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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1박 2일 영덕 여행이 당일치기 포항 여행으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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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했던 경로

 

실제 다녀왔던 경로

 

 

갑자기 계획 변경!

잠들기 전에도, 자다가 깨서도, 영덕 쪽 숙소를 계속 알아봤다. 게스트하우스는 아예 없고, 펜션만 보인다(게스트하우스로 검색은 되는데 하루 숙박료가 7만 원이다. 다른 게스트하우스 이틀치 숙박료라서 인정할 수 없다. 😑). 차라리 모텔로 가는 게 낫겠다 싶은데 강구항 대게 거리 근처에는 마음에 드는 모텔이 없더라고. 경험 상 여기다 싶은 모텔이 없을 때에는 「여기 어때」나 「야놀자」와 제휴한 모텔이 가장 낫다. 그 다음이 무인텔이고. 싸다는 이유로 덜컥! 들어갔다가는 담배 냄새와 머리카락을 고루 갖춘 방에서 찝찝함을 안고 잘 가능성이 높다. 모텔 예약 어플은 사용자 평점을  높은 것부터 보여주기 때문에 별점이 낮은 순으로 다시 정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돈 주고 쓰레기 같은 방에서 자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여기 어때」와 제휴한 모텔은 강구항과 꽤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 50분. 체크인을 한 후 택시를 타고 강구항까지 갔다가 게 먹고 나서 다시 택시를 타야 한다. 불편하다.

 

 

 

대게 거리 바로 코 앞에 있는 모텔이 몇 군데 있긴 한데 누가 봐도 사기성 짙은 방 사진(광각으로 찍어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데다 뽀샤시 효과를 오질라게 때려넣어 박혁거세나 김알지가 알 깨고 나온 방이라 해도 믿을 것처럼 생겼다. 😰)에, 사용자 평가를 보니 청소조차 제대로 안 하는 듯 하다. 맘에 드는 숙소가 없으니 고민이 된다. '억지로 자느니 포항으로 가서 잘까?' '그러려면 술 마시지 말아야 하는데.' '대게를 먹으면서 사이다 빨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심지어는 '속초로 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지난 해 10월에 다녀온 게스트하우스가 무척 맘에 들었거든. 하지만 왕복 아홉 시간이 걸리니 기름 값, 통행료를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 그 돈 쓰고 갈 거면 최소한 2박 3일은 가야 돈이 덜 아깝지.

 

아침에 일어나서 우체국에 다녀온 뒤 다음 날 입을 옷가지를 싸다가, 급하게 당일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숙소에서 자는 것도 고역이고, 괜히 돈질알이다 싶은 거지. 영덕 숙소에서 자고 나서 입으려고 챙기던 옷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 놓고 간단하게 짐을 꾸렸다.

당일치기로 계획을 수정했으니 영덕은 갈 수 없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대부분이 포항에 있는데 열한 시가 넘어 출발하게 됐으니 영덕까지는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늦는다. 그리하여, 1박 2일로 영덕에 가서 게를 먹고 오자는 여행이 당일치기로 포항에 다녀오는 여행이 되었다.

 


 

호미곶 게스트하우스

 

호미곶 게스트하우스는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다. 저기를 제외한 다른 게스트하우스까지는 한~ 참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를. 지역 뉴스 사고란에 언급되고 싶지 않다면 피해야 하는 선택.

2015년과 2016년(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278)에 묵었더랬다. 해병대 장교 출신의 사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었고, 사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저녁에 먹거리를 잔뜩 준비해서 공짜로 주셨는데 저렇게 해서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좋은 기억 뿐이니까 언제가 되었든 꼭 다시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일단 사장님이 공 들여 만든 홈페이지(http://www.sunhomigot.co.kr/)가 먹통이다. 접속이 안 된다. 직접 만들었다며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셨던 홈페이지인데 방치한다고? 사장님이 바뀐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네일베에서 예약이 가능하긴 한데 최근에 올라온  이용 후기가 2020년 9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영업 안 하는 건가? 하지만 건물 외관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예전과 똑같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게스트하우스의 마스코트였던 순뚜부(개) 집이 없어졌다는 것 정도?

