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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1월 16일 화요일 맑음 (정신이 없다! D-7)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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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처음 출근한 날이었다. 사무실에 자리 잡고 앉은 후 정말 ㅇㅇ으로 가는 게 맞는 것인지 확인부터 했다. 어제 한~ 참 동안 살 집을 알아보면서도 실감이 안 났는데, 오늘 눈으로 보니까 실감이 나더라.

 

가는고나. 진짜 가는고나. 안 될 거라 생각하고 포기했었는데, 원하는 자리로 가는고나. 아... 으아...

 


 

뭔가 마음이 붕~ 뜨는데 애써 잡아 눌렀다. 계약직 직원들이 계약 만료가 다가왔다며 장난 삼아 태업을 운운할 때 마지막까지 처음처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잔소리를 해왔는데, 정작 내가 떠난답시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면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

그 와중에 이동 계획이 나왔는데 다음 달 15일에 여기를 떠나 19일에 ㅇㅇ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더라. 응? 한 달이나 남았다고? 에이~ 그렇게는 못하지. 당장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해서든 명절 전에 떠나서 명절 마친 후에는 근무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상황이 터져서 훅! 바빠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상황을 수습하느라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 와중에 ㅇㅇ에서 연락이 왔는데 26일까지는 와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한테 업무를 넘겨줄 사람이 29일에 떠나는데 그 전에 와달라는 거다. 29일이 월요일이니까 토, 일요일 빼고 26일 하루 동안 인계를 받으라는 말이다. 그 쪽 업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3일 정도는 잡아야 할텐데 그나마 안답시고 하루로 줄인 모양이다. 우리 쪽 팀장님한테 먼저 상의를 드려야 하는데 몸이 안 좋아서 조퇴하신 상태라 먼저 말씀을 못 드리고, 일단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날짜를 바꿨다.

23일에 여기를 떠나서 25일에 그 쪽에 인사를 하는 것으로 했다. 이게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우당탕 이뤄진 일이라 뭔가 멍~ 했다. 남은 날짜를 따지고 보니 일주일.

 


 

내일 벼락치기로 방 얻으러 갈 생각이긴 했는데, 내일 계약 안 하면 방 얻으러 갈 시간이 없다. 정말이지, 이대로 가다가는 근처 모텔에 옷 던져두고 한 달 정도 장기 투숙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큰 일 났다.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본 방은 마음에 드는 곳이 하나도 없다. 여기다 싶으면 말도 안 되게 비싸고,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 가능하겠다 싶은 곳은 너무 작다. 일단 직접 가서 보는 게 중요한데 과연 내일 하루 만에 방을 구할 수 있을까? 설사 방을 구한다 해도 명절 전에 이사를 마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돈도 꽤 많이 깨질텐데... 명절 보너스는 이사하느라 다 까먹게 생겼다.

 

오늘은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일찌감치 자고, 내일 새벽에 일어나 부리나케 씻고 출발해서 오전 중에 한 곳을 보는 게 목표다. 점심 대충 때우고 오후에 몇 군데 더 둘러본 뒤 저녁에 내려오고 싶다. 어두워지면 운전하기 싫어질테니 여차하면 하루 자고 내려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이 되니까 정신이 없다. 진짜로 남은 시간이 일주일이다. 계획대로 잘 진행이 된다면, 다음 주 이 시각에는 ㅇㅇ의 어딘가에서 짐 푸느라 정신이 없어야 한다. 과연 가능할지...

 


 

어딘가를 떠나거나 누군가와 헤어질 때 시원 섭섭하다고 하는데, 섭섭한 마음은 1도 없다. 그냥 시원하다. 꼴 같잖은 AH 77I 안 봐서 다행이고, 아예 다른 업무를 맡게 되어 꼴통 짓 하는 걸 간접적으로 보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다. 게다가 내가 떠나고 나서 두 명이 새로 온다는데 둘 다 우리 쪽 업무를 안 했던 사람들이다. 성실해서 제대로 배우면 다행이지만 염병할 영감 AH 77I 꼴이 나버리면... 대책이 없다. 그야말로 폭망이다.

 


 

시간이 없다. 부지런히 냉장고를 파먹어야 한다. 만약 내일 집 계약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사 업체부터 알아봐야 한다. 일일이 싸는 게 너무 귀찮아서 포장 이사를 했음 싶은데 가격이 많이 비쌀테니 그것도 걱정이다. 업체에 맡긴다고 해도 모니터랑 컴퓨터 같은 건 내가 직접 포장해야 할테니까. 좁아터진 집구석인데, 이사를 염두에 두고 상자를 버리지 않은 것 하나 만큼은 과거의 나를 칭찬하고 싶다.

 

남은 일주일 중 마지막으로 한가한 날이 아닐까 싶다. 내일은 당일치기로 ㅇㅇ을 왔다갔다 해야 하고, 다음 날부터는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출근은 계속 해야 하고. 이사하기 전에 전기 요금이랑 가스 요금 정산해야 하고, 집 주인 아주머니께 얘기해서 보증금도 돌려 받아야 한다. 그나저나, 내일이 월세 내는 날인데 한달 치 내고 일주일 살다 가네. 이건, 뭐...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일주일... 아... 실감이 안 난다. ㅇㅇ 가면 뒤룩뒤룩 찐 살도 뺄 겸 배드민턴 클럽이나 알아봐야겠다. 일요일에는 분당으로 공 차러 다닐까 싶은데, 말만 앞서고 차일피일 미룰 게 분명하니 일단은 입다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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