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  행 』

2017 히로시마 - 둘쨋 날: 둘쨋 날 마무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20.
728x90
반응형


미야지마구치에서 히로시마까지는 JR 본선 이용. 요금은 ¥410이고 시간은 30분 채 안 걸린다.



전철을 타고 다시 히로시마로. 히로시마 역에 내렸다. 히로시마 역은 한창 공사 중이다(그래서 화장실 가려면 한~ 참 돌아가야 한다). 다음 날 투어 버스를 탈 계획이었기 때문에 미리 표를 예매하려고 했는데 표 파는 곳을 도저히 못 찾겠다. 제복 입은 분께 가서 스마트 폰 보여주면서 여기 어디냐고 물어보니 따라오라면서 직접 안내해준다. 북쪽 출구로 가다가 오른 편 보면 조그마한 샛길 같은 게 있는데 그리 들어가야 한다.

여기 맞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색한 길을 따라 걸어가니 표 파는 곳이 나왔다. 내일 메이플 스카이(주말에만 운영하는 2층 버스) 이용하려고 한다, 표를 미리 구입하고 싶다, 라고 얘기했더니 내일 와서 사면 된단다. 자리가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 그렇고만.


다시 남쪽 출구로 가서 히로덴을 기다렸다. 퇴근 무렵이라 검은 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다. 1번을 타야 숙소 근처인 후쿠치야마까지 갈 수 있는데 좀처럼 안 온다. 5번 열차가 몇 번 지나간 뒤에야 1번 열차가 도착하여 탑승. 가는 도중 핫초보리에서 사람들이 꽤 많이 타고 내렸는데 한 처자가 맨 가방에 한국어로 된 명찰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다 모르겠고 방탄소년단 하나 알겠더라. 내가 모르는 명찰과 버튼은 아마도 멤버 이름과 사진이겠지.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 보단쇼넨단이라 불리면서 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일본에서 한물 간 한류라고 하지만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일본에서 제법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해가 길어진 덕분에 숙소에 도착해서도 밖이 환하다. 내 자리로 가 팩 소주 하나 챙겨들고 다시 나왔다. 그리고 또 다시 평화 기념 공원으로 향했다.



해질 무렵의 히로시마 평화 기념 공원.



어제 가져다 둔 꽃과 소주는 누군가가 치운 상태. 아침, 저녁으로 청소하는 고마운 분이 계시다고 들었다.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종이 학.



가지고 간 소주를 다시 올려두었다.



전 날은 비가 와서 절하기가 조금 곤란했지만... 그래도 그냥 가면 안 되겠다 싶어 바지 젖는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넙죽 엎드렸다. 이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아 큰 절 올리는 데 문제가 없었는데... 소주 올려두고 절 하려 하는 타이밍에 일본인들이 다가왔다. 남자 한 명, 여자 두 명이었는데 구경 온 듯 했다. 일본인들이 여기까지 오는고나 싶기도 하고, 쟤들 보는데 절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눈치 보냐 싶어서 그냥 엎드려 절 했다. 그걸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른 곳으로 옮겨 가더라.


두 번 절하고 일어나 고개 숙이고 묵념하는데... 울컥! 하더니 눈물이 난다. 궁상 떨지 말자, 궁상 떨지 말자, 스스로 자꾸 다짐하는데도 『 맨발의 겐 』 을 통해 간접 경험한 내용이 자꾸 떠올라 글썽글썽한다. 늙으니 주책이다. 가까스로 참았다.


국화 만 원 어치, 팩 소주 두 개, 절 두 번 올린 게 고작이라 죄송할 따름이다. 타향에서 힘들고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한국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 가 혼도리 진입. 타이토 게임 센터가 보여 들어갔다. 이번 여행에서는 인형 뽑기를 실컷 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인형 뽑기가 큰 유행이지만 그동안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친한 선배와 술 마시고 집에 가다가 했던 게 가장 최근이고... 한 번에 하나씩 뽑지 않는 한 어떻게 해도 손해라 생각해서 웬만하면 안 하는데... '일본은 중국산 짭퉁이 아니라 정품이니까 믿고 하자' 라고 생각했다.