전화를 하거나 안에 들어가서 묵을 수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지만 당일치기로 간 거라 실제로 묵지는 않을 건데 묻기도 뭐해서... 밖에서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돌렸다. 남들에게는 염탐이라도 하려고 온 첩자 같아 보였을 게다.

 

전에 왔을 때에는 망한 모텔이었는데 리모델링 하는 건지 외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등대 쪽도 무슨 공사를 하는 건지 가지 못하도록 막아놨더라.

 

펜스 같은 게 둘러져 있지만 그 와중에도 조업 나가는 배가 있었다.

 

등대까지 가서 사진 찍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해양 경찰서 건물 앞에서 멀찌감치 한 장 찍는 게 고작이었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호랑이 해라서 이런 걸 설치해둔 모양이다. 연초에 많은 이들의 사진 배경으로 맹활약했을 게 분명하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은 별도의 주차 비용이 없다. 빈 자리에 알아서 주차하면 된다. 주차장은 꽤 넓은 편이고 전기 자동차 충전기도 있다. 위 사진 뒤로 보이는 건물이 새천년 기념관인데 포항의 옛 사진을 비롯해 포항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2층에는 바다 화석 박물관이, 3층에는 수석 박물관이 있다. 상당히 뜬금없다. 두 번 방문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항상 1층만 보고 바로 전망대로 향했다.

아, 저기는 입장료가 있다. 2022년 05월 기준으로  2,000원이다. 1층을 보고 나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향할 수 있다. 물론 1층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도 된다. 2,000원은 참으로 양심없는 가격 책정이라 생각한다. 500원 정도가 적절하다.

 

1층 구석에 있던 입체 그림. 애들 꿈에 나올까 무섭다. 😑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포항이다. 포항에서 나고 자랐는데 설화 내용은... 모르겠다.

 

현재의 포항을 미니어처로 꾸며놨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이 있는 구룡포는 포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엄~ 청 구석이다.

 

지곡이라는 동네에 살았는데 거기서 조금만 가면 효자다. 아버지가 통근 열차로 출퇴근하던 역이 효자 역이었다.

 

 

한글과 영문 폰트를 일체성 있게 디자인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영문 폰트는 동글동글하고 한글 폰트는 붓글씨... 😑

 

센서를 설치해놨는지 꺼져 있다가 지나가니까 켜지더라. 좀 더 빨리 켜지게 해야 하지 않나?

 

서울, 수원, 대구와 자매 결연을 맺었다고 한다. K 리그에서는 경쟁하는 관계인데. ㅋㅋㅋ

 

일본은 후쿠야마와 조에츠가 결연 도시라고 한다. 예전에 시마네 현과 자매 결연 맺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중심에 시마네 현이 있어서 결연을 끊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 성적 순으로 끊어서 자매 결연한 학교의 학생들이 놀러오자 같이 포크 댄스 추게 하고 그랬더랬다. 일본어 수업 시간은 만화책 보는 시간이었던지라 일주일에 한 시간 있는 수업을 2년 듣고도 히라가나, 가타가나도 모르고 졸업했더랬지. 그 때에는 일본에 유학 가서 1년 반을 살고 오는 미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1도 하지 못했었다. ㅋ

 

 

 

전망대에 올라가니 아무도 없었다. 입장할 때 내 앞에 있던 아저씨 세 명은 2층에서 돌 구경 중이었고.

 

처음 들렀던 호미곶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쪽이다.

 

상생의 손이 있는 쪽.

 

바다에 있는 손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두 개의 손이 나란히 박혀(?) 있다.

 

등대 박물관도 보인다. 주차된 차가 있기에 당연히 개관한 상태인 줄 알았다. 공사 중이라 휴관이란다.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다. 복 받은 위치 선정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되겠지만.

