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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후반기 들어 시원하게 말아먹은 2014 시즌 포항 스틸러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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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4위로 2014 시즌을 마쳤다.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ACL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 3위로 시즌을 끝낼 수 있었는데 수원에 지고 북패가 남패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3/4위가 뒤집어졌다. 북패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난 셈이지만 포항 입장에서는 ACL과 FA 컵에 이어 또 다시 북패가 발목을 잡은 셈이 되었다.


오래 된 팬 입장에서 나는 매년 우승해도 좋을 것 같지만 리그 전체적인 재미를 위해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실상 있기도 어려울 것이다. 다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팬이나 마찬가지일 것인데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죽 쑤는 포항을 보자니 속이 터진다.


경기력에 크게 실망한 건 지난 10월의 제주 원정부터다. 포항하면 툭툭 치는 간결한 패스로 순식간에 상대 문전까지 밀고 들어가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모습을 남패한테 봐야 했기 때문이다. 짧게 이어지는 간결한 패스는 온데간데 없고 수비 라인에서 다급하게 걷어낸 공을 어찌어찌 끌고 올라가 얼토당토 않은 슛 때리고 내려오는 패턴이었다. 거기에 투지는 당최 찾아볼 수 없어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추가 시간에 골 얻어 맞는 몹쓸 꼴을 보였다. 후반 35분 이후 실점한 경기가 몇 번인지... -_ㅡ;;;




포항의 엔진이라 불리운 이명주는 6월 9일에 이적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뛴 경기는 5월 10일 전남 전이다. 이명주 이적 후 포항 성적을 보자. 이적 후 치러진 두 경기에서 내리 득점없이 비기며 이명주 공백을 걱정한 팬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건 아닌가 싶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두 경기를 이겼고 다시 두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 다음 두 경기는 이기는 등 최소한 50% 승률을 유지했다. 벌어놓은 승점이 있었고 경쟁하던 팀들 역시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기에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9월 20일 수원 전을 기점으로 차려진 밥상을 걷어 찬다. 9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치러진 열두 경기 중 승리는 단 한 번 뿐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경남, 부산, 인천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제주 원정에서는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완패했다. 상주 상대로 세 골을 넣으며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스플릿 라운드에서는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하며 무덤을 팠다.


개막 후 두 경기를 내리 지며 12위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승승장구했고 한 경기 지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이기는, 연패가 없는 강팀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명주 이적 이후 빌빌거리더니 급기야 후반기에는 바닥에서 놀기 시작했다.





K 리그를 꽤 봤다는 축구 팬들도 포항하면 공격을 떠올리지만 사실 포항은 수비가 단단한 팀이다. 더블 스쿼드 꾸리는 게 가능할 정도로 쟁쟁한 선수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공격은 당최 답이 안 나왔다. 공격의 시발점이 되었던 황진성은 본인이 연봉을 깎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팽개쳐졌고 그 자리는 이명주로 채워졌다. 이명주는 황진성을 잊게 만들만큼 훌륭히 활약했지만 시즌 중 이적하면서 그 자리가 붕~ 떠버렸다. 문창진을 비롯한 새내기들이 기대한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공격을 열어주는 선수가 없어지고 말았다. 타워형 스트라이커 역할을 했던 박성호 역시 쫓겨났기에 가을의 대활약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졌고 필드에서든 벤치에서든 엄청난 투지를 보여주던 노병준 역시 팀으로부터 버림 받았다.


조찬호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지만 고무열이나 유창현이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활약을 했기에 팀에서 내보낸 노장 선수들이 아쉬운 시즌이었다. 이적한 이명주나 김승대를 제외한다면 팀에서 가장 활약이 컸던 공격수는 다음 시즌 남패로 돌아가는 강수일이다.

강수일은 스물아홉 경기에 출전해서 6 득점, 3 도움을 기록했다. 눈에 띌만큼 준수한 성적은 아니지만 실제 필드 위의 그를 보면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을 절로 하게 된다. 활발히 수비 가담하고 어떻게든 동료에게 공을 연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던 유일한 선수가 아닌가 싶다. 완전 이적을 바라지만 박경훈 감독이 이미 복귀를 천명했으니 다음 시즌부터는 우리에게 위협을 주는 상대 선수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배천석은 태업 논란이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의 경기력을 선보였고 이광훈 역시 초반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고교 축구와 프로 축구는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한 선수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노병준과 함께 슈퍼 서브로 불리우던 신영준은 득점 없이 시즌을 마무리.


강수일과 김승대를 제외한다면 가장 많은 기회를 부여 받은 공격수는 고무열유창현이다. 그러나 두 선수는 팬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이 현역 시절 상당히 오랜 기간 욕을 먹었지만 뒤늦게 인정 받으며 대기만성 했기에, 팬들로부터 질타 받는 시기가 얼마나 힘든 지 잘 알고 있기에, 고무열의 부진에도 늘 쉴드를 쳐주며 출전을 보장해주었는데... 그 결과는 형편없다. 다섯 경기 뛰어야 한 골 넣는 공격수인 거다. 도움도 하나 뿐이고. 시즌 중 날려먹은 기회를 따진다면 고무열이 더 미워질 거다. 유창현 역시 많은 이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지 그지없다.