1층을 둘러 보니 입구 가까이 있는 기계에 가방에 매달기 딱 좋은 사이즈의 자그마한 인형들이 잔뜩 들어있다. 이건 뭐... 날로 먹을 수 있겠다 싶은 거다. 들어올려 뽑는 게 아니라 한 쪽 집게만 집어넣어 긁어내면 바로 구멍으로 빠질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100 동전을 넣어 도전!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 꼼짝도 안 한다. 살짝 흔들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미동조차 없다. 어찌나 빡빡하게 끼워져 있는 건지 아예 안 되겠다 싶더라. 두 어 번 더 시도하다 포기. 옆 기계로 옮겨서 다시 시도하고 또 포기. 유튜브로 뽑기 방송하는 거 숫하게 봐온 덕분인지 된다, 안 된다 정도는 대충 감이 와서... 적당히 하다 안 되는 거 포기하고. 될 법 하지만 쟤는 어려워~ 싶은 것도 그냥 지나쳤다. 2층 올라가니 거기도 뽑기 기계가 잔뜩. 거기서 이 정도면 되겠는데? 싶은 기계 발견해서 도전. ¥500 넣으니 여섯 번의 기회를 준다.

일본의 뽑기 기계가 진짜 위험한 게... 우리한테는 ₩5,000원 넘는 돈인데 이게 동전이라서... 당최 돈 쓴다는 기분이 별로 안 든다는 거다. 한국에서라면 뽑기 기계에 ₩10,000 짜리 넣는 것도 미친 짓이라 생각할텐데, 일본에서는 ¥500 짜리 동전을 마구 넣게 된다. 나중에 남은 돈 보고 아차! 싶지만 이미 늦었지.

아무튼... 여섯 번만에 뽑았다. 아무리 싸도 ¥1,000은 무조건 넘을테니 개이득! 직원이 달려와 비닐 봉지에 담아준다. 어슬렁거리며 다른 기계 보다가 한국에서 ₩19,000에 팔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여차하면 지르려고 네×버 장바구니에 넣어둔 피규어다. 도전! 일단 ¥100 짜리 넣어 간을 보고... 괜찮다 싶어 ¥500 투입. 여섯 번만에 못 뽑았다. 다시 ¥500 넣고... 두 번만에 뽑았다. 이번에도 개이득! 직원이 와서 남은 건 어디로 옮겨줄까? 라고 물어봐서 근처에 있는 디즈니 공주 뽑기를 선택했다(일본에서는 큰 금액을 넣어 기회가 여러 번 주어졌는데 그 기회를 다 쓰기 전에 인형을 뽑으면 다른 기계로 남은 기회를 옮겨 준다.).

디즈니 공주 피규어는 예쁘기도 예쁘지만, 마사미 님 손녀에게 선물하면 딱 좋겠다 싶어 선택한 거였다. 그런데... 이 녀석이... 될 것 같으면서, 될 것 같으면서, 사람 애간장만 태운다. ¥500 짜리 동전 여섯 개 정도 쓴 것 같은데 당최 안 된다. 직원이 와서 위치를 고쳐줬지만 대충 해주고 가버려서 그 뒤로 ¥1,000 더 썼는데도 뽑는 데 실패. 더 해봐야 헛 짓이다 싶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ㅠ_ㅠ   아무튼, 이 날 게임 센터에서 ¥5,000 넘게 쓴 듯.



그리하여 이렇게 두 녀석을 건졌다.



숙소로 와서 가방을 정리하고... 갈아입을 옷을 꺼내어 들고 샤워실로. 씻고 나와 물기 닦아내는데 땀이 나는 걸 보니 여름은 여름인 모양이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빨래할 옷들을 챙겨 세탁기로 가니 두 대 모두 돌아가고 있다. 남은 시간 확인한 뒤 잠시 후 다시 가니 한 대가 비어 있기에 잽싸게 빨래 넣어 돌리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안주를 사들고 왔다. 여행 이틀째인 이 날은 밖에서 마시지 않고 6층 휴게실에서 마실 생각이었다.