 

 

호미곶 등대. 현역인지 은퇴했는지 알 수 없다.

 

어디 외딴 섬에서 등대지기 같은 거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것들 주문하면 드론 같은 걸로 배송해줘서 닭알 정도 사먹는 건 어렵지 않고 인터넷 빵빵하게 터진다는 조건 하에.

나이 먹으니 사람 만나는 것도 그닥 즐겁지 않고 인간 관계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도 싫다. 지금 쉬는 날 그러고 있는 것처럼 날마다 유튜브 영상이나 보고 빈둥거리며 살면 좋겠다. 아, 등대지기가 빈둥거리지는 않겠지. 그냥 그런 이미지인 거다, 내 머리 속에서는.

 

 

주변이 황량하니 아직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몇 년 동안 이 모습이니 이대로 끝인가 싶기도 하고.

 

 

RX10보다는 손전화의 광각을 쓰는 게 훨씬 더 많은 풍경을 담을 수 있으니까 카메라를 가지고 가도 손전화로 찍게 된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보다는 적당히 있는 편이 낫다. 구름마저도 멋진 날씨였다.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광장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갈 때 위로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가서 조금 놀랐다.

 

4층을 F로 표시하는 건물은 많이 봤는데 R이라 써놓은 게 특이했다.

 

낮은 자세로 임하여 찍어 봤다. 😑

 

 

여기에도 연오랑 세오녀. 새천년 기념관 안의 조형물과 똑같이 생긴 걸로 봐서는 같은 걸 복제한 게 아닌가 싶다.

 

호랑이 해라고 여기에도 호랑이를 잔~ 뜩 그려놨다. 호미곶이 호랑이 꼬리라는 뜻이니까 올해가 지나도 안 치우겠지. ㅋ

 

포항 지역 식당에 가면 열에 여덟 정도는 걸려 있는, 포항에서는 굉장히 흔한 사진 되시겠다. ㅋㅋㅋ

 

해를 떠받드는 손을 형상화한 거지만 새천년 기념관에서 이상한 걸 보고 와서 그런가 '살려주세요'로 보이기도... 😑

 

 

1년 가까이 휴관 중이다. 공사 차량 같은 건 전혀 안 보이던데.

 

전망대 말고는 딱히 볼 것도 없는데 2,000원은 좀...

 

처음 간 것도 아니고, 여러 번 방문한 곳이어서 구경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천년 기념관에 들어갔다 나왔는데도 30분 정도 머물렀던 것 같다. 차를 타고 구룡포 시내 쪽으로 향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여기도 두 번인가 왔던 곳인데 혹시나 뭔가 바뀌었나 싶어 다시 가봤다.

입구 맞은 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그 쪽으로 들어가면 주차장이다. 제법 넓은 편이고 주차 요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들어가자마자 왼쪽, 오른쪽에 식당부터 보인다.

 

2019년에 방송한 KBS 드라마 『 동백꽃 필 무렵 』의 촬영 배경이라고 한다. 『 부활 』 이후로 드라마를 본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 검색해보니 『 부활 』은 2005년에 방송했었네. 😑

 

저 안에 있는 건물 중에는 그나마 가장 맘에 들었다.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드라마 탓인지 여기저기 동백 타령이다. 희한하게 드림 캐처를 많이 팔고 있었다.

 

이런 벤치는 전국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멋지다.

 

5월이라 동백은 볼 수 없었지만 새빨간 장미를 볼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의 비석 받침이 방치되어 있다.

 

이렇게 글도 새겨져 있는데 아무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는 건 왜일까? 풍화되고 그러면 점점 옅어지지 않을까?

 

석공의 이름을 남겨놓은 것 같은데 잘 안 보여...서라기보다는 한자를 못 읽겠다. 😑

 

타이쇼우(대정) 2년이면 1913년인가? 전각이라도 세워서 보호했으면 좋겠다.

