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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1월 22일 월요일 맑음 (Here We Go! D-1)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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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시에 최고 관리자에게 인사가 예정되어 있어 여덟 시에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들러 빌린 책을 반납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여덟 시 40분. ○○과에 가서 차량용 스티커를 반납하고, 지원과에 가서 잠시 앉아 있다가 슬슬 시간이 되어 나갔는데 최고 관리자가 당최 오지 않는다. 복도에서 한~ 참을 기다린 끝에, 50분 가까이 지나서 인사하러 들어갈 수 있었다. 깜빡 잊고 있었단다. (°ー°〃)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면서 스몰 토크 주고 받은 뒤 인사를 하고 나왔다. 사무실에는 가지 않고 싶었는데 서약서 작성할 게 있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 양식을 다운로드 받아 호다닥 작성한 뒤 팀장님 드리고, ○○과 들러 출입 권한 삭제한 뒤 밖으로 나갔다. 팀장님께 마지막으로 인사 드리고, 출입 관리하는 계약직 직원에게 전출이라 출입 권한이 삭제되었다고 말해서 문 열어달라 했다. 내 표찰로 문 열고 나갈 수 없게 되니 이제 정말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한 살 때부터 20년 가까이 해 온 일. 원해서 이 곳에 온 것은 아니었지만 익숙한 일이었기에, 게다가 업무 강도도 높지 않고 야근도 하지 않는 조건이라 그럭저럭 괜찮았다. 지옥문이 열린 건 지난 해 2월 말부터. 퇴직을 앞두고 고향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겠다며 다른 파트에 있던 사람이 왔는데, 일을 엄~ 청 못하면서 고집만 부리고, 그 와중에 나이와 짬밥으로 대접받으려고 꼰대질해서 한 달도 안 되어 크게 한 번 싸웠다. 한 달이 지난 뒤 더 크게 싸우고.

경험으로 알게 된 건데 저런 쓰레기만도 못한 AH 77I 는 내가 뭘 어떻게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혼자 씩씩거리며 화를 눌러왔는데, 그게 한도를 초과하니 귀에서 삐~ 하고 이명이 들리고, 숨이 가빠지기도 하고, 여기저기가 고장나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고 불안 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격월로 15일씩 쉬면서 버텼다. 6월에 전출 신청을 했는데 탈락해버렸고, 12월에 다시 전출을 신청해서 기어코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어제 회사 동료들과 가볍게 한 잔 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약간 아쉬워서 위스키를 잔뜩 넣고 하이볼을 두 잔 정도 마셨더랬다. 그게 컸는지 숙취가 오진다. 회사에 다녀와 바로 짐을 싸야 하는데 누워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도저히 움직이고 싶지 않더라.

원래 계획은 오전 열 시부터 슬렁슬렁 짐을 싸서, 열두 시간이면 다 싸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실은... 15시 30분이 넘은 지금까지 아~ 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나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와야 한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꾸역꾸역 나간 뒤 가끔 가는 순댓국 가게에 들어갔다. 하필 내가 들어간 뒤 손님들이 줄줄이 따라 들어왔고, 일하는 분이 한 명이라 난리가 났다. 그 와중에 배달의 민족 주문! 도 터지고.

얼마 후 알바인지 아는 사람인지, 잘생긴 남자 분이 와서 막혔던 일이 줄줄줄 풀리더라. 순댓국으로 배를 채우고, 쓰레기 봉투 세 장을 산 뒤 다이소에 가서 뽁뽁이와 테이프를 사들고 왔다.

 

바로 짐을 싸야 하는데 만사 귀찮아서 조금만 있다가, 조금만 있다가, 하며 시간을 까먹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와중에 전기와 가스 끊는 걸 잊지 않아서 가스는 내일 오전에 해지하는 걸로 했고, 전기는 일단 내일 오전까지는 써야 하니까 그 후에 정산하기로 했다. 내일 이삿짐 다 싣고 나면 집주인 분께 전화 드려서 정산 받고 출발하면 끝.

 


 

계획대로라면, 내일 이 시각은 잔뜩 쌓인 짐으로 어수선한 ㅇㅇ의 새 집에서 보내고 있겠고나. 그나마 다행인 건 인터넷이 설치된 상태니까 책상부터 잽싸게 조립해서 설치한 뒤 컴퓨터만 잘 설치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된다는 거. 내일이랑 모레는 하루종일 짐 정리하고, 필요한 거 사러 이마트 갔다 와야 할 것 같다. 저녁에는 회식에 가서 얼굴 비추고 인사해야 하고, 모레부터는 출근. 그나마 다행인 건 이틀만 다녀오면 주말을 쉴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인사하고 돌아오면서 '다시 이 길을 달릴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니 광주도, 평택도, 근무지를 옮긴 뒤 근처에 가본 적이 없다. 희한하게 일본만 살던 곳이 그리워 다시 찾아가봤네, 그러고보니.

 


 

ㅇㅇ에서 얼마나 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 저녁에, 일찌감치 짐 정리를 마치고 ㅇㅇ의 새 집에서 일기 쓸 수 있기를...

 


 

그래서 짐은 언제 쌀 거냐고 물으신다면, 아마도 17시부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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