사들고 간 맥주와 안주를 들고 6층에 올라가니 탁자에 세 명이 앉아 있다. 앉아도 되겠냐고 하니 그러라고 한다. 뒤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뒤 주섬주섬 사들고 간 맥주를 꺼내고, 가방에서 남은 팩 소주를 꺼냈다. 순간. 앞에 앉은 동양인 처자가 움찔! 한다. 그러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응? ㅋㅋㅋ   덩달아 놀라 "아, 한국 분이세요?" 하니까 그렇다고 하며 빵 터져서 웃는다. 느닷없이 참이슬 꺼내서 깜짝 놀랐다는 거다. ㅋㅋㅋ


마침 게스트하우스에 큰 컵이 있어서 맥주 따르고... 소주 말고... 수다 떨면서 마셨다. 방탄소년단 악수회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 일본에 왔다는 처자였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랑 악수한다고 해외 여행이라니, 일반적으로는 미친 거라 생각할 일인데... 그렇게 따지면 내가 축구 보러 일본 가는 것도 미친 짓은 매 한 가지다. 남한테 피해 안 끼치고 덕질한다는데, 나무라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그러고보니... 하루 전에 게스트하우스 체크 인 할 때 스탭이 공연 보러 왔냐고 물어봤었는데 그게 방탄소년단 악수회였던 모양이다. 호오~


같이 앉은 서양 남자 사람, 여자 사람은 프랑스에서 왔단다. 둘이 프랑스 말로 떠들고. 나는 어설프게나마 영어로 떠들고. 한국인 처자가 일본어에 능숙해서 게스트하우스 스탭이랑 일본어로 떠들고. 나랑은 한국어로 떠들고.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영어가 좁은 테이블 위를 사정없이 넘어다녔다. ㅋㅋㅋ   프랑스에서 왔다는 녀석들은 사케를 마시고 있었는데 마침 술이 떨어졌기에 한국 소주 마셔볼테냐고 물어 한 잔씩 따라주고. 소맥 말아먹는 거 보고 한국인 처자가 일부 사람이 저렇게 먹는다고 해서 내가 노노, 올모스트 코리안~ 이라고 정정하고. ㅋㅋㅋ   나중에 한 잔 더 주랴? 했더니 사양하더라.



그렇게 술 마시다가 처자는 아직 안 씻었다며 씻고 오겠다 하고. 나는 세탁 끝난 거 건조기에 넣어야 해서 다녀오겠다 하고. 그렇게 건조기가 있는 4층으로 갔는데 건조기가 다 돌아가고 있는 상황. 빨래는 끝났는데 그대로 둘 수 없어 들고 왔다. 베란다에 빨랫줄 있는 게 떠올라 거기 널려고 가니까 여자 사람이 통화하면서 담배 피우고 있다. 잠시 후 다시 가니 여전히 담배 피우는 중. 폐 썩겠네 그랴. -_ㅡ;;;   한참 있다 다시 가니 아무도 없어서 빨래 널고. 한국인 처자 만나 편의점 가서 먹을 거랑 술 더 사서 다시 6층으로 갔다. 거기서 더 마시고 수다 떨다가 헤어졌다.



그 처자 블로그에서 퍼 온 사진. 네×버 블로그는 사진을 퍼갈 수 없어서 화면 갈무리 했다(오징어 같이 나와서 자체 모자이크). ㅋㅋㅋ



방으로 오니 어제 엄청나게 떠들던 중동 애들이 또 떠들고 있었다. 술김에 너희들 조용히 좀 하라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 끼치지 말라고 막 떠들고 잤다. 지랄한 덕분인지 시끄럽게 굴지 않아서 이어폰 없이 그냥 잘 수 있었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아래에 하♥트 클릭~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 부탁드립니다)

반응형

댓글