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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23 시즌 12 라운드 vs 대구FC @ DGB대구은행파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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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일정이 까졌을 때 대구 원정 경기는 근무와 겹치지 않는 한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구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은 낮 근무였기에 퇴근하자마자 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했는데...

막상 퇴근하고 집에 오니까 만사 귀찮은 거다. '그냥 집에서 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니, 그렇잖아. 집에서 인터넷 중계로 보면~ 맥주 홀짝거리면서~ 만사 편하잖아. 하지만 직접 보려면 전철 타고, 버스 타고, 걷고,... 힘들다고.

 

 

가뜩이나 이 날은 다섯 시 반에 눈이 떠지는 바람에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뒹굴거리다가 그대로 출근, 열두 시간 동안 뜬 눈으로 버티고 있었던지라 피곤함이 하늘을 찔렀다. 그런 이유로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올 시즌에 축구장에 간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이렇게 살면 집돌이 꼴을 못 면하겠다 싶어, 그냥 경기장에 가기로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마치니 18시. 집에서 나간 게 18시 하고도 1분. 집 근처 역에 도착하니 이내 지하철이 왔고 그걸 타고 반월당까지 갔다. 네일베 지도는 버스로 갈아타라고 안내했지만 2㎞ 정도 밖에 안 되기에 그냥 걸어갔다. 외국에 나가면 2~3㎞ 걷는 건 일도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걸을 생각을 하면 만사 귀찮으니 희한하지.

 

 

아무튼, 모처럼 빠른 속도로 걸어 경기장에 도착했다. 온통 대구 팬들. 그 사이에 몇 안 되는 포항 팬. 여기저기에서 힐끗힐끗 보는 걸 즐기면서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그 줄은 키오스크로 표를 뽑기 위한 줄이었다.

팁 1. DGB 대구은행 파크에 가서 직원에게 표를 사려면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지 말고, 줄 맨 앞으로 가보면 옆 쪽에 더 짧은 줄이 있다!

 

바보 같이 한~ 참을 기다렸다가 매표 창구로 가서 원정석 표를 달라고 했는데... 매진이란다. 네? 뭐라고요? 매진? 아니, 축구장이 매진? 국민학생 때부터 30년 넘게 축구장 들락거렸는데 매진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2층도요? 그렇잔다. 원정석은 싹 다 매진이란다.

 

 

허... 평일 저녁 경기라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휑~ 해서 옆 자리에 태블릿 내려놓고 중계 보면서 응원할 생각으로 갔는데... 매진이 웬 말이냐.

어찌 할 방법이 없냐고, 못 들어가냐고 하니까 뒤에 있던 남자 직원이 서서 봐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포항 경기 보러 가서 앉아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서서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님? ㅋ

괜찮다고 했더니, 대구 일반석으로 표를 발권한 뒤 그걸로 원정석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겠단다. 호오~ 그런 편법이?

 

유공자증을 내밀었더니 원정석은 할인이 안 된단다. 홈페이지에서도 그런 말은 없었고 현장에도 그런 안내는 없었는데, 당당하게 말한다. 원정석은 안 된다고. 국가 보훈처에 문의해봐야겠다. 아무튼, 혹시라도 입구에서 못 들어가게 막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표에 원정석 입장 가능이라고 볼펜으로 써서 주더라.

 

 

팁 2. 원정석 쪽으로 가다 보면 매표소가 또 있다. 흔히 큰 길에서 보이는 매표소로 몰리는지라 그 쪽 매표소는 좀 한가한 편이다.

8번 게이트 쪽으로 가다보니 원정석 전용 화장실이 따로 있다. 남자 화장실은 소변기가 셋. 볼 일을 보고 위로 올라갔더니 지난 해보다 이것저것 많이 팔고 있더라. 지난 해에는 마른 안주에 맥주가 전부였는데 오늘 가서 보니 냉장고도 있고 떡볶이 같은 것도 파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 일반석과 원정석을 구분하는 경계 쪽 계단에 섰다. 이내 경기가 시작되어 거기에서 봤다. 맨 정신이라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엄청 소심하게 노래 부르고.

 

 

뭔가 사고가 있었던 건지, 일반석에서는 원정 유니폼 자체를 못 입게 해놨다. 매표소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안에도 안내를 붙여놨더라. 원정석 외의 자리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환불해주지 않고 내쫓는단다. 그리고 DGB 대구은행 파크에 1년 간 입장 금지란다.

원정석에 자리가 부족하거나 다른 이런저런 사유로 원정석 바로 옆에 붙은 일반석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세레소 오사카랑 붙었을 때 일본 팬들 중 일부가 포항 유니폼을 입고 일반 응원석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포항을 같이 응원하는 걸 보고 신기하다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DGB 대구은행 파크는 아예 원천 봉쇄. 화장실도 원정석 전용 화장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고, 원정석 바로 옆의 일반석은 다섯 자리를 비워 앉지 못하도록 했다. 검은색 조끼를 입은 처자들이 군데군데 서서 앉지 못하게 안내를 했고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파란 조끼를 입은 남자들로 싹 물갈이 됐다. 뭔가 폭력 사건 같은 거라도 있었던 걸까?

