두고 그 위로 홈런 때리지를 않나... 럭비 대표 선수 보는 줄 알았네. -_ㅡ;;;   슛은 마지막으로 하는 패스라는데 왜 그렇게 띄워대는 건지.



아무튼...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 가장 잘한 선수 뽑자면 김민재다. 그 덩치를 가지고 그 속도로 뛰는 건 분명 사기 캐릭터다. 홈런만 아니었다면 이청용 뽑았을 건데. 그나마 미드필더 라인에서 가장 많이 뛰고 활약한 선수가 이청용 아닌가 싶다.


최악은... 신태용. 나는 성남 시절에도, 대표 팀 시절에도, 신태용 감독을 응원했다. 능력있는 감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해설하는 거 보니 '대체 저 수준의 말로 선수들에게 어떻게 작전 지시를 한 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투리와 억양은 그렇다 치자. 발음이 안 되는 건 기본 소양을 못 갖춘 거다. 키르기스스탄을 키르기스탄이라 하는 건 흔히 하는 실수니까, 전문 해설가가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 치자. 롱 드로잉을 롱들이라 하는 건 어이 없더라. 왜? 옵싸(오프 사이드), 코나(코너 킥), 핸들(핸드볼) 다 써먹지.   지금까지 해설계 최악은 김병지, 차악은 고정운이라 생각했는데 신태용이 한 방에 눌렀다. 제발 해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해당 기능이 있다면 신태용 목소리만 음소거하고 싶더라. 노이즈 캔슬링 기술도 좋아지는데 그런 거 안 되냐?




자꾸 빌드 업 타령하는데, 빌드 업이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인 패스부터 어떻게 좀 해라. 그리고, 윙 좀 바꿔라. 저런 경기력 보면서 꾸역꾸역 풀 타임 뛰게 하는 건 당최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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