 

게임 배경으로 나올 것 같은 나무

 

 

 

 

예전에 왔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구석에 옛~ 날 불량 식품 같은 걸 파는 슈퍼가 있는데 갈 때마다 전화하고 계시더라. 몇 년 전에 갔을 때에도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날도 그랬다. 세금 덜 내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고 하면서 한 푼이라도 덜 내서 부자되려고 노력하는 중이셨다.

 

쉬는 날 집에만 있는 게 무료하기도 했고, 시즌 끝나기 전에 게를 먹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던지라 영덕 대신 구룡포에서 게를 먹기로 했다. 일본인 가옥 거리 입구를 지나 아래 쪽으로 한~ 참 더 내려가도 됐는데, 멍청하게 그 근처에서 먹겠답시고 어슬렁거리다가 호객하는 아줌마한테 딱 잡혔다. 한 명이라고 하니까 바로 실망하는 리액션이 나온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지 적당히 호객을 하더라. 관심을 보이니까 낚을 수 있다 생각했는지 이건 6만 원, 이건 8만 원 하면서 혼자 와서도 잘 먹고 가더라며 꼬신다. 더 걸어가면 훨씬 좋은 식당 많은 걸 잊은 채 그냥 달라고 했다.

 

관광지에서 혼자 식당에 가면 굉장히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든다. 유명한 음식은 대부분 2인분 이상 주문이라 써놨기에 시키기가 부담스러운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까. 하지만 혼자 한 끼에 10만 원 가까이 쓴다는 건 꽤 중요한 손님 아닌가? 네 명이 만 원 짜리 회덮밥 시키는 것보다 혼자 더 많은 돈 쓰고 가는 거잖아? 하지만 관광지에서 지역의 유명한 음식을 혼자 먹겠다고 하면 환영받지 못한다. 고스란히 느껴진다.

 

혼자 온 사람이니까 맞춰서 내놓으라(양을 줄여라)고 주방에 따로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온 음식들은 많이 부실했다. 채소도 없었고 물조차 안 가져다 주더라. 찐 지 오래되어 차갑게 식은 고구마 두 쪽, 삶은 소라 세 개를 비롯해 이것저것 많이 나온 것 같지만 기대하던 한 상이 아니었다. 한참 있다가 게가 나왔고 식사는 어떻게 하겠냐고 해서 밥 하나만 달라고 하니 김가루를 넣어 볶은 밥이 게 껍데기에 담겨 나왔다. 된장국도 같이 나왔는데 정말 맛 없었다.

 

 

8만 원 짜리 게를 주문했는데 상차림 비용 2,000원을 포함해서 82,000원 결제했다. 게를 먹으면서 소주가 간절하지 않은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살이 꽉 차서 맛있긴 했지만 '이걸 8만 원에?'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인터넷으로 홍게 4만 원 어치 주문하면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후기 쓰면서 상호를 검색해보니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죄다 혹평이다. ㅊㅎㅈ 대게 · 회라고 쓰여 있던 가게로 기억한다. 어버이 날 받은 걸로 추측되는 꽃이 놓여져 있던데, 자식에게는 존경받는 부모일지 모르겠지만 손님에게 사랑받는 가게는 안 될 것 같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를 보고 나와서 차를 세워둔 주차장을 지나 더 내려가면 식당이 많으니까 그 쪽으로 가시는 것을 추천한다.

 

 

게 얘기가 나왔으니 끄적거려보는 건데, 일본에 여행을 가면 꼭 카니도라쿠(かに道楽)에 들린다. 카니 = 게, 도라쿠 = 식도락 할 때 그 도락, 게 요리 전문점 되시겠다. 전국 체인점이라서 오사카에서도 갔고 오카야마에서도 갔다. 오사카의 도톤보리 입구에서 거대한 게가 가게 벽에 붙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데 거기가 카니도라쿠 본점이다(길 따라 계~ 속 걸어가다보면 작은 크기의 게가 매달려 있는 가게가 또 나오는데 거기는 분점이다. 처음에는 짝퉁인 줄 알았다. ㅋ).