원정 팬에 대해 여차하면 뚜까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겁 주는 건 숭의 아레나(인천 FC 홈구장)가 압도적이었는데 오늘 보니 대구 FC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포항은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져버리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수비의 중심인 하창래도 부상이고, 멀티 플레이어인 박승욱도 부상이다. 포항의 왕이 되겠다던 미드필드의 핵심 자원 김종우 선수도 부상이라 못 나오고 빠른 발로 상대 진영을 마구 휘젓고 다니던 정재희도 부상이다. 김인성은 퇴장으로 못 나오고.

이러니 선수 구성이 온전하지 못하다. 당장 걱정인 건 미드필드 라인. 오베르단이 있지만 공격적인 패스를 찔러줄 선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일까? 허리를 거쳐 나가는 공격보다는 사이드로 돌린 뒤 상대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자주 나왔다. 사이드에서 공을 잡은 뒤 상대 머리 뒤로 넘어가는 띄우는 패스를 하거나 낮게 깔아 빠르게 찔러주는 패스를 하는데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공에 대비해야 할지 망설여지니까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듯 했다. 몇 번의 찬스가 있었는데 골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세트 피스에서 그랜트가 헤더로 골을 만들어냈다.

득점 이후 흐름이 넘어가나 싶더라니, 슛 주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는 장면에서 기어코 슛을 줘서 수비 발 맞고 들어가버렸다. 그렇게 전반에 동점 허용.

후반전에 마구 몰아쳤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고영준의 1 : 1 찬스. 이건 패널티 킥을 놓친 것과 다름 없을 정도로 아쉬웠다. 공격수라면 이런 건 당연히 넣어줬어야지. 며칠 전에 베르캄프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는데, 골키퍼 넘기며 농락하는 슛 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 같더라.

 

완델손이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는데, 후반 교체로 들어왔다가 14분만에 교체 아웃됐다. 전성기 때의 모습을 바라고 다시 데려왔지만 기대하는 모습이 아닌 듯 하다. 예전에는 윙으로도, 윙백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선수였는데 이제는 뭔가 어정쩡한 선수가 된 느낌. 아무튼, 김기동 감독이 무척 미안해할 것 같긴 했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충분히 삐지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싶다.

감독 인터뷰를 보니 감기 기운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교체 자원이 죄다 어린 선수들이라 베테랑이 필요할 것 같아 넣었지만 컨디션이 영 아닌듯 해서 다시 뺏다고 한다. 전성기 떄의 완델손으로 돌아와 줘!

 

이호재 선수는... 본인이 왜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제카가 있을 때에는 제공권 장악이 확실했다. 헤더로 슛을 날리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제공권을 장악해서 뜬 공을 잡아내고, 리바운드를 따내고, 패스로 연결을 했다. 제카의 득점이 없다고 까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최전방 공격수가 저렇게 열심히 뛰고, 부지런히 공을 따내는 걸 보면 뭐라 할 수가 없다. 제카는 정~ 말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호재는... 교체로 들어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뛰어도 모자랄 판에 어슬렁~ 어슬렁~ 걷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러웠다. 수비 가담도 안 하고.

발이 다른 선수보다 빠른 편이 아니니 너무 내려갔다가는 공격이 휑~ 하니 비어버리는 문제가 생기니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핑계를 대기에는 공격에서의 역할이 너무나도 미미했다. 제카가 나가고 나니 전방으로 띄우는 패스는 모조리 차단됐다. 리바운드도 못 따냈고.

 

신광훈은 교체로 들어와 기똥찬 태클을 여러 차례 성공시키며 앞으로 몇 년 더 뛰어도 충분하겠다는 기대를 심어주었다. 고참 선수가 저렇게 열심히 뛰는데, 어린 선수들이 대충 뛸 수 없겠지.

 

발 밑 기술은 최악이 아닐까 싶은 최영은 골키퍼를 상대로 한 골에 그친 건 분명 아쉽다. 오늘 경기에서도 엉뚱한 곳으로 킥한 게 여러 차례 나왔는데, 좀 더 압박해서 실수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박찬용이 정말 잘 막아줬고 오베르단이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상대를 압도했다. 중앙에서 공격을 시작해줄, 황진성 같은 미드필더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 아쉽다, 아쉬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무승부로 끝나서 너무 아쉽다. 자판기와 북패가 둘 다 이겨버리는 바람에 승점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니 속이 더 쓰리다. 우승을 노리는 팀은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겨야 하는데, 9 라운드까지는 그럭저럭 그렇게 가는가 싶었는데... 인천한테 지고 나서부터 내리막이다. 승점을 쌓아야 하는 타이밍에 주춤대고 있다.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이 인사하러 온 걸 보며 박수 친 후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한 번 걸었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가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에 도착.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종~ 일 아~ 무 것도 먹지 않았다. 집 근처의 감자탕 가게에 가서 뼈 해장국와 소주 한 병을 시켜 호다닥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말도 못하게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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