김승대는 이명주가 있을 때 득점왕을 노릴 정도로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가 사라지자 날개 잃은 새가 되고 말았다. 상대 오프 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깨뜨리던 라인 브레이커의 모습은 후반기에 전혀 볼 수 없었다. 지난 11월 상암 원정에서 득점 찬스 날려먹는 것도 전반기라면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명주는... 불과 열한 경기 뛰면서 5 득점, 9 도움을 기록했으니 팀 성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선수이긴 하지만... 그가 빠졌다고 해서 성적이 곤두박질 쳤다는 건 포항이 이명주 원 맨 팀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꼴 밖에 안 되는 거고 선수들조차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의 가치가 그 정도 밖에 안 된다고 깎아내리는 셈이 되는 거다. 잘 나갈 때에는 유스 때부터 손발을 맞춰왔기에 눈빛만 봐도 안다며 조직력을 자랑하더니 바닥으로 고꾸라지니까 누구 하나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면 이건 정말 쪽 팔린 거다.


결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노병준, 박성호, 황진성이 있었다면 이 따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폼이 크게 떨어지던 박성호야 그렇다 쳐도 결정적인 한 방이나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조커로 투입할 수 있는 노병준이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살아나는 황진성이 있었다면 이명주 이적 후에도 이렇게 탈탈 털리지는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신형민은 포항으로 돌아오겠다는 걸 계약 안 해서 결국 전북 우승에 힘을 보태주었고 신진호는 임대 기간 연장하면서 팀의 가느다란 허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상황에서도 조금의 보강도 해주지 않았다. 전북에서 김남일과 강력한 더블 보란치를 구축한 신형민이 포항에 왔다면 황지수가 조금 더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고 손준호가 거친 플레이로 타 팀의 공적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김재성이 좀 더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졌을 것이고. 결국 있겠다는 선수 내쫓고, 돌아오겠다는 선수 등 떠밀어 얇디 얇은 스쿼드 유지한 끝에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다. 가장 큰 책임은 장 뭐시기에게 있다 아니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9월 20일 이후 치러진 열두 경기에서 단 한 번의 승리 밖에 없었다. 경쟁하는 팀들이 꾸준히 3점씩 승점을 가져가고 있을 때 많아야 1점, 적으면 아예 못 가져가는 상황이 된 거다. 그런 엉망진창의 경기를 선보이고도 4위를 했다면 이는 나름 선방한 거다. 다만... ACL 출전권만은 어떻게든 지켜냈어야 했다. 특히나 37 라운드 북패 전과 38 라운드 수원 전은 크게 실망스럽다. 이기려는 경기가 아니라 지지 않으려는 경기를 하면 어떤 꼴이 나는지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K 리그 전체 팀 중 연봉 총액이 3위라고 들었다. 확실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여러 차례 우승도 하고 했으니 선수들 몸값이 제법 나가리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묻고 싶다. 연봉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했는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37, 38 라운드를 보면서 투지 같은 건 느낄 수 없었다. 황선홍 감독이 전술의 실패를 인정했지만 그 실패 때문에 ACL 출전권을 날려버렸기에 허탈함이 너무 크다.


전북은 2위 수원과 승점 14점 차이를 내며 우승을 했다. 14점이면 4승 2무를 거둬야 가져올 수 있는 큰 점수다. 더구나 61 득점하는 동안 단 22 실점만 하며 골 득실에서 39를 기록했다. 클럽 하우스와 재활 시설에 큰 투자를 하고 꾸준히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 것도 모자라 타 팀에서 노장이라 방출하는 선수를 영입해서 적재적소에 투입한 결과다. 투자에 굉장히 합당한 결과다. 수원은 뭐, 모르겠고. 북패도 관심없다. 포항은 투자한 것에 어울리는 성적을 냈다고 본다. 지난 해 더블이 사실상 기적이었는데 그 기적이 또 일어날 거라 믿고 방만한 경영을 한 탓이다.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것이 기적이지 수시로 일어나면 그게 기적인가. 리그의 발전을 위해 전북처럼 투자가 꾸준한 팀이 우승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항의 사장과 프론트는 뇌가 있다면 반성이라는 걸 하기 바란다. 팬들이 바라는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다. 지난 해의 더블에 취해 올 시즌을 이 따위로 운영하면 안 된다는 경고는 수많은 팬들이 여러 차례 했다. 그걸 깡그리 무시하고 트레블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결국 이 꼴이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기동 이후 포항에 레전드가 있는지 묻고 싶다. 사실 김기동도 유공으로 이적해 뛴 기간이 제법 길었기에 포항의 레전드로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태하 정도는 되어야 레전드가 아닐까 싶은데 정작 지도자 생활은 다른 곳에서 하고 계시니... -ㅅ-   30대 선수를 노장이라 박대하며 쫓아내기 급급했던 포항이다. 진정한 명문으로 거듭나려면 전북처럼 나이 든 선수들도 대우하면서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특히나 유스 출신의 어린 선수에 대한 의존이 큰 포항이니까 말이다.


글 쓰면서 몇 몇 선수 까긴 했는데... ACL 티켓 날려 먹은 게 너무나도 속 상한 나머지, 글 쓰다보니 이리 되었다. 혹시라도 그 선수나 선수의 팬이 상처 받았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2015 시즌에는 좀 덜 속 상하게 응원했으면 좋겠다. 황진성 떠나보내는 거 보면서 쫄딱 망하라고 저주를 퍼부었지만 정작 이 따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니 속이 안 상할래야 안 상할 수가 없다. 심란하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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