게가 점잖게 먹기 참 어려운 녀석이잖아? 이리저리 들쑤셔(?)가며 파먹어야 하고 쭙쭙거리며 빨아 먹기도 해야 하고. 먹고 나면 양 손 가득 게 비린내가 지워지지 않기도 하고. 하지만 카니도라쿠는 남녀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흉한 꼴 보이지 않고 게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가게다. 그냥 딱 집어들고 먹을 수 있게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오거든. 게 다리 살이 칼집낸 오징어처럼 나오는, 게 회도 저기도 처음 먹어봤다. 다양한 가격대가 있는데 혼자 가면 사케랑 맥주를 같이 먹어도 10만 원이면 충분하다. 욕심을 내면 15만 원 정도 나오고.

우리나라도 카니도라쿠처럼 근사하게 나오는 가게가 물론 있을테지만, 게로 유명한 동네에서는 그런 가게를 보는 게 힘들다. 내게는 큰 돈을 썼는데 만족스럽지 못해서 속이 쓰렸다. 😭

 


 

옛 고모 집

전라도 순창에서 경상도 포항으로 시집 와 이 집에서만 30년 넘게 산 고모 되시겠다.

 

아버지는 친척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학창 시절에 엄청 유별났다는데 가족들이 다 손가락질하고 욕했단다. 유일하게 편이 되어준 사람이 누나, 나한테는 고모다. 그래서 고모가 포항으로 시집 가니까 달리는 열차를 쫓아가 무임 승차해가면서 따라왔단다. 그러다 포항제철에 취직하게 됐고.

내가 태어난 뒤에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지라 고모 신세를 많이 졌다. 그래서 저 집은 나에게도 여러가지 추억이 많은 곳이다. 집이 오래되어 낡아가면서 손 볼 곳이 늘어났기에 아버지 손도 많이 거친 집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집이 되었다. 여장부 중의 여장부였던 고모도 연세가 연세인지라 아픈 곳 투성이어서 아들 근처로 가서 살겠다고 정든 집 팔고 이사를 가셨다. 포항에 간 김에 옛 집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싶었다.

저 집의 주인이 된 사람이 말하길, 집을 헐어 새 건물을 올리겠다 했단다. 그런데 그~ 대~ 로 남아있다. 건축 자재 값이 너무 올라서 당분간 미뤘다는 말을 들었다.

 

밖에서 안을 대충 들여다봤는데 누가 사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몇 달째 방치해놓고 있는 것 같다.

 

다음 목적지로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남빈동 사거리에 가게 됐다. 고등학교 때 참 많이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나이키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의 매장이 있던 곳이어서, 대형 서점이 있는 곳이어서 쉬는 날마다 갔었더랬다. 저기서 조금만 더 가면 죽도 시장이고. 망하네 어쩌네 하던 죽도 시장은 전국 5대 시장이라 불리며 살아났는데 남빈동 사거리는 예전만 못하다.

 


 

환호공원 스카이 워크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꽤 넓은 주차장은 역시나 무료. 다만, 바닥의 주차선이 희미해서인지 세 대 주차가 가능한 공간에 두 대 밖에 못 세우는 문제가 있었다. 평일에는 여유가 있지만 주말에는 이중 주차할 게 분명하다 싶더라. 희한한 건 교회에서 단체로 많이 오더라는 것.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라는데 미술 문외한은 봐도 모르겠다.

 

미술관 건물이 번쩍번쩍 하는 것이, 참 예쁘다.

 

속 썩이는 자식 AH 77I 때문에 골치 아픈 어머니의 표정이 아닐까.

 

보기만 해도 피곤해진다.

 

 

땅덩이가 넓어서 아파트 같은 게 없는 나라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모퉁이를 돌자마자 바다와 함께 포스코가 보여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응? 스카이 워크 아니었어? 스페이스 워크야? 😮

 

에? 한 시간이나 걸린다고?

 

움찔했는데... 아니었다. 저기서 1분만 걸으면 스페이스 워크가 보인다. 저 안내는 아마도 사람이 많이 몰려서 줄을 섰을 때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주말에 사람이 몰리면 줄이 길게 늘어질 게다.

 

 

 

 

 

 

여기도 별도의 입장료가 없다. 자그마한 부스가 보이기에 표 사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입장할 수 있더라. 평일임에도 사람이 많긴 했지만 정원 초과로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 바로 들어갔다.

게이트를 통과해서 들어가면 T자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어디로 가도 관계 없는데 열에 아홉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계단 따라 계속 가다 보면 막힌 구역이 나온다. 사람이 벽을 타거나 천장에 붙어 걸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걸을 수밖에 없는 곳은 못 가게 막아놓은 거다.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고, 아까의 T자 갈림길에서 반대쪽으로 가야 한다. 역시나 막힌 곳이 나오면 다시 돌아와야 하고.

바람이 불거나 다른 사람의 걸음 때문에 흔들리는데 심리적인 게 아니라 실제로 흔들린다.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다. 고소 공포증 있는 사람들은 못 간다. 실제로 벌벌 떨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어렵게 떼는 사람도 많이 봤고, 어느 정도 가다가 흔들리자 비명 지르고 포기하는 사람도 수두룩했다. 아이는 무섭다고 우는데 어른들이 가보자가 부추기고, 여자 친구가 무섭다고 꺅꺅거리니 이런 게 뭐가 무섭냐며 으쓱하는 남자들을 숫하게 볼 수 있다(남자 애가 난간을 잡고 벌벌 떨면서 간신히 한 걸음씩 떼고 뒤에서 여자 애가 한심하다, 쪽 팔린다는 표정으로 따라 가는 것도 봤다. 이렇게 한 커플이 남남이 되는고나. ㅋㅋㅋ). 고소 공포증이 있다면 도전할 생각을 하지 말자. 근처에 기저귀 파는 가게가 없으니 저 높은 곳에서 지리기라도 하면 대참사다. 😅

 

 

저 멀리 보이는 영일대 해수욕장. 저기도 갈 생각이었지만 시간 상 건너 뛰었다.

 

 

학창 시절에는 포항 바닷가에 몸을 담근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똥물이라고 소문이 났었으니까.

 

이제는 포스코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뭔가 잡힐 정도로 바다가 깨끗해진 모양이다.

 

이렇게 막힌 지점이 나오면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야 한다.

 

매달려서라도 올라가면 재미있겠지만 여럿 죽어 나가겠지. ㅋ

 

 

 

 

좀 더 굵게 꾸몄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이 좀 더 가파르다.

 

드론 띄워서 촬영하면 기똥차겠다 싶었는데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위험하다고 막아놨지 않았을까?

 

 

 

 

 

 

이쪽도 막혀 있다.

 

막혀 있어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을 찍고 있는데 저 멀리 비행기가 지나갔다.

 

 

 

 

미술관 쪽은 포장된 길을 450m 걸어야 한다. 이 쪽으로 가면 250m로 줄어들지만 산 길이라 조금 더 힘들지도.

 

무서워서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래 쪽에 앉아서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나름 재미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보고 나니 17시가 넘었다. 슬슬 돌아가야겠다 싶어 집으로 향했다. 갈 때에는 국도를 이용했지만 돌아올 때에는 고속도로를 탔다.

포항은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떠나 와서 축구 볼 때나 가끔 갔지 거의 간 적이 없다. 포항을 떠나 있는 동안 이것저것 참 많이도 바뀌었다. 여전한 곳도 있지만 아예 달라져서 전혀 갈피를 못 잡는 곳도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장소 대부분이 새로 생긴 곳인지라 예전에는 없었던 곳이다. 그래서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 많고.

포항 인구가 몇십 년 동안 50만 명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방 도시 소멸 위기를 이겨내고 